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4 패치가 적용된 지도 10일 정도가 지났다. 10.25 패치 내용이 공개된 만큼 10.24 패치로 게임을 하는 것도 슬슬 끝나간다. 아이템에 힘을 줬던 프리 시즌답게 아이템 관련 변화가 있었고 그 아이템들과 시너지가 상당히 좋았던 챔피언들도 두루 너프됐다.

정글을 씹어먹고 탑까지 넘봤던 아무무는 코어 아이템들의 연이은 너프와 자체 너프로 힘을 잃었다. 아무무를 꿀 챔피언이라고 기사화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 사달이 났다. 또한, 헤카림과 사미라도 힘을 많이 잃고 말았다. 반대편에선 트린다미어가 활짝 웃었다. 승률이 무려 7%나 올라 50%대에 들어섰다. 거의 처음 있는 일이라 트린다미어 유저들이 반기고 있다.

한편, 가장 좌절했을 챔피언들이 있으니 요네와 야스오다. 두 형제 챔피언이 나란히 몰락했다. 구인수의 격노검 효과를 제대로 보며 날아오르지 않을까 싶었는데 직접적인 너프를 맞았다. 두 형제의 패배는 과학적으로 증명됐다고 하여 야스오는 과학, 요네는 수학이라는 별명을 얻은 바 있다. 이에 빗대어 표현하자면, 이제 수학과 과학 공부는 그만 할 때가 된 것 같다.



아무무의 천하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거의 승률 60%를 넘봤던 이 눈물 많은 꼬마 미라는 순식간에 평이한 챔피언이 됐다. 프리 시즌, 아니 이번 시즌 자체가 소위 '아이템 빨'을 잘 받는 챔피언이 주목받도록 설계되어있다는 걸 명심하자. 아무무는 태양불꽃 방패의 너프와 악마의 포옹 너프로 아이템 효과와의 시너지가 급감했다. 승률이 51% 수준으로 떨어졌다.

아이템 너프 뿐만 아니라 아무무에 대한 자체 너프까지 발생했기에 이토록 심대한 타격을 입은 게 아닌가 싶다. 특정 챔피언이 떠오르면 관련된 모든 걸 차례로 앗아가는 '라이엇식 너프'가 아무무에게는 패치 한 번 만에 이루어졌고 그 결과는...


헤카림은 패시브 스킬 출정으로 인한 특이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이동 속도가 올라갈수록 대미지도 상승하는 챔피언이다. 그래서 간혹 헤카림으로 색다른 재미를 느끼고 싶어하는, 랭크 게임에서는 '트롤 행위'로 통하는 헤카림만의 플레이스타일이 있다. 이동속도 상승 관련 아이템만 구매해 패시브 효과를 극대화하는 거다. 이게 예전에는 정말 트롤 행위였다면, 이젠 헤카림과 잘 맞는 아이템들에 이동 속도 증가 효과가 붙게 되어 꽤 쓸만한 전략이 됐다. 그만큼 헤카림의 승률도 상승했다.

10.24 패치에서는 아이템을 건드리기보다는 훨씬 쉬운 방향을 선택한 바 있다. 헤카림의 패시브 스킬과 E스킬 파멸의 돌격을 너프한 것. 의미 있는 너프였고 E스킬 관련 버그까지 수정되자 헤카림의 승률 역시 급작스럽게 떨어졌다. 프리 시즌에서 승률 50%대에 머무른다는 건 챔피언의 성능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증거가 된다. 헤카림이 지금 딱 그렇다.


과거 케일을 숨은 꿀 챔피언으로 조명하는 기사를 작성한 적 있다. 10.24 패치에서 너프가 예고되었음에도 계속 좋은 성적을 기록할 거란 분석을 했다. 그게 어느 정도 잘 맞아떨어진 데이터가 나왔다. 뿌듯하다. 케일의 패시브 스킬 거룩한 승천에 붙은 주문력 당 공격 속도 증가량이 너프됐고 코어 아이템인 균열 생성기, 내셔의 이빨, 리치베인이 싹 다 너프됐지만, 케일은 꽤 건재했다.

하지만 이젠 슬슬 케일을 놓아줄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다음 패치인 10.25 버전에서도 케일의 너프가 예고됐다. E스킬의 공격 시 추가 피해량이 너프된다. 패시브 스킬과 코어 아이템 너프라는 철퇴를 맞고도 여전히 케일이 강력하자 라이엇 게임즈가 더 강력한 미스릴 망치를 꺼내 든 느낌이다. 이젠 케일이 버티고 버텨 잘 성장해도 지금의 파괴력은 나오기 힘들 것 같다. 케일은 이제 그만 사드셔도 될 법하다.


사미라는 출시 이후 한 번도 너프를 피한 적이 없는 챔피언이다. 그만큼 사기적인 성능과 스킬 구성으로 출시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라이엇 게임즈도 사미라를 출시해놓고 보니 너무 좋아서 계속 너프만 하는 추세다. 그리고 드디어 사미라가 처음으로 '정상 궤도'의 데이터를 가진 챔피언이 됐다. Q스킬과 W스킬 말고는 모든 걸 빼앗기고 있는 사미라는 승률 51.86% 정도로 10.24 패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사미라가 프리 시즌 들어 더욱 날뛰었던 이유 중 하나는 불멸의 철갑궁의 존재 덕분이었다. 이는 상대 한복판으로 뛰어들어 궁극기를 퍼부어야 하는 사미라의 생존 능력을 끌어올려 줬다. 협곡에서는 물론 칼바람 나락에서도 사미라는 '펜타킬 제조기'의 명성을 이어간 바 있다. 다가올 10.25 패치에서도 사미라 너프가 있을 예정이다. 너무 과한 너프인 것 같기도 하지만, 그동안 사미라가 미쳐 날뛰었던 걸 생각하면 살짝 고소하기도 하다.


