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시즌은 확실히 정규 스플릿과 다르다? '페이커' 이상혁이 포스트 시즌에서 누구도 막지 못할 만큼 매서운 기세를 보여주고 있다. 넓은 챔피언 폭에 캐리력까지 더 해져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존재처럼 느껴질 정도다. 초반부터 거세게 몰아치며 승리를 이끌었던 카시오페아와 루시안이 밴 되자 등장한 코르키가 중-후반을 지배해버렸다. 결승전에서는 어떤 새로운 카드로 상대의 생각을 뛰어넘는 양상을 만들어낼지 모르는 상황이다.

'페이커'의 결승 대결 상대인 '비디디'는 섬머 정규 스플릿의 '제왕'이라고 할 수 있다. MVP 포인트 1,300점으로 공동 1위를 차지했고, 독보적인 KDA 11.3이라는 수치를 자랑했다. 섬머 스플릿 경기 평균 데스가 1인 만큼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KDA 관리를 위해 안정적으로만 해서 나온 결과가 아니다. 딜러 챔피언을 할 때 자신의 역할까지 충분히 해주면서 세운 기록이다. '중고 신인'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완벽한 플레이였다. 팀까지 섬머 정규 스플릿 1위 자리에 올려놓았기에 '비디디' 곽보성의 활약은 더욱 빛났다.

그렇다면 '비디디'의 기세는 결승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그동안 안정적인 픽을 중심으로 꾸준히 잘해왔지만, 인터뷰를 통해 새로운 픽을 준비했다는 말을 남겼다. 두 미드 라이너 대결에서 정규 스플릿의 연장선일지, 결승에서 새로운 대결 구도가 열릴 것인가. 그동안 그들이 걸어온 행적을 통해 살펴보자.


■ 밴 안하면 가져간다? '페이커-비디디' 위력 보여주는 챔피언




두 선수의 주력 카드는 명확하다. '페이커'는 포스트 시즌에서 라인전부터 상대를 압도하는 픽을 선호했다. 상대하는 입장에서 로밍은 꿈도 못 꿀 정도로 거센 압박이 들어왔다. 반대로, '비디디'는 안정적으로 라인전 단계를 끝내고 아군에 힘을 실어주며 자신도 함께 성장했다. 주력 카드 대결은 한 마디로 '비디디'의 발 빠른 로밍과 합류가 가능할지로 갈릴 수 있다.

포스트 시즌에서 '페이커'는 한 단계 올라갈수록 주력 챔피언이 하나씩 밴되는 현상이 나왔다. 아프리카 프릭스전에서 KDA 11을 기록한 카시오페아를 보여준 뒤로 등장하지 못했다. 삼성 갤럭시 '크라운' 역시 카시오페아로 변수를 만들 수 있기에 SKT T1에서 밴하고 루시안을 주력으로 뽑았다. 루시안 역시 등장하자마자 첫 경기에서 귀신 같은 솔로킬을 이어가며 KDA 11. 카시오페아 만큼 폭발적인 위력을 선보였기에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는 두 챔피언 모두 찾아볼 수 없었다. 라인전부터 압도하는 '페이커' 특유의 파괴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비디디'의 주력 카드는 최고의 KDA를 자랑한다. 수많은 경기에 출전했음에도 두 자릿수 KDA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로밍으로 팀플레이에 실어줄 수 있는 갈리오는 KDA 25.2, 탈리야 픽은 19.5로 경기 전반을 지배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압도적인 수치를 자랑한다. 두 번 등장한 루시안 역시 라인을 밀고 빠르게 교전 지역으로 합류하는 자신의 스타일을 살려 KDA 19까지 달성했다.

포스트 시즌에서 '페이커'의 폼은 압도적이었다. 상대했던 '폰-크라운-쿠로' 역시 정규 스플릿에서는 단단한 플레이와 함께 로밍으로 이득을 챙겼지만, '페이커'의 맹공에 그 힘이 잘 드러나지 못했다. 특히, 로밍형 챔피언의 대표 주자고 할 수 있는 탈리야가 '페이커'에게 3패로 무너지고 말았다.

