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죽을 때까지 해설하고 싶은데, 그건 어렵겠죠?"

시작은 '게임이 좋아서'였다. 프로게이머 시절을 거쳐 스타크래프트 해설자로 이름을 알렸고, LoL로 새롭게 출발한 뒤 그는 한국 최고의 해설자가 되었다. 지금의 그를 한 마디로 설명하는 별명은 바로 '동준좌'. 말 그대로 해설의 본좌 자리에 오른 것이다.

작년 봄에 이어 올해 여름, 김동준 해설이 다시 인벤을 찾아왔다. 한국에 LoL이 모습을 드러낸 지 1년 반, 그 사이 많은 것이 눈부실 정도로 바뀌었다. 하지만 바뀌지 않은 것도 있었다. 이 남자의 넉살 좋은 웃음, 그리고 열정이 거기에 속했다.

인벤 강남 오피스에서 그와 나눈 대화는 영양가를 꾹꾹 눌러담고 있었다. 쾌활한 분위기 속에서 오늘날 LoL에 대한 많은 설명이 흘러나왔다. "언제나 처음부터 공부해야 하는 게임이라 힘들어요" 라면서 웃음을 짓는 김동준 해설, 하지만 누구보다 피나는 노력으로 공부를 멈추지 않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간다는 느낌은 처음이에요"

▲ 챔피언스 섬머 2012 결승, 용산 전쟁기념관에 모인 수많은 인파


오랜만에 뵙네요! 인벤 독자 여러분께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챔스 해설을 맡고 있는 김동준입니다. 근 1년여 만에 다시 찾아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LOL 챔피언스 해설을 진행한 지 1년 반이 되어가시는데요. 그동안을 돌아보면 느낌이 각별하실 것 같네요. 어떠신지?

'참 세월이 빠르구나' 싶네요(웃음).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간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살면서 별로 없어요. 지난 1년 반은 정신없이 흘러간 것 같습니다. 흐름의 변화가 빨리 이루어지는 게임이다 보니 또 하나의 재미가 되지 않았나 싶구요.


그동안 인상에 깊이 남았던 순간들을 꼽자면?

한 손에 꼽지 못할 정도로 많아요. 작년 섬머 시즌 결승도 생각나고, 롤드컵 국가대표팀 선발전 최종전, 윈터 시즌 아주부(현 CJ엔투스) 내전 경기도 생각나고요. 구 CJ 엔투스와 아주부 프로스트의 8강 명경기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지금 다시 생각해도 감동적이고 재미있었던 순간이 많네요.


이번 LOL 챔피언스 스프링 2013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다면?

4강 멤버를 보면 기존 활약했던 팀 반, 비교적 신예 혹은 기대만큼 좋은 성적이 아니었던 팀 반으로 구성돼서 신구의 조화가 이뤄지는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 시즌까지는 CJ 양 팀과 나진 소드 등 기존에 활약했던 팀들이 연달아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프로스트와 블레이즈 제외하면 조금씩 판도가 바뀌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그런 면에서 CJ의 두 팀은 정말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고요.


CJ 엔투스의 경우 형제팀이 모든 시즌 동반 4강 진출에 성공하고 있죠. 이런 꾸준한 성적을 낼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아무 생각없이 단순 플레이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의 밴픽이나 챔프에 대해 연구하거나 토론하는 시간이 아주 많은 것이죠. 그런데다가 가장 중요한 부분인 팀 게임에서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다면 바로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입니다. 이건 코칭스태프과 감독의 힘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선수들의 각별한 의지가 없다면 쉽지 않을 텐데 아무래도 초창기부터 끈끈하게 이어진 믿음과 정이 좋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이번 시즌, 특히 인상 깊었던 경기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가장 재미있었던 경기는 12강 CJ엔투스 블레이즈와 나진 소드의 두 경기였어요. 인상적이었던 경기는 SK텔레콤 T1 2팀의 12강 초반 독특한 픽, 스피디한 운영을 통틀어 말씀드리고 싶네요. 한 장면을 집어서 말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각각 다섯 명이 맞붙는 게임이라서요.

