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의 공백을 채워줄 대회가 열린다. 28일부터 나흘 간 온라인을 통해 진행되는 한중전, 공식 명칭 미드 시즌 컵이다. LCK 상위 4개 팀과 LPL 상위 4개 팀이 진검승부를 벌일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T1과 젠지, 드래곤X, 담원게이밍이, 중국에서는 징동 게이밍과 탑 e스포츠, iG와 펀플러스 피닉스가 출격한다. 익숙한 팀들이 대다수고 낯선 팀들도 있다. 중국에서는 iG와 펀플러스 피닉스가 월드 챔피언십 우승으로 팬들에게 알려졌는데 징동 게이밍과 탑 e스포츠는 낯설 수도 있다.

하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이들 역시 반가운 모양새다. 잘 알고 있던 선수들이 포진했다. 그리고 여느 상위권 팀들이 그렇듯이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들도 좋은 경기력을 꾸준히 보여줬다. 이번엔 그들에 좀 더 주목해보고자 한다.


중국 신흥 탑
징동 게이밍 '줌' 탑 e스포츠 '369'

중국은 항상 탑 라인이 골칫덩이였다. 미드와 바텀 라이너, 더 넓게 보면 정글러와 서포터 자리엔 항상 걸출한 선수들이 넘쳤지만, 유독 탑 라인에서 애를 먹었다. 오랜 LoL 팬들도 중국인 탑 라이너 하면 딱 누군가를 떠올리지 못한다. '더샤이' 강승록과 '김군' 김한샘, '칸' 김동하 등 한국 선수들이 LPL 대표 탑 라이너로 손꼽히는 건 중국 입장에선 씁쓸할 거다.

항상 약체로 손꼽혔던 중국 탑 라이너 자리에 신흥 강자들이 출몰했다. 징동 게이밍의 '줌'과 탑 e스포츠의 '369'다.

▲ 징동 게이밍 '줌' (사진 제공 : 징동 게이밍)

'줌'은 신예가 아니다. 2015년부터 꾸준히 선수 생활을 해왔다. 빛을 보기 시작한 게 최근이라 그런 이미지가 강한 듯. 이미 그는 2017년부터 쭉 징동 게이밍 밥을 먹었고 2018년 섬머 스플릿엔 All-LPL 1팀이 선발되기도 했다. 차츰차츰 성장한 탑 라이너라고 해도 무방하다.

기량이 만개해 스프링 스플릿 우승까지 차지한 징동 게이밍의 '줌'은 데이터도 좋다. 정규 시즌에 16경기로 많이 출전하진 않았지만, KDA가 6.6으로 탑 라이너 중 1위다. 킬이나 어시스트보다는 평균 데스가 가장 적다. 활용했던 챔피언들이 오른과 세트, 모데카이저, 마오카이인 걸 감안하면 더 놀라운 데이터다. 이들은 보통 잘 죽지 않는다는 이미지도 있지만, 팀의 최전방에서 움직여야 하기에 평균 데스가 낮기 힘들다. 안정적으로 경기를 풀어갈 줄 아는 똑똑한 탑 라이너라고 하겠다.

플레이오프에선 갱플랭크로 두 번 다 이겼다. 탱커만 잘하는 탑 라이너라고 생각했다간 오산이다. 맨날 들고 있는 방패 뒤에 묵직한 몽둥이를 한 번씩 꺼내 크게 휘두르는 스타일이다. 그래서인지 '줌'은 현재 LPL 내에서 가장 잘하는 탑 라이너를 묻는 질문의 답변에 꼭 포함되는 선수다.

▲ 탑 e스포츠 '369'(출처 : 라이엇 게임즈 차이나)

탑 e스포츠의 '369'는 '줌'보다 경력이 짧다. 그래도 탑 e스포츠에서 꾸준히 성장한 프랜차이즈 스타와 같다는 게 눈여겨볼 포인트다. 자매팀이었던 킹 오브 퓨처에서 프로게이머 생활을 시작했고 곧장 탑 e스포츠의 탑 라이너가 됐다. 팀과의 계약도 2021년까지라 프랜차이즈 스타의 기질이 다분하다.

