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프로 게이머들의 수준이 높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증명되어 왔습니다. 그로 인해 해외 각 게임단에서 적극적인 태도로 뛰어난 기량의 한국 선수들을 데려가기 위해 노력 중이죠. 이렇게 해외로 나간 대부분의 한국 선수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활약에 힘입어 한국 프로 게이머들이 좀 더 쉽게 해외 진출이 가능해졌고, 좋은 조건과 환경에서 즐겁게 게임을 할 수 있게 되었죠.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도 해외로 나가서 한국 프로 게이머의 뛰어남을 알리는 데 공헌하고 있는 선수입니다.

한국 최고의 아니 세계 최고의 팀이라고 불렸던 SKT T1 K에서 어떤 탑 라이너보다 단단한 모습을 보여주며 정상의 자리에 오르는데 큰 공헌을 했고, 이제는 미국이라는 새로운 땅에서 다시 처음부터 도전하는 선수가 있습니다. 패배에 홀로 분함의 눈물짓고, 누구보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그 주인공은 바로! '임팩트' 정언영 선수입니다.

미국에서의 첫 시즌을 4위로 끝내고, 한국으로 휴가를 온 '임팩트' 정언영 선수의 근황이 궁금한 여러분들을 위해 저희 인벤이 대신 나서서 인터뷰했습니다.



Q. 먼저 팬분들에게 인사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리는거 같네요. 저는 전 SKT T1 탑 라이너에서 팀 임펄스로 이적하여 탑을 맡고 있는 '임펙트' 정언영입니다. 인벤은 미국에서도 자주 보는데, 국내 팬들에게 인터뷰로 근황을 전할 기회가 생겨서 좋아요.


Q. 휴가를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휴가 와서 친구들이랑 놀고, 개인방송도 하고, 여가 생활을 즐기고 있어요. 아 일본으로 2박 3일간 친구들과 함께 여행 갈 생각이에요. 인터뷰가 나갈 때는 아마 일본 일 거 같아요.


Q. 한국에 오니까 좋아요?

음식이 크으…. 너무 좋아요. 공항 오자마자 아버지가 삼겹살집에 데려가 주셨는데, 상추쌈에 쌈장 넣고 삼겹살에 마늘 넣고 먹으니까 눈물이 날뻔했어요. 음식이 진짜 중요한 거 같아요. 그렇다고 미국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 건 아니에요. 대부분 잘 먹는데, 딱 하나 못 먹는 게 있다면 달팽이에요. 식당에 가서 한 번 먹었었는데, 맛은 있는데 달팽이라고 생각하니까 거부감이 들었어요.

▲ 인터뷰 섭외 때부터 고기를 원했다.


Q. SKT T1에서 이적한 팀 임펄스 (Team Impulse)는 어떤 팀인가요?

이 팀의 전신은 LMQ라는 팀으로 원래는 중국인 5명으로 구성된 팀이었어요. 근데 중국인 5명이다 보니까, 미국 내에서 중국 팀이라는 인식이 많았어요. 그래서 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 팀 명을 바꾸면서 인원도 대거 교체했어요. 현재는 한국인 2명 중국인 1명 미국인 2명으로 결성돼 있는 다국적 팀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지금은 팬도 꽤 많이 생겼어요.


Q. 중국, 미국, 유럽 중에 미국을 택한 이유가 있나요?

롤드컵을 계기로 미국에 왔을 때 살기 좋을 것 같다고 느꼈어요. 뭐 영어도 배울 수 있다는 점도 있긴 한데, 그렇게 큰 이유로 작용하진 않았어요. 한국에선 영어를 쓰지 않으니까. SKT T1과 계약이 끝나는 시점이 조금 애매했어요. 유럽이나 중국은 이미 팀을 다 구성했었을 때라 고민하던 차에 지금 팀에서 오퍼가 왔어요.


Q. 팀원 간의 의사소통은 어떻게 하나요?

보통 영어를 사용하긴 하는데, 세부적인 오더 같은 게 아직 잘 안 되고 있어요. 미국에서는 상황마다 다 다른 용어를 써야 한대요. 보통 베이트(bait) 하자고 하는데. 이 베이트라는 말이 낚시라는 의미로 주로 쓰이고, 기다린다는 말로도 쓰여서 헷갈릴 때가 많아요. 이 '낚시'라는 단어가 한국에서는 뭉쳐서 기다리다가 잘라먹자, 아니면 내가 일부러 빈틈을 보여서 물릴 테니까 그때 갱을 와라. 이런 다양한 뜻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베이트라는 단어 하나로는 표현이 안 되니까 좀 아쉬운 면이 있어요.