화제가 된 플레이어는 단연 SK텔레콤 T1 2팀의 미드라이너 "Faker" 이상혁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르블랑을 대회에서 쓴다거나, 미드 니달리로 화려한 플레이를 보여준다거나 하는 점이죠. 앗 하는 순간에 동물적인 감각으로 상대를 잡아내는 모습도 굉장하고요. 스타성이 다분한 플레이어라고 생각해요. 카직스가 진화하는 찰나의 틈을 노린 것도 대단했죠. 상대였던 "Ambition" 강찬용 선수가 자신의 좋지 않은 습관이었다고 나중에 이야기하더라고요.



"가장 중요한 것은, 순간적 판단이죠" 김동준 해설이 말하는 지금의 LoL



라인 스왑이 필수가 된 지 오래였다가 정글 개편이 예정된 상황인데, 지금까지의 추세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많은 팀들이 실제로 부담을 이야기했고요. 오히려 퍼플(진영)이 블루보다 픽밴에서 전략적으로 좋다는 팀도 있는데, 맵 구성상으로는 분명 블루가 우위에 있는 부분이 있었어요. 실제 승률도 약간 앞서고요. 그런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PBE 서버에서 이루어진 정글 개편은 굉장히 좋은 생각이라고 보고 있어요.

이렇게 흐름을 개선하는 라이엇게임즈의 추진력을 굉장히 좋게 생각하고, 앞으로도 계속 바뀔 것이라고 생각해요. 라인 스왑까지는 전략이 아닌 정석의 하나로 해석할 여지가 있고, 스왑을 하더라도 다이내믹한 싸움이 벌어진다면 좋다고 보거든요. 그런데 아쉬웠던 점은 다른 부분에 있어요. 바로 타워 대미지가 강해진 것 때문에 안정적인 커버 플레이가 많이 나온다는 점이죠. 그 전까지만 해도 라인 스왑이 재미를 반감시킨다는 이야기는 잘 나오지 않은 것으로 기억하거든요. 선수들의 선택이 강요되는 모습을 아쉽게 느꼈어요.


정글의 대대적 개편으로 생길 게임 양상의 변경점을 예상하신다면?

큰 패치가 이루어지면, 반드시 예상 이상으로 변수가 생기더라고요. 개인적으로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초반에 늑대와 유령 등을 먹으면서 얻는 이득이 대폭 줄어들게 되니 시작부터 전략적인 요소가 나올 가능성은 커질 것 같네요. 좋은 변화라고 생각해요. 굳이 예상을 해본다면, 더 라인에 집중하는 동시에 예전보다 균형이 맞는 경기가 초반부터 흥미진진하게 펼쳐질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타워 대미지를 좀 어떻게 했으면 좋겠지만요(웃음). 프로 레벨의 선수들은 손해 보는 플레이를 하면 안 된다는 강박이 있는데, 공격적인 플레이가 이점이 있어야 선수들이 플레이를 선택할 수 있거든요. 최소한 반반이라도 돼야 자기 스타일을 펼칠 수 있고요. 예전에도 타워가 필요한 만큼은 강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너무 세게 만든 느낌입니다.

사실 이 불만은 프로들의 기준이고, 일반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유저에게는 일리가 있는 패치긴 해요. 게임을 막 시작해서 타워로 버티고 있는데 다이브를 당해서 쉽게 잡혀버리면 짜증이 날 여지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프로 레벨에서는 보는 재미가 약간 감소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팀 스타일이 전체적으로 비슷해지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고요. 공격적인 팀과 수비적인 팀이 있었는데 지금은 커버 플레이가 대세가 되었죠.


스타크래프트의 경우 마지막에 결국 '피지컬' 싸움이 되었다는 의견이 많은데, LOL 대회 역시 그런 식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을까요?

