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부터 10월 중순까지 5주간 진행됐던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 축제, 월드 챔피언십 2014 시즌(이하 롤드컵)이 종료됐다. 한국 팀인 삼성 화이트가 막강한 전력을 자랑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경기력과 대회 진행을 포함한 내적으로는 상당히 괜찮은 대회였다. 약팀이 강팀을 잡는 가장 아름답고 짜릿한 장면도 나왔고,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심장 떨리는 상황도 있었다. 클라이언트 오류 때문에 경기가 중단되는 상황도 매우 적었고, 대회 진행도 빨랐다. 관객들도 많이 모였다. 연일 만원사례였고, 결승전에는 무려 4만 명의 관중이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 운집했다.

부족한 부분도 있었다. 특히 처음과 끝에서 라이엇게임즈가 놓친 부분이 많았다. 이번 롤드컵에서 좋았던 점과 부족했던 점을 짚어본다.


■ 캐릭터 상품, 온게임넷식 'HYPE'를 곁들인 먹음직스러운 경기력

MD(Merchandising)

라이엇게임즈는 이번 롤드컵에서 제대로 된 MD(Merchandising)를 시작했다. 티모 모자, 블리츠크랭크 후드 티 정도밖에 없던 MD숍에 열 가지 정도의 T셔츠, 인형, 출시 전부터 화제가 된 아리 넨도로이드까지 판매하면서 성황을 이뤘다. 8강부터 결승까지 MD숍의 인기 물품은 모두 매진될 정도였다. "리그오브레전드 팬은 10대 중후반이 대다수라서 구매력과 충성도가 없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정면으로 반박할 수 있는 증거가 됐다.



온게임넷 스타일 'HYPE'

8강부터는 온게임넷 스타일의 오프닝이 꽤 화제가 됐다. 특히 전용준 캐스터가 진행한 오프닝은 한국어를 못하는 외국 팬들까지 환호하게 만들었다. e스포츠의 역사와도 같은 한 남자가 흥분하고 열정적으로 외치는 것이 거리를 넘어 언어의 벽을 깨뜨렸다. 외국 팬들은 'HYPE'라고 표현했는데, '흥분하다, 열광하다'라는 뜻이다.

부드러운 가속

장기간 지속하는 대회는 마지막에 폭발하기 위해 분위기 조절이 필요하다. 경기력, 현장 이벤트, 매체 노출 등을 적절히 조절해 결승 직전에 많은 사람의 관심이 쏠리게끔 해야 한다. 경기력은 문제없었다. 강팀의 활약은 물론이고 약팀으로 평가되던 카붐 e스포츠, AHQ 같은 팀이 굉장히 선전했다. '데프트' 김혁규, 'Rekkles' Larsson의 훈훈한 우정이나 '임프' 구승빈의 어색한 인터뷰 또한 경기 외적으로 상당한 이슈가 됐다.

8강부터는 한국 VS 도전자의 구도가 그려졌다. 삼성 화이트와 TSM, 삼성 블루와 C9은 한국팀 대 북미팀이었고, 나진 실드는 중국팀인 OMG와 맞붙었다. 사실상 한국팀이 세계 최강이라는 평가였기 때문에 '공적'이 돼버린 롤드컵 8강에서 삼성 형제팀은 승리를, 나진 실드는 OMG에 패배했다. 해외 LoL팬 입장에서는 한국팀인 나진 실드를 잡을 때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않았을까.

4강은 한국과 중국, LoL을 대표하는 두 대륙의 최강자를 가리는 느낌이었다. 삼성 화이트와 블루, OMG와 로얄클럽. 모두 롤챔스와 LPL의 강자들이다. 리그 팬들은 자국 리그의 팀들이 롤드컵이란 세계적인 무대의 수많은 팬 앞에서 경기한다는 것에 대한 강렬한 자부심을 느꼈다. 결승은 지역의 라이벌을 뚫고 올라온 자들의 대결. 게다가 한중전이니, 깔끔하게 가속해서 결승전에 최고 시속을 찍었다.



■ 처음과 끝의 아쉬움

시작은 글쎄? 조용한 시작은 아니었다

올해 롤드컵은 조용하게 시작하지 못했다. 라이엇게임즈는 6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롤드컵 계획을 최초로 알렸다. 팬들은 한국 축구의 성지와도 같은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결승전을 한다는 것에 흥분할 새도 없이, 16강 조별 리그가 대만과 싱가포르에서 열린다는 것에 황당함을 느꼈다.

