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탄생하는 국내 LoL 리그를 향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습니다. 그만큼 최고 수준의 경기가 나오면서 이를 해설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해설 역시 필요로 했죠. 많은 해설자들이 국내 LoL 리그 해설에 도전했지만, 높은 진입 장벽을 넘기 쉽지 않았는데요.

그렇게 더 철저해야만 하는 환경 속에서 의외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해설진이 있었습니다. LCK 챌린저스 리그(이하 CL)의 해설진인 '고릴라-꼬꼬갓-노페' 해설과 이동진 캐스터인데요. 이들에게 색다른 중계를 확인할 수 있었답니다. 함께 한 지 얼마 안 된 사이임에도 남다른 호흡을 자랑했죠. 재미와 동시에 '성장'이라는 CL 해설의 중심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습니다.

"2부 리그를 볼 이유를 만들어 보겠다"는 각오로 뭉친 '꼬꼬갓-고릴라' 해설과 이동진 캐스터. 각자의 입장은 다르지만, 곧잘 어우러지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CL만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Q. 먼저 본인 소개를 부탁드려요.

이동진 캐스터 : 안녕하세요. 배우 겸 캐스터 이동진입니다. OGN에서 2001년부터 MC로 게임 관련 일을 했어요. LoL 캐스터 역할은 MLG, 레이디스 리그, 직장인 리그, KeSPA컵, 중국 LPL 리그에서 했고요. LCK도 잠깐 발을 담궜다가 뜨거워서 발을 꺼낸 경험도 있습니다. 스쳐지나갔죠.

'꼬꼬갓' 고수진 해설 : 2013년에 프로게이머로 데뷔하고 바람처럼 사라진 고수진입니다. 인벤에서는 인벤저스로 활동한 경력도 있네요. LoL 해설은 2015년부터 LPL로 시작했던 것 같아요. 당시 사람들이 LPL을 잘 안 보던 시절인데, 동진이 형과 함께 했죠. 그 이후 LCK를 제외한 모든 LoL 리그 해설을 해본 '꼬꼬갓' 고수진이라고 합니다.

'고릴라' 강범현 해설 : 2013년에 데뷔해 작년까지 프로게이머로 활동했던 '고릴라' 강범현입니다. 이전까지 객원 해설로 활동하다가 이번에 챌린저스 리그(CL)에서 정식 해설을 처음 맡게 됐어요.


Q. CL 해설을 보면 예전부터 호흡을 맞춘 것처럼 편해 보이더라고요. 사석에서도 친한가요.

이동진 캐스터 : 저는 많은 해설진 조합으로 중계를 해봤잖아요. 사실, 많은 중계진이 방송에서 친한 척을 해요. 실제로 대기실에서 한마디도 안 하는 분들이 비지니스 관계니까 방송에 들어가면 말을 더 많이 하거든요.

그런데 저희는 오히려 방송에서 더 말을 많이 안 하는 편이에요. 사석에서 대화를 더 많이 하거든요. 해설하는 날마다 같이 밥을 먹고, 술자리도 가진 적이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관련 없는 공간에서 '노페' (정)노철이까지 CL 해설진 넷이서 모였는데요. 그 때 저희가 새벽 5시까지 같이 있었어요. 술을 마시기보단 LoL과 관련된 이야기를 그 시간까지 했습니다. 전 프로게이머, 감독, 캐스터가 모두 LoL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서 할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그 날 이후로 CL 해설진 사이가 정말 가까워졌죠.



Q. LCK CL 해설에 앞서서 '꼬꼬갓' 해설과 이동진 캐스터님은 KeSPA컵 해설진으로 활동했잖아요. 어떤 경험이었나요.

이동진 캐스터 : 솔직히 하고 싶지 않았어요. 주변에서 모두 하지 말라고 말렸어요. 누가해도 욕을 먹고, 사람들 눈에 익숙한지 아닌지에 따라 정도가 다를 뿐이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새로운 패치에 관한 반감과 더불어 2군 선수가 나오면서 전력을 안 쏟는 팀들에 관한 분노가 어디로 향할지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처음엔 안 한다고 했지만, VSPN 측에서 간곡히 부탁해서 결국 하게 됐습니다. 만약 제가 욕을 먹으면 책임질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본부장님이 본인한테 성이 풀릴 때까지 욕해도 된다고 답하실 정도였으니까요.

