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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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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리니지, 고통 받으면서도 아낌없이 주었던 위대한 고목 '엔트'

장요한(Roah@inven.co.kr)
엔씨소프트의 신작 모바일 게임 리니지M이 사전예약을 시작했습니다. 원작 리니지1을 즐겼던 많은 유저들이 리니지M의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데요. 인벤은 리니지M이 출시되기 전, 과거의 추억을 함께 되살려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노가다로 분류되는 '엔트의 줄기 노가다'는 리니지의 노가다를 논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된다. 3일 계정을 생성하여 요정 캐릭터를 만든 뒤, 대충 4레벨까지만 올리면 아무 제약 없이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장에 투입된 요정들은 고목 형상의 수호자이자 가디언인 엔트를 사정없이 폭행하며, 줄기를 강탈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것이 바로 '엔트의 줄기 노가다'이다.

비교적 손쉽게 누구나 할 수 있는 노가다라 경쟁도 심했다. 그래서 지나가는 엔트를 보고 저 엔트가 지금 줄기가 풍성한 고목인지, 아니면 다 뜯겨 아무것도 남지 않은 거지 고목인지를 빠르게 구분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사실 엔트 입장에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요정 숲을 지키며 저레벨 요정을 수호하는, 일종의 경비병 역할까지 맡은 명색의 '가디언'인데, 무려 17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하루가 멀다 하고 구타만 당해왔다. 뱉을 게 없다고 말해도, 아프니까 그만 좀 때리라고 말해도 요정들은 듣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주먹질과 발길질을 해대며 엔트의 고통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요정 숲에서 묻지마 폭행을 당하고 있는, 그런데도 아쉬운 소리 1번 하지 않았던 불쌍한 가디언들의 얘기를 하고자 한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아무런 대가 없이 퍼주기만 했던 불쌍한 가디언들의 생과 철없던 어린 요정들의 모습을 되돌아본다.

▲ 숲의 보호자 아라크네가 당신에게 아라크네의 허물(4)을 주었습니다


2000년 1월, 요정들이 말하는 섬에서의 샛방 생활을 청산하고, 글루디오 영토 북쪽 강기슭을 지나 오크 숲 너머로 자신들만의 터전을 마련했다. 숲과 요정의 어머니인 세계수를 기반으로 요정들의 숲이 생겼고, 이 숲을 지키는 가디언이 창조됐다. 밀레니엄 시대 첫 업데이트는 모두 요정을 위한 것이었다.

당시 가디언이었던 페어리와 아라크네, 판, 엔트는 요정 숲을 침범하는 몬스터(주로 오크 족)를 막아내는 임무를 맡았다. 상급 가디언 네루파는 세계수의 뿌리가 있는 요정 숲 지하에 머물며 오로지 요정들을 위한 무기와 장비 생산에 힘썼다. 페어리 퀸은 해가 진 밤에만 등장했었는데, 밤의 경비를 총괄하며 오리하루콘으로 로우풀 신전을 환하게 밝히곤 했다.

가디언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 낯선 외부인의 방문도 허락지 않았다. 타 클래스가 멋모르고 요정 숲에 방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페어리는 콜 라이트를 사정없이 내리꽂았고, 아라크네는 치명(?)적인 독으로 위협하며 되돌아가게 했다. 엔트는 이동 속도가 느렸지만 강력한 한 방 공격으로 외부인의 침입을 막아냈다. 중립 상태로 치안만 신경을 쓰던 경비병과는 다르게 가디언은 요정들의 소중한 친구이자, 안전하게 삶의 터전을 지켜주는 수호자였던 것이다.

하지만 요정들은 수호자인 가디언에게 고마움을 느끼기는커녕, 주먹질과 발길질을 해대며, 하루가 멀다 하고 괴롭히기만 했다. 가디언이 뱉어내는 '재료'를 뜯어내기 위해서다. 소중한 가디언들을 오로지 돈이 되는 수단으로만 생각했던 것이다. 가디언의 껍질을 벗겨 줄기를 뜯어내고, 열매를 내뱉게 했으며, 고약하게도 허물과 털 한 뭉치까지 뜯어냈다.

▲ 엘븐 와퍼의 재료인 열매 때문에 엔트가 가장 많은 고통을 받았다


요정들에게 모진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엔트와 판, 아라크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줬다. 고통을 참아가며 요정들이 내놓으라고 하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놓았다.

