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리그 오브 레전드 세계 최강 팀을 가리는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대망의 결승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3회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최강팀 SKT T1과 절치부심한 삼성 갤럭시가 소환사 컵을 차지하기 위한 결승전 리매치를 펼친다.

이번 결승전의 수많은 관전 포인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후니' 허승훈과 '큐베' 이성진의 탑 라인 대결이다. 진정한 탑솔러들의 대결, 이긴 쪽과 진 쪽의 명암은 극명하게 갈린다. 탑 대결의 결과에 따라서 전황이 한쪽으로 크게 기울 가능성이 높다.

허승훈과 이성진 모두 공격성 하면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선수다. 하지만, 밴픽과 게임 내적인 플레이를 보면, 두 선수의 스타일은 명확하게 다르다. 이번 롤드컵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두 선수의 스타일을 알아보고 승자를 예측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 공격 일변도, '후니' 허승훈(평균 KDA 2.8, 평균 킬 관여율 61%)



유럽을 휩쓸고 북미를 거쳐서 LCK에 입성한 허승훈. 그가 공격성이 강한 탑솔러라는 것은 모든 LoL 팬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탑에서 루시안을 꺼낼 정도로 공격성이 강한 탑솔러는 허승훈이 유일하다. 물론, 그의 지나친 공격성이 발목을 잡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롤드컵에 출전하는 허승훈에 대해서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허승훈은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팬들의 걱정을 불식시켰다.

여전히 안정감 측면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그의 공격성은 그 어떠한 방패도 뚫어낼 정도로 강력해졌다. 밴픽을 보더라도 허승훈의 강해진 공격성을 볼 수 있다. 그는 롤드컵 16개의 세트에서 순수 탱커 챔피언을 겨우 네 번 꺼냈다. '향로 메타'에서 많은 탑솔러들이 탱커를 사용한 것을 고려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그는 딜러 챔피언으로 제이스, 나르, 카밀을 주로 사용했다. 허승훈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로 등극한 제이스를 중요한 경기에서 꺼내서 3승 1패를 거뒀다. 4강에서는 다섯 세트 모두 제이스가 밴이 될 정도로 상대 팀 입장에서 허승훈의 제이스는 눈엣가시였다. RNG를 상대로 1승 2패로 몰린 상황, 허승훈은 나르를 꺼내서 슈퍼 플레이를 선보이며 팀을 위기에서 구하기도 했다.



KDA를 비롯한 허승훈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그의 플레이 스타일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허승훈은 롤드컵 16개의 세트에서 2.8의 평균 KDA를 기록하고 있다. KDA를 놓고 보면 4강에 오른 탑솔러 중에서 가장 낮다. RNG의 '렛미'는 15개의 세트에서 3.8을 기록했고, WE의 '957'은 15개의 세트에서 4.0을 기록했다. 경기당 평균 데스도 2.0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평균 킬 관여율의 경우에도 61%로 네 명의 탑솔러 중에서 세 번째에 해당한다. 보통 킬 관여율은 한타나 교전에 참여할수록 올라간다. 허승훈의 평균 킬 관여율은 낮은 것은 한타 보다는 스플릿 운영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지표를 놓고 보면 허승훈의 플레이 스타일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지만, 지표로 허승훈의 모든 것을 평가할 수는 없다. 심리전이나 운영 능력 등은 단순히 지표로 나타낼 수 있는 영역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표가 어떻든 간에 허승훈이 항상 쉬지 않고 움직이며 팀에게 이득을 주는 선수라는 점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물론, 여전히 허승훈에게 안정감은 보완해야 할 숙제다. 허승훈은 상대의 초반 갱킹에 유독 많이 당했다. 스플릿 구도에서 잘리는 것은 팀 적인 이득을 불러올 수 있지만, 뻔한 갱킹에 당하는 것은 팀에게 엄청난 큰 손실을 준다. '엠비션'과 '큐베'가 허승훈의 약점을 놓칠 리가 없다. 허승훈은 생애 첫 롤드컵 우승을 위해서라도 자신의 약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 완벽한 공수 밸런스, '큐베' 이성진(평균 KDA 4.3, 평균 킬 관여율 65.9%)