한국e스포츠 협회는 '협회장의 편지'를 통해 16강 동남아 개최는 3월에 알았고, 받아들이기 어려웠으나 한국을 중심으로 e스포츠의 세계적 저변을 넓히기 위해 동의했다고 말했다. 라이엇게임즈도 이틀 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게시했다. 하지만 '계획 변경은 없음'이 주요 골자였다.

롤드컵 조별리그는 계획대로 동남아에서 진행됐다. Fnatic, Alliance같은 팀을 국내에서 볼 수 없다는 것과 시작부터 함께 호흡하지 못한 점 등은 한국 유저들에게 많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동남아 e스포츠 발전과 LoL의 세계화 면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찾을 수 있었다.

라이엇게임즈는 결승 직전 10월 18일 미디어데이에서 분산 개최에 대해 "우리 모두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추후에도 다양한 지역에서 롤드컵을 개최할 예정이다. 결승전 전까지 롤드컵은 많은 팬들의 참여로 대단히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자평했다.

끝이 가장 기억에 남는 법

결승전이 끝난 후, 커뮤니티 사이트에선 직관(직접 관람)후기가 연달아 올라왔다. 삼성 화이트가 대단한 경기력으로 로얄클럽을 이겼다. 다만 직관 후기는 '삼성 화이트 댄디, 마타 선수의 시야 장악이 엄청나더라' 같은 내용이 아니었다. 아쉽게도 결승전에서 겪었던 여러가지 불만 사항에 대한 내용이 많았다.

입장 시스템에 대한 불만 사항이 가장 많았다. 입구는 하나였는데, 그 입구를 찾기 너무 힘들었다는 것이다. 줄이 서 있는 곳에 무작정 서서 기다리니, 티켓팅을 하는 입구가 아니라 음료를 나눠주는 줄이었다는 내용도 있었다. 티켓을 가진 사람과 이제 티켓을 사러 가는 사람의 줄이 섞여 도대체 이 줄이 어떤 줄인지 알 수 없는 상황도 있었다고 한다.

진행 요원에게 물어봐도 "우리가 통제하는 줄이 아니다"라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는 의견도 있었고, 너무 줄이 길어 4시까지 전원 입장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행사 시작인 4시가 다가오자 주최 측에서 게이트를 그냥 열어버렸는데, 이 상황에서 게이트 통과 전에 받아야 하는 스킨 코드를 받지 못하고 입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주최 측 내부에서도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운영에 아쉬움을 남긴 부분도 있었다. 경기장 밖에서 캔 음료를 나눠줬지만, 경기장 안으로의 반입은 불가능했다. 진행 요원들끼리의 말이 서로 달라 불편을 겪은 사람들의 체험도 올라왔다.

해외 유명 밴드 이매진 드래곤즈, 새로 제작된 쉬바나 스킨, 소환사의 망토와 티버 인형, 한국다웠던 오프닝 무대 등은 라이엇게임즈가 결승을 위해 야심 차게 준비한 것들이다. 모두 호평을 받은 콘텐츠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관객들의 편의와 경기를 쾌적하게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이 아쉬웠다.

이에 라이엇게임즈는 지난 21일에 "소환사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리며, 결승전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실수와 부족함으로 불편함을 초래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이번 롤드컵을 치르는 과정에서 나타난 미숙했던 점들을 거울삼아 더 발전된 e스포츠 관람 환경과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명실상부 롤드컵은 현재 e스포츠에서 가장 큰 규모의 대회중 하나다. 전세계 LoL 팬들이 같이 호흡하는 5주간의 시간은 환상적이었다. 축제가 끝나고 난 뒤, 팬들은 지금 여운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라이엇게임즈는 2015년의 성공적인 롤드컵을 계획하고 있다면, 올해에 잘 했던 콘텐츠는 유지하거나 더 특화하고, 부족했던 부분에서 철저한 보완이 있어야 한다.

이처럼 좋았던 점도 있었고, 부족했던 점도 있었던 올해 롤드컵. 하지만, 롤드컵은 한 번만 하고 마는 대회가 아니다. 라이엇게임즈의 모토인 '최고의 경험'을 위해서, 이번 대회를 통해 얻은 교훈들을 잘 사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