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크의 배경 스토리가 공식 티저 페이지를 통해 소개되었다. 현재까지 업데이트된 플레이어블 캐릭터 중 상세한 배경 스토리가 공개된 것은 허크가 최초이다.


이번에 공개된 허크의 배경 스토리는 허크의 출생부터 성장 과정을 지난 시즌1의 엑스트라 에피소드 '아이단'과 비슷한 느낌으로 삽화와 함께 풀어가는 형식이다.


아직 공개된 스토리는 6장으로 구성 된 전체 배경 스토리 중 절반 분량인 3장까지이다. 아직 허크가 어떠한 계기로 용병단에 이르게 되었는지까지는 공개되지 않았으며, 추후 티저 페이지를 통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허크는 지난 개발자 인터뷰를 통해 대검을 사용하는 20대의 다소 거칠지만, 한편으로는 따뜻함을 간직한 떠돌이 용병이라는 설정이라고 간략하게 설명한 바 있으며, 플레이 가능한 시점은 에피소드 3 안개 봉우리 지역이 업데이트된 다음인 7월 중 공개될 예정이라 밝힌 바 있다.



허크 배경 스토리 원문





Story #01

허크에게 있어 최초의 기억은 말의 투레질 소리와 별이 쏟아질 것 같은 밤하늘이었다.


아마도 포대기에 싸인 채 안장주머니에 들어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좁은 입구 사이로 은하수가 흐르는 밤하늘이 보였다. 포대기 안은 따뜻했지만, 바깥의 공기는 차가워서 아마 저도 모르게 칭얼거렸던 것 같다. 두런거리던 이야기 소리가 끊기더니 이윽고 손 하나가 주머니 안으로 들어왔다. 커다란 손은 아기를 조심스레 꺼내어 품에 안고 다정하게 얼렀다. 불빛이라곤 희미한 모닥불뿐인지라 남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커다란 초승달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는 평원의 지평선에 걸려있었던 것만이 기억난다. 아마도 그 품에서 허크는 곧 잠이 들었을 것이다.


그 다음 기억에서 허크는 이미 혼자였다.


전장에는 허크 외에도 많은 고아가 있었다. 하지만 허크는 그중에서도 튀었다. 까만 머리에 노르스름한 피부를 가진 자들 사이에서 허크는 단연 눈에 띄었다. 사람들은 도깨비 같은 아이라고 수군대며 재수가 없다고 허크를 피하기 일쑤였다.


안 그래도 전장의 고아란 주방의 쥐 잡는 고양이만도 못한 존재였다. 전장의 제일 밑바닥에서 고아들은 마치 쥐새끼처럼 알아서 살아남았다. 여기저기서 잡일을 하고 남이 남긴 음식을 집어 먹으며, 허크는 다른 고아들과 함께 무거운 죽 냄비를 들고서 쉴새 없이 전장의 배식소를 뛰어다녔다.


하루종일 그렇게 뛰어다니고 나면 묽고 거친 죽 한 그릇이 주어졌다. 한창 자라날 나이의 아이에겐 부족하기 짝이 없는 양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재수가 없다 하여 못 구하기 일쑤였다. 어쩔 수 없이 허크는 전장에서 가장 험한 곳만을 골라 다녔다. 그 시간 외에는 항상 거친 용병들 사이를 헤 메이며 음식 찌꺼기를 주워 먹었다. 하지만 그것도 배식 사정이 나쁠 땐 하나 마나여서, 그럴 때면 물을 가득 들이켜고 더러운 잠자리에서 몸을 웅크린 채 이른 잠을 청하곤 했다.






Story #02

허크는 간혹 예전의 겨울밤 날 자신을 어르던 사람이 어느 날 자신을 찾아와 '아들, 아빠가 돌아왔다!'하고 외치는 꿈을 꾸곤 했다.


자신과 닮은, 이국의 모습을 한 남자가. 하지만 그것은 꿈이었고, 깨어나는 순간 깊고 어두운 허기가 온몸을 다시 엄습해왔다.


얼마 안 있어 허크는 덫을 놓아 쥐나 뱀 같은 작은 동물을 잡는 법을 스스로 익혔다. 제법 손재주가 있었는지 허술한 덫에도 사냥감들은 쉽게 걸렸다. 조금 뒤에는 새 덫을 만들어 참새나, 운이 좋을 땐 까마귀 같은 큰 새를 잡기도 했다. 하지만 잡아봤자 열에 대여섯은 자신보다 덩치가 큰 아이들에게 빼앗기기 일쑤라 허크는 여전히 굶주리곤 하였다.


이틀을 굶은 후 겨우 울새 한 마리를 잡았을 때였다. 죽은 울 새를 품에 넣고 불을 피울 잔가지를 줍던 허크의 뒷목을 누군가 잡아챘다. 거친 손 속에 허크는 바닥을 심하게 뒹굴었다. 고개를 들자 심술 맞은 미소를 짓고 있는 남자애들이 보였다. 얼굴에 주근깨며 여드름이 가득해 곰보라고 불리는, 덩치가 커서 전장의 고아들 대장 노릇을 하던 아이와 그 부하들이었다.