이번 롤드컵에 출전한 모든 탑솔러들 중에서 이성진은 4.3이라는 가장 높은 KDA를 기록하며 기복이 없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평균 킬 관여율도 65.9%로 4강 네 명의 탑솔러 중에서 2위에 해당한다. 참고로 1위는 66.6%를 기록한 '957'이다.

경기 스타일뿐만 아니라 챔피언 폭을 보면 이성진의 공수 밸런스가 완벽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성진은 딜러 챔피언, 탱커 챔피언, 딜탱 챔피언 가릴 것 없이 모두 잘 다룬다. 이번 롤드컵 13개의 세트에서 순수 탱커 챔피언을 7번 사용했고, 딜러 챔피언과 딜탱 챔피언을 6번 사용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챔피언을 잡아도 캐리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점이다.

그가 공격적인 카드로 자주 사용한 챔피언은 케넨, 나르, 카밀이다. 비록, WE를 상대로 케넨 픽의 이유를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롱주를 상대로 케넨 활용의 진수를 보여주며 승리를 따냈다. 이성진이 케넨과 함께 자주 사용한 딜러 챔피언은 나르다. 나르를 잡은 이성진은 라인전, 한타, 스플릿 모든 측면에서 맹활약했다.



이성진은 쉔, 초가스 같은 팀 파이트에 특화된 탱커 챔피언도 영리하게 잘 사용한다. 특히, 쉔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다. 이성진은 8강과 4강에서 쉔을 꺼내서 3전 3승을 거뒀다. 허승훈의 필승 카드가 제이스라면 이성진의 필승 카드는 쉔인 셈이다. 쉔을 잘 쓰는 선수를 보유한 팀은 밴픽과 운영에 있어서 엄청난 이점을 갖는다. 상대 팀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다.

SKT T1 입장에서 다행인 점은 이성진의 쉔을 카운터 칠 수 있는 카드가 많다는 점이다. 쉔이 선픽으로 등장할 경우 제이스 혹은 갱플랭크로 쉔을 공략할 수 있다. 탑에서 유리한 밴픽을 가져가기 위해서 코칭 스태프의 치열한 심리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최후의 탑솔러는 누구?



게임의 승패를 쉽게 예측할 수 없지만, 탑 대결을 놓고 보면, 뛰어난 안정감과 고른 밸런스를 가진 '큐베' 이성진의 우위가 예상된다. 게다가 지금 이성진의 자신감과 기량은 절정에 오른 상태다. 이성진은 4강 경기가 끝난 후 진행한 인터뷰에서 허승훈을 상대로 강한 자신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성진의 강한 자신감은 두 선수의 상대 전적에서 찾을 수 있다. 이성진과 허승훈은 2017 LCK 정규 시즌에서 여섯 번 대결을 펼쳤고, 이성진이 4승 2패로 앞서 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2연패 뒤에 내리 4연승을 거두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성진은 SKT T1과의 최근 경기에서 '운타라' 박의진에게 패했다. 하지만, 허승훈을 상대로는 여전히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이성진이 정규 시즌의 기세를 롤드컵 결승전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된다.

허승훈에게도 정규 시즌에 당한 패배를 설욕할 좋은 기회가 만들어졌다. 정규시즌의 결과가 어떻든 간에 가장 중요한 롤드컵 결승전 무대에서 승리한 쪽이 진정한 승자인 셈이다.

이제 2017년의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 무대만 남았다. 막대한 상금과 함께 세계 최고의 탑솔러라는 명예를 얻게 될 주인공이 곧 가려진다. 모든 영광을 차지할 주인공이 누가 될지 지켜보자.

영상 출처 : OGN 중계 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