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경, 리니지 유저 뿐만 아니라 사회면에도 알려진 이슈가 있었다. 바로 백룡사랑의 집행검 증발 사건. BJ 인범이 설계한 치밀한 작전으로 현금 약 3천만 원에 거래되던 집행검이 증발한 사건이다.

당시 인범은 자신과 적대 혈맹에 속한 마법사를 포섭했고, 매스피 대상으로 백룡사랑을 지목했다. 백룡사랑이 착용한 무기가 집행검이었기 때문. 그리고는 백룡사랑에게 제조(고의로 죽어 PK한 캐릭터를 카오로 만드는 행위) 작전을 걸어 카오 성향으로 만든 뒤, 아지트에 귀환할 타이밍을 노렸다.

카오가 된 백룡사랑은 아지트로 귀환하자마자 강제로 순간이동 됐다. 인범이 섭외한 마법사가 메스 텔레포트를 이용하여 미리 약속된 장소로 순간이동 시킨 것. 이곳에는 인범을 필두로 수십 명의 캐릭터와 구경꾼이 대기하고 있었다. 결국, 온갖 화력에 일점사 된 백룡사랑은 순식간에 사망하고야 만다.

아지트에서 부활한 백룡사랑은 무기를 들고 있지 않은 모습으로 서 있었다. 착용하고 있던 집행검이 카오 사망 패널티로 증발했기 때문이다. 뒤늦게 작전에 걸렸음을 알게 된 그는 씁쓸하게 게임을 종료했다.



6년 전에 있었던 백룡사랑의 집행검 증발 사건은 당시 마법사의 '매스 텔레포트'를 이용한 PK 방법으로 이른바 '메스피'라 불리며, 지금까지 최악의 PK로 회자되고 있다. 그리고 사건 당시 '정상적인 플레이 방법이 맞느냐'는 갑론을박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한 두푼 하는 아이템이 증발한 것도 아니고, 당시 현금 약 3천만 원에 거래되는 최고의 무기 '진명황의 집행검'이 증발했기 때문이다.

백룡사랑의 집행검 증발 사건으로 불거진 매스피 논란은 게임사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레 '정상적인 플레이 방법'으로 결론짓게 된다. 이에 유저들은 가해자 처벌은 둘째 치더라도 어떠한 개선이 없었다는 점, 그리고 단순히 한 플레이어가 도의를 져버린 행위로 일단락시킨 것에 분개했다.

▲ 범위가 2칸이지만 아지트 귀환 자리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주말(11일)에도 매스피로 고가의 아이템을 잃은 소식이 들렸다. 서큐버스 서버의 BJ 김가희가 매스피에 당해 '+8 오우거 킹의 벨트'를 드랍한 것이다. 이 벨트는 현금으로 약 400만 원 정도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서큐버스 서버에서는 '가호'를 착용하면 카오 상태에서 죽어도 사망 패널티를 1회 막을 수 있다. 매스피를 행한 이는 BJ 김가희가 카오 상태에서 사망하기를 기다렸고, 가호가 벗겨진 상태로 아지트에 리스타트를 하는 순간에 매스 텔레포트로 경비병 앞으로 순간이동 시켰다. 당황하여 다시 리스타트를 하자 이번에는 엘모어 격전지로 보내 +8 오우거 킹의 벨트를 드랍하게 했다.

매스피를 행한 마법사가 어떤 이유로 매스피를 행한 것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8 오우거 킹의 벨트가 봉인되지 않았다는 점을 노려 해당 아이템을 갈취하기 위해 매스피를 이용한 것은 분명하다.

이를 두고 매스 텔레포트를 '활용'한 것인지 '악용'한 것인지, 그리고 +8 오우거 킹의 벨트라는 아이템을 '획득'한 것인지 '갈취'한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다시 한번 불거지고 있다. 과거 백룡사랑의 집행검이 증발할 때만큼은 아니지만, 매스 텔레포트가 갖는 문제점이 다시금 수면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를 두고, 몇몇 유저들은 BJ가 시청자를 늘리기 위해 짜고 친 작전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BJ가 어떤 아이템이 증발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카오 사망이라는 도박을 했을 확률은 희박하다. +8 오우거 킹의 벨트보다 더 비싼 봉인된 아이템을 여럿 착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2연속 매스피에 당해 아이템을 드랍하는 모습 - 이미지 출처 : BJ 김가희


매스피는 '혈맹원의 배신'이라는 전제가 있어야만 성립된다. 끈끈한 정과 의리, 신뢰가 바탕이되는 혈맹 속에서 매스피 같은 배신행위는 사실상 이루어지기 어렵다. 적이든 아군이든 배신자라는 낙오가 뒤따르기에 매스피를 자처하는 이들도 거의 없다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과연 그럴까.