아라크네는 열심히 '허물'을 내줬고, 판은 자신의 '갈기털'을 뽑아줬다. 엔트는 자신의 껍질을 뜯어 가면서까지 '줄기'를 나누어 줬을 뿐만 아니라 그 희귀하다는 '열매'까지도 나누어줬다. 엔트는 말 그대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다.

가디언들이 가진 것을 무한으로 퍼주는 것은 아니었다. 이들도 숨을 쉬고 사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구타로 잃은 체력을 회복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 아라크네는 멍든 피부를 회복해야 다시 허물을 뜯을 수 있었고, 판도 다친 부위를 회복해야만 갈기가 다시 자라났다. 엔트도 마찬가지. 손상된 피부(껍질)가 재생되어야 다시금 줄기를 내줄 수 있었다.

정말 눈물 날 정도로 고마운 존재들이지만, 요정들은 가디언이 회복할 시간도 주지 않고 연일 괴롭히기만 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악랄하게 변한 요정들은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뜯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만 해댔고, 그 결과 더 악랄한 방법으로 가디언을 더 고통스럽게 괴롭히기만 했다.

▲ 그렇게 다 퍼주고도 그냥 가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저 나중에 다시 오라고...

▲ 가디언들이 오염되자 요정들은 정화할 생각은 안 하고 그저 죽이기만 했다


요정들은 숲 밖을 벗어날 시기가 되어야만 가디언의 중요성을 깨닫곤 했다. 어느 정도 줄기가 넉넉하게 모였거나, 수일에 걸쳐 만든 요정족 방패, 요정족 사슬 갑옷이 여러 개 모이면, 재료와 아이템을 처분하기 위해 글루딘 마을로 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6 크로스 보우를 구매할 수 있다는 생각에 들뜬 마음으로 요정 숲을 떠나 글루디오로 향하는 것이다.

하지만 글루딘 마을로 가는 길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었다. 상급 오크 족이 우글거리는 옥수수밭을 지나야 했는데, 길을 잘못 들어서 오크 성 근처로 가면 오크 스카우터에게 저격당하거나 두다-마라 창에 찔려 죽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렇다고 해안가로 돌아가자니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오우거, 가스트 무리와 조우할 확률이 높았고, 또 파이어볼을 난사하는 오크 마법사를 마주칠 확률도 높았다.

이게 다가 아니었다. 오크 영지와 글루디오 영지를 잇는 다리 근처에는 '길막'을 하며 저레벨 요정들만 노리는 PK가 극성이었다. 이들 모두 저레벨 요정이 떨구는 엔줄이나 엔열, 요정족 아이템을 갈취하려는 목적으로 이곳에서 자리를 잡고 1인 길막을 하거나 이럽피를 자행하곤 했다.

그제야 요정들은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말을 곱씹으며, 요정 숲에서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갖가지 재료를 아낌없이 나눠주었던 가디언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이다.

▲ 온몸으로 막피의 공격을 막아내는 엔트의 희생적인 모습


요정 숲과 함께 가디언이 창조된 지 벌써 17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가디언들은 아직도 외지인과 몬스터의 위협으로부터 저레벨 요정을 안전하게 지키며 수호라는 본연의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처한 상황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아직도 요정들에게 구타를 당하며 고통받고 있지만, 지금도 아낌없이 자신이 가진 재료를 웃으며 나누어 주고 있다.

이쯤 되면 가디언들이 정말로 불쌍해 보이지 않는가. 어제도 맞고 그제도 맞고, 심지어 17년 전에도 맞았는데, 지금도 맞고 있다. 게다가 내일도 맞을 예정이고. 요정족 제작 시스템의 근본이 뒤바뀌지 않는 이상 평생을 고통받을 팔자다. 그만큼 요정들에게 소중한 존재들이다. 누군가에게는 크로스 보우를, 누군가에게는 장궁을, 누군가에게는 엘름의 축복을, 또 누군가에게는 활 골무를 마련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준 조력자였을 테니 말이다.

무엇보다 그 당시 요정을 플레이했던 유저들에게는 참 많은 에피소드와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줬다. 그러므로 요정 유저들은 가디언들의 '고마움'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특히, 없는 살림에 한 푼이라도 더 가져가라며 아낌없이 열매를 내놓았던 '엔트'에게는 더 큰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열매를 주기 위해 고통받으며 맞고 있을 테니 말이다.

▲ 사실 엔트는 요정 앞에서만 말을 더듬고, 적 앞에서는 매우 용감한 가디언이다


※ 이미지 출처 : 리니지 공식 홈페이지(play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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