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이' 김종인이 잠시 이별을 택했다. 12월 27일 인터뷰 당일, 소문만 무성했던 복귀설에 대해 '프레이'가 직접 종지부를 찍었다. 다소 힘겹게 입을 뗀 '프레이'는 그동안 많이 지쳤던 모습이었다. 카메라 앞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던 익살스러운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중간중간 말문이 막힌 채 어렵사리 심경을 전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프레이'는 "지금이 참 사람 사는 것 같아 좋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고민이 많았는데, 그마저도 어디에 쉽게 말도 못 했다고 한다. 개인의 감정이 동료, 가족들 그리고 팬들에게 전해지는 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만큼은 속앓이를 하는 게 무척 힘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부모님에게도 솔직한 마음을 처음 말했고, 혼자 눈물을 삼키며 점점 끝이 다가온 게 아닐까 염려했다.

무엇이 그토록 '프레이'에게 상처가 됐을까. 리그 오브 레전드(LoL)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 아닌가. 어쩌면 '프레이'도 세월이 지나면서 한계를 느꼈을까. 사실 어느 하나 솔직한 대답을 듣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마음의 문을 열지 않기로 소문이 자자한 선수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프레이'는 당장 마지막일 수 있는 인터뷰에서 있는 그대로 말했다. 이전 인터뷰들에서 말했던 뻔한 대답도 있었고, 새로운 사실들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적 신분이 된 지 약 한 달 정도 지났다. 이적 시장이 활발히 진행되는 동안, '프레이'에게 여러 일이 있었다. 해외팀에게 거액의 제안을 받기도 했고, 알려진 대로 kt 롤스터와 긴밀하게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 외에 여러 팀이 관심을 보였지만, '프레이'는 전부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쉬기로 마음을 결정한 상황이어서 다른 팀의 모든 제안을 거절했다. 팬들에게 정말 흥미로운 소재지만, kt 롤스터에 폐를 끼칠까 봐 얼마나 자세히 이야기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사실 kt 롤스터에서 정말 많이 신경 써줬고, 확신이 없어서 우유부단하게 답했다. 그래서 계속 더 나은 제안을 해주셨는데, 계약하겠다는 말을 못 하겠더라. 원래 내 몸값이 어느 정도 선이라는 느낌은 있었다. kt 롤스터의 멤버들이 워낙 훌륭해서 나한테 쓸 수 있는 금액이 얼마 없을 것 같았으니까.

kt 롤스터와 첫 번째 협상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눈물이 났다. 왜 그랬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여전히 이유를 모르겠다. 여러 팀의 제안을 고사했고, kt 롤스터까지 거절하면서 이제 다 내려놓은 기분이었다. 더 이상 제안이 없을 것 같았다. 집으로 가는 언덕길에서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더라. 이게 마지막이라고. 다시 선수 생활을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에 말이다. 그럼에도 끝까지 함께 하자고 제안해준 kt 롤스터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프레이'에 대해 누군가에게 묻는다면, 대부분 자존심이 강한 선수라고 표현한다. 속내도 잘 내비치지 않고, 누군가에게 쉽게 의지하지 않을 정도다. 그래서 부모님조차도 자식인 '프레이'의 속마음을 듣기 어려웠다. 그랬던 '프레이'가 이번에는 부모님에게 처음으로 의지했다. 자존심의 상처 때문에.

"어떤 고민이 생겨도 굳이 내 마음을 표현해야 하나 싶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면 됐으니까.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혼자 이겨내기 어려웠고, 고민을 털어내기 쉽지 않더라. 종착지에 다다랐다는 생각에 가족들에게 처음 입을 열었다.

사실 어느 말을 하더라도 전부 지난 이야기라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이런저런 일들로 상처를 받으니까 자연스럽게 쉬고 싶었고, 그 이야기를 꺼냈을 때 부모님이 정말 가슴 아파했다. 이제서야 말하지만, 우리 팀(킹존 드래곤X)의 분위기가 정말 좋지 않았다. 그리고 부진의 과정이 나 때문이라는 생각에 견디기 힘들었다.