다행히 많은 화살이 저를 향하진 않았어요. 그런데 제 옆에 해설진들이 힘들어하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동생들이 말로는 괜찮다고 하는데, 동공이 흔들리는 게 보였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해설진 티어를 물어보는 분들이 나타났는데요. 저도 '옳거니'하고 해설진들 티어를 방송에서 물어봤죠. 당시 해설진 티어가 높았거든요. '꼬꼬갓' 해설이 그랜드 마스터도 찍어보고 마스터까지 간 상태여서 대답했던 기억이 납니다.

'꼬꼬갓' 고수진 해설 : 당시 제가 해설진 중에 가장 높긴 했어요(웃음). 그리고 저는 2021 KeSPA컵을 통해 강해진 느낌을 받았죠. 정말 정신적으로 힘들었거든요. 이전까지 외부 소리에 크게 흔들렸는데, 그 이후부터 저 자신에 관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 제 생각을 굳힐 수 있는 계기가 된 대회였어요.

이동진 캐스터 : 욕을 너무 많이 먹으면, 사람들이 많이 흔들려요. 저도 방송을 오래했지만 마찬가지고요.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데, 비난을 들으면 머리에서 그 말만 맴돌고 평소 기량조차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거든요.


Q. 그런데 CL 채팅창의 분위기는 그때와 또 다른 것 같더라고요.

이동진 캐스터 : 네, 요즘 CL을 보면 욕이 거의 없어요. 간혹 들어와서 "왜 여기는 욕 안하고 가식을 떠느냐"고 오히려 불만을 품는 분들이 있을 정도예요. 그럼 바로 기존 시청자들이 "중계진들이 보고 있습니다"고 말하면서 그분들을 쫓아내요. 그래서 이 부분 만큼은 LCK보다 낫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꼬꼬갓' 고수진 해설 : 그 분위기를 동진이 형이 잘 잡아줬어요. 이제는 단순히 중계진과 시청자라는 관계를 넘어서 더 친해진 느낌이 들어요.

'고릴라' 강범현 해설 : 채팅창과 소통을 하잖아요. 그럼 팬들도 누군가 자기 글을 보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니까 괜히 나쁜 말을 더 안 하는 것 같더라고요.

이동진 캐스터 : 채팅창은 중계 흐름을 읽기 위해서 보기 시작했어요. 아무리 전문가라도 중계 중에 깜빡하고 넘어가는 부분이 있거든요. 거기에 관해 기가막히게 지적이 들어옵니다. 그럼 해설진 중 한 명이 귓속말로 이 부분 틀렸다고 서로 말해주고, 제가 정정한다는 말을 덧붙이는 용도로 활용했죠.

그리고 시청자와 소통하는 게 앞으로 중계가 나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해서 더 열심히 하게 됐어요. LCK처럼 많은 말이 올라오면 힘들지만, 상대적으로 채팅이 적은 CL에서는 일부 의견을 충분히 소개해줄 수 있거든요. 소통 방송을 하는 게 저희의 강점이라고 생각도 들었고요.



Q. LCK CL도 이제 스프링 중반을 넘어섰네요. CL을 보면서 어떤 흥미를 느꼈나요.

'고릴라' 강범현 해설 : CL이 단판제라 새로운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3판 2선승제는 준비한 게 통하지 않았을 때,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보단 기존에 잘했던 카드를 쓸 가능성이 크거든요. 그런데 단판제인 CL은 준비해온 새 전략으로 맞붙는 경우가 많죠. 색다른 픽과 조합이 잘 등장한다고 보면 됩니다.

또 CL이 LCK보다 앞서서 월-화요일에 하잖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11.4 패치를 LCK보다 먼저 맛볼 수 있게 됐습니다. 이런 게 CL에서 나오던데, LCK에서도 나올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더 기대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전에 CL에서 먼저 정글 스카너 카드를 선보였거든요. 한화생명e스포츠 CL 팀이 먼저 이를 활용하고, 그다음에 1군 팀에서도 스카너를 기용하더라고요.

