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마지막 날, 월드 오브 탱크 테스트 서버에 전차장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9.18업데이트와 함께 이전부터 조금씩 정보가 공개되었던 10티어 경전차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소련, 독일, 프랑스, 중국까지 총 5개국에 등장한 10티어 경전차들은 슈퍼루키라고 불릴 만했다. 높은 기동성을 갖추고 있음은 물론 우수한 시야와 위장력도 보유하고 있었으며, 전투능력도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존의 중형전차들은 강력한 라이벌의 등장에 긴장해야만 했다.

하지만 몇 번의 밸런스 조정이 이루어진 현재, 10티어를 포함한 모든 경전차들의 입지가 상당히 애매해졌다. 재장전 시간이 늘어나거나 대미지가 낮아지는 등 DPM이 감소했음은 물론, 경전차의 최중요 성능이라 할 수 있는 관측 범위도 10~30m씩 감소하였기 때문이다.

특히 한 트리의 목표이자 정점이라 볼 수 있는 10티어 경전차에게는 테스트 서버의 밸런스 조정이 더욱 크게 다가오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10티어 경전차는 중형전차와 비교할 때 어느 정도의 성능을 보일까?

▲ 10티어 경전차와 중형전차, 둘 중 하나를 고른다면?


'경전차'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성능은 기동성과 위장, 시야다. 세 가지 성능이 조화롭게 이루어져야만 경전차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를테면 전투 초반에는 주요 위치로 기동하여 적을 발견할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 등대를 서거나 안전하게 퇴각할 수 있다. 전투 중후반에는 더욱 중요도가 늘어나 정찰은 물론 팀의 소방수가 되거나 적진으로 침투하는 등의 활약이 가능해진다.

10티어 경전차들은 기동성 면에서는 합격점을 받았다. 최대 속력은 65~75km/h로 기존 경전차들과 비슷한 수준이며, 후진 속도도 20km/h가 넘고 프랑스를 제외하면 선회 능력도 좋다. 특히 40이 넘는 추중비는 BT 시리즈 이상의 속도감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위장력은 나쁘지는 않지만 약간 아쉽다고 볼 수 있다. 소련과 프랑스를 제외하면 B-C 25t의 위장력에는 미치지 못하며, 미국의 경우 Leopard 1과 유사한 정도다. 물론 경전차 병과 특성상 기동 시 위장력이 정차 시 위장력과 같아 문제 되는 부분은 많지 않지만, 과감한 등대 등의 전술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 72km/h의 최대 속력과 48의 추중비 등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기동성을 지녔다


하지만 관측 범위의 하향은 다소 과했다는 평이다. 미국과 독일의 경우는 그래도 420m까지 나오는 상황이지만, 중국은 400m에 그치며, 소련과 프랑스의 관측 범위는 고작 390m에 불과하다. 기존 8티어 경전차인 AMX 13 90의 시야가 400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티어가 올랐는데 시야가 감소하는 상황이 되고 만 것이다.

거기에 더해 테스트 서버의 경전차 관측 범위 감소는 10티어 경전차 외에도 대부분의 경전차에게 적용됐다. 9티어로 변경된 AMX 13 90은 380m까지 감소했으며, 중국 9티어 경전차인 WZ-132A은 무려 30m의 관측 범위 하향이 이루어졌다. 전체적인 경전차의 정찰 수행 능력이 크게 감소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10티어 중형전차의 경우 최대 420m의 관측 범위를 보유하고 있으며, 410m의 관측 범위를 가진 전차도 5대나 된다. 관측 범위가 나쁜 중형전차라 하더라도 최소한 400m는 확보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경전차의 관측 범위가 부족하여 중형전차에게 먼저 발견 당하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

▲ 정찰의 정점이라 볼 수 있는 10티어 경전차의 시야가 390인 것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그렇다면 전투 능력은 어떨까? 사실 경전차 특성상 전투 능력이 타 전차보다 좋을 수는 없지만, 소련의 T-54 ltwt처럼 정찰 능력이 다소 낮은 경전차는 높은 전투 능력을 부여해 밸런스를 맞춰왔던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10티어 경전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의 전투 능력은 정찰 능력에 비해 상당히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하지만 정찰 성능의 하향이 이루어짐과 동시에 전투 능력마저도 빼앗겼다. 먼저 화력을 보면 현재 DPM은 2천 대 초반에 머문다. 동티어 중형전차들은 2천 대 후반, 높게는 3천 대 초반까지 나오는 것을 볼 때 명백하게 낮은 DPM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9티어 중형전차의 DPM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렇다고 해서 부가 성능이 좋은 것도 아니다. 200대 초중반에 머무는 관통력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10티어 전차임에도 불구하고 명중률이 0.4 내외에 불과하다. 조준 속도가 다소 빠르다곤 하지만 난전 상황은 물론 풀에임 상황에서도 빗나가는 포탄이 많을 수밖에 없다.

방호 능력도 마찬가지다. 내구도는 1,500 내외에 불과하여, 낮은 DPM과 더불어 타 전차와의 정면 대결에서 절대로 승리할 수 없게 만든다. 그나마 소련이나 중국의 경우는 헐다운 등의 전술을 사용해 도탄을 기대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도탄은커녕 고폭탄에게도 관통당하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다.

종합해볼 때 10티어 경전차의 전투 능력은 타 병과에 비해 특출나다고 보기 어렵다. 물론 정찰이 주력인 경전차에게 높은 전투 능력을 바라는 것은 욕심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정도로 전투 능력을 희생해서 얻은 정찰 능력이 어딘가 부족하다는 점은 경전차의 입지를 상대적으로 약하게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 종합적인 전투 능력은 8.5티어 중형전차 수준에 그친다


경전차의 성능이 아쉽다는 평이 많은 9.18업데이트는 본서버에 그대로 도입될 예정이다. 실제 북미 서버의 경우 한국 기준 4월 18일(화)에 이미 9.18업데이트가 진행됐다.

10티어 경전차에 대한 북미 서버의 반응을 보면, '캐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8, 9티어보다 더 좋은 전차라는 느낌이 없다' / '명중률과 스플래시 범위가 넓어진 자주포의 공격을 피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 / 'MM으로 보정이 가능하지만 새벽 시간대 등 경전차의 풀이 적을 때 팀밸런스가 안 맞을 경우 눈치가 보인다' 등으로 압축이 된다.

물론 10티어 경전차가 북미 서버에 등장한 것은 불과 며칠 전이다. 계속해서 평가가 나오고는 있지만 아직은 첫인상에 해당될 수도 있어 그 후 평가에 반전이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 정말 성능이 좋지 않아 팀밸런스에 심각한 문제를 불러온다면 차후 패치도 기대해볼만 하다.

아직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아시아 서버에도 조만간 10티어 경전차가 들어올 것이다. 그러면 더 많은 이들이 직접 운용해볼 수 있을 것이고 그만큼 더 많은 의견도 나올 것이다. 첫 인상은 '아쉬움'이었던 10티어 경전차의 후평가는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 9.18업데이트 영상의 댓글란에서는 경전차를 버프 해달라는 글을 손쉽게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