만약 누군가 팀의 부진이 나의 탓이라고 하더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그래서 크게 마음에 담아 두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팀원들이 나한테 미안하다고 하는데, 많은 생각이 들더라. 나도 타이거즈 시절에 '호진' (이)호진 형의 부족함을 탓했고, '쿠로' (이)서행이가 부족한 미드 라이너라고 판단했다. LoL이라는 팀 게임이 가진 특성이다. 그래서 '비즈니스 관계'라는 말로 상처를 최대한 안 받으려고 노력했다"




휴식을 택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프레이'는 2014년 5월 17일 NLB 스프링 결승전을 끝으로 나진 블랙 소드와 계약이 만료됐다. 그런데 그때와 지금의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당시에는 21세였고, 지금은 26세가 됐다. 21세 때의 이별은 화가 났지만, 지금은 스스로 내려놓은 느낌이었다.

"2014년에도 한 번 쉬었다. 그때는 지금과 느낌이 다르다. 한 시즌 전부터 쉬고는 싶었지만, 실력에 대한 확신은 있었다. 사실 방출을 당한 셈인데, 정말 분했다. 그런데 지금의 휴식은 이제 한발 물러서야 하는 게 맞지 않나 싶었다. 그래서 휴식이 얼마나 길어질지 아직 모르겠다.

롤드컵 선발전까지 모두 끝나고 혼란스러웠다. 거액의 연봉을 받고 있는데, 이렇게 갑자기 그만둬도 되나 싶었다. 사람이 이렇게 한순간에 바닥까지 떨어질 수도 있구나 해서 새삼 놀랍기도 했다. 그러다 내가 하는 일은 '결과'가 최우선이라는 걸 알고 나서 제정신을 차렸다. 그래서 재계약이 어렵다는 예감을 일찍부터 하고 있었다.

이런 생각까지 할 줄 몰랐는데, 만약 아프리카 프릭스를 꺾었다면 어땠을까. 젠지 e스포츠를 이겼다면 평가가 달라졌을까. 만회할 기회가 하나씩 사라지니까 압박감이 심하더라. 그렇게 마지막 기회까지 놓치고, 동생들을 보는데 할 말이 없었다. 나라도 잘했다면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라도 편하게 했을 텐데......"




킹존 드래곤X에서의 2년, '프레이'는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처음만 하더라도 '프레이'와 함께 하고 싶어 하는 선수들이 줄을 이었다. '프레이'가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순간, 많은 선수가 입단을 원했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에 '프레이'는 빠르게 지쳤다. 한순간의 부진이 '프레이'에 대한 모든 평가를 뒤집었다.

그럼에도 킹존 드래곤X는 '프레이'가 은퇴하는 것만큼은 반대했다. 만약 은퇴를 결심한다면 단기 계약을 맺어서라도 은퇴 경기와 은퇴식을 마련해주고 싶다는 뜻을 보였다.

"킹존 드래곤X에서 은퇴 경기를 마련해준다는 이야기를 다른 팀원에게 전해 듣기는 했다. 그게 빈말이라 하더라도 진심으로 감사하다. 계약 마무리도 정말 잘해주셨다. 그런데 아직 은퇴하지 않았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을 것 같다.

자존심 때문에 어디 가서 이야기한 적이 없었는데, 킹존 드래곤X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르고 부모님이 먼저 더 못하겠냐고 물어보셨다. 그때 제대로 대답을 못 했다. 그런데 부모님이 혹시 자신감이 떨어진 게 아니냐 묻더라. 나도 모르게 불같이 화냈다.