앞서 소개했던 '줌'이 방패 역할을 주로 했다면, '369'는 좀 더 다재다능하다. 레넥톤과 모데카이저, 아트록스, 오른 등으로 정규 시즌을 소화했다. 방패보다는 창이 좀 더 어울리는 선수다. 레넥톤 승률이 낮았는데 플레이오프에선 극복했다. 아트록스로는 정규 시즌과 플레이오프 모두 뛰어난 승률을 보였다. 챔피언 폭도 넓어 블라디미르에 케일까지 했던 선수인 만큼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막강한 바텀 라인업
건재한 올드비들 속 신예 '퍼프'


중국 쪽 탑 라인에 새로운 바람이 불었던 것처럼 바텀 라인 쪽에도 꽤 신선한 바람이 일었다. 여전히 기존 강자들이 기량을 유지했지만, 그래도 뉴 페이스들이 이름을 알린 스프링 스플릿이었다.

▲ 징동 게이밍 '로컨' 이동욱(출처 : 라이엇 게임즈 차이나)

징동 게이밍의 '로컨' 이동욱과 펀플러스 피닉스의 'Lwx'는 국내 팬들도 잘 알고 있는 선수다. ESC 에버 시절부터 오랜 중국 생활에도 꾸준한 기량을 보였던 '로컨'은 징동 게이밍의 자랑이다. 'Lwx'는 지난 월드 챔피언십에서 펀플러스 피닉스가 우승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도인비' 김태상이나 '티안'에 밀려 밝게 빛나진 않았지만, 보여줄 땐 제대로 보여주는 바텀 라이너라는 평가를 받았다.

'로컨'은 징동 게이밍의 운영 지향적 스타일에 동화되어 평균 데스가 낮았다. 정규 시즌엔 두 번째로, 플레이오프에선 가장 적게 죽었다. 정규 시즌에는 대미지 기여도나 분당 챔피언 대상 대미지에서는 두각을 보이지 못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선 좋았다. 큰 무대 체질. 가장 잘 다루는 챔피언에는 예전부터 잘했던 칼리스타가 있다. 정규 시즌에 8번 꺼내서 한 번도 지지 않았다.

펀플러스 피닉스의 'Lwx'도 많은 면에서 '로컨'과 비슷한 수치와 퍼포먼스를 보였다. 평소엔 조용히 있다가 중요한 순간마다 대박을 내줬다. 펀플러스 피닉스는 'Lwx'에게 유독 미스 포츈을 자주 쥐여줬는데 대부분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그 역시 '로컨'처럼 정규 시즌보다 플레이오프에서의 데이터가 좀 더 좋았다.

'재키러브'도 탑 e스포츠에 잘 적응했다. iG의 막강한 상체 라인에 기를 못 펴는 것 같았던 '재키러브'는 탑 e스포츠에선 자신의 공격성을 숨기지 않고 있다. 정규 시즌 동안 가장 많은 평균 킬과 평균 데스를 동시에 기록했다. 오히려 플레이오프에선 주춤한 경향이 있다. 그래도 '재키러브'가 합류한 이후에 탑 e스포츠는 바텀 게임도 할 줄 아는 팀이 됐다.

▲ iG '퍼프' (출처 : 라이엇 게임즈 차이나)

잘 알려지지 않은 바텀 라이너 중에 iG의 '퍼프'가 있다. 그는 '재키러브'가 탑 e스포츠로 이적하자 팀에 합류했다. 기대를 많이 받진 못했는데 '퍼프'는 화끈함으로 눈길을 끌었다. 가장 LPL답게 공격 일변도의 운영을 하는 iG에서 바텀 라이너로 뛰기에 적합한 인재라고 할까.

'퍼프'는 이번 스플릿 '재키러브'와 비슷한 성향을 보였다. 너 죽고 나 죽자 식의 장면을 많이 연출했다. 그도 그럴 것이 '퍼프'는 외줄타기 플레이를 즐겨하는 스타일이다. 아펠리오스 '절단검' 상태로 상대 본대 쪽으로 혼자 파고들었다가 빠져 나오는 등 거침없는 선수다. iG의 상체 라인이 헤맬 땐 팀의 대포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가장 사랑한 챔피언은 바루스였다. 정규 시즌에만 17번 꺼냈고 약 65%의 승률을 보였다. 가장 자신있어하는 챔피언은 아마 아펠리오스일 거다. '퍼프'의 하이라이트 영상들을 보면 아펠리오스의 비중이 높다. 그리고 유독 아펠리오스를 할 때면 '퍼프'는 평소보다 차분해진다. 자신에게 딜을 기록할 상황이 나올 때까지 참고 참다가 상대를 쓸어담는다.

경력이 오래되지 않은 선수라 그런지 플레이오프에선 많이 죽기만 했다. 정규 시즌엔 그만큼 킬도 잘 기록했는데 플레이오프에선 그러지 못했다. 강점이 명확한 만큼 단점도 크게 보이는 바텀 라이너다. 이번 대회에선 어떤 의외성을 보여줄 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