이동진 캐스터 : 패치가 되더라도 선수들이 바로 새로운 카드를 쓰지 않아요. 예를 들어 올라프가 너프를 받았더라도 계속 쓰는 팀들이 있잖아요. 기존에 팀에서 맞춰오던 합이 있으니까요. CL도 그렇지만, LCK보다 과감하게 준비한 카드를 꺼낼 확률이 더 높다고 보는 거죠.


Q. 한화생명 이야기를 했는데, LCK 팀과 CL 팀이 비슷한 경우가 있나요.

'고릴라' 강범현 해설 : 스타일이 비슷하다기보단 분위기가 통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한 쪽이 잘 풀리면, 다른 한쪽이 잘하는 경우가 있죠. 물론, 그 반대 상황도 있겠지만요. 아무래도 숙소와 연습실을 1-2군이 같이 쓰다 보니까 팀 분위기를 공유하는 것 같습니다.


Q. CL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꼬꼬갓' 고수진 해설 : 세계적인 축구 선수 리오넬 메시도 유망주 때 1군 경기에 바로 나오진 못 했잖아요. 아무리 잠재력이 뛰어난 선수라도 기량을 뽐낼 무대가 필요한데, 그 가능성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는 게 CL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잘하면 콜업해서 LCK에서 기용할 수 있죠. KT의 원거리 딜러 '노아' 오현택 선수가 CL에서 경기력이 좋았는데, 바로 1군으로 콜업됐고요.



▲ 해설진이 뽑은 유망주 3인방(영재-버서커-든든)
출처 : T1 공식 트위터, CL 공식 중계 방송


Q. 그동안 CL 경기를 보면서 유망주들이 많이 보일 것 같아요.

이동진 캐스터 : CL에 괜찮은 정글러들이 많아요. 가장 먼저 떠오른 선수는 젠지 e스포츠 2군팀 정글러 '영재' 고영재 선수예요.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거든요. 상황에 맞게 자신이 해야 할 플레이를 찾아내더라고요. 갱킹-카운터 정글과 같은 사건이 일어났을 때, 순간적으로 자신의 대처를 바꾸는 순발력이 굉장히 뛰어난 친구 같습니다.

'고릴라' 강범현 해설 : T1의 '모글리' 이재하 선수도 라이너들이 정말 잘해줘서 묻히는 감이 있는데, 정글러 역할을 정말 잘해줘요.

'꼬꼬갓' 고수진 해설 : KT '노아' 선수는 이미 콜업이 됐으니, 저는 T1의 원거리 딜러 '버서커' 김민철 선수를 뽑겠습니다. 개인적으로 한화생명e스포츠의 '데프트' 김혁규 선수가 배울 점이 많은 원거리 딜러라고 봅니다. 수비적으로 하면서 반반 갈 수 있는 선수는 많거든요. 그런데 '데프트' 선수처럼 공격적으로 해서 이를 무너뜨릴 수 있는 선수는 몇 명 없어요. '버서커' 선수에게도 그런 면모를 봤어요.

이동진 캐스터 : 원거리 딜러만 골랐다는 것부터... 본인 출신은 속일 수 없나 봅니다.

'꼬꼬갓' 고수진 해설 : 그럼 '고릴라'님이 서포터 좀 골라주시죠.

'고릴라' 강범현 해설 : 저는 제가 뛰고 싶은데요(웃음). 일단 서포터는 LCK에서 세대 교체가 잘 됐다고 생각해서 뽑지 않겠습니다. '코어장전-마타-울프-고릴라-투신'에서 '케리아-비스타-베릴-라이프'로 넘어간 상태죠. 반대로 탑 라인이 아직 세대 교체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봅니다. 제 기준에서 '라스칼-칸' 모두 어리긴 한데, 본인들이 나이가 많다고 말하거든요. 2군에서 T1 ‘로치’ 김강희 선수가 잘합니다. 언제 LCK로 향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죠.

