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배틀로얄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땐 거짓말인 줄 알았다. 4월 1일에 총과 수류탄이 오가는 배틀그라운드에 판타지가 적용된다니, 어울리지도 않았기에 더욱 믿기지 않았다. 특히 만우절에 적용된다는 코스튬만 출시할 줄 알았는데, 화면 왼쪽 아래쪽에 이벤트 매칭 아이콘이 보였다. 진짜였다.

기대 반, 설렘 반으로 매칭을 누르고 기다렸다. 평소 이벤트 매치나 신규 모드가 등장해도 매칭은 조금씩 늦었는데, 이번 판타지 배틀로얄은 모두가 관심을 가졌는지 곧바로 큐가 잡혔다. 맵은 에란겔, 대기 화면은 어느 때와 다름없어 보여 뭐가 달라진거지? 하고 의문점을 가졌다.

그러나 자세히 화면을 살펴보니 UI부터 다른걸 알 수 있었다. 폰트부터 시작해 좌측 하단에는 유저가 선택한 직업 얼굴이 보였고 체력바가 진하게 보였다. 우측 하단 미니맵은 푸릇푸릇한 지도는 사라지고, 판타지 감성으로 양피지 위에 그려진 지도를 볼 수 있었다. 배틀그라운드 내에서 RPG 감성이 느껴지는게 신기했다.

화면 상단에 클래스를 선택하라는 메시지가 보여 F8을 눌러봤다. 바바리안, 레인저, 위자드, 팔라딘 중 1개를 선택할 수 있는데 겁나 큰 롱소드를 사용하는 근접 공격 포지션을 담당하는 직업인 바바리안을 먼저 선택했다. 곧바로 해당 직업으로 바뀌진 않았고, 비행기에서 내린 후에 선택한 클래스가 내 캐릭터에 적용됐다.


▲ 매칭 대기 화면엔 규칙과 퀘스트, 상점 메뉴를 볼 수 있다.

▲ RPG 같은 UI가 적용됐다.

▲ 뽕이 가득찬 바바리안을 선택.

▲ 양피지에 그린듯한 지도.



에란겔 자기장 서클은 가운데, 비행기는 중앙을 가로지르는 중이었다. 팀원이 초반 파밍을 좋아했는지 대도시보다 건물이 별로 없는 포킨치 인근 지역으로 내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첫 게임이다보니 시스템을 먼저 파악 하려는 느낌이 들었다.

낙하산을 펼치고 내리자마자 파밍하러 집으로 들어갔다. 이미 무장이 된 캐릭터가 무엇을 파밍해야되나? 싶었는데 바닥에 알록달록한 크리스탈만 볼 수 있었다. 바바리안은 보라색, 레인저는 노란색, 팔라딘은 초록색, 위자드는 파란색 크리스탈을 모아야 했고, 크리스탈을 일정 수 모으면 인벤토리 내에서 제작이 가능했다.

제작은 자동으로 장착된 무기와 반지, 목걸이를 강화시킬 수 있었다. 최대 5레벨까지 올릴 수 있는데, 초반에 크리스탈을 모아 파밍을 꾸준히해두면 강력한 장비로 적과 싸울 수 있어 기존 배틀그라운드의 파밍 → 교전단계 시스템을 그대로 고수하여 나쁘지 않았다.

또한, 가방이 없어도 크리스탈을 많이 들고 다닐 수 있었다. 그래서 자기 클래스가 아닌 크리스탈도 다 주워든 후 한곳에 모여 필요 없는 크리스탈을 건네주는 작은 커뮤니케이션이 생겼다. 수직 손잡이랑 보정기는 자기가 먼저 착용해야하니 죽어도 먼저 베풀지 않는 이기적인 예전 모습이 떠올랐는데, 하하호호 크리스탈을 버려주는 지금 모습이 너무 훈훈했다.


▲ 바바리안으로 바뀐 나의 캐릭터.

▲ 총알, 무기 파밍이 아니다. 크리스탈 파밍으로 내 아이템을 강화하자!

▲ 겁나 큰 롱소드가 강력해진다.

▲ 서로 필요없는 크리스탈을 나누는 훈훈(?)한 모습이다.



