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27일 휴식 선언, 그리고 2019년 4월 21일 공식 은퇴 발표.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난 줄로만 알았던 프로게이머 '프레이' 김종인이 은퇴를 번복하고 다시 LoL 프로씬에 뛰어들었다. kt 롤스터라는 이름표를 달고 말이다.

여름을 알리는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5월 말, kt 롤스터의 연습실 근처 카페에서 '프레이'를 만날 수 있었다. kt 롤스터 로고가 박힌 검정색 티셔츠가 꽤나 잘 어울렸고, 피곤해 보이긴 했지만 밝은 얼굴이었다.

인터뷰서 으레하는 근황 토크나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하는 가벼운 대화는 생략했다. 가장 궁금하고, 가장 중요한 질문부터 던졌다. 그는 왜 은퇴를 번복하고 kt 롤스터행을 택했을까.




Q. 이렇게 인터뷰를 통해 다시 만나게 돼 정말 반갑다. 독자들에게 정식으로 자기 소개 부탁한다.

잠시 쉬다가 은퇴 선언까지 했지만, kt 롤스터로 다시 입단하게 된 '프레이' 김종인이다.


Q. 본론부터 이야기하고 싶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다시 이 길을 택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진짜 안 하려고 했다. 그런데, kt 롤스터 측에서 정말 많이 찾아와주셨다. 솔직히 한 번이라도 덜 오셨으면 이런 결정을 안 내렸을 것 같다. 늘 저녁 시간 즈음에 오셔서 같이 한강을 걷는다든지, 감성을 많이 자극하셨다. 그러면서 계속 '네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시니까 나중에는 진짜 한 번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또, 같이 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그래도 솔직히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두려움을 이기지는 못 하더라. 근데, 좀 쉬다 보니까 결국에는 경기장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커졌던 것 같다. 6개월을 쉬었는데, 앞으로의 6개월도 금방 지나갈 것 같아서 열심히 해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겠다고 다짐하면서 입단하게 됐다.


Q. 어떤 점이 그렇게 두려웠던 건가.

나에게 2018년은 정말 힘들고 피곤한 해였다. 이후에 좀 쉬면서 다시는 그 힘듦을 겪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컸다. 간략하게 이야기하면 이 정도다. 프로게이머로서 받는 스트레스가 너무 컸던 것 같다.



Q. 분명 다른 제의도 있었을 텐데, 왜 kt 롤스터인가.

kt 롤스터 사무국에서 내 기억에 정말 10번을 넘게 찾아오셨다. 평소에 프로게이머로 돌아갈 생각이 전혀 없다가도 누가 와서 이야기를 하면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바람 넣는다는 표현이 있지 않나. 매번 자신감도 심어주시고 하니까 나중에는 '어, 진짜 할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Q. 결정적으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게 된 계기가 있었나.

자기 전에는 마음이 싱숭생중 해지는 시간이다 보니 다시 프로게이머를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자고 일어나면 그 편안함에 녹아서 이렇게 지내야겠다고 결론 짓게 된다. 근데, 어느날 저녁에 kt 롤스터의 사무국장이신 신기혁 팀장님이 오셔서 'Yes or No'로 딱 결정을 하자고 하셨다. 단호하게. 그날은 왠지 마지막 만남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 그래서 Yes라는 대답을 했다.

그때 만약 내가 또 집에 가서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그냥 보내주셨더라면 그런 상황이 반복되다가 흐지부지 되지 않았을까 싶다.


Q. kt 롤스터가 지난 스프링 스플릿 성적이 정말 좋지 않았는데, 부담감은 없었나.

당연히 있었다. 스프링 성적도 안 좋았고, '섬머의 KT'라는 기대감도 있고 하니까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근데, 만날 때마다 계속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셨다. 또, 성적이 워낙 안 나왔다보니까 '더 잃을 게 뭐 있겠냐, 와서 같이 좋은 성적 내보자'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혼자 생각해보니 세 손가락 안에 못 들겠나 싶더라.



Q. 이번 섬머에는 세 손가락 안에 들 자신이 있는 건가.

항상 목표는 높게 잡으라고 했다. 목표는 월드 챔피언십이다. 다들 극적인 꿈을 꾸지 않나. 나에게는 섬머에 합류해 바로 우승하고 직행해도 좋지만, 선발전을 통해서 드라마틱하게 월드 챔피언십에 오르게 그런 꿈이다. 그 꿈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팀에 들어왔다.


Q. 사실 은퇴 발표를 했을 때, 모든 인터뷰를 거절해서 속마음을 들어볼 기회가 없었다. 어떤 마음이었는지 궁금하다.

인터뷰도 다 거절했고, 방송이나 행사 같이 웬만한 섭외도 다 거절했다. 흥미로운 제안도 많았는데 모두 거절한 이유는, 내가 그런 인터뷰나 섭외에 응해버리면 프로게이머와는 완전히 반대의 길을 가버리게 되는 것 같았다. 여전히 갈림길에 서있다는 생각을 해서 그랬는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마음 속에는 프로게이머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 남아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Q. 복귀를 결정한 뒤 주변 반응은 어땠나.