피지컬은 나날이 더 중요해지긴 할 거예요. 그런데, 이 게임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워낙 챔프가 많고, 밴픽 단계에서부터 심리전과 분석으로 인한 전략적인 요소가 너무나 많아요. 머리 싸움이 계속 중요하게 작용할 거예요. 어떤 새로운 챔프가 나올지, 룬과 마스터리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도 기대되는 부분이고요. 별 것 아닌 듯한 요소에서 큰 바람이 몰려올 수도 있을 것이 이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한 번에 기울어져서 경기가 끝나는 빈도는 높아질 수 있겠죠. 하지만 그것이 극한이라고는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사실 피지컬 측면에서 뛰어나다고 볼 수 없는 선수들이 여전히 잘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최근에 이 점을 크게 느낀 적이 있었어요. "CloudTemplar" 이현우 선수가 피지컬에 있어서는 좋은 평가를 못 받잖아요. 그런데 나진 소드와의 8강전에서, 제가 이런 해설을 한 적이 있어요. "케넨이 레드 버프를 가져와서 다이애나를 괴롭히는 상황이다. 딜교환도 일방적이고, 너무 껄끄럽고 계속 피해를 입을 것이다" 라고요. 그 선택을 이현우 선수가 했다고 하더라고요. 자신이 레드를 먹을 수도 있지만 케넨에게 버프를 넘겨줬고, 그 순간의 판단이 탑 승부를 결정지은 거죠. LoL은 매 순간마다 할 수 있는 선택이 많은 게임이에요. 피지컬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분명 아닙니다.


이번 시즌 또다른 변화로 '식스맨 체제'를 들 수 있는데요. 이 시도는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기본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선수와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는 특히 좋은 시스템으로 보이고요. 물론 팬들 입장에선 '5인 1팀'이라는 확실한 정체성을 선호하실 것 같아 그런 부분에서 아쉬움도 있긴 하죠. 하지만 무한 경쟁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선수들이 더 좋은 경기력을 팬들에게 선사할 수 있는 측면을 생각해보면 분명히 옳은 선택입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고, 언제나 다섯 명이서 변동 없이 연습하면 어느 순간 한 부분에서 균열이 생기기 마련이예요. 그 균열이 큰 여파가 될 수 있죠. '혼자 하는 게임이 아니다' 라는 점이 진짜 오묘한 것 같아요. 저도 이전에는 혼자 하는 게임만 중계하다 보니 그 점을 오랫동안 간과했는데, 팀 게임 역시 인간관계잖아요. 다른 팀 스포츠를 봐도 절대적으로 그 멤버만 있는건 아니고요. e스포츠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시스템이 갖춰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진 팀의 경우 한 발 더 나아가 로스터 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이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보시나요?

네, 식스맨 체제에서 더 발전될 형태이고, 앞으로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선수가 너무 많으면 팬 입장에선 경기에 집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긴 하겠죠. 하지만 더 멋진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이 팬을 위해서도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시즌 '미친고딩'이라 불리는 어린 신예들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그 선수들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은데요.

어찌보면 당연한 흐름인 것 같아요. 예전 RTS 장르 게임에서 두각을 드러낸 선수들의 전성기는 대부분 19-21세였어요. 어느 정도 예외적인 선수도 있었지만요. 점점 더 어려지고 있는 추세에요.


그렇다면 어린 선수들이 게임 내적인 부분에서 가지는 장점은 무엇일까요?

LoL과 같은 장르의 게임은 순간 두뇌회전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일대 다, 혹은 다수 대 다수 상황에서 특히 그렇죠. 특정 상황에 처했을 때 상대와 어느 정도 거리에서 어떤 변수가 있을지 찰나의 순간에 머리에서 연산이 끝나야 해요. 그걸 가장 빠르게 해내는 게 그 나이대 선수들이거든요.

이전에 말씀드렸다시피 LoL은 멘탈 스포츠고 정신력이 정말 중요한 요소지만, 그에 더해 트레이닝을 통한 피지컬 단련보다 순간 계산이 중요해요. 그래서 '미친고딩'들이 발 빠르게 대처하고 환상적인 컨트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많은 나이에도 잘 하는 선수들이 있거든요. 이들에 대한 평가나 전망을 알려주신다면?

