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 이주현의 옷이 바뀌었다. 신인의 패기처럼 열정적이었던 빨간색에서 조금은 차분한 더 안정감을 겸비한 노란색 옷으로. 플레이스타일도, 프로게이머로서의 활동에 있어서도 크고 작은 부분에서 많은 변화를 가져온 한 해다.

'클로저'라는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T1 아카데미, 2군 시절부터다. 팀 컬러처럼 저돌적이고 강렬한 플레이로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특히 초반 라인전에서 과감하고 공격적인 챔피언을 잘 다뤄 '페이커' 이상혁의 뒤를 이을 T1 미드 라이너로 점찍혔다.

1군까지 이름을 올린 '클로저'는 LCK 데뷔 당시 많은 관심을 받았다. 플레이도 제법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여러 엔트리 변화를 겪으며 T1의 미드는 '페이커'가 자리를 지켜 '클로저'가 설 자리는 자연스레 줄어들었다. 그런 클로저에게 2022 시즌은 새로운 도전과 같았다. 어색한 노란색 유니폼을 입으며, 당당한 주전 미드로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했던 '클로저'.

'클로저'는 2022 시즌을 되돌아봤을 때 성장한 부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패기 있고, 날카로운 플레이 스타일을 선호하며, 이런 플레이를 선호했던 예전에 비해 조금은 이성적으로 바라보고, 부드러운 강함을 가미했다. 또한, 플레이 외적으로도 새로운 팀원들과 합을 맞추며 소통에 대한 중요성도 깨우쳤다.

또한, 몇 년이 지나도 겪지 못할 선수로서의 다양한 감정을 한 해에 겪었다. 연패의 아픔, 그걸 극복하는 자세, 방법, 연승을 기쁨, 생에 첫 다전제 등, 결과적으로 롤드컵 진출에 성공하진 못했으나 얻은 게 많은 '클로저'의 2022 시즌이다.


Q.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1년 동안 정말 열심히 달렸다. 그래서 최근에는 그냥 휴식에만 집중하고 있고, 솔로랭크만 조금 돌리면서 못했던 운동도 하며 지내고 있다.


Q. 롤파크 밖에서의 '클로저'는 처음이다.

나는 지극히 평범한 축에 속한다(웃음). 옆을 조금만 둘러봐도 있는 흔한 20살 청년이다. 요즘 배드민턴을 시작했는데, 재밌으면서 유산소 운동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 꾸준히 하려고 한다. 휴가 때 여동생과 함께 해봤는데 재밌더라. 그리고 '엘림' 형이랑 노래방도 다녀왔다(웃음).


Q. T1에서 3년이란 시간을 보내고, 리브 샌드박스로 이적했다. 어떤 마음이었나?

T1이라는 팀을 떠나 새로운 마음으로 무조건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최소 LCK에서 중상위권 미드 라이너라는 평가를 받고 싶었다. 그리고 이적 당시 스스로 실력에 대한 자신감도 넘쳤다. 다만, 다른 팀으로 이적이 처음이라 모든 게 어색해서 그런 것들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만 조금 있었다.


Q. 하지만 스프링은 쉽지 않았다. 심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었을 텐데?

내 실력에 대한 믿음 외에 우리팀이 나를 포함, 신인도 많고, LCK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 대부분이라 솔직히 걱정이 많이 되긴 했다. 경력이 어느 정도 있는 선수가 '도브' 형 정도인데, '도브' 형도 포지션을 변경한 뒤 처음이지 않나.

그리고 처음에는 스크림도 거의 다 졌다. 그래도 각자 장점이 보이는 부분도 분명히 있어서 엄청 부정적이진 않았는데, 아무래도 초기에는 "리브 샌드박스는 '미드-정글'이 뭘 해줘야 해"라는 압박, 부담도 조금 있어 플레이도 잘 나오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서로 아직 덜 친한 것도 확실히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성적까지 좋지 않으니 분위기도 좋은 건 아니었다. 그런 부분이 우리팀이 나아지는 데 있어 채워지지 않았던 하나의 조각이지 않았나 싶다.


Q. 그런 부분들을 '프린스'의 합류 후 바뀌었다고 보이는데, 뭔가 달라졌을 것 같다고 느낀 시점은?

확실히 '프린스'형이 합류한 뒤 많이 달라졌다. '카엘'이 엄청 조용하고 얌전한 스타일인데, '프린스'형이 먼저 다가가고, 말도 많이 걸다 보니까 어느 순간 바텀 소통이 잘 되기 시작했다. 그게 시작점이었고, 분위기도 좋아졌다. 그러나 합을 맞추는 과정에서 시간이 많지 않아 스크림 성적이 갑자기 확 좋아지거나 그러진 않아 서머 시작 전 불안감은 있었다. '뭔가 되겠구나'라고 느낀 시점은 1라운드 광동 프릭스를 잡고 나서다. 그 경기 이후에 각성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Q. 확실히 분위기나 연패, 연승에 따른 기세, 흐름이 크게 작용한다는 걸 직접 느꼈을 것 같다.