앞서 CL 최상위권에 있는 선수들이 언급됐는데, 저는 '역배당'의 선택을 해보겠습니다. 유망주로 농심 레드포스 2군의 탑 라이너 '든든' 박근우 선수를 뽑고 싶은데요. 초창기에 '든든' 때문에 농심이 패배한 경기가 많았어요. 그런데, 1R 후반부터 점점 발전하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아직 게임을 배워가는 단계지만, 그 성장 속도가 정말 빨라요. 이전까지 '따로국밥'처럼 팀과 어우러지지 못했다면, 이제 팀과 함께하는 법을 빠르게 배워나가는 게 보여요. 인터뷰에서 농심 1군에 있는 '리치' 이재원 선수와 연습을 통해 많이 배운다는 말도 하던데, 그런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더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Q. 서포터 유망주를 뽑지 않은 이유를 자세히 들어볼 수 있을까요.

'고릴라' 강범현 해설 : 서포터는 팀에서 입지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볼게요. 프레딧 브리온 2군 팀의 '정훈' 이정훈 선수가 오더 능력이 뛰어나요. 그런데 1군에서도 자신의 입지를 지켜 그런 능력을 발휘할지는 의문이 듭니다. 어느 정도 경력이 찬 선수들이 있으면, '정훈'이 오더를 내려도 잘 듣지 않을 수 있거든요. 프로게이머마다 자신이 빛날 수 있는 팀이 있는데, 지금의 '정훈' 선수는 프레딧 브리온 2군 팀이 자신에게 잘 맞는다고 봅니다.

'꼬꼬갓' 고수진 해설 : '정훈' 선수를 보면, 아프리카 프릭스의 '리헨즈' 손시우 선수가 생각나요. 자신의 개성이 강한 편이죠.



Q. 이동진 캐스터님이 중계 중에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관련한 이야기를 많이 언급하더라고요.

이동진 캐스터 : 저는 많은 기업들이 챌린저스 리그에 투자할 만한 가치를 느꼈으면 했어요. 나아가, 더 많은 기업들이 투자해서 선수와 리그 여건이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언급했습니다. 일부 기업들이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더 많은 팀과 선수들의 상황이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LCK 만큼은 아니더라도 이제 챌린저스 리그의 플랫폼과 시청자 수가 많아졌거든요. 이전 챌린저스 코리아 시절과 비교해봐도 말이죠.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는 이런 시기에 맞게 기업명을 방송을 통해 많이 노출해보려고 했죠. 기업을 언급와 함께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Q. 이동진 캐스터님은 OGN에서 정말 다양한 종목 캐스터 역할을 했는데, LoL 중계의 다른 점이 있을까요.

이동진 캐스터 :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리그가 장수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거기에 게임과 리그 모두 항상 최신 트렌드를 유지하려고 한다는 점이죠.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오랫동안 이어졌지만, 패치나 밸런스 면에서 멈춰있었잖아요. 그런데 LoL은 꾸준히 새로운 게임처럼 변화하더라고요. 저는 개인 사정상 LoL 중계를 잠시 쉬었는데, 다시 돌아왔을 때 정말 많이 바뀌어 있었어요. 패치 내역을 보면서 많이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게임 캐스터 입장에서 챔피언이 새롭게 추가되고 메타까지 빠르게 변한다는 점 때문에 처음에 적응하기 쉽지 않더라고요.

방송에서 화면을 다루는 기술도 크게 발전했는데, 그런 기능들이 도입되는 것을 보면 신기합니다. 2013년에는 상상할 수 없었거든요. 하이라이트 장면 같은 것을 보면, 챔피언을 비추는 각도가 변하고 챔피언 스킬이 장면마다 들어가기도 하잖아요. 카메라로 경기장을 비출 때도 가상으로 밴픽 이미지를 넣기도 하고요.