그렇다면 '비디디'의 탈리야는 다를까. '비디디'는 SKT T1과 섬머 2라운드 대결에서 발 빠른 탈리야로 두 세트 모두 승리했고, 1위 자리를 결정지을 삼성 갤럭시전에서도 준수한 활약을 선보였다. '비디디'의 탈리야가 강한 점은 로밍뿐만 아니라 한타 때 활약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바위 술사의 벽으로 상대의 퇴로를 차단하거나 파고들어 핵심 딜러를 단숨에 끊어버린다. 한타 때 정확한 포지션을 잡아 '안정적'을 넘어서 '일방적'으로 딜 교환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갈리오 역시 한타 때 정교한 합류와 상대의 발을 확실히 묶는 역할로 승리를 이끈 바 있다.

두 선수의 주력 카드는 그만큼 위력적이기에 밴될 확률도 높다. 등장한다면 두 팀이 어떻게 받아칠지 역시 흥미로울 수 밖에 없다.






■ '비디디' 미드 케인 현실로? 승부 가를 마지막 카드는

▲ 미드 AD 챔피언 결승에 등장할까?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미드 챔피언 밴이 많이 나왔다. kt 롤스터는 4세트까지 카시오페아와 루시안을 모두 밴할 정도로 많은 밴 카드를 소모했다. 미드 저격밴이 쏟아질 때, SKT T1은 코르키 카드로 극적인 승리를 했다. 결승전에서는 롱주 게이밍이 코르키마저 막을 수 있다. 치열한 밴픽 속에 위력적인 마지막 카드 한 장을 보유한 팀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탑-정글-서포터 챔피언의 하드 CC기가 난무하고 있어 포스트 시즌에서 오리아나(2패), 신드라(1패)와 같은 '뚜벅이' AP 챔피언마저 자리를 잃고 있는 상황. 이들을 대신해 '페이커'는 이동기나, 생존기가 있는 챔피언을 주로 선택하고 있다. 앞서 말한 루시안-코르키와 같은 원거러 딜러형 챔피언 뿐만 아니라 피즈, 갈리오 등을 최근 선택했다. '세체미끼'로 불릴 만큼 상대의 어그로를 끌고 유유히 빠져오는 플레이로 유명하다. 스프링 정규 스플릿에서 kt 롤스터를 상대로 꺼냈던 질리언, 제드 역시 이와 같은 조건에 부합하는 챔피언이다.

'비디디'는 개인 인터뷰를 비롯해 결승전 미디어데이에서 쓸만한 픽으로 "미드 케인이나 대미지 아이템 위주의 초가스, 럭스 등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드 케인은 솔로 랭크에서도 연습한 기록이 남아있고 정글로도 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사용할만 하다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피넛' 한왕호 역시 솔로 랭크에서 정글 케인을 연습했기에 양 팀에서 완전히 배제한 픽은 아니다.

'비디디'는 정규 스플릿에서 제드로 1승 4패를 기록했지만,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바로 꺼내는 승부사다. 이번 개인 인터뷰에서 제드를 비롯한 미드 AD 챔피언의 괜찮아졌다고 언급했다. 두 선수 모두 솔로 랭크에서 미드 제이스 픽까지 연습하고 있는 만큼 현실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페이커'는 지난 스프링 결승전에서 피즈-룰루-카르마로 메타를 뒤엎으며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한 경험이 있다. 새로운 카드를 뽑는데, 거침없는 두 선수이기에 이번에는 어떤 놀라움을 선사할지 역시 관심사다.


■ 경험 많은 결승 단골 '페이커' vs 두려움 모르는 신예 패기 '비디디'


'페이커'는 롤챔스 결승 무대에 7번이나 가본 베테랑이다. 셀 수 없이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밴픽과 아군의 조합에 따라 플레이가 가능한 선수다. 평소 잘 보이지 않던 챔피언까지 동원해 웬만한 수는 모두 카운터 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페이커'에 대적할 만하다고 평가받는 미드 라이너들도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상대인 '비디디'는 반대로 포스트 시즌 경기 경험이 없다. 처음으로 가본 포스트 시즌 경기가 바로 결승전이고, '페이커'에 비해 경험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높은 대에서 패배한 뒤 느껴야 했던 두려움 역시 모르기 때문에 더욱 과감해질 수 있을 것이다. SKT T1과 '페이커'가 대처할 수 없는 카드가 필요한 시점. 롱주 게이밍과 '비디디'의 선택이 더욱 궁금해진다.


2017 LoL 챔피언스 코리아 섬머 스플릿 결승전

SKT T1 vs 롱주 게이밍- 26일 오후 5시 (잠실 학생 체육관)
-5판 3선승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