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정글이 아닌 라이너가 '강타'를 들고 라인에 서는 경우는 꽤 자주 있었다. 희대의 OP 아이템이었던 도마뱀 장로의 영혼 때문이었던 적도 있고, 상대와의 성장 격차를 벌리기 위한 더티 파밍의 용도로 선택되기도 했다.

강타는 이처럼 정글 이외의 라인(주로 미드)에서 사용된 경우가 꽤 많았는데, 유행을 탈 때마다 패치를 통한 조정으로 다른 라인에서의 활용을 막았다. 가장 최근에 정글이 아닌 라인에서 강타를 이용한 건, '미드 강타 카서스'가 있었다. 강타를 이용한 더티 파밍으로 상대와의 성장 격차를 벌리는 것이 핵심 운용이었는데, 9.1 패치로 더이상 등장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다시 한번 미드에 '강타'의 바람이 불고 있다. 9.10 패치 이후, 가격이 조정된 '룬의 메아리'가 이러한 메타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 미드에서 강타를 들고 활약하고 있는 챔피언들!


지난 9.10 패치에서는 정글 아이템인 마법 부여 '룬의 메아리'의 총 가격이 감소했다. 취지는 AP 정글러가 조금 더 일찍 룬의 메아리를 장만하고, 다른 유형의 정글러와 경쟁할 가능성을 만들어주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비용이 감소된 '룬의 메아리'는 오히려 미드에서 큰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룬의 메아리는 루덴의 메아리에 비해 주문력 10, 마나 300, 고유 지속 효과 피해량 40이 부족하지만, 700골드가 더 저렴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수치상으로만 놓고 봤을 땐, 루덴의 메아리의 성능이 더 좋지만 '가성비'를 따져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룬의 메아리는 상대적으로 골드를 덜 써도 되는 만큼, 더 빨리 아이템을 올릴 수 있다. 이는 더 이른 타이밍부터 코어 아이템을 갖출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 타이밍이 중요한 리그오브레전드에서 강력한 이점으로 작용한다.


▲ 룬의 메아리는 루덴의 메아리에 비해, 완성 시간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미드 라인에서 강타를 선택하는 첫 번째 목적은 룬의 메아리를 빨리 뽑는 것이기에, 첫 스타트는 '사파이어의 수정'과 '충전형 물약'으로 시작한다. 이후 첫 번째 귀환 타이밍엔 '악마의 고서'를, 다음번엔 '룬의 메아리'를 뽑는 빌드업이 이루어진다.

여기서 두 번째 귀환 시(8~9분), 외상을 이용해 약 1050골드에 룬의 메아리를 올릴 수 있는데, 봉인풀린 주문서를 이용해 강타를 순간이동으로 교체해서 빠르게 라인을 복귀하면 이득을 극대화할 수 있다. 보통 이 타이밍에 루덴의 메아리로 빌드업을 했을 경우, 갖출 수 있는 아이템은 사라진 양피지와 물약 정도다. 약 반 코어의 차이가 나는 만큼,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타이밍이 빨라진다.

이처럼 미드 강타 빌드의 강점은 바로 '타이밍'에 있다. 기존에 비싼 가격으로 대략 13~15분에 갖출 수 있던 루덴의 메아리를 대신해 대략 5분 더 빠른 타이밍에 룬의 메아리를 구비하고, 이득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여러 가지 변수로 다소 타이밍이 늦춰진다 해도, 강타를 활용한 더티 파밍으로 복구 능력도 뛰어나다는 점도 장점 중 하나다.

강타를 사용한 미드 활용은 말자하 뿐만 아니라, 다양한 챔피언들을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 9.1 패치 이후 자취를 감췄던, 미드 강타 카서스가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고, 성장 시간이 필요한 오리아나 등을 중심으로 많은 챔피언에 대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 같은 시간, 보유 아이템에 확실한 차이를 보이는 미드 강타 말자하
('쇼메이커' 선수의 플레이 화면)


▲ 강타 선택 비율이 크게 늘어난 말자하의 스펠 (자료 출처 : fow.kr)


하지만, 미드 강타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적의 빌드를 위해 첫 스타트가 사파이어의 수정으로 강제되는 만큼, 초반에는 마나 부족에 시달리게 된다. 또한, 상대에 비해 스펠이 부족한 만큼, 상대적으로 라인전이 약해진다. 때문에 라인전 단계에서는 주도권을 잡을 수 없고, 오로지 CS 파밍에 집중하는 반반 구도를 만들어내는 것이 최선이다.

이러한 단점 때문에 견제가 심한 챔피언을 상대로는 초반에 많은 압박을 받게 된다. 초반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CS 수급에 차질이 생길 경우 빌드가 쉽게 꼬인다. 또한, 갱킹이나 솔로 킬 등으로 빌드가 꼬이면,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타이밍이 한없이 늦춰지게 되는 것도 치명적인 단점 중 하나다.


▲ 골드 몰아주기 현상을 막기 위해 되돌린 '괴물 사냥꾼' 효과


사실 이번에 유행한 미드 강타는 9.1 패치의 정글 아이템 조정의 헛점과 룬의 메아리 상향이 맞물린 결과로 볼 수 있다. 미드에 강타를 이용한 전략을 막기 위해, 9.1 패치에선 마법 부여되지 않은 정글 아이템으로 미니언 처치로 획득한 골드가 정글 몬스터 처치로 획득한 골드의 50%가 넘을 경우, 미니언 처치 시 획득하는 골드가 감소하도록 조정되었다.

이를 바꿔말하면, 마법부여 단계까지 정글 아이템을 업그레이드했을 경우, 미드에서는 여전히 강타를 쓸 수 있는 셈이 된다. 여기에 9.10 패치로 룬의 메아리의 총 가격이 2500골드로 줄어들면서, 정글 아이템 업그레이드의 부담이 줄어들었다. 오히려 미드에서도 사용할만한 가성비가 좋은 핵심 아이템으로 자리를 잡았기에, 다시 한번 미드 강타가 유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엔 효율 문제가 대두되는 AP 아이템의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 AP 아이템은 높은 가격에 비해, 만족스럽지 않은 성능을 제공한다. 특히 AD 아이템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는 더 심하다. 때문에 가성비가 좋은 아이템을 물색하던 결과가 이러한 미드 강타 등의 색다른 전략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단, 그간 다른 라인에서 강타를 활용할 경우 패치를 통한 조정이 있었던 만큼, 이번에도 패치의 가능성을 빼놓을 순 없다. 때문에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을지에 대한 부분에는 여전히 재고의 여지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