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만다 가드너(Amanda Gardener) 딥 엔드 게임즈 공동 창립자

강연자 소개: 아만다 가드너(Amanda Gardener)는 딥 엔드 게임즈의 창립자로, 최근 시각장애를 모티브로 한 어드벤처 게임 '퍼셉션'의 각본을 맡기도 했다. 요가 및 명상 강사로도 활동한 그는 크런치 상태를 비롯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개발자들에게 단시간에 마음에 안정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기 위해 GDC 강단에 올랐다.

지난해 국내 게임 개발 업계의 근로 환경이 이슈가 되면서 '크런치'라는 단어가 주목을 받았다. 크런치는 주로 '마감을 앞두고 수면, 영양 섭취, 위생, 기타 사회활동 등을 희생하며 장시간 업무를 지속하는 것'을 뜻하는데, 이미 게임 개발 업계에서는 오래된 관행처럼 여겨지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크런치는 국내의 문제만은 아니다. 전 세계 대부분의 게임 개발자들은 자신의 게임이 출시를 앞두었을 때 모든 기운을 집중한다. 또, EA나 너티독과 같은 대형 개발사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AAA타이틀부터 인디까지 수많은 개발자들이 마감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 혹은 자신의 게임을 출시 전에 조금이라도 더 잘 만들기 위해 '크런치'에 돌입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GDC 2018의 마지막말, 딥 엔드 게임즈의 공동 창립자인 아만다 가드너(Amanda Gardener)는 크런치에 돌입한 개발자들이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명상 방법이라는 주제로 강단에 섰다. 크런치 모드 중에도 간난아기를 돌봐야 했다는 그의 소개를 들어보니, 어딘지 모르게 강연에도 더욱 신뢰감이 있는 느낌이다. 오늘도 밤샘 근무, 또는 학업에 시달리고 있는 독자들을 위해 아만다 가드너가 알려준 명상 방법들을 여기에 정리해 봤다.


■ "정신 집중과 휴식, 두 가지 모두 중요하다!"



"크런치와 과도한 업무로 인해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기 힘들 때 기억할 두 가지는, 맑은 상태로 정신을 집중하는 것과 함께 몸을 제대로 쉬게 해주는 것입니다. 특히 오늘처럼 GDC 마지막에 이런 이야기를 드릴 수 있어서 정말 기쁘게 생각해요"

강연의 주제인 명상 방법에 대한 설명에 들어가기 전에, 아만다 가드너는 게임 '퍼셉션'을 개발할 당시 자신에게 처했던 상황을 공유하며 당시 도움이 되었던 몇가지 간단한 명상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퍼셉션의 출시를 얼마 남기지 않고 소위 '크런치 모드'에 돌입했을 때, 아만다 가드너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셋째와 갓난아기인 넷째를 같이 돌봐야만 했다. 또한, 남편과 자신 모두 단핵증(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감염증으로, 발열, 인두통, 두통, 관절통 등이 나타난다)에 걸려 고생하고 있었던 시절인 만큼, 하루하루가 아주 힘들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크런치 기간에는 아무리 힘들다고 해서 장시간의 휴식을 취할 수는 없는 법, 아만다 가드너는 이럴 때일수록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신 집중과 휴식 모두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신이 고양되면, 같은 업무를 하더라도 피로할 때보다 더욱 실수를 적게 할 수 있으며, 그만큼 반복작업 또한 덜 할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맑은 정신에서는 아이디어도 더 잘 떠오르기 때문에, 보다 업무 능률의 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한 짧은 시간이라도 정신을 약간 휴식시켜주는 것도 장시간의 크런치 기간에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 집중할 수 있는 '마음의 상태' 만들기



"간단한 호흡법만으로도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아, 정말 더 이상은 레드불을 못 마시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이런 방법을 사용해보는 것을 추천해요"

그렇다면 과도한 업무 속에서 맑은 정신상태를 얻기 위해서는 과연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 아만다 가드너는 이에 대한 해답으로 일상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몇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먼저, 처음 할 것은 자신의 몸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다. 우리는 평소에 우리 몸에 일부가 아프다는 신호를 보내기 전까지는 크게 몸 상태에 대한 신경을 쓰지 않는다. 몸 상태를 파악하는 운동을 통해서는 신체 어느 부분에 긴장이 집중되어 있는지 살펴볼 수 있으며, 또 지금 내 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한결 수월해진다.

아만다 가드너는 몸 상태를 파악하는 방법으로 간단한 '바디 스캔' 운동을 소개했다. 우선, 발 끝을 땅에 가져다 댄 뒤 발가락 끝에서부터 천천히 몸 위로 올라가며 자신의 몸을 '느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어딘가 긴장된 부분이 없는지 스스로 체크할 수 있고, 이어지는 호흡법을 통해 어느 정도 긴장을 완화시켜 줄 수 있다.

호흡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맑은 정신을 차릴 수 있다. 아만다 가드너는 평소에는 인지하지 못하는 이 간단한 호흡 동작으로 때로는 몸의 에너지를 높일수도, 아니면 낮출 수도 있다고 전했다. 올바른 호흡을 위해서는 숨을 단전으로 향하도록 깊게 들이쉬고 내쉬는 것이 중요하다.

