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1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프나틱'의 우승 이후, 'EU 메타'가 널리 정착되면서 원거리 딜러들은 서포터와 함께 봇 지역을 향하는 것이 일반적이게 되었습니다.

이후에 '탈 EU 메타'를 표방하는 여러 전략이 시도 되고, 결국 'EU 메타'가 공식화 되는 과정에서도 '원딜-서포터' 체제는 큰 변화 없이 유지되어 왔었는데요. 최근 이런 생태계를 교란(?)하는 독특한 챔피언이 봇 지역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긴 스킬 사거리를 자랑하는, 전통적인 AP 챔피언인 '직스'가 봇 생태계 파괴의 주인공인데요. 북미에서 먼저 유행을 탄 봇 직스는 원거리 딜러(?) 승률 1위까지 차지하며 생각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갑자기 떠오른 봇 직스, 무엇이 핵심일까요?

▲ 미드도 아닌, 서포터도 아닌, '봇라인 직스'가 온다!


■ 북미잼? 북미에서 시작된 '봇라인 직스'

최근 리그오브레전드를 발빠르게 즐기는 유저들이라면 봇에 출몰한다는 '직스'에 대한 소식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직스 원딜', '봇라인 직스' 등의 명칭으로 불리고 있는 상황입니다만, 최근 유행하고 있는 '직스'의 경우 미드 대신 봇 지역에 서긴 하지만 물리 공격력 혹은 치명타 아이템을 갖추는 것이 아니라, 미드에 서던 스타일과 비슷하게 주문력 아이템을 갖추기 때문에 '봇라인 직스'라는 명칭이 더 어울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예전부터 평범함을 거부하는 일부 유저들이 '제드-자르반' 파괴 조합이라던지, '직스' 등의 원딜 대체제로 게임을 즐기는 경우는 있었지만, 최근 봇라인 직스는 단순히 재미를 넘어서 여러 장점을 더해 높은 승률까지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운데요.

▲ 원딜(?) 직스의 높은 승률 지표 (직스 원거리 딜러 승률, leagueofgraphs)


이것또한 지나갈 NA잼... 이라고 생각할수도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최근 북미에서 먼저 시작하여, 곧 한국에서도 좋은 성적을 보여준 참신한 빌드, 전략들이 하나 둘 늘어가면서 봇라인 직스 역시 그냥 웃고만 있을 수는 없는 그런 전략으로 보여집니다.

▲ '룬메-우디르', '얼망-야스오'... 이제는 무시 못할 북미발 전략들


■ '봇라인 직스'의 장점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직스, 봇라인에서 사용하면 어떤 장점이 있어서 사용하는 걸까요? AP 직스 그대로 내려가는 '봇라인 직스'의 장점은 ①안정적인 파밍 능력과 ②빠른 포탑 철거 능력, 마지막으로 ③스킬 딜 중심의 폭딜을 꼽을 수 있는데요.

먼저 ①안정적인 파밍 능력은 긴 스킬 사거리와, 범위 피해 특성을 가진 '반동 폭탄(Q)' 스킬을 가진 직스의 기본적은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스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튕기는 판정을 가진 '반동 폭탄'은 기본 표기 사거리보다도 먼 거리까지 날아가 엄청난 사거리를 확보합니다.

이즈리얼의 '신비한 화살(Q)'를 넘어서는 사거리로, 초반부터 강력한 압박 플레이를 선보이는 '케이틀린-카르마' 조합을 상대로도 충분히 파밍이 가능할 정도입니다. 이는 안정적인 파밍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거리 딜러와도 어느정도 일맥상통하죠.

뿐만아니라 모든 스킬이 범위 공격을 가하기 때문에 라인 푸쉬 능력 또한 압도적으로, 마음만 먹으면 순식간에 라인을 푸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 어마어마한 사거리! 상성을 무시하는 파밍 능력


두번째로, ②빠른 포탑 철거 능력 또한 플러스 포인트입니다. 직스는 그렇지 않아도 평타 강화 패시브 '짧은 도화선'의 추가 피해(포탑 200%) 효과를 통해, 다른 AP 챔피언에 비해 빠른 속도로 포탑 철거가 가능한 챔피언이었는데요.

거기에 지난 6.9 시즌 중반 마법사 챔피언 대규모 패치를 통해, '휴대용 폭약(W)' 스킬에 일정 이하로 체력이 내려간(최대35%) 포탑을 즉시 폭파시키는 효과까지 추가 되면서 AP 챔피언들 중 가장 독보적인 철거 능력을 자랑하는 챔피언이 되었습니다.

▲ 이런 폭탄을 '휴대하고' 다녔다니


철거 능력을 한층 강화하는 아이템 빌드 역시 직스와 잘 맞습니다. 주문력에 따라 평타를 강화해 주는 '리치베인'과 패시브를 통한 평타 강화 능력을 중첩한 직스는 순식간에 포탑의 피를 깎아 내릴 수 있고, '휴대용 폭약(W)' 스킬로 손쉽게 마무리를 지어 '포탑 선취점'도 손쉽게 따낼 수 있습니다.

상대방 봇 듀오가 잠깐이라도 자리를 비운 사이 봇 포탑을 철거해낸 '봇라인 직스'는 그대로 한발 빠르게 라인을 돌아다니면서 적 진영의 포탑들을 철거, 글로벌 골드 스노우 볼을 굴려갈 수 있는 겁니다.

