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판타지14는 캐릭터의 성능과 공략 등은 게임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MMORPG인 만큼 모험가들은 게임이나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활발하게 정보를 공유합니다. 이런 정보들이 게임에서 중요하지만, 장소를 옮길 때마다 혹은 특정 몬스터를 사냥할 때마다 변하는 음악도 모험가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파이널판타지14는 지난 2017 FF14 프랑크푸르트 팬페스티벌에서 BGM을 가장 많이 보유한 게임으로 기네스북 기록을 세운 만큼 그 음악에 빠져든 모험가가 정말 많죠. "파이널판타지14 음악에 어떤 매력이 있을까?" 라는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FF14 인벤에서 편곡 활동으로 유명한 '작곡 노비스'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노비스 유저는 어릴 때부터 파이널판타지 음악에 관심이 많아서 작곡과에 진학할 정도로 열정이 넘쳤는데요. 자신이 편곡한 곡을 많은 모험가와 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여 게시판에 올린 것이 좋은 반응을 보여 지금도 꾸준하게 활동하게 됐다고 합니다.

직접 게임을 즐기는 것과 다른 새로운 즐거움! 지난번에는 구리명 유저와 파이널판타지14에 다른 시리즈의 요소가 어떻게 들어있는지 알아봤는데요. 최근 해외 유저들 사이에서도 인지도를 높여가는 노비스 유저의 편곡 이야기를 간단하게 들어보겠습니다.





▣ 공식 자리에서는 처음 뵙네요. 먼저 자기 소개와 인사부터 부탁드립니다.

[작곡 노비스] 안녕하세요. 파이널판타지14 음악을 정말로 좋아하는 아저씨입니다.(?) 인터뷰가 처음이라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좀 난감하네요. 예전에 직업 인터뷰를 봤는데, 그 분들은 전부 유명하거나 실력이 뛰어난 분이잖아요. 제가 인터뷰를 한다고 하니까 아내가 많이 비웃었어요. 언제쯤 찾아오시는 것인지 따로 만나면 표정을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보길래 게임에서 한다니까 박장대소를 했죠.

그래서 파이널판타지14 모험가를 무시하지 말라고 큰소리치고 왔습니다. (흐뭇) 많은 모험가 분께 인사드릴 수 있는 자리를 초청받아서 개인적으로 정말 기쁘네요.


▲ 인터뷰를 위해 개인 하우징을 찾았습니다


▣ 파이널판타지14는 언제부터 하셨나요?

[작곡 노비스] 오픈 베타 테스트가 끝나고 정식 출시가 된 날부터 시작했습니다. 언제인지 벌써 까마득하네요. 결제가 가능하기 1주일 전에 무료로 잠깐 했던 것이 시작이죠. 원래 MMORPG에 대한 갈증이 있었어요. 뭔가 제대로 정착하고 싶은데 국내 게임들은 과금 유도가 심한 편이라 중간에 접는 경우가 많았죠. 과금하려면 아내의 허락이 필요해요.

사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라는 게임도 했지만, 아직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아요. 그래픽이 저랑 맞지 않아서 그런지 기술을 사용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고 제가 게임을 능숙하게 하는 편이 아니라서 스토리 이해도 확실하게 되지 않은 상태죠. 물론 해당 게임이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적응이 늦은 탓이죠.

해외에서 파이널판타지14 V1.0 버전이 출시될 때 이 게임을 할까 고민했어요. 정말 오랜 고민 끝에 포기했지만, 국내에서 이렇게 만날 수 있어서 정말 기뻤죠. 정액제 이용권만 결재하면 게임을 마음껏 즐길 수 있으니까 절 비웃고 있는 아내가 허락했습니다.


▣ 원래 피아노 관련 업무를 하는지 궁금하네요.

[작곡 노비스] 주 업무는 아닙니다. 작곡을 전공했고 초등학교 시절에 처음 경험한 파이널판타지7으로 시작해서 파이널판타지 시리즈 음악에 푹 빠져버렸어요. 그때부터 파이널판타지 음악을 정말 많이 들으면서 결국 작곡과까지 진학하게 됐죠. 음악 관련해서는 현재는 곡도 쓰긴 하지만 주로 편곡을 하면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정도입니다.


▲ 하우징도 콘서트 분위기를 자아내도록 만들었다


▣ 다른 게임 음악도 혹시 편곡한 적이 있나요?

[작곡 노비스] 네. 편곡한 음악이 많진 않아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트리 오브 세이비어' 그리고 고전 게임인 '크로노 트리거' 등의 음악을 편곡했어요. 다른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의 음악도 몇 개 있는데, 파이널판타지 시리즈가 나오면 음악들을 최대한 들어보려고 찾는 편입니다.