스스로 거짓말을 한 것이다. 원래는 자신감이 떨어져서 물러나는 게 맞는데, 부모님의 그 말을 정말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팬들의 비난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어떨 때는 원망스럽기도 했는데, 굳이 팬들의 부정적인 반응을 찾아봤으니 견디는 것도 내 몫이 아닐까"




인터뷰하는 동안 듣지 못한 말이 하나 있었다. '꼭 다시 돌아오겠다'. 사실 인터뷰 마지막까지 '프레이'는 선수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았다. 팬들에게 괜한 기대감을 심어주기 싫었고,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었으니 말이다. 하나 다행스러운 점은 '프레이'는 팬들과 어떡해서든 꼭 다시 만나겠다고 말했다.

"복귀라는 물음에 늘 '스프링 스플릿 쉬고, 서머 때 잘해서 롤드컵에 가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냥 바람일 뿐이고, 팬들을 위한 나름 착한 거짓말이었다. 그런 질문에 대한 대답을 피하고 싶었다.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다시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따른다. 아마 현재 LoL을 내려놓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스프링 스플릿에서 우승했는데, 관둬야 할까 타협점을 찾기도 했다. 하지만 한두 경기 만에 평가가 바뀌는 시대 아닌가. 지금 과거를 가지고 위로하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지 않나. 그래서 언제 돌아올지 모르겠지만, 여기까지라는 말도 함부로 하지 않겠다.

어쩌면 그만하기 좋은 시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을 지키기 어렵더라. 박수를 받으면 계속하고 싶고, 욕심도 가지는 게 나라는 사람이다. 대신 지금 이렇게 또 한 번 떠나게 됐다는 점에서 팬들에게는 정말 죄송하다"




오랜 경력을 자랑하는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면 반드시 하는 말이 있다. 옛날 이야기다. '프레이'는 과거를 돌이켰을 때, 영광스러운 순간이 가장 많은 선수 중 하나다. 나진 소드, 락스 타이거즈, 킹존 드래곤X(롱주 게이밍 포함)에서 모두 우승을 경험했다. 행복했던 순간, 열심히 했던 순간, 아쉬웠던 순간. 그 옛이야기에 '프레이'의 역사가 모두 담겨있다. 그리고 자신의 가장 소중했던 동료 '고릴라' 강범현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늘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지만, 2017년 롱주 게이밍 시절만큼 최선을 다한 시기가 없다. 정말 미친 사람처럼 연습했다. 죽어라 했는데, 스프링 스플릿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래서 새벽 5~6시까지 하면서 미친듯이 연습에만 매진했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아무래도 락스 타이거즈 때다. 마음이 편했고, 나에게 딱 맞는 옷이었다. 그때 팀 분위기를 아직까지 좋아해 주는 팬들이 많다. 물론, 싫어하는 분들도 많아서 평소에 잘 이야기 하지 않는다.

두 팀에서 (강)범현이랑 함께 활동했다. 참 오래 호흡을 맞춘 사이다. 나에게 그저 고마운 사람이고, 프로게이머로 다시 활동하게 해준 친구다. 막역한 사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서로 리스펙할 수 있는 진짜 동료였다. 원래 친구처럼 편한 서포터를 원했는데, 범현이랑은 그런 사이가 아니었다. 지나고 나니 오히려 친구처럼 편하기만 했으면 이렇게 오래 함께하지 못했을 거다.

범현이랑은 공적인 관계로 이야기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타이거즈 시절에 정노철 감독님이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눴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때는 말하지 않아도 합이 잘 맞아서 그럴 필요성을 못 느꼈다. 계속 우승권에 있던 듀오가 무엇이 부족할까 의문이었고 말이다.

그런데 같이 2017년에 롱주 게이밍에 합류하면서 나도 모르게 범현이랑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제서야 정노철 감독님의 뜻을 알겠더라. 서로 싫은 말도 하면서 같이 발전하고, 부족한 부분을 짚어줬다. 직접적으로 말하기 힘들어도 우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많이 의논했다. 그렇게 했더니 서머 스플릿에 우승했다. 정말 예상외에 우승이었고, 성취감이 들더라. 우리 듀오가 해냈다는 생각이 드니까 뿌듯했다.