Q. 연습 환경에서는 한국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선수 개인에게 자유를 주는 대신에 그만큼 책임도 주어지는 것 같아요. 보통 한국에서 스크림 일정이 10시간 정도면 미국은 6시간 정도거든요. 나머진 다 자유 시간이에요. 그러다 보니 해이해질 수도 있어요. 근데 우리 팀은 모두가 열심히 솔로랭크를 해요. 뭐 운동도 하고 영화도 보긴 하는데, 선수 자율적인 시간이 많은 것이지 실제로 연습하는 시간은 비슷한 것 같아요. 한국 솔로랭크가 된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핑이 안 좋아서 할 수가 없는 게 아쉬워요. 중국이 부러운 게 그거 하나에요 한국서버 솔로랭크에서 연습을 할 수 있다는 거요.


Q. 어린 나이에 비해 프로 경력은 정말 오래됐잖아요? 이번 시즌에 데뷔한 팀원들을 보면 아쉬운 부분이 많을 것 같은 데 도움을 주는 것이 있나요?

아직 제가 직접 조언 의사를 전달할 수준이 안돼서 그냥 제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줘요. 경력이 오래된 저부터 열심히 하면 다들 따라서 열심히 할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다들 열심히 하는 거 같아요(웃음).


Q. 한국 탑 라이너들이 유독 기량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는데, 북미와 비교했을 때 어떤가요?

한국이 제일 잘하는 것 같아요. 제가 한국에서 대회를 할 때 라인전은 대부분 반반 정도였는데, 북미에서는 라인전을 쉽게 이기는 것 같아요(웃음). 확실히 탑 라인은 한국이 세계 최고인 것 같아요.


Q. 북미 탑 라이너 중 누가 제일 잘하는 것 같아요?

TSM의 '다이러스' 선수가 제일 잘하는 것 같아요. 그니까 피지컬이나 라인전을 잘한다는 느낌보다는 본인의 역할을 잘 아는 것 같아요. 절대 무리하지 않고, 솔로킬 각이나 갱킹 각을 잘 안 내줘요.





Q. 해외에 있는 선수들 대부분이 한국 솔로랭크를 그리워 하던데, 큰 차이점이 있나요?

음...진지함이 부족한 것 같아요. 한국 솔로랭크는 프로, 아마추어 할 것 없이 대부분이 진지하게 게임에 임해요. 근데 미국은 프로부터 약간 즐겜모드에요(웃음).


Q. 임팩트 하면 이미지가 캐리하는 탑라이너 보다는 든든한 탑 라이너라는 이미지잖아요? 아쉬움은 없나요?

아쉬움은 없어요. 어떤 방향이든 제가 잘한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플레임' 이호종 선수가 캐리 하는 탑 라이너 이미지가 강했잖아요? 제 생각에는 팀원 5명 모두가 캐리 할 수가 없는 게임이에요. 정글러가 효율적으로 움직이려면 탑, 미드를 봐주느냐 봇, 미드를 봐주느냐 선택을 해야 해요. SKT T1에서 제가 맡은 역할은 미드와 봇에 힘을 실어주고 내가 안정적으로 성장한 뒤 한타에서 제 역할을 하는 게 팀의 승리를 위해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롤은 팀게임이니까 팀의 승리가 중요한 것이지 개인이 돋보여봤자 패배한다면 소용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라인전 강력한 캐릭터 뽑아서 정글러의 시팅을 받으면서 성장하는 것이 팀의 승리에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했을 거에요. 팀의 승리를 위해 누군가 받쳐 줘야 하거든요. 제가 그 역할을 안 한다면 누군가는 해야 하잖아요?


Q. 탑 라이너에 가장 중요한 것이 뭐라고 생각해요?

현재 탑 라이너에 가장 중요한 것은 2가지라고 생각해요. 텔레포트를 잘 타주는 것과 절대로 죽지 않는 것요. 그리고 탑 라이너뿐만 아니라 모든 포지션에게 해당하는 말이지만 마인드가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죽는 것이 사는 것보다 팀에 더 이득이 된다면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마인드요. 내 KDA가 좋아봤자, 팀이 패배한다면 아무 의미 없는 거거든요. 개인 보다 팀의 이득을 우선시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아요.