허크는 벌써 여러 번 그들에게 먹을 것을 뺏긴 터였다. 주춤거리며 물러서는 허크의 팔을 아이들이 잡고 품을 뒤졌다. 그러자 허크가 바닥에 뒹구는 통에 곤죽이 된 울새가 나왔다. 누군가 신경질을 내며 울새를 바닥에 던지고 발로 밟아 뭉갰다. 분노로 눈앞이 새까매졌다. 어디서 힘이 나왔는지 팔을 붙잡고 있는 아이들을 뿌리치며 곰보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날렸다. 방심하고 있던 곰보는 턱에 주먹을 맞고 쓰러졌다.


당연하지만 패거리를 모두 때려눕혔다는 영웅담은 생겨나지 않았다. 곧이어 정신을 차린 다른 아이들에게 허크는 흠씬 얻어맞았다. 하지만 그 뒤로 사냥감을 빼앗기는 일은 점점 줄어들었다. 악바리처럼 달려드는 허크에게서 먹을거리를 뺏느니 다른 손쉬운 대상을 찾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패거리는 이윽고 허크를 그냥 내버려두었다.







Story #03

언제 그렇게 작았냐는 듯이 허크는 금세 컸다. 시선이 좀 높아졌다고 느꼈을 땐 아이들 중에 제일 덩치가 커져 있었다. 자신을 따돌리던 곰보를 어느 날 주먹 한 방에 쓰러트렸을 때, 허크는 자신이 강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열서넛 즈음이 되니 어른들 사이에 세워놔도 티가 안 날 정도가 되었다. 아이들과 어울리는 게 재미없어지자 허크는 어른들 사이에서 놀았다. 용병들 사이에 섞여 자잘한 심부름을 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대장간에 처박혀 새벽이 저물도록 검을 두드리는 것을 구경하기도 했다. 그 중 중년의 대장장이는 허크를 퍽 귀여워했다. 다른 사람들과 퍽 다른 모습인데도 대장장이는 허크를 아꼈다. 손재주도 좋고 호기심도 많아서 굳이 가르쳐주지 않아도 어깨너머로 배워 곧잘 흉내를 내곤 하는 모습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어느 날 대장장이가 도제가 되지 않겠느냐고 했을 때, 허크는 뛸 듯이 기뻤다.


그때쯤의 허크는 대장장이가 자신의 천직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도제를 하다가 언젠가는 정식 대장장이가 되고, 자신의 가게도 낼 거라고 생각했다. 대장장이는 입버릇처럼 언젠가는 네게 이 대장간을 물려주마- 하곤 했으니.


퍽 평화로운 나날이었다. 대장간에서 한 용병과 시비가 붙기 전까진.


수리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망가진 검이었다. 도신에 금이 가 있어 수리하다간 부러질 게 뻔했고, 질이 나쁜 철을 써 다시 녹여 만들기도 여의치 않았다. 대장장이는 고개를 흔들며 하나 새로 장만하는 게 좋겠다며 거절했다. 하지만 용병은 무기를 팔려는 상술이라며 대장간 앞을 가로막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오늘 장사는 틀렸다고 혀를 차는 대장장이에게 허크는 자신이 저자를 내쫓겠노라 나섰다. 하지만 대장장이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허크를 만류했다. 저 정도는 자신이 해결할 수 있을 텐데. 그 즈음해서는 대장간에 들른 손님들이 용병 내지는 무사로 착각할 정도인 허크였다. 저런 얼뜨기 용병 정도는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대장장이는 거듭 허크에게 얌전히 있으라 얘기하며 대장간 문을 닫으려 나섰다. 그때였다. 어딜 도망가느냐며 용병이 대장장이의 멱살을 잡고 내동댕이친 것이. 허크는 참지 못하고 용병에게 달려들었다. 용병이 방심한 탓도 있었지만 그렇다 해도 쉬운 상대였다. 용병을 흠씬 패준 후 의기양양하게 자신을 부축하는 허크에게 대장장이는 못 말리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다음 날 아침이었다. 용광로에 넣을 석탄이 거의 떨어져 대장장이는 허크에게 심부름을 시켰다. 석탄 가게는 대장간에서 제법 거리가 있어, 허크가 석탄을 실은 달구지를 끌고 돌아왔을 때는 이미 정오가 한참 넘어있을 때였다. 그런데 대장간 앞에 이상하게 사람이 많았다. 남의 가게 앞에 몰려서 무슨 민폐냐고 속으로 투덜대며 허크는 사람들을 헤치고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는 곧 얼어붙었다.


대장간은 온통 엉망이 되어 있었다. 용광로는 불이 꺼진 지 오래였고 벽에 걸려있던 기구들은 여기저기 나동그라져 뒹굴고 있었다. 기둥 하나는 거의 부서져 무너지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리고 대장장이의 모습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공황에 빠져 아무나 붙잡고 자초지종을 묻는 허크에게 한 구경꾼이 용병단이 와서 대장간을 박살내고 갔노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허크는 그에게 대장장이의 행방을 물었다. 다행히도 목숨은 부지하여 의원에 실려갔다는 이야기에 허크는 한달음에 의원으로 달려갔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