잘 하는 선수들은 많죠. 그 선수들에 대한 평가 역시 높게 하고 있지만 '미친고딩'들은 계속 쏟아져 나올 거거든요. 라인전을 이기기가 힘들고 너무나 감각적이고 빠르게 성장해요. 압박을 계속 느끼게 될 거예요. 소위 '미친고딩'들은 앞으로도 계속 선수로 데뷔할 거고요. 저는 나이 많은 선수들이 이런 현실에서 선전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객관적으로도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이고, 우승까지 거머쥐기도 했고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어려움을 많이 겪겠지만, 정말 잘 했으면 좋겠어요.



잠재력과 성장 사이, 그리고 챔프의 변화



이번 시즌 가장 큰 가능성을 보여준 팀, 혹은 급격히 발전한 팀을 꼽는다면 어디일까요?

가장 눈에 들어온 팀은 SK텔레콤 T1 2팀이었어요. 정말 높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요. 어린 선수들이기도 하고, 데뷔 전부터 인정받은데다 김정균 코치가 심혈을 기울여 멤버를 구성했고요. 실제로 자신들의 가치와 경기력을 입증해 보였잖아요. 물론 중간중간에 경험 부족에서 오는 듯한 아쉬움도 있지만요. 앞으로 계속 좋은 팀, 강한 팀, 최정상급의 팀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가능성이 꽤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장'의 느낌을 준 팀은 아이러니하게도 CJ엔투스의 두 팀, 프로스트와 블레이즈였어요. 특히 프로스트는 맨날 치고받다가 마지막 한 경기를 잡아내는 패턴이었고. 그래서 팬도 많고 드라마틱한 매력이 있었죠. 그런데 이번 시즌은 압도적이었거든요. 그런 점이 신기해요. 블레이즈도 지난 시즌 아쉬웠던 "Flame" 이호종 선수가 부진을 떨치고 비행기 조종사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의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팬들에게 보답하고 있고요.


이번 대회에서 가장 떠오르는 챔피언들을 골라본다면?

사실 당황스러운 질문이에요. 많은 경기를 보다 보니 흐름이 자연스럽거든요. 이번 시즌만을 끊으면 12강 초반, 중반, 종반에 쓰인 챔프가 다 달라요. 12강이 5주 동안 진행됐는데 챔프에 대한 평가와 선택의 흐름이 2주 정도 간격으로 계속 바뀌거든요. 특정 챔프가 새롭게 떠올랐다고 말하기는 무리가 있는 것 같네요.

일단 밴픽의 중심에 있던 쉔을 대부분 선호하지 않게 된 흐름은 흥미로웠어요. 그러면서도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건재한 것을 보면, 기점을 두고 흐름이 바뀐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선구자적 운영인 제이스의 활용 같은 경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자연스러운 챔프와 조합의 변화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시나요?

선수들이 연습 경기를 통해 느끼는 것이 가장 큰 계기겠죠. 스크림이나 솔로 랭크를 거치면서 챔프 평가가 달라지고 그것으로 인해 새로운 구성이 만들어진다거나, 이론으로는 좋아 보였는는데 막상 해보니 전혀 안되더라 하는 등의 연습 결과가 국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실제로 이야기를 들어도 상위권 팀들은 중화권 팀과 연습하면서 느끼는 것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다이애나의 노골적 선픽 등의 선택은 한 발 빨랐던 쪽이 중화권 팀이었거든요. 많은 팀들이 서로의 플레이와 챔프 선택을 보고 많이 배운다고 말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스타일이 비슷해지기도 하고, 팀의 고유한 색깔이 조금 퇴색되는 것 같아 아쉽긴 한데 그런 면이 선수들 입장에서 더 나은 기량의 원동력이 되는 것은 사실이죠.


요즘도 해외 경기를 자주 챙겨 보시는지?