▣ 오프라인 장소에서 편곡한 음악을 만날 기회가 있을까요?

[작곡 노비스] 아직은 계획이 없습니다. 만약 그런 자리가 생기면 엄청난 영광이죠. 제가 대단한 것도 아니고 저보다 잘하시는 분들이 워낙 많다 보니 나서기가 부끄럽지만, 자리가 있으면 모험가들께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게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FF14의 경우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레터라이브 현장이나 특별한 행사에 참여하고 싶어요.


▣ 파이널판타지14 BGM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을 말한다면?

[작곡 노비스] 워낙 좋은 곡들이 많아서 하나만 뽑기가 어렵네요. 항상 떠오르는 곡을 말한다면 검은 장막 숲 테마인 'Serenity'가 있습니다. 처음 마을 밖을 나갈 때 만난 음악이라 첫사랑이라고 할까요? 개인적으로 조용하고 서정적인 느낌이 담긴 음악을 좋아하는데, 그런 분위기가 알맞게 조성된 노래죠.


[출처: FFXIV OST Archive] Serenity


▣ FF14에서 얻을 수 있는 오케스트리온 악보는 모두 획득했나요?

[작곡 노비스] 아니요. 그냥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것들만 얻어서 하우징에 재생하는 편입니다. 어떤 음악을 꼭 얻겠다고 생각하면서 구하진 않는 바람에 아직 많이 모으진 않았습니다. 모든 음악을 획득하는 것이 목표 중 하나니까 천천히 채울 예정이에요.


▣ 현재 어떤 곡을 작업하는지 궁금합니다.

[작곡 노비스] 현재 이크살족 테마를 작업하고 올린 상태입니다. 다음으로 가을박 마을과 커르다스 지역의 이크살족 거주지(?)와 V3.4 업데이트에서 등장한 던전 '젤파톨'이 모두 같은 테마를 사용하고 있어서 해당 테마를 주제로 편곡을 진행하고 있어요.


▲ 쉬운 작업이 아니지만 꾸준하게 편곡을 하고 있다


▣ 커뮤니티 사이트는 FF14 인벤에서만 활동하나요?

[작곡 노비스] 파이널판타지14 인벤과 해외 커뮤니티 'Reddit'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작업한 곡을 올리고 정보를 찾는 게 주된 일이라 활동이라기보단 이용한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겠네요. 처음에는 파이널판타지14 인벤만 알고 있었는데요. 어떤 분이 댓글로 레딧에 대해 알려주신 덕분에 레딧에도 가입하고 알리면서 해외 모험가 분들도 제 곡을 알게 되었습니다.


▣ 편곡 작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궁금합니다.

[작곡 노비스] 제가 편곡을 진행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것이 더 좋겠네요.

#1. 먼저 곡을 선정합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듣게 되는 다양한 곡들 중에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곡이 있으면 바로 Youtube를 통해 찾아봅니다. 그리고 혹시 다른 분이 먼저 편곡 작업을 진행했는지 검색하죠. (주로 아무도 작업하지 않은 곡을 선호합니다.)

#2. 곡을 선정하면 여러 번 듣고 피아노로 연주하는 것을 반복하면서 아이디어를 구상합니다. 곡의 주된 멜로디(주제)를 먼저 찾고 이걸 어떻게 변화시킬지 생각하는 과정인데요.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편곡을 시도하죠. 화성(코드)을 바꾸면서 연주하거나 멜로디가 2개 이상 등장하는 곡이면 모두가 생각하는 주 멜로디를 삭제하고 다른 멜로디를 살려서 그것을 주제로 바꿔보고 빠른 템포의 신나는 곡이라면 느리고 서정적으로 바꿔보기도 합니다.

때로는 화성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로 멜로디를 완전히 바꾸기도 합니다. 이렇게 기존의 곡과 다른 새로운 것을 첨가할 때에는 주로 다른 파이널판타지14 곡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면 프렐류드의 아르페지오나 다른 피아노곡의 반주 패턴과 같은 느낌?)

#3. 이런 시도를 통해서 편곡의 주제가 구체적으로 형성되면 원곡의 흐름을 유지하면서 그 주제를 변주하고 발전시켜 나갑니다. 리듬을 분할하거나 음을 첨부하는 등의 작업이죠. 해당 작업까지 완료되면 새로운 음악으로 탄생하게 됩니다.


▣ 주로 클래식 피아노를 다루는 건가요?

[작곡 노비스] 그렇습니다. 제가 클래식 작곡을 전공해서 클래식 피아노가 가장 익숙합니다. 기회가 되면 다른 악기로도 편곡하고 싶지만, 우선 전공을 최대한 살려서 제가 설정한 목표까지 완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밴드 음악 같은 경우 신나는 분위기가 특색인데요. 그런 음악은 어떻게 피아노로 분위기를 살리는지 궁금합니다.