Q. 이동진 캐스터의 연습량이 정말 많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공식 해설이 된 이후 LoL을 더 많이 하게 됐나요.

이동진 캐스터 : 국내 저명한 e스포츠 캐스터가 많지만, 그중에 제가 LoL 연습량 만큼은 압도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선수들보다 많지 않을까요(웃음). 불 붙은 날은 하루에 18-20시간도 해요. ‘꼬꼬갓’ 해설과 같이 LoL을 하면, 먼저 들어가서 자겠다고 해요. 그런데 자고 일어나서도 제가 게임하고 있던 적도 있습니다. 실력은 해설진보단 부족하지만, 그래도 캐스터 중에서 가장 앞서가려고 합니다. 티어는… “오 동진이 오늘 승급을 앞두고 있구나. 던짐”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아쉽게도 높진 않아요.

LoL 지식과 관련된 공부는 동생들에게 많이 의지해요.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항상 물어보죠. 거의 매일 물어봐서 두 해설도 귀찮을 겁니다.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할지 모르죠. 해설 전에는 미리 신호를 맞춰둬요. 제가 말실수를 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면 발을 밟아서라도 막아달라고 요청했죠.

'고릴라' 강범현 해설 : 저도 근데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제가 LCK 분석 데스크를 하잖아요. 그걸 이동진 캐스터님이 챙겨 봐주면서 피드백까지 해줘요. 정말 감사해요. 덕분에 저도 매주 발전하는 느낌이 듭니다.



Q. ‘고릴라’는 프로게이머 시절 팀의 '어머니'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는데, 이제 해설진 막내 역할을 하게 됐어요.

'고릴라' 강범현 해설 : 프로게이머는 종일 팀원들과 합숙을 하잖아요. 그래서 제가 챙겨줄 게 많죠. 그런데 해설진과 하루 6-7시간 정도 같이 있으니까 누굴 챙길 필요는 없죠. 그리고 이제는 해설진 분들이 잘 챙겨주니까 저도 감사한 마음으로 잘 받고 있습니다. 챌린저스 해설하러 출근하는 시간이 친구들을 보러 가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

솔직히 LCK 분석 데스크는 일하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 제가 많이 하기도 했고, 풀 세트가 두 경기 나오면 더 길어지잖아요. 가끔은 2:0이 나와달라고 바라기도 합니다. 그런데 CL은 단판 5경기로 정해져 있으니 마음에 부담이 덜하더라고요.


Q. 자칭 '서포터 인권 위원회'로 활동 중인데, 이런 확실한 선택을 한 이유가 있을까요.

'고릴라' 강범현 해설 : 최근에 커뮤니티에서 서포터에 관한 인식이 좋지 않았잖아요. 그리고 제가 못 했을 당시에 생긴 말 중에 서포터를 비하하는 말도 있잖아요. 저 역시 앞으로 그런 비하 발언이 나오지 않도록 행동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서포터 포지션에 관한 인식이 좋아져야 비하 발언도 잘 안 나올 테니까요.

그리고 게임 양상 자체도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이전에는 서포터가 활약해도 크게 안 보일 때가 있거든요. 최근에는 서포터가 멋지게 이니시에이팅을 거는 장면을 충분히 볼 수 있죠. 그런데 아직 “서포터면 당연히 저런 플레이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더라고요. 저는 그런 게 절대 당연한 게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자주 언급하는 편입니다.



Q. 고수진 해설은 주 포지션이 원거리 딜러인데, 옆에서 서포터 중심의 관점을 들으면 어느 정도 공감하나요. 혹시라도 반박할 만한 의견이 있을까요.

'꼬꼬갓' 고수진 해설 : 절반 정도는 공감해요. 똑같이 잘하는 플레이를 했을 때, 킬 로그가 안 올라가면서 서포터가 묻히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데 유독 POG 투표를 할 때, 범현이가 서포터에 표를 잘 주더라고요. 딜러가 잘했을 때 결과를 잘 받아먹은 사람이 잘한 것인지 아니면 이 판을 만든 사람이 잘한 것이냐로 나뉘거든요. 여기서 의견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각을 만드는 게 서포터긴 해요. 그런데 가끔은 범현이 의견이 강하다고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웃음).


Q. POG 투표에서 서포터가 한 표만 받았을 때, ‘범인 찾기’가 아닌 ‘범현 찾기’ 같은 그림이 나옵니다.

'고릴라' 강범현 해설 : 저는 억울합니다. 서포터에게 투표를 안 할 때도 있어요. 저에게 ‘프레임’이 씌인 것 같아요.