예, 집에 있을때는 언제나 트위치와 아프리카TV를 이용하고 있어요. 인벤의 도움도 정말 많이 받고요. 국내 리그는 특히나 생방송으로 보려고 하는 편이에요. 어떤 분위기가 있었는지 느끼고 싶어서요. 대회 외에도 관련 프로그램 보면서 도움받는 것도 많아서, '은밀한 개인교습'이나 '나는 캐리다' 등 역시 챙겨보고 있죠.


해외에서 선호하는 챔프나 조합이 국내 상황과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너프 전 헤카림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는데요. 현재 지역별 특징을 간단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예전에는 지역별로 밴픽이 완전히 달랐거든요. 그런데 해외에서 LoL챔스도 다 보고 언급하는 등 교류가 계속되다 보니 오히려 예전에 비해 비슷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차이가 있다면 어느 지역은 한타, 어느 지역은 라인전을 지향한다거나 하는 정도죠.

유럽은 참신한 픽이 많고, 개인의 역량이 뛰어나지만 기본적으로는 좋은 픽 성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최근에 그렇게 인상 깊은 부분까진 없었어요. 다만 엑스페케의 카사딘 같은 픽은 우리도 쓸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북미 말파이트나 헤카림도 선수들의 평가가 나쁘지 않아요. 하지만 잘 쓰기 어렵다는 평이라 앞으로 연습이 충분히 이루어지면 쓸 수도 있겠죠.


해외에서 특히 성장세가 주목되는 선수나 팀이 있으신지?

딱히 없어요(웃음). 중국이 어쨌든 잘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실제로 그런 느낌이죠. 그중 OMG가 잘 하는 것은 알고 있는데 몇 경기만에 평가가 휙 바뀌면 안 된다고 결론을 내렸어요. LoL이 재평가의 장이라고 해서 그것 가지고 많이 놀기도 하는데, 결국 토너먼트에서 남는 것은 성적이거든요. 그런 점에서 프로스트가 정말 대단한 팀이라고 느끼기도 하고요. 중요한 것은 '리그가 끝나고 순위가 어떻게 되느냐' 라고 생각해요. 해설자 입장에서 객관적인 시선을 가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존 메타를 깨뜨리는 팀이 등장한다면, 그 팀이 세계 LoL을 재패할 수 있을까요?

LOL은 '절대 강팀'이 나올 수가 없다고 생각해요. 한단계 높은 이해도와 메타가 나와도, 그게 파훼되는 속도가 5:5 게임이라 더 빨라요. 매 시즌 결승이나 4강을 가는 모습을 몇몇 팀이 보여주고 강한 팀이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한편으로 어디와 붙어도 질 수 있는 게 이 게임이거든요. 그래서, 더 재미있지 않나 생각해요.

한두 시즌 연달아 우승하는 경우는 있겠지만, 스타크래프트1 후반 '택뱅리쌍' 네 명처럼 매번 같은 결승 구도는 쉽게 나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제 네 시즌. 롤드컵 포함해서 다섯 시즌 정도 경험하고 이야기하는 건 섣부를 수 있겠죠. 하지만 혼자 하는 게임이 아니라서 정말 어려워요. '클래스'가 계속 유지되긴 정말 힘들 거예요. 각자 사이클이 다르니까.


해외 대회에서 많이 채택하고 있는 더블 엘리미네이션 방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예전 MSL에서 그 방식을 중계한 적이 있어 와닿긴 했는데, 확실히 직관적이진 않아요. 패자조 4강 몇주차, 같은 식으로 적어놓으면 머릿속에서 안 그려지거든요. 한국 팬 분들의 직관적인 성향상 더블 엘리미네이션보다는 풀리그 토너먼트 방식이 어울려 보이고, 물론 해외에서 더블 엘리미네이션 방식을 채택하는 것에 대해 불만은 전혀 없어요. 각자 고유한 선택의 문제거든요.

우리가 마지막 세트에 블라인드 픽을 쓰는 것도, 사실 저는 처음에 부정적인 입장이었거든요. 그런데 팬들의 반응이 좋았고, 저 역시 한 명의 관전자로 봤을 때 재미있더라고요. 다른 건 다 필요없고 재미있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프로 선수에게 솔로 랭크란? "반드시 해야 하는 것!"