Q. 탑 라이너가 강타를 드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충분히 좋은 카드라고 생각해요. 다만 강타를 잘 활용해야 좋은 아이템이에요. '잿불 거인' 아이템이 생각보다 효율이 높은 아이템이 아니거든요.

▲ "강타를 잘 써야!"


Q. 포지션 변경이 많았는데, 바꿀 때 힘들었던 점이나 불편한 점은 없었나요?

저는 하나도 없었어요. 왜냐하면, 서포터로 플레이할 때 보다 좀 더 승리를 위해 기여하고 싶어서 탑 라이너로 전향하고 싶다고 제가 요청했어요. 그 당시에는 잭스, 이렐리아, 럼블, 신지드 등 탑 라이너가 잘하면 게임이 쉽게 풀렸었거든요. 제가 원했던 바이고, 저한테 잘 맞는 포지션이기에 바꾸길 잘했어요.


Q. 미국으로 간 첫 시즌에서 플레이오프 진출에 4위면 괜찮은 성적인데, 만족하시나요?

만족하지 못하죠. 4위라는 성적보다는 경기내용에 만족을 못 한다고 말하는 게 정확한 말이겠네요. 더 잘할 수 있었거든요. (채)광진이형이 속한 팀리퀴드와 3, 4위 결정전을 했을 때 2:1로 이기고 있었는데 역전을 당했어요. 충분히 3위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래서 만족하지 못해요.


Q. 이번 시즌 가장 아쉬운 경기를 뽑자면 어떤 경기인가요?

TSM과의 경기가 제일 아쉬웠어요. 일단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다 보니까, 세부적으로 조합의 특징을 살리는 플레이가 잘 안 됐던 것 같아요. 그때 상황이 제가 쉬바나로 상대를 솔로킬을 내고 상대 레드 버프를 먹은 후 합류하려던 타이밍에서 싸움이 난 거에요. 탑 라이너끼리는 텔레포트가 없었고, 제가 훨씬 일찍 합류 할 수 있어서 4:5로 깔끔하게 드래곤을 가져갈 수 있었어요. 근데 제가 도착하기 전에 싸움이 일어나서 4명 모두 죽었어요.

아! 이때는 의사소통은 됐어요, 근데...행동이..안됐어요(웃음). 아직 호흡이 잘 맞지 않다 보니까 팀플레이보다는 개인플레이로 게임이 진행돼요. 그러다 보니 이기는 판은 압도적으로 이기는데, 불리한 게임은 역전을 하지 못하는 게 너무 아쉬워요. 근데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팀원 대부분이 이번 시즌에 데뷔했거든요, 점점 더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Q. '피글렛' 채광진 선수랑은 자주 만나나요?

LCS NA 리그 특성상 일주일에 2번은 만나요. 너무 자주 봐서 같은 팀인 것 같아요.


Q. 리그마다 특징이 있을 것 같은데 현장 분위기나 팬문화에서 느끼는 차이점이 있나요?

음...일단 가장 큰 특징은 라이엇에서 관리를 해요 입장이나 뭐 현장 이벤트라던가 그리고 호응도도 좀 큰 것 같아요. 현장에서 이벤트를 많이 하니까 마치 한국의 야구장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인벤에서 한 인터뷰를 보니까 중국은 선물을 많이 준다던데...미국은 그런 건 없어요.

아 그리고 생각보다 저를 많이 알아봐서 놀랐어요. 편의점에 가거나 식당에 갔을 때 임팩트 아니냐고 물어보면 맞다고 대답하면 사진 한 장 찍어달라고 해요. 팬들이 알아봐 주면 신기하기도 하고 기분 좋아요. 음…. 그리고 미국 팬 문화나 한국 팬 문화나 비슷한 것 같아요. 못하면 비난받고, 잘하면 칭찬받는 것은 똑같다고 생각해요(웃음).

▲ 묘하게 치유가 되는 그의 미소


Q. 마지막으로 다음 시즌 각오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다음 시즌에는 솔직히 우승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진 못하겠어요. 하지만 제가 좀 더 잘한다면 3위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미국은 시드가 3장이거든요. 3위 안에 들어서 꼭 롤드컵 진출해서 인터뷰가 아니라 무대에서 절 응원해주시는 한국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아 그리고 제가 미국으로 갔는데도 여전히 잘 챙겨주시고, 도움 주시는 김정균 '꼬치님' 감사합니다.


▲ "여러분, 다음에 또 보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