크게 다가왔다. 연패, 연승 둘 다 경험했는데, 그런 기세나 팀 분위기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예를 들면, 똑같은 전략, 전술도 연패를 하고 있을 때는 그 플레이에 대한 불안, 의심이 알게 모르게 조금은 생겨 0.1초라도 망설이게 되는 경우가 종종 나온다면, 연승할 때는 머뭇거림이 없다.


Q. 롤드컵 진출 실패는 아쉽긴 해도 올해 리브 샌드박스가 보여준 멋진 모습들은 팬들에게 최고의 선물이었다.

우리는 '질 때 지더라도 화끈하게 보여주고 지자'라는 마인드를 계속 강조했다. 소위 '약팀이라~~'라는 울타리에 갇히기 싫었다. 그런 부분에서 다들 화끈하게 하고, 뭔가를 보는 각도 비슷해지면서 시너지가 발휘됐다.


Q. '폰' 코치와 많은 정보를 공유한다고 들었다.

확실히 선수 시절 굉장했던 코치님이 자세하게 봐주니까 많은 도움이 된다. 미드 티어 정리나 챔피언 상성, 꿀팁 등 정보 공유에 있어 큰 도움이 됐다. 특히 소소한 꿀팁을 정말 많이 아시더라. 그리고 재밌는 일화로 나는 '폰'코치님이 그렇게 대단한 선수였다는 걸 잘 몰랐다.

그냥 선수 출신이라는 정도만 알았는데, 유튜브에서 우연히 '폰' 코치님의 매드 무비, 연대기를 보면서 엄청난 선수였다는 걸 알게 됐다(웃음). 그게 서머 시즌 이후다.


Q. 2022 시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혹은 되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아무래도 롤드컵 선발전 4세트다. 우리답지 않았던 게임이고, 모든 부분에서 조급했고, 플레이를 침착하게 하지 못했다. 다전제가 처음이라 체력적으로도 좀 힘들었다.


Q. T1에 있을 때에 비해 어떤 점이 가장 크게 바뀐 것 같은가?

T1 당시에는 흔히 뒤가 없는 무대포 스타일이었다. 지금은 거기서 이성적인 부분이 많이 가미됐다. 지금 돌이켜봤을 때 1년 동안 스스로 확실히 성장했다고 느낀다.


Q. 롤드컵을 얼마 남겨두지 않았다. 최근 미드 메타는 어떤지 궁금하다.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딜이 좋아졌긴 하지만, 딜을 보고 뽑는 픽이 아니라 많이 사용하지 않을 것 같다. 아지르, 아리는 여전히 많이 등장할 것 같고, 바텀의 힘이 약해져서 미드-정글이 더 중요해지지 않을까 싶다.

평소 궁금하거나 관심이 있는 경기는 챙겨보는 편인데, 롤드컵에선 한국 팀 경기는 다 챙겨볼 생각이고, LPL은 '나이트' 선수 경기가 기대된다. 라인전 때 초반 움직임만 봐도 느낌이 오는 선수가 있는데, '나이트' 선수가 눈에 들어오더라. LPL에서는 '나이트', '루키', '샤오후' 선수가 무빙에 있어 뭔가 항상 비틀 준비가 되어 있는 느낌을 받았다.

LCK에서는 '쵸비' 선수가 가장 많이 언급되는데, 내가 느끼기에는 단순하게 CS하나 하나에 언제나 진심을 담고, 1초도 낭비하지 않으려는 그 집중력을 초반부터 끝까지 유지하고, 미니언 대미지 계산도 정말 정확하게 잘하시는 것 같다.

최근 솔로 랭크 기준으로 인상적인 미드는 롤드컵엔 없지만 '루키' 선수다. 사실 아카데미 시절 '내가 짱이다'라고 자신감이 넘쳤던 시절이 있는데, 벽을 느낀 게 '루키' 선수였다. 딴 건 몰라도 1:1에서 킬각 보는 능력은 정말 자신이 있었는데, 내가 킬각을 보기 전에 '루키' 선수에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죽었던 기억이 있다.


Q. 세대 교체가 계속 이뤄지고 있고, 2000년대 선수들이 주목을 받기 시작하고 있는데, 라이벌 의식이 드는 선수가 있는지?

'제카' 선수다. '제카' 선수가 중국에 있을 때 스크림도 많이 해서 친해졌는데, LCK에 오면서부터 뭔가 어색해졌다. 그전에는 서로 리그가 다르니까 서로만 아는 꿀팁을 공유하기도 하고, 말도 편하게 했는데, LCK 이후로는 서로 롤파크에서 만나면 '안녕하세요'로 단체 인사만 나누고 지나갔다(웃음).


Q. '클로저'의 프로게이머 인생은 이제부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떤 프로게이머 되고 싶은지?

'폰' 코치님처럼 레전드 선수로 불리는 미드 라이너가 되고 싶다. 그럴 자신도 있다. 내년에도 많은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