꾸준히 경기력이 좋은 선수, 계속 성장하는 선수가 되는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꾸준한 팀 선수들은 그만큼 연습을 많이 하고, 열정과 노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언젠가 해설 중에 말하다 끊긴 내용인데, 이 게임은 기존의 그 어떤 게임보다 연습량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느 종목이나 중요하지만 특히나 그렇죠. 일단 팀 게임이면서도 솔로 랭크가 있기 때문에 혼자 게임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어요. 그것을 통해 비슷한 수준의 다른 선수를 만나서 배우는 점이 분명 있거든요. 팀 게임만 하루종일 하는 게 오히려 대세 챔피언이나 중요경기 팁 파악이 더 늦어질 수 있고, 실제로 그런 경우가 있었어요.

그래서 힘든 거죠. 하루종일 팀 게임을 열심히 하면서 혼자 랭크도 해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해요. RTS 게임은 체력도 정말 중요한데, 이 게임은 연습량 많으면 무조건 좋은, 하루종일 연습하고 분석하는 게 최고인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며칠 휴가만 다녀와도 그 공백을 따라잡기 힘들어요. 그 사이 다른 팀은 분석을 끝내거든요.


선수에게 솔로 랭크도 중요하다 생각하는 부분에 보충 설명을 하신다면?

솔로 랭크를 하는 고수들의 절대 다수는 선수가 아니잖아요. 아마추어 유저나 프로 지망생이 많은데, 꽉 짜여진 팀 단위 게임에서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밴픽과 운영을 그들은 잘 모르죠. 자유롭게 픽을 하고 운영하는 상태라 그 과정에서 영감을 얻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요.

더불어 솔로 랭크는 개인기의 장이거든요. 예를 들어 캐리력이 중요한 포지션의 프로 선수가 '솔로 랭크에서 높은 확률로 캐리할 수 있느냐'는 팀의 전력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라고 생각해요. 솔로 랭크에서 툭하면 캐리하는 선수들이 실제 대회에서도 잘 하고 있고요. 좋은 평가를 못 받은 선수들은 실제 솔로 랭크 캐리력도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팀 게임에 유독 강한 예외적인 유형도 소수 있지만 말이죠.

몇몇 선수들은 솔로 랭크의 비중에 대해 개인적으로 상담을 해온 적도 있어요. 전 언제나 비중 30% 이상은 되는 것 같다고 말했죠. "정말 솔로 랭크 못하겠어요" 말하던 선수들은 실제로 지금 약간 침체기예요. 끊임없이 한 선수들이 지금 성적이 좋은 선수들이더라고요. 그래서 언제나 힘주어 강조하곤 합니다.


이번 시즌 전후로 선수들의 언행에 대한 각종 이슈도 화제가 되었습니다. 게이머 선배로서 조언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제가 봤을 때도 프로정신이 조금 미흡한 선수들이 있어요. 우선 본인 스스로가 느끼는 일이 먼저라고 생각해요. 자기 언행이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느끼고 그 다음 코칭스태프 쪽에서 케어해주면 지금보다 선수들이 '멋있어' 보이지 않을까요. 저는 멋져 보이는 걸 정말 좋아하거든요(웃음).

아직까진 리그 출범 이후 경과된 시간이 그렇게 길진 않잖아요. 1년 살짝 넘은 그 기간이 4~5년처럼 느껴질 만큼 정말 많은 일이 있었지만, 시간이 더 흐르면 좋아지지 않을까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려면 무엇보다 팬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정말 잘못하면 당연히 혼나야죠. 그래야 선수들도 '이렇게 하면 안 되겠구나' 느끼기도 할 거고요.



중계진의 일원으로서, 그리고 한 명의 게이머로서



강 민 해설이 요즘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함께 진행하면서 드는 느낌은 어떠신가요?