[작곡 노비스] 제가 빠른 곡에서 자주 사용하는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주로 왼손 반주에 옥타브 음을 빠르게 쳐주는데요. 이때 리듬을 살려서 연주하면 더욱 신나는 분위기를 살릴 수 있죠. 파이널판타지14 음악이 대부분 '3+3+2' 박자로 되어있거나 잘 어울립니다.

왼손의 옥타브 반주를 이 리듬에 맞춰 연주하면 신나는 분위기를 더욱 살릴 수 있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리듬을 잘게 분할하여 연주하는 방법입니다. 말 그대로 잘게 나눈 후 그 공간마다 많은 음을 첨가하여 빠르게 연주한다는 느낌을 살리는 방법입니다. (연주가 어려워서 자주 사용하지는 않아요.)


▣ 가장 연주하기 어려운 FF14 곡은 무엇인가요?

[작곡 노비스] 가장 연주가 어려운 곡은 나이츠 오브 라운드 테마 'Heroes' 작업이었습니다. 왼손을 가혹하게 움직이도록 편곡을 해서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손가락이 남아나질 않을 정도로 누른 기억이 나네요. (눈물)


▲ 나이츠 오브 라운드 BGM - Heroes 편곡


▣ 반대로 연주하기 무난했던 곡을 말하면?

[작곡 노비스]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 울다하 마을로 선택하면 등장하는 영상의 배경 음악인 'Twilight Over Thanalan (V1.0 울다하 날 회랑 테마)' 입니다. 제가 작업할 당시에는 이미 많은 분이 편곡한 곡이라 새로운 방식으로 편곡하면 좋겠다고 시도했던 첫 번째 곡이죠.

해당 곡이 앞서 언급했던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주 선율을 지우고 다른 멜로디를 메인으로 잡아서 편곡한 곡 중 하나입니다. 빠른 구간이 없어서 다른 곡에 비해 쉽게 작업했죠.


▲ Twilight Over Thanalan 편곡


▣ FF14에 나오면 괜찮겠다는 음악 스타일이 있나요? (혹은 BGM 콘테스트가 열린다면?)

[작곡 노비스] 아직 제가 FF14의 모든 곡을 들어본 것도 아니기 때문에 감히 말씀드리기 어려운 부분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은 대한민국도 독립된 서버로 운영하고 있으니 한국 전통 악기가 포함된 웅장한 오케스트라 곡을 하나 추가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BGM 콘테스트가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아트 콘테스트와 같은 개념으로 열리는 행사겠죠. 만약 그런 콘테스트 행사를 개최한다면 저는 반드시 참여할 것입니다.


▣ FF14 사운드 디렉터인 마사요시 소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작곡 노비스] 개인적으로 마사요시 소켄의 팬입니다. 게임을 하면서 같은 주제를 다양한 방법으로 변주하여 알뜰하게 사용하는 것을 발견할 때마다 많이 놀라고 감탄하죠. 특히, 편곡으로 분위기를 다르게 만드는 방식을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앞으로도 좋은 곡을 만들어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FF14 음악을 좋아하는 모든 분의 우상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 편곡 작업에 목표가 있다면?

[작곡 노비스] "더 이상 편곡하고 싶은 곡이 없어!" 라는 건방진 생각이 들 때까지 편곡 작업을 계속 할 생각입니다. 제가 3장의 편곡 앨범도 발매했는데요. 앞으로 다가올 V4.0 업데이트 '홍련의 해방자'의 음악도 있으니까 더 많은 앨범을 모험가 분들께 선물하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모험가 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작곡 노비스] 부족한 실력이지만 파이널판타지14 인벤에 편곡을 올릴 때마다 추천을 아낌없이 주시는 많은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파이널판타지14를 사랑하는 모험가 중 한 사람으로 즐겁게 게임을 즐길 예정이며, 편곡 작업도 쉬지 않고 계속 진행할 예정입니다. 가끔 생각나실 때마다 여기로 찾아오셔서 들어주세요.

파이널판타지14는 정말 게임에 대한 사랑이 가득 넘치는 분들께서 많이 즐기는 것을 보고 신기했는데요. 최근 커뮤니티 게시판을 보면 모험가 분들의 갈등으로 감정이 고조되어 떠나시는 분들도 많은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음악을 들으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고 다시 모험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저는 앞으로도 많은 분과 함께 즐기길 바라거든요. 이번 인터뷰로 인사드릴 수 있어서 정말 기쁘고 모험가 분들도 항상 즐겁게 모험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노비스 유저는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할 예정입니다


※ 직업 인터뷰를 수락한 [작곡 노비스] 유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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