▲ '리치베인-패시브 평타', '휴대용 폭약' 스킬의 마무리.


마지막으로 세번째, ③스킬 딜 중심의 폭딜의 장점은 '봇라인 직스'가 AP 미드 챔피언 태생이며, 원거리 딜러 빌드를 선택하지 않기 때문에 갖는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AD 원거리 딜러 챔피언들은 챔피언 설계상, 일부 챔피언을 제외하면 스킬 대미지의 비중이 높지 않고, 아이템 장비를 통한 성장성이 높은 것이 특징인데요. 따라서, 초중반 구간 안정적인 파밍 후, 최소 2코어 정도부터 힘을 발휘하는 것이 정석적인 원거리 딜러 챔피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성장에 시간이 걸린다는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동반하기 때문에 최근 원거리 딜러들의 부진의 원인으로도 지목되기도 하는 특징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방어구 관통' 빌드나 '지원형' 원거리 딜러들이 유행하기도 하였죠.

하지만 스킬 딜 중심의 AP 챔피언 직스에게 이런 것들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레벨 업 만으로도 어느정도 대미지 확보가 가능하고, 특히 갓 6레벨이 되어 궁극기를 입수한 직스는 높은 범위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스킬들을 가지고 있어, 딱히 약한 구간 없이 아군에게 기여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집니다.

▲ "일단 터져!" Q-W-E-R 모든 스킬을 던지고 보면 된다



■ '봇라인 직스', 실제 활용 상황

'봇라인 직스'의 유용성이 영상, 커뮤니티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한국 서버에서도 이를 활용해 보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습니다. 사실 봇 직스는 서포터 대신으로도 간혹 활용하는 유저들이 있었고, 팀원의 양해를 구하거나 듀오와 함께한다면 시도해보는 것은 어렵지 않기도 하죠.

한국 프로게이머들의 플레이 소식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이들 역시 최근 '봇라인 직스'를 랭크 게임에서 사용해보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퓨리', '애로우', '크레이머', '데프트', '프레이' 등 다양한 원거리 딜러 포지션의 선수들이 실제로 '직스'를 사용해 보고, 어느정도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 '프레이'도 한다?! 봇라인 직스 (영상 출처: 장인칼바람 유튜브)


현재 '봇라인 직스'는 아직까지 새로운 시도로, 특정 빌드가 정착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북미 통계와 한국 프로게이머들의 게임 통계를 통해, 어느정도 정해진 핵심 빌드를 살펴볼 수 있겠죠.

이를 통해 살펴본 '봇라인 직스'는 미드를 서는 직스와 크게 다르진 않지만, 좀 더 '포탑 철거'에 힘을 실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봇라인을 서더라도 AP 챔피언 그대로인 '봇라인 직스'는 특성 등에 큰 차이는 없습니다만, 기존 '모렐-루덴의 메아리' 대신 '모렐-리치베인' 빌드를 선택하여 포탑 철거 능력을 강화한다는 차이점을 보입니다.


▲ '프레이'가 선택한 '봇라인 직스' 빌드. 대체로 '리치베인'도 포함된다 (01. 04 인벤 프로빌더)



■ '봇라인 직스'의 미래는? 직스로 살펴본 현 원거리 딜러들의 상황

이러한 '봇라인 직스'의 활약세가 두드러짐에 따라, 유저와 개발자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습니다.

리그오브레전드 북미 홈페이지 게시판에, 직스가 봇 라인에서의 활약 때문에 너프 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글에 게임 시스템 디자이너, 'Riot Axes'가 당장 너프 계획은 없지만 지켜보고 있다는 내용의 코멘트를 달며, 현 상황에 대한 관심을 증명했습니다.

독특한 시도로 잘나가고 있는 북미산 '봇라인 직스'입니다만, 활약이 지나치다거나 적절하지 못하다고 판단된다면 그 모습을 오래보지는 못할수도 있겠군요.

▲ 직스에 대한 'Riot Axes' 코멘트 (레드포스트 롭스군 님의 번역글)


한편 '직스'의 봇라인에서의 활약은 오랫동안 고통받고 있는 원거리 딜러 포지션의 한계를 다시 들춰내고 있는 것 처럼 보입니다. 원거리 딜러들이 수행해야만 했던 '포탑 철거'를 잘 해낼수 있으면서도 파밍이 쉽고, 초중반부터 강력한 '봇라인 직스'는 현 원딜들의 상위 호환인 것일까요?

전통적인 원딜들은 포지션 특성상 비싼 아이템을 많이 갖춰야 하기 때문에 초중반 약세를 보이는 태생적 한계를 갖는데요. '방어구 관통' 빌드, '지원형' 원거리 딜러, '마법사의 최후' 코그모 등 그동안 여러 해결책이 제시 되기도 하였지만, 대부분 패치를 통해 무용지물이 되었고, 유저들은 여전히 원거리 딜러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 아직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클래식 원거리 딜러들


장비를 갖추고, 후반 단계에 접어들수록 강해지는 원거리 딜러들이 처음부터 너무 강력한 것은 또 다른 문제를 낳을 것은 분명합니다. 그 때문에 원거리 딜러들의 밸런스 조절이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 '카밀'의 등장으로도 불만이 많았던 원거리 딜러들. '봇라인 직스'의 등장으로 또 한 번 수난을 겪는 셈인데요. 앞으로 원거리 딜러들의 적절한 패치 방향이 어떻게 될 것인지,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정답이 등장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