(강)민이는 실전형이라 저와는 스타일이 차이가 있었어요. 저는 이 게임을 공부하는 게임이라고 받아들이고 논리와 분석에 집중하는데 민이는 선수 생활, 특히 RTS 게임을 오래 해서인지 직접 맞부딪치는 성격이에요. 선수거나 지도자일 때 특히 좋은 형태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처음에는 팬들의 기대에 못 미쳤던 것 같아요.

해설자의 스타일은 장르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해요. RTS 게임은 무조건 실전형이 맞다고 봐요. 만약에 제가 스타크래프트2 해설자였다면 끝도 없이 게임을 했을 거예요. 하지만 5:5 팀 게임을 해설해야 한다면 공부해야 하는 부분이 훨씬 중요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해요. 저는 LoL이 '역사 공부'와도 같다고 보는 입장이죠.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민이는 스타일을 고집하다 보니 오래 걸렸죠. 하지만 결국 자신만의 발전을 이뤄냈고,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는 해설이라고 생각해요.


LOL 게임 자체는 얼마나 플레이하시나요?

플레이는 그렇게 많이 하지 않아요. 짬짬이 몇 게임 정도.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대부분은 리그 준비를 하는 시간이죠. 선수들 플레이도 계속 관전하고, 의문이 생기면 직접 물어보기도 하고요. 인벤도 틀어놓고 새로 재미있는 공략이 있는지도 살피고 있어요. 저도 게임을 좋아하니까 예전에는 정말 많이 했는데, 문득 효율적인 방법이 아닐 수 있구나 생각했어요.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한 가지를 깨달았어요. 해설만큼이나, 매니아들이 어떤 부분에서 즐거움을 느끼는지 코드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요.

얼마 전 영어 중계진과 가볍게 회식을 했는데, 그중 '몬테크리스토'가 저와 생각이 완전히 똑같더라고요. 솔로 랭크를 어느 순간 안 하게 됐고, 그 시간에 분석하고 보는게 해설에 더 도움이 된다고 말이죠. 그리고 어디선가 우리 둘이 해설 스타일이 아주 비슷하다는 말을 봤어요. 그 말에도 공감했고요. 요즘에는 재밌는 것들을 많이 보려고 하고 있어요. 시청자들이 재미있어 하는 정서를 찾으려고요. 그 점에서 '드립'이 넘쳐나는(웃음) 인벤을 애용합니다. '오늘의 화제글'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보고 있습니다.


그럼 LoL인벤에서는 주로 어떤 메뉴들을 찾아가시나요?

자유게시판이요! 그리고 최근에는 게임 자체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다시 찾아보고 있어요. 보다 보면 잊고 있었던 것들이 생각나서 '아, 맞다!' 할 때가 있어요.

이 게임이 정말 힘든 게, 변화가 빨라서 휘발성이 강하다는 점이에요. 예전 스타크래프트는 양상이 정해지고 난 후에는 시간이 좀 지난 게임이라도 가치가 있거든요. 그런데 LoL은 6개월 전 밴픽은 큰 의미가 없고 불과 1년 전 게임이 지금과 너무 다르죠. 패치 노트가 하나 뜨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니 힘들다고 느끼기도 하는데, 어쩌면 끊임없이 변화하는 우리 삶의 추세라고 해야 할까요(웃음).


최근 새로운 e스포츠로 조명받는 도타2나 월드오브탱크 등의 게임에는 관심이 있으신가요?

최근 e스포츠 매체를 보면 '이게 핫하구나' 하는 느낌은 드는데, 한 번도 안 해봤어요. 힘들어요(웃음). 얼마 전 신설된 WOW 프로그램 '인앤아웃' 에서 전쟁노래 협곡 전장 중계를 부탁받고 간 적이 있어요. 중계 느낌이 아니라고 해서 편한 마음으로 갔는데 WOW를 접은 지 오래됐다 보니 지식의 공백 때문에 팬들에게 혼났습니다. 역시 공부가 중요하구나 새삼 느꼈어요. 일단 제가 중계하는 LoL에 집중하고, 언젠가 기회되면 또 다른 것들을 준비해야겠죠.


