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롤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팀들은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그중에서도 SKT T1은 15, 16년도를 연속 제패하며, 팀으로서는 총 세 번의 롤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한국 팬들과 해외 팬들 모두 이들의 성과에 열광했지만, 기뻐하는 와중에도 마음 한 편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롤드컵 이후에 다가오는 이적 시장. 가장 먼저 엑소더스라는 말을 만든 구 삼성의 형제 팀은 롤드컵 4강 진출과 우승 이후, 중국으로 흩어졌다. 이후로도 롤드컵에서 두각을 드러낸 팀이나, LCK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선수들이 해외 시장으로 거액의 연봉을 받으며 입단했다.

롤드컵 시즌5에서 SKT T1은 우승했지만 '마린' 장경환과 '이지훈' 이지훈을 붙잡지 못했다. 이번에도 전례대로 진행될 것 같았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페이커' 이상혁을 잡기 위해 중국 팀들이 수십억을 쓸 용의가 있으며, '뱅' 배준식과 '울프' 이재완도 이상혁만큼은 아니나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받았다는 근거 있는 소문이 돌았다. 올해에는 선수뿐만 아니라, 김정균 코치도 이곳저곳에서 오퍼 제의를 넣었다는 이야기도 많았다.

크라우드 펀딩을 도입해 롤드컵 우승 상금이 2배 이상 뛰었다지만, 현실적으로 그 상금을 웃도는 금액을 리스크 없이 가져갈 수 있는 해외 진출이 안정적인 선택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SKT T1이 '페이커' 이상혁, '뱅' 배준식, '울프' 이재완, 김정균 코치와 재계약에 성공했다.

이는 선수들이 우승과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는 의지도 크게 작용했겠지만, 그들을 붙잡기 위해 SKT T1 게임단이 작년 대비 훨씬 많은 투자를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SKT T1 사무국은 구체적인 금액을 밝힐 수는 없으나 "작년과 마찬가지로 최고의 선수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주는 팀’의 모토에 따라 선수에게 최고의 조건을 제시해 재계약 체결이 가능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사실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e스포츠 시장의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으나, 국내 시장은 그렇지 못하다. 국내 메이저 종목인 야구, 축구조차 구단 자체가 수익을 내는 팀은 9개의 팀 중 몇개 되지 않는다. 대부분이 기업의 후원에 의해 돌아가고 있다. 주류 종목의 실정이 저럴진대, e스포츠는 어떻겠는가.


하지만 SKT T1 사무국은 '최고의 선수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주는 팀'이란 모토에 맞게 '페이커-뱅-울프'에게 훌륭한 조건을 제시해 잡았다. 과감한 투자이자, 결단이었다. 무엇보다 SKT T1 게임단이 대단한 점은 팀과 선수가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는 것이다.

베인글로리의 개발사 슈퍼이블 메가코프의 윤태원 아시아 태평양 지역 대표는 2016 지스타 강연 도중 "한국은 e스포츠 종주국임은 틀림없으나, 질적인 발전이 더뎠다. 여러 발전 단계를 놓친 한국 e스포츠는 세계 시장에 선수를 공급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야구로 치면 쿠바다. 유능한 선수가 많아 메이저 리그에 선수들을 공급하지만, 쿠바 리그 자체에 대한 관심은 떨어진다. 한국 e스포츠도 그렇게 되고 있다"라고 냉정한 평가를 했다.

공감할 수밖에 없는 정론이지만 SKT T1은 파격적인 이번 재계약을 통해 위의 정론을 전면 부정했다. 기업은 이익 없이 움직이지 않는다. SKT T1은 e스포츠 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본 것이다. 새로운 사업 모델이 스트리밍이 될 수도 있고, 여러 굿즈 판매가 될 수도 있다. 높은 가능성으로 세계에 SKT를 PR 할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겠다.

SKT T1 사무국은 "롤드컵 3회 우승으로 임원진들의 생각도 긍정적으로 바뀐 것 같다. 덕분에 이번 재계약을 해낼 수 있었다."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본분인 선수. 그 선수가 좋은 조건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본분인 사무국. 이 둘이 서로 협력하며, 최선을 다한다면 쏟아지는 해외 자본에도 좋은 선수들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한편, SKT T1은 '벵기' 배성웅과 '듀크' 이호성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탑 라인과 정글에서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현재 이적 시장에 나와 있는 즉시 전력감 선수를 봤을 때, 정글러에는 '피넛' 한왕호가 있다. 탑 라인에서는 '스멥' 송경호가 있지만 '페이커-뱅-울프'를 잡는 데 큰 힘을 쓴 SKT T1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