NA와 EU LCS에 소속된 팀들이 공동성명으로 승강제를 거부했다. 아직 라이엇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없지만, LoL 해설가로 활동했던 몬테 크리스토가 자신의 SNS를 통해 이번 사건은 이미 게임단이 원하는 방향으로 종결됐다고 말해, 승강제 폐지가 더욱 피부로 와 닿았다.

근래에 한국 혹은 주요 스포츠 리그에서 승강제가 새로 생긴 경우는 있었지만, 폐지된 경우는 없었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와 한국 K리그에서 승강제 폐지가 잠깐 화제가 됐으나, 부정적인 의견이 대부분이었고 변화는 없었다.

그러므로 현재 상황을 처음 접했을 때 의아했다. 일시적인 감정에 의한 불편함을 접어두고 봐도 승강제 폐지는 의문이 든다. 그들이 승강제 폐지를 원하는 이유는 e스포츠의 발전과 리그의 활성화 및 안정화보다, 본인들의 이익에 치중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 왜 승강제를 없애려 하나?

LCS에 속한 게임단이 승강제 폐지를 원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재정'이었다. 그들은 LCS에서 강등이 된다면 안정적인 수입원 확보가 어려워 진다고 호소했다. 이로 인해 팀 운영, 선수의 경력 안정성, 신인 발굴 등의 문제가 생기고 최종적으로 LoL e스포츠 리그를 지속하는 것 자체가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 출처 : 슬링샷 e스포츠 11월 12일 기사(Vince Nairn)


재정 문제에서 가장 큰 부분은 '스폰서'다. 관계자에 따르면, 게임단이 얻을 수 있는 수익의 비중은 스폰서에 치중되어 있다고 한다. 게임단은 스포츠 구단과는 다르게 입장료, TV 중계권 등으로 자체적인 수익을 창출해내기 어렵다. 스트리밍이라는 e스포츠 특유의 수익 모델이 있지만, 게임단을 운영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강등으로 스폰서가 끊기면 게임단에게는 치명적이다.

단순히 보면, LCS 게임단의 권익을 위해서는 승강제가 없어져야만 하는 제도인 것 같다. 심혈을 기울인 게임단이 몇 개월의 실패로 받을 손해가 크고 심지어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에 놓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또한, LCS 게임단이 리그에 종속되어 팬층을 넓히고 기반을 닦는 것이 당장 리그 안정화에 도움은 될 것이다.



■ 승강제 폐지의 위험성

그러나, 이는 너무 게임단 위주의 입장이고 단편적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특별한 대책이 없는 승강제 폐지는 좋은 영향보다 악영향이 크다.

일단 리그의 경쟁력과 질적인 측면의 하락을 막을 수 없다. 과거 EPL에서도 국외 자본 유입으로 승강제 폐지가 이슈화된 적이 있었다. 이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적인 감독인 알렉스 퍼거슨은 "승강제 폐지는 자살행위다. 질적 하락이 뻔하다. 득 될 건 하나도 없다"고 강력하게 반대했다. 당시 토트넘 감독이었던 해리 래드납 또한 "공멸하는 행위"라고 언급했다. 이처럼 승강제 폐지에 따른 리그의 질적 하락은 스포츠에서도 이슈였다. K리그는 리그의 질적 향상을 위해 3년 전 승강제를 도입했다.

같은 맥락에서 특별한 장치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LCS도 리그의 질적 하락이 걱정된다. 현재 리그가 흥행하고 있으니, 질적 하락의 문제가 잠깐은 큰 영향을 주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팬들이 경기력이 하락한 LCS를 계속 찾아줄까? 팬이 없어지면 리그도 없고 리그가 없으면 게임단의 존재도 무의미하다. 리그의 질이 하락하면, 게임단은 작아진 파이를 나눠 먹는 꼴이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만 리그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단기적으로도 질적 하락은 분명히 있으리라 예상한다. 리그 중반, 이미 우승권 팀이 점쳐진다고 가정해보자. 우승과 멀어진 중하위권을 맴도는 팀이 최선의 경기를 보여줘야 하는 동기가 있을까? 리그에서 꼴찌를 하든지 6위를 하든지, 차이는 거의 없다. 단순히 경기력만 문제가 아니다. 어떤 시청자가 결과가 상관없는 경기를 보려고 할지도 의문이다.

문제는 단순히 LCS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상위 대회라고 할 수 있는 롤드컵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가뜩이나 한국이 독주하는 롤드컵인데, LCS가 승강제까지 없앤다면 지금의 상황은 반전되기 어렵다. 한국의 우승은 언제나 기쁘지만, 독주는 대회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 미국 스포츠는 승강제가 없다던데?

물론, NBA와 MLB처럼 승강제 없는 수준 높은 리그도 있다. 그러나 MLB-NBA는 LCS와 다른 점이 너무 많다. 이는 축구와도 다른 점인데, NBA-MLB는 세계에서 가장 독보적인 리그로 비교 가능한 리그가 없다. 그런데 LCS는 심지어 비슷한 수준이 아니라 LCK에 비해서 모자라다. LPL에 비교해서도 우위라 말할 수 없다. 따라서 시청자들은 LCK라는 비교 대상이 있는 LCS경기를 보고 만족감을 얻기 어렵다.