LoL의 노매너 유저에 의해 마음 상한 적은 없나요?

많죠. 저도 수시로 '멘붕'해요. 멘탈이 강한 편이 아니라서요. 매 게임 멘붕하는 경우도 있고, 이런 말씀 드리기 조심스럽지만 저도 서로 싸우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런 유저를 만나면 대부분 차단하는데 저도 사람인지라 어느순간 내면의 야수가 발동되곤 해요(웃음). 얼마 전에는 몇게임 하다가 멘탈이 붕괴돼서 페이스북에 글을 쓸까도 생각했다가, 이건 아니야 하고 그만뒀죠.


더 건전한 게임과 e스포츠 문화가 LOL에 정착되려면 무엇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유저들 의식 개선이 가장 요구되는 상태일 거라 보는데, 강력한 제재보다는 어떤 방법으로 이뤄내야 할 것 같지만 막연한 문제 같아요. 그래도 라이엇게임즈가 그 점을 인식해서 유저 행동 패턴 분석이나 배심원 제도 등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서서히 좋아질 거라 생각해요.

일단은 프로 선수들이 구설수에 올라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유머러스한 채팅이야 화제가 되지만, 남을 깎아내리는 발언이나 욕설이 올라오는 일은 정말, 진짜로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선수들을 보면 저도 한 마디씩 해요. 왜 그러냐고, 진짜로 그러지 말라고, 넌 정말 멋있는 프로 선수인데, 등의 말이죠.



"단지, 제가 좋아하는 게임을 유저와 호흡하고 싶을 뿐이죠"



모든 게임 중에 특히 LOL이 유저들의 마음을 많이 잡아끈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모든 게임 개발자들의 이상향이 'Easy to Learn, Hard to master'라고 하잖아요. 그것이 잘 맞아떨어지는 게임이에요. 기본적으로는 캐릭터 하나만 다루고, 같은 장르 게임들에 비해서도 거의 진입장벽이 없어 보이거든요. 그런데 결국 경험이 쌓이고 레벨이 올라가면 진짜 어려운 게임이고, 잘하는 게 고통이라는 걸 깨닫게 돼요.

더군다나 솔로 랭크를 시작하게 되면, 이 게임은 잘 하는 게 전부가 아니잖아요. 약간의 정치도 필요하고, 잘 묻어가는 방법과 사회 생활도 필요하죠(웃음). 물론 이런 것들은 반 농담이고, 기본적으로 진입 장벽은 낮되 숙달이 어려운 점이 중요하죠.

그러다 보니 여성 유저도 많잖아요. 캐릭터도 예쁘고 매력적이기도 하고요. 획일적인 미남 미녀가 아니라 괴물도 있고 귀여운 캐릭터, 멋있는 남자 등 캐릭터가 다양한 것도 장점이죠. 가볍게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있고요. MMORPG나 RTS 게임이 주는 스트레스도 여기에 없잖아요. 이 게임은 30렙 되고 룬만 있으면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재미있게, 가볍게 즐길 수 있어요.


'해설자 김동준'으로서의 향후 목표를 듣고 싶습니다.

저는 목표가 없어요. 지금 당장 LoL 해설을 더 잘 하고 싶고 많은 분들에게 인정과 사랑을 싶을 뿐이죠. LoL 게임계, 더 나아가 e스포츠계가 크게 발전했으면 좋겠다 하는 막연한 소망은 있어요. 앞으로 뭘 해보고 싶다는 계획도 전혀 없고요. 그저 제가 좋아하는 게임을 유저와 호흡하면서 계속하고 싶어요. 늙어 죽을 때까지 하고 싶지만 그건 어렵겠죠?


리그오브레전드 인벤을 이용하는 유저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릴게요.

저도 '롤인벤'에 자주 오고, 자유게시판을 비롯해 여러 정보를 볼 수 있는 좋은 사이트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인벤 유저분들의 열정 역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열정과 사랑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프로게임계, 온게임넷, LoL 챔스, 인벤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