하지만 올해를 끝으로 같이 활동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매년 범현이랑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 함께 오래 했으니 다른 팀을 가더라도 서로 미리 말해주자고. 그게 서로에 대한 예의니까. 그래서 국내와 해외 팀을 고민하는 범현이에게 미스핏츠를 추천했다. 만약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대머리가 돼 돌아오면 미안하겠지만(웃음). 마지막으로 아쉬운 점은 타이거즈 시절 우리 봇 듀오가 저평가를 받았다. 혹시 범현이가 더 빛날 수 있었는데, 나 때문에 너무 많이 희생하지 않았나. 미안한 마음이 공존한다"




어느덧 인터뷰 막바지에 다다랐다. 인터뷰 내내 '프레이'가 습관처럼 했던 말은 "팬들에게 죄송하다"였다. 그들을 위한 메시지도 꽤 많았다. 그리고 그런 말을 꺼내기 전에 '프레이'는 잠시 말을 멈추기도 했다. 본인 말대로 '울컥'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프레이'가 해외 진출을 포기한 이유, 프로게이머를 쉽게 내려놓지 못한 이유. 전부 팬들의 존재 때문이다.

"팬들에게 우유부단한 것처럼 보여도 어쩔 수 없다. 진짜 내 마음을 모르겠다. 간혹 2D로밖에 볼 수 없냐고 걱정하는 팬들이 있더라(웃음). 다시 말하지만 언제 돌아올지 나도 모르겠다. 왜 쉬냐고 화내는 팬들도 있고, 아직 한창인 나이에 무엇 때문에 쉬냐고 혼내는 팬들도 있었다. 다양한 방식으로 팬심을 보여준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이것만은 이해해 달라. 지금은 일부러 LoL과 멀어지려고 노력 중이다. 그렇다고 LoL이 꼴 보기 싫은 게 아니다. 여전히 경기를 챙겨 보면서 다시 하고 싶다는 의욕도 생긴다. 다만, 복귀 일정에 대해 확답하기 어렵다. 언제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하기도 힘들다. 괜한 기대감을 심어주지 않으려 하는데, 어떤 모습으로라도 3D로 찾아뵙도록 노력하겠다.

만약 복귀를 결심하게 되면 그동안 내가 차 버린 기회를 다시 찾으려고 노력할 생각이다.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꼭 알아주셨으면 하는 게 있다. 해외 진출을 포기한 이유는 팬들에게 잊혀지는 게 두려워서다. 모든 걸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가 팬들 때문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한다. 그리고 프로게이머들은 소중하게 여기는 팬들의 응원 한마디만 들어도 큰 힘을 얻는다. 이 말은 꼭 전하고 싶었다"




이제는 마지막 고백만 남았다. 평소의 '프레이'였다면 하지 않았을 말. 자신은 함께 했던 동료들을 '비즈니스 관계'라 했지만, 100% 진심은 아니었을 터. 두 번째 이별이 팬들에게는 긴 시간이고, 아쉬운 순간이다. 그럼에도 '프레이'는 지금 이 순간을 '사람 사는 맛'이라고 표현했다. 이제는 팬들이 '프레이'의 마음을 헤아려줄 순간이 아닐까.

"함께 활동했던 동료들에게 연락이 왔다. 전부 아쉬워하더라. 정노철 감독님은 꼭 그런 선택을 해야 하냐고 걱정해주셨고, 서행이도 중국에서 같이 뛰자고 했다. 물론 제안을 거절했지만(웃음). 그러면서도 그만두지는 말라고 하더라. 범현이도 이건 아니지 않냐고 아쉬워했고. 그만두라고 말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듣기 좋으라고 한 말들인지는 모르겠는데, 고마웠다. 지금 이 휴식이 정말 좋다. 자려고 누우면 이제서야 사람 사는 느낌이 들더라. 눈을 감았다 뜨면 이게 사는 거구나 싶고. 마음이 편하더라. 지금은 이렇게 여가를 최대한 즐기려 노력 중이다. 즐기고 있는 만큼, 재충전할 테니 언젠가는 응원해준 분들에게 보답할 순간이 올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