이동진 캐스터 : 방송에서도 이야기했는데, 그건 제 투표였습니다. 그런데 반대의 경우도 있거든요. 미드 라이너가 잘해서 POG에 선정됐을 때 서포터 표가 있었어요. 범현이가 저를 의심하는 눈빛으로 보더라고요. 제가 서포터한테 표를 줬다고 의심을 받았어요. 말로 그 표정을 담을 수 없어서 조금 아쉽네요. 범현이가 참 대단한 친구입니다.

'고릴라' 강범현 해설 : 저에게 의심이 오기 전에 선수를 쳤습니다(웃음).


Q. ‘고릴라’는 올해부터 공식 해설로 활동하는데, 어떤 어려움이나 재미가 있는지 듣고 싶어요.

'고릴라' 강범현 해설 : 개인 방송은 혼자서 하고 싶은 것만 하면 되지만, 해설은 셋이서 합을 맞춰야 하잖아요. 말하는 타이밍도 잘 맞춰서 제가 치고 들어가야 하고요.

부족한 점은 많겠지만, 아직까지 어려운 점은 없었던 것 같아요. 대신, 해설하면서 느끼는 재미가 더 큽니다. 만약에 LCK 해설을 했으면, 힘들었을 수도 있죠. 그런데 CL은 시청자들 분위기가 좋고, 캐스터님도 그런 분위기를 잘 이끌어 주고요.

이동진 캐스터 : 가능하다면, 정말 이벤트를 해서 선물이라도 드리고 싶을 정도로 시청자들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Q. 정노철 '노페' 해설은 '고릴라'의 전 감독이기도 한데, 함께 해설해보니 어떤 기분이 드나요.

'고릴라' 강범현 해설 : 그 형은 저랑 모든 걸 다했죠. 오랫동안 같은 팀에서 선수로 활동도 해봤고, 선수-코치로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어색하거나 그런 건 없어요. 그렇지만 저도 이렇게 노철이 형과 직업이 겹칠 줄은 몰랐거든요.

이동진 캐스터 : 해설진이 같이 술을 마실 때, 노철이가 “감독과 선수 관계였기 때문에 범현이가 나를 어려워할 겁니다”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러니까 범현이가 “그런 생각 1도 안 했어요”라고 칼 같이 답하는 것을 보고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혼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겁니다.

'고릴라' 강범현 해설 : 그냥 노철이 형을 보면, ‘아 내가 나이가 많이 들었구나’라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처음에 저희가 만났을 때 20살이었거든요. 제가 해외에 나가고 서로 바쁘다 보니까 연락이 끊긴 적도 있어요. 시간이 흘러 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게 참 신기한 것 같아요. 저는 사실 해설을 할 생각은 없었는데요. 막상 해설하게 됐을 때, 다들 정말 편하게 대해줘서 버스를 잘 타고 있습니다.


Q. 고수진 해설은 탑 라인도 잘 알고 있던데, 탑 감수성은 어떻게 키웠나요?

'꼬꼬갓' 고수진 해설 : LoL을 처음할 때, 탑으로 시작했고요. 부계정은 여전히 탑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선수들 경기를 보면, 탑 라인이 상성이 심하게 물고 물리거든요. 이를 파악하기 위해 LCK를 비롯한 경기를 많이 봐요.


Q. 오래전에 봇 람머스를 쓰는 영상을 올린 것을 본 적이 있어요. 당시 진지했나요.

'꼬꼬갓' 고수진 해설 : 저는 당시 정말 진지했어요. 세나와 ‘비원딜’ 메타가 유행일 때가 있었잖아요. 람머스가 세나와 봇에 서면 말도 안 되게 강력해요. 요즘에도 세나가 다시 나오는데, 상대 노틸러스가 있으면 람머스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동진 캐스터 : 세나가 없어도 람머스로 봇에 갔잖아요.

'꼬꼬갓' 고수진 해설 : 그런 것도 있긴해요. 람머스하면 편하니까요(웃음). 그런데 아펠리오스의 하드 카운터가 람머스거든요. 상대 아펠리오스-세트가 나왔을 때, 람머스가 등장하면 다 잡아먹을 수 있어요.