다들 잘했다고 했다. 다시 보게 돼서 좋다는 말도 들었다. 같이 프로게이머를 했던 친구들은 조금 무덤덤했고, 가족이나 지인들이 정말 좋아해줬다. 동료들은 '아, 형 다시 하는구나' 정도의 느낌이었던 것 같다. 물론 내 생각이다(웃음).

나는 사람들을 웃겨주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은퇴를 번복한 뒤에 사람들이 기뻐할 수 있겠구나, 좋은 서프라이즈가 될 수 있겠다 싶어서 좋았다.



Q. kt 롤스터 숙소에 합류한지는 얼마나 됐나.

월요일(20일)에 숙소에 들어왔고, 연습을 한지는 이제 3일 됐다. 알람이 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이제 다시 알람이 있는 피곤한 삶을 살고 있다.


Q. 락스 타이거즈 시절의 '스맵' 송경호, 킹존 드래곤X 시절의 '비디디' 곽보성과 다시 한 팀이 됐다.

(송)경호랑 같이 락스 타이거즈에 있었을 때와 지금은 많이 다르다. 경호도 그때의 '스맵'이 아니고, 나도 그때의 '프레이'가 아니다. 그때는 애들 같았다면 지금은 나이를 좀 먹었다. 소위 말하는 '꼰대'가 되었다고 해야 하나? 마냥 즐겁게만 해도 된다는 생각이었다면, 이제는 지킬 건 지키고 '이런 건 무조건 해야 돼' 하는 선이 생겼다.

전체적으로 아직은 서로 맞춰가는 단계다. 아무래도 팀 게임을 6개월 간 쉬었기 때문에 그 흔적이 있다. 팀 분위기를 봐가면서 맞춰가려고 하고 있다.


Q. 봇 듀오 '스노우플라워' 노회종과의 호흡은 어떤가.

유쾌한 친구긴 하더라. 재미있게 연습하면서 서로 맞춰가고 있다. 프로게이머를 다시 하면서 불안했던 건 합류한 시간이 늦다보니까 나중에 시간이 부족해서 못 했다는 아쉬움이 들 수 있다는 거였다. 최대한 노력해서 그런 아쉬움 남기지 않게 잘 맞춰가고 싶다.


Q. 같은 원거리딜러인 '제니트' 전태권-'강고' 변세훈과는 좀 친해졌는지.

내가 낯을 많이 가린다. 특히, 동생들을 대하는 게 좀 어렵다. 그래서 동생들이 먼저 살갑게 다가오는 게 아니면 친해지기 힘들더라. 아직 온지 얼마 안 돼서 대화를 나눌 기회는 없었고, 인사 정도만 하면서 지내고 있다.



Q. 사실 kt 롤스터가 봇 전력이 너무 약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는데, 이 점도 부담이 됐을 것 같다.

부담이 많이 됐던 건 사실이다. 내가 간다고 달라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많이 들었다. 나는 그렇게 특별한 사람이 아닌데, 내가 간다고 잘 해지려나 싶었다. 막상 와서 해보니까 옛날 생각도 나고, 잘만 맞춰나가면 좋은 성적 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Q. '스맵' 선수와 '비디디' 선수 외에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팀원도 있었는지.

'스코어' 고동빈 형은 안면이 있는데, 그 외엔 딱히 없었다. 대회에서 만나봤던 친구들은 있어도 얘기를 나눠봤다거나 형, 동생하는 사이는 없다. 동빈이 형이랑은 나이가 공감대다(웃음). 동생보다 형을 대할 대 편한데, 동빈이 형이 팀 내 유일한 형이기도 해서 편한 사이로 잘 지내고 있다.


Q. kt 롤스터 말고 해외 팀에서의 제의는 없었나.

은퇴를 발표한 뒤에는 없었다. 사실 은퇴를 했는데, 찾아오는 게 참 별난 일이다. 은퇴를 발표했던 게 그런 제안을 받고 싶지 않다는 뜻도 있었다. 계속 그런 얘기를 듣다보면 프로게이머를 하고 싶어지니까. 근데, 그 후에도 kt 롤스터에서는 지속적으로 케어를 해주셔서 이렇게 인연이 닿았던 것 같다.


Q. 그렇다면 그 이전에 해외 진출을 고려해본 적은?

부모님은 해외 진출에 대해 되게 긍정적이셨다. 나중에 나이가 들면 되게 큰 자산이 될 거라는 말씀을 자주 해주셨다. 그래서 나도 FA 신분이 됐을 때, 해외 쪽으로 많이 고민을 했다. 근데, 막상 다 대화를 나눠보니까 확신이 서질 않더라. 아직 해외 생활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느꼈다.