그럼 여기서 왜 NBA-MLB는 승강제가 없음에도 수준이 높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일단 미국이 타국과 비교해서 농구와 야구를 유독 잘한다는 이유가 있다. 그리고 시장이 압도적으로 크고 뿌리 깊은 역사가 있어, 전 세계 모든 선수가 NBA와 MLB에서 뛰고 싶어 한다는 것도 또 하나의 이유다. 선수들에게 NBA-MLB에서 뛰는 것은 가장 명예로운 일이기에 자연적으로 프로, 경쟁의식이 강하다.

또한, LCS와 다르게 NBA와 MLB는 순위에 큰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있다. 일단 지역 연고제가 완벽히 정착되어 있어 순위가 낮으면 지역 팬들의 압박이 거세다. 그리고 순위에 따라 관중 변동도 있고, 우승 인센티브도 높다. 이 외에도, NBA와 MLB는 드래프트 제도가 있어 하위권 구단을 보는 재미가 있다. 유망주를 픽해서 그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팬들에게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이러한 여건이 부족한 LCS는 승강제 폐지 이후에 경기의 질적 하락을 막기 어려워 보인다.


■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하려는 LCS 게임단의 의도?

현재 업계에서는 LCS에 게임단들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그 맥락은 e스포츠 업계의 현 상황에서 나온다. 최근 기사를 통해 대형 스포츠팀이나 부호들이 e스포츠 팀을 인수, 시드권 구매, 팀을 창단한다는 내용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는 기존 게임단들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자신들의 값어치를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새로운 팀들이 만들어져 치고 올라온다면 위기가 되지만, 지금처럼 승강제를 폐지하여 LCS 리그를 고정하면 대형 스포츠팀과 부호들은 e스포츠에 참여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 라이엇이 별도의 허가를 하지 않는다면 LCS에 소속된 게임단을 인수하는 방법밖에 없다.

결국, 승강제가 없어진다는 것은 LCS게임단이 리그를 독과점하는 것과 유사하고 따라서 게임단의 값어치는 인위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다. 완벽한 자유 시장 경제 체제는 없었지만, 우리는 늘 그 울타리 안에서 경제 행위를 해왔다. 하지만, LCS 게임단들의 공동 성명이 이를 벗어나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러운 염려를 해본다.



■ 게임단 수익 문제는?

만약에 LCS 챌린저로 강등이 돼서 게임단 운영이 아예 불가하다면, 상황을 개선해줘야 할 일이지 승강제를 폐지할 일은 아니다.

LoL e스포츠에서 게임단 재정과 관련된 이슈는 이전에도 있었다. 대부분 규제 완화와 수익 분배가 주요 내용이었고, 업계와 팬들 모두 게임단 의견에 상당 부분 동의했다. 그 결과, 라이엇은 게임단 재정에 도움을 주기 위해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상금을 크라우드 펀딩으로 대폭 확대했고, 팀 로고처럼 게임단과 관련 있는 상품의 수익을 분배했다. 또한, 라이엇은 앞으로도 게임단과의 상생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 밝혔다. 라이엇이 말했던 것처럼 게임단의 수익 안정화를 위해 앞으로도 계속해서 변화와 협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승강제에 걸쳐 있는 문제는 아니다.

실력이 없는 게임단이 승강제 폐지로 안정적인 수입을 얻는 것은 프로 스포츠의 이치에 어긋난다. 이는 승강제가 가장 잘 정착된 유럽 축구도 마찬가지다. 몇십 년을 1부 리그에 있던 팀이라도 한 해 농사를 잘못 지으면 2부 리그에 내려간다. 미국 MLB도 비슷하다. 메이저리그로 콜업을 받지 못하는 마이너리그 선수는 햄버거를 먹고 버스를 타며 경기에 임한다. 전용기를 타고 매 식사 고급 뷔페를 먹는 메이저리그 선수와는 천지 차이다. 이것이 프로 스포츠의 세계고 당연한 경쟁의 결과다. 그런데 길어야 몇 년 혹은 몇 개월을 LCS에 있었던 지위로 툴툴댄다면 프로라는 두 글자의 무게를 벌써 잊은 게 아닐까.


■ 끝으로

한국 축구에 승강제가 도입된 지도 어느새 3년이 됐다.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현재까지 승강제는 큰 차질없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극적 잔류로 승강제의 존재를 반기는 여론이 많아졌다. 이제는 승강제가 확대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매체들은 프로부터 아마추어까지 모두 아우르는 대략 7부리그가 운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승강제의 장점이 부각되는 요즘이다. 인천 유나이티드 FC 잔류와 콩두 몬스터의 승격으로 알 수 있듯이 승강제는 팬들에게 스토리와 즐거움을 선사하고, 팀과 선수들에게는 동기를 유발한다.

무조건 승강제 폐지가 나쁘다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경쟁을 유도하고 리그의 질적인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면 승강제를 폐지해도 무리가 없다. 그러나, 대책이 없는 승강제 폐지는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