'고릴라' 강범현 해설 : 하… 람머스요? 제가 람머스와 봇에 간다고 생각하니까 끔찍하네요.

이동진 캐스터 : 눈으로 욕하는 사람은 봤어도 ‘고릴라’처럼 한숨으로 욕하는 사람은 처음 봐요. ‘꼬꼬갓’ 해설은 며칠 전부터 저에게 세나를 가르쳐주더라고요.

'꼬꼬갓' 고수진 해설 : 열심히 가르치겠습니다. 누군가 ‘숙주’가 되겠죠(웃음).



Q. 세 분이 추구하는 해설의 방향은 어디인가요.

'고릴라' 강범현 해설 : 일단, 저는 해설진에 해가 되지 말자는 마음가짐입니다.

'꼬꼬갓' 고수진 해설 : 시청자 입장에서 아 ‘꼬꼬갓’은 “정말 게임을 잘 알아서 저런 말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어느 해설진에 합류하더라도 평균 이상은 하겠다는 이미지를 심고 싶어요. 제가 개성이 강한 편은 아니기에 내용과 어느 해설진과도 잘 어울릴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려고 합니다.

이동진 캐스터 : 이전까지 많은 분들이 e스포츠의 진정성, 무게감을 강조해왔어요. 여전히 중요한 경기-대회가 있지만, 앞으로 e스포츠가 많은 분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봅니다. “LoL을 잘 모르는데, 중계를 보니 즐겁더라”는 말을 남겨주는 분을 보니 뿌듯하더라고요. 많은 분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는 트렌드에 맞게 저도 변화해 나가려고 합니다.


Q. 이동진 캐스터가 옆에 두 해설진을 LCK로 콜업시켜보겠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현 자리에서 세 분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이동진 캐스터 : ‘프린스 메이킹’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 범현이나 수진이 모두 게임을 보는 눈이 있는 친구들이기 때문에 방송 스킬만 잘 연습해서 나가면 충분히 좋은 해설을 할 수 있다고 봐요. CL에서 많이 훈련하고 올려 보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현 e스포츠 중계의 전설인 정노철 해설처럼 LCK-CL을 모두 할 수 있으면 해요(웃음). 모두 다 올라가면 보고 싶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해설진 뿐만 아니라 LCK를 뒤흔들 수 있는 선수들이 CL에서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꼬꼬갓' 고수진 해설 : 목표는 어느 게임이든 1군 해설자가 되는 겁니다. 2군 해설도 좋지만, 여기서 만족할 수는 없으니까요.

'고릴라' 강범현 해설 : 저는 공백기가 있을 예정입니다. 그냥 팬들에게 ‘고릴라’가 해설로 이런 활동도 했다는 인식을 남기고 싶어요.


Q. 다들 여러 해설 및 프로 경력이 있는데, LCK CL 해설을 하면서 느낀 감정을 편하게 말해주세요.

'고릴라' 강범현 해설 : 판이 커졌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제가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던 시절에 인터넷 방송 대회 정도만 있었는데요. 2군, 아카데미까지 이렇게 대회를 챙겨줄 줄은 몰랐거든요. 판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꼬꼬갓' 고수진 해설 : 중계에 재미를 느끼게 됐어요. 이전까지 일로 느껴질 때도 있었는데, 팬분들이 반응을 잘 해주고 해설진 네 명이 함께 합도 잘 맞아서 재미있게 하고 있습니다.

이동진 캐스터 : 저는 운동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다양한 스포츠 종목의 팬으로 많은 대회를 봤죠. 그런데 2군 대회를 본 적이 그동안 거의 없어요. 프랜차이즈 제도가 활성화된 리그라도 잘 안 보게 되더라고요. 저 역시 그랬기에 CL은 팬들이 2군 리그를 봐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처음에 중계가 재미있어서 보다 보니까 어떤 선수가 정말 잘하는 게 느껴지는 거죠. 응원을 받은 선수들이 또 얼마나 성장할지 모르잖아요. 그렇게 2군 리그만의 매력과 색깔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