단 한 번의 매스피를 성공시키기 위해 언더커버처럼 오랫동안 위장 잠입하는 사례는 지금도 공연하게 존재한다. 작년 8월경, 기란 서버에서 발생한 반왕 매스피 사건이 대표적이다. 과거처럼 성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도 매스피가 거리낌 없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혈맹 가입이 자동화되면서 더 심해졌다. 백룡사랑의 집행검 사건처럼 현금 가치가 큰 아이템을 잃은 것이 아니기에 단순히 이슈가 되지 않을 뿐, 매스피에 따른 피해가 제보되는 수는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

▲ 리니지의 혈맹은 단순 친목이 아닌 의리와 신뢰가 바탕이 된다


시스템 내에서 '활용'과 '악용'으로 수년 동안 골머리를 앓게 하는 매스피는 지금도 활용과 악용이라는 경계에서 줄타기하고 있다. 이 선택을 유저 스스로의 몫으로 남겨두기에는 악용되는 사례가 잦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느 혈맹의 어느 아지트에서 호시탐탐 매스피를 노리고 있으니 말이다. 제2의 백룡사랑 같은 일이 또 언제 발생할지 모른다.

비록 게임사가 마련한 시스템을 바탕으로 활용과 악용이라는 선택을 하는 것은 유저의 몫이고, 책임이 뒤따르는 것도 사실이지만, 시스템적으로 가능한 행위라고 하여, 또 허용된 것이라고 하여 잘못된 방향으로 쓰이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유용하게 활용하는 유저가 있는가 하면, 분명 악용하거나 남용하는 유저가 반드시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 잘못된 선택을 했을 땐 항상 책임이 뒤따라야 하는데, 현 시스템으로는 약간의 비난만 감수하면 되니, 남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시스템 내 활용을 아예 막아버리거나 하는 극단적인 조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스템적으로 금지할 수 있다고 해도 사람이 플레이하는 가상의 공간에서 어느 정도의 자유도와 선택권을 부여해야 하는 이상 완전히 막아버릴 수도 없다. 개발과 관련된 지식이 없는 유저들도 이 정도는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유저들이 원하는 것은 완벽한 조치가 아닌, 단순 시스템적인 '개선'이다. 귀환/리스타트 되는 위치를 바꾸고 매스 텔레포트 불가능 구역으로 설정해놓거나, 개개인에게 매스 텔레포트 ON/OFF 옵션을 부여하는 형태로 꾸준히 대안을 제시해왔다. 캐릭터가 사망했을 때 리스타트 위치를 수정할 수 없다면, 아지트 '지하'에서는 매스 텔레포트를 금지하면 된다. 전투적인 측면에서의 매스 텔레포트 활용은 '지상'에서 하면 되니 말이다.

작년 11월경, 켈로스 서버에서 매스피를 당해 고가의 아이템을 잃은 한 유저는 "매스피를 악용한 캐릭터로 하여금 제재를 가하는 것이 셋째, 잃은 아이템을 복구해주는 것에 둘째요, 시스템적인 개선이 첫째다. 셋째와 둘째는 바라지도 않는다. 추가 피해를 막는 것이 우선."이라 말하며, 시스템적인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 귀환과 리스 위치를 다르게 하고, 리스 자리에선 매스를 막는 방법도 있다


유저들 제보에 따르면 매스피로 잃은 아이템을 복구해줬던 사례는 최근까지 없었다고 한다. 게임사의 입장은 여전히 '시스템 내 활용'인 것이다. 그래서 피해자들은 가해자와 함께 시스템으로 개선하지 않고 방치한 게임사를 함께 비판하고, 지금이라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모아 말하고 있다.

매스피를 즐기는 유저들은 도의를 져버리는 행위라 비난받아도 게임은 게임일 뿐, 시스템을 '활용'한 전략적인 플레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먹잇감을 찾으며, 거리낌 없이 새로운 혈맹을 옮겨 다니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혈맹에 가입한 그들은 속내를 숨긴 채 이렇게 말한다.

"반갑습니다. 앞으로 잘 지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