물론 해외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성공하면 해외 팬도 생기고 좋다. 근데, 반대로 한국에서는 잊혀지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성적이 안 나오면 여기서도 저기서도 잊혀지는 거는 생각이 들면서 두렵기도 했다. 내가 성향이 새로운 시도를 잘 안하는 편이기도 하다.



Q. 복귀 공식 발표 전날 개인 방송 제목이 '65'였는데, LCK 개막이 6월 5일이다 보니까 복귀를 암시했던 게 아니냐는 추측이 화제가 됐다.

그 날이 개막일인 줄은 정말 몰랐다. '앰비션' 강찬용 형 방송을 자주 보는데, 방송에서 개막 이야기를 해서 그때서야 알았다. 게임을 안 할 때는 방송 제목을 아무 숫자로나 해놓곤 하는데, 정말 우연히 그렇게 됐다. 의도한 건 정말 아니다.


Q. 복귀한다는 소식에 방송 시청자 반응은 어땠나.

다들 정말 좋아해주신다. 고맙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기대에 부응할만한 퍼포먼스를 보여드리고 싶다.


Q. 휴식 기간이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이었긴 했지만, 팬들이 그리웠을 것 같다.

프로게이머를 할 때는 팬들을 만나는 자리가 잦다보니까 너무 익숙하고, 당연하게 느껴졌다. 경기 끝나고 팬미팅도 있고. 근데, 쉬면서 그런 자리가 없다는 게 되게 아쉽더라. 섬머에 들어가면 그런 기회가 또 생긴다도 생각하니까 기분이 되게 좋았다.


Q. 쉬는 동안 대회 경기는 챙겨 봤나.

LCK나 주요 국제 대회가 하는 시간대에는 웬만하면 방송을 안 해서 경기는 거의 다 챙겨봤던 것 같다. 되게 재미있다, 잘한다는 느낌 받으면서 봤다.



Q. 그러고보니 롤파크는 처음이겠다.

그렇다. 롤파크가 오픈 부스인데, 국제 대회는 대부분이 오픈 부스다. 그래서 예전에 한국도 오픈 부스를 적용하면 선수가 해외 무대를 갔을 때 적응하기도 쉽고, 팬들과 가까운 느낌도 들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그래도 직접 롤파크 무대에 올라봐야 와닿을 것 같다. 아마 첫 경기를 치를 때는 되게 많이 떨리지 않을까 싶다.


Q. 그간 대회 메타도 많이 바뀌었다.

서포터가 정말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원딜 포지션에도 변화가 생겼다. 예를 들어 탐 켄치가 하향을 많이 당하면서 자연스럽게 뚜벅이 원딜은 잘 안 나오게 됐다. 또, 봇 라인의 상성이 있는데, 프로게이머를 하면서는 거의 모든 상성을 다 알고 있었다. 근데, 이제는 새로 나온 챔피언도 있고, 안 나오던 챔피언도 나오다보니까 머릿 속이 복잡하다. 최대한 빨리 정리하려고 하고 있다.


Q. 가장 최근에 나온 서포터 유미에 대한 생각도 궁금한데.

처음에는 평가가 정말 안 좋았는데, 인식이 점차 바뀌어가고 있는 것 같다. 좋은 쪽으로 말이다. 아직 평균적으로 숙련도가 부족한데도 이 정도인걸 보면 나중에 숙련도가 오른다면 더 좋을 것 같다. 대회에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픽이라고 생각한다.



Q.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이번 시즌,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앞서 말했듯이 극적으로 월드 챔피언십에 가는 게 목표다. 킹존 드래곤X에 있을 때에도, 그때는 롱주 게이밍이라는 이름이긴 했는데, '칸' (김)동하와 '커즈' (문)우찬이가 새롭게 들어오고 월드 챔피언십을 갈 수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 근데, 운 좋게 갔다. 이번에도 안 되리라는 법은 없다. 좋은 경기력으로 좋은 성적 내서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Q. 장기적인 목표도 있나.

아직은 없다. 일단 다시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느껴보자라는 생각으로 왔고, 그 이후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일단은 눈 앞의 것에 집중하고 싶다. (이번 시즌이 끝나도 계속 프로게이머 생활을 이어갈 생각인가.) 그게 내 의지대로 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런 문제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 이번에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면 계속 하고 싶어질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프레이' 선수의 복귀를 진심으로 축하하고 있는 팬들에게 인사 전하면서 인터뷰 마무리하겠다.

이런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다음에 보러가야지, 다음엔 꼭 보러가야지 하다가 결국 내 경기를 보지 못 했다고.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으니까 꼭 경기장에 보러 오셨으면 좋겠다(웃음). 좋은 성적 내고 팬들과 웃는 얼굴로 많이 마주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