이어 그는 두 가지의 '3파트 호흡법'을 소개했다. 우선 세 번에 걸쳐 깊게 숨을 들이쉰다. 그리고 내뱉을 때는 한 번에 숨을 내쉬면 맑은 정신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반대로 몸의 긴장을 완화하고, 휴식을 취하고 싶을때는 한 번에 숨을 들이쉰 뒤 세 번에 걸쳐 내뱉는 것이 효과가 있다.


다음으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직장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맑은 정신을 유지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먼저, 자신이 그동안 알아차리지 못한 주변의 세세한 변화를 다섯가지 감각을 통해 찾아보는 방법이 도움이 된다. 어디서 낯선 냄새가 나지는 않는지, 또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포스트잇이라든지, 사무실 풍경이 어딘가 달라지지 않았는지 둘러보도록 하자.

또, 아만다 가드너는 평소와 다른 자세로 앉거나, 다른 아침을 먹거나 아니면 잘 낯선 이에게 말을 걸어 보는 등 삶에 약간의 변화를 주는 것 만으로도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양한 향기의 디퓨저 오일을 사용하는 법도 좋다고 덧붙였다.


■ 생산성을 유지하며 휴식을 할 수 있을까?



"잠에서 깬 뒤 첫 17초가 당신의 하루를 결정합니다. 17초 안에 '아, 어제 먹다 남은 아이스크림이 냉장고에 있지! 정말 다행이야!' 같은 생각이라도 하면 조금은 긍정적인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거에요"

다음으로 아만다 가드너는 생산성을 유지하면서도, 몸의 피로를 풀어줄 수 있는 휴식 방법을 소개했다. 먼저 그는 잠에서 깬 뒤 17초 안에 떠오른 생각이 하루의 기분을 결정한다고 말하며, 일어나면 두 가지 좋은 생각을 해보는 운동을 추천한다고 전했다.

'Ananda'나 'Headspace' 같은 앱을 활용하는 방법도 좋다. Ananda는 명상을 도와주는 어플리케이션으로, 조용한 음악과 함께 다양한 테마의 조언들을 조용하게 들려줘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하면 몇 분 뒤 벨이 울리는 형태로, 짧은 시간에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 아만다 가드너의 설명이다.

만트라(주로 기도나 명상 때 외는 주문) 또한 심신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는 "만트라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겠지만,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라 호흡과 함께 하면 도움이 된다" 며, '소 훔'과 같은 간단한 만트라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러한 만트라는 '소'를 발음하면서 숨을 들이쉬고, '훔'을 발음하며 내쉬는 식으로 일상생활에서 간단히 활용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약물을 활용한 휴식 방법에 대한 설명이 계속됐다. 크런치에 시달리는 개발자들이 맞서야 할 물질은 바로 '코르티솔'로, 이는 기본적으로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신체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물질이다. 문제는 스트레스를 지나치게 받게 될 경우인데, 코르티솔의 혈중 농도가 높아질수록 만성피로, 만성두통, 불면증 등의 증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아만다 가드너는 이러한 코르티솔의 분비를 억제하고, 전체적인 건강의 질을 높이는 방법으로 '어댑토겐'을 섭취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전했다. 어댑토겐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중화시키는 효과를 가진 강장제로, 아쉬와간다나 동충하초, 영지버섯 등이나 항산화제를 통해 섭취가 가능하다.

"이건 제가 여러분들에게 비건이 되라고 하는 얘기는 아니에요. 하지만 업무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몸이 계속 깨어있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을 주는 음식들을 되도록 줄이는 것이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아만다 가드너는 정신적인 안정을 위해서는 식사에 주의를 해야한다고 당부하며, 고기나 유제품, 설탕, 카페인 및 알콜과 같은 식품들을 줄이거나 끊는 것을 권장했다. 크런치 기간에는 손에 닿는 거리에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대충 먹고 다시 업무를 하는 형태를 보이는데, 이렇게 되면 몸에 큰 부담이 가고, 결과적으로 과도한 업무를 몸이 받쳐줄 수 없게 된다.



■ 일상에서 사용하는 간단한 명상 방법들




마지막으로 아만다 가드너는 일상 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간단한 명상 방법을 소개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날 그가 소개한 명상 방법은 '감각 명상'과 '황금 양동이' 등이다.

'감각 명상법은 오감을 충분히 활용해 정신을 맑게 하는 방법으로, 다크 초콜릿 한 조각으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초콜릿을 먹기 전에 모양을 살펴보고, 냄새도 맡아본 뒤 천천히 맛을 음미하면 된다. 이러한 운동은 감각을 깨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명상 가이드'는 유튜브에 Guided meditation이라는 제목으로 검색하면 아주 다양한 종류를 확인할 수 있다. 짧은 시간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 이러한 영상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황금 양동이' 명상법은 다양한 걱정들이 머릿속에 맴돌고 있을 때 활용하기 좋은 명상법이다. 먼저, 눈을 감고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편한 장소를 상상한다. 그리고 옆에는 황금 양동이가 보이는데, 거기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근심을 다 담아보도록 하자. 그 순간, 누군가 다가와 그 양동이를 가져간다. 이제 눈을 뜨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아만다 가드너는 "크런치 기간 중에는 동료들 또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동료들의 행동이나 성격이 평소와 다르다고 갈등을 일으키는 것이 아닌, 좀 더 배려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