어느 정도 파밍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싸움을 하러 나섰다. 바바리안은 겁나 큰 롱소드로 이리저리 근접 공격을 펼치는데, 위자드나 레인저에게 다가가기 전에 공격받고 죽는 일이 다반사다. 그래서 방패를 들고 있는 팔라딘이 1선에 나서서 레인저와 위자드의 공격을 막아주고, 거리가 좁혀지면 바바리안 무쌍이 가능해졌다.

레인저는 석궁이나 섬광탄, 위저드는 플레어 건이나 화염병으로 적을 공격하는데 화살이나 플레어 탄은 시간이 지나면 자동 보급이 되며, 3번을 쏘면 다시 재장전하는 패널티가 있다보니 바바리안이 근접하면 확실하게 이길 수 있었다.

하지만 탈 것을 구하지 못해 기동력이 제로였고, 팔라딘의 방패로는 한계가 있어 접근하기 전에 바바리안은 너무나도 무력했다. 팔라딘이 내가 아군을 지켜줄게! 모드가 아니라, 일단 나부터 살자며 혼자 생존하고 도망치는 쪽이니 바바리안의 한계가 느껴졌고, 다음 게임에선 다른 클래스를 선택했다.


▲ 에란겔 필드는 벌써부터 파이어볼 파티다.

▲ 실상 RPG처럼 정말 재밌어 보이는 장면.

▲ 그러나 근접하는 순간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사망.


석궁을 쏘는 레인저는 바바리안보다 재미있었다. 평소 석궁을 들고 팀 게임을 하고 싶었는데, 트롤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총을 들어야 했던 그 시절. 이제 합법적으로, 당당하게 석궁을 들 수 있다. 사거리는 여전히 짧지만, 위자드 다음으로 재미있는 클래스 중 하나다.

확실히 중거리까지 거리를 좁혀야 했기에 이번 게임은 탈 것을 챙겨뒀다. 2인승 에란겔 띵마, 4인승 쥬래건 왜건을 타고 다니며 광란의 질주도 했다. 제한 속도 50km/h로, 위자드가 이리저리 플레어 건을 쏘며 위협하며 적의 시선을 이끌었다.

일반적이라면 저 멀리서 공격하는 총질에 차량이 터지거나 탑승자들이 모두 죽는 상황이 다반사다. 그러나 판타지 배틀로얄은 50m 최강자 석궁과 달리기보다 조금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위자드의 논타겟팅 플레어 건 덕분에 재밌었고, 긴장하지 않고 마음 편히 게임에 임했다.


▲ 학교에서 신나게 뛰어오는 학생들. 칼질하는 모습이 우꽝스럽다.

▲ 에란겔 띵마 모습.

▲ 저 멀리서 다가오는 차량 소리, 팀원을 구하기 위해 끝까지 회복시켜줬지만.

▲ 결국 차였다, I was car.



1등은 하지 못했지만, Top 10까지는 진입해 나름 게임은 재밌었다. 예전에 추가된 여러 이벤트 모드보다 이번 판타지 배틀로얄이 가장 흥미로웠다. 특정 클래스로 임무를 완수하면 실제 게임 내에 착용할 수 있는 코스튬도 지급하여 게임에 열중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에란겔을 무대로 했다면 서클 대기시간과 감소하는 시간을 더 줄여야 하지 않았나 싶었다. 평소 사녹이랑 카라킨에 익숙한 유저들이 에란겔을 플레이하니, 플레이시간이 길어져서 조금 답답한 면도 있었다. 물론 이벤트 모드 에란겔은 일반 모드보다 서클이 더 빨랐지만, 중간에 파밍하다가 정체되는 시간이 많아 루즈한 구간도 있었다.

이번 모드에서 재밌던 점은 팔라딘의 방패다. 위자드는 땅에다가 플레어 건을 쏴서 방패로 제대로 막지는 못하지만, 레인저의 석궁은 방패로 막으면 딜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아 완벽한 방어가 됐기 때문. 3팔라딘 1바바리안, 2팔라딘 2바바리안으로 돌격 조합을 펼쳐도 재밌을 법 했다. 현재 배틀그라운드 판타지 배틀로얄 모드는 4월 8일까지 한시적으로 즐길 수 있으니, 아직 즐기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가볍게 즐겨보자.


▲ 아야얏, 팔라딘에게 맞으면 회복되는 모습.

▲ 쥬래건 왜건을 타고 판타지 배틀로얄을 즐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