모두 마찬가지겠지만 브루저 계열과 일반 공격 위주의 원거리 딜러들은 기본 스탯이 조금만 바뀌어도 티어가 갈릴 정도로 민감하게 군다. 특히, 기본 공격력이 중요하다. 트린다미어는 10.24 패치에서 Q스킬 피의 갈망의 추가 공격력에 상당한 버프를 받았다. 그리고 트린다미어 유저들이 그토록 열망하던 50%대 승률에 진입했다. 무려 7%가량의 승률 상승이 포착됐다.

그동안 트린다미어 유저들은 암흑기를 오래도록 경험했다. 라이엇 게임즈는 해당 유저들이 '제발 일반 공격 사거리라도 다른 챔피언들만큼 늘려달라'는 요구를 무시해왔는데 이번 버프로 갈증을 조금 해결해줬다. 현재 트린다미어는 크라켄 학살자와 나보리 신속검을 구매하는 빌드로 정형화됐는데 앞으로도 이어질 유저들의 연구 결과에 따라 이 불쌍한 챔피언의 운명이 판가름날 전망이다.


바루스는 10.24 패치에서 스킬 변경을 다양하게 겪었다. 버프와 너프, 변경이 뒤섞여있는, 해석하기에 따라 공속 바루스도 괜찮아 보였고 포킹 바루스도 좋아 보였다. 하지만 이 모호한 패치의 결과는 실패였다. 픽률이 크게 올라 승률이 조금 떨어졌을 뿐. 바루스는 여전히 뽑을 이유가 없는 챔피언으로 분류되고 있다.

공속 바루스가 여러 측면에서 암울한 것으로 드러나자, 바루스 유저들은 다시 포킹 바루스 쪽으로 회귀하고 있다. 월식에 대한 너프가 거듭되고 있어 돌풍이 그나마 괜찮다는 평도 있다. 하지만 그냥 진이나 애쉬, 사미라를 해보는 건 어떨까. 바루스는 여전히 라이엇 게임즈의 변화 시도 속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야스오와 요네, 두 형제가 나란히 몰락했다. 프리 시즌에서 변경을 맞이했던 구인수의 격노검과 두 형제의 패시브 스킬 간 시너지가 너무 좋았다는 라이엇 게임즈의 판단이 있었다. 그래서 라이엇 게임즈는 야스오와 요네의 패시브 스킬을 손봤다. 이제 패시브 스킬에 붙은 치명타 증가 효과는 다른 치명타 효과가 발동된 뒤에 활성화된다. 또한, 구인수의 격노검 적중 시 효과 계산에서 치명타 확률이 두 배가 되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요네와 야스오 모두 큰 피해를 보았다. 더는 아이템만으로 치명타 확률 50%를 챙겨 전체 치명타 확률을 100%로 만들 수도 없게 된 것. 이로써, 야스오와 요네는 구인수의 격노검으로 대미지를 극한으로 끌어올리지 못한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야스오와 요네 유저들은 여전히 구인수의 격노검을 첫 코어 아이템으로 선택했고 승률은 위처럼 처참해졌다. 두 형제 챔피언에 아직도 애정을 가지고 있다면, 구인수의 격노검은 조용히 내려놓자, 좀.


마지막으로 10.24 패치에서 유의미한 데이터 변화를 보인 아이템들을 살펴보자. 극한의 효율을 자랑했던 악마의 포옹과 월식, 리안드리의 고뇌, 리치베인, 균열 생성기 등 AP 관련 아이템들이 대부분 너프됐다. 이 아이템들을 코어 아이템으로 구매하는 챔피언들의 승률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었다.

10.24 패치에서 너프를 받은 아이템들은 당연하게도 승률 하락을 경험했다. 데이터 관련 사이트인 LOL.PS에 따르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내셔의 이빨과 균열 생성기 쪽에서 나왔다. 무려 2.5%가량의 승률이 빠졌다. 밤의 수확자와 악마의 포옹도 가시적인 피해를 보았다. 재미있는 건 위 아이템들을 코어 아이템으로 자주 가는 챔피언들의 승률은 저마다 다른 변화를 보였다. 균열 생성기를 주로 선택하는 럼블의 경우엔 오히려 승률이 올랐다.


나머지 아이템들은 어땠을까. 유저들이 너프에 많이 신경 썼던 월식의 승률은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 월식은 여전히 어느 정도 성능을 보이는 아이템으로 남았다. 정수 약탈자가 공격력 10 버프를 받고 날아올랐다는 점이 눈에 띈다. 기대를 모았던 크라켄 학살자는 큰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사실 이보다 더 재미있는 데이터를 보인 아이템들이 있다. 여신의 눈물 기반의 마나무네(무라마나)와 대천사의 지팡이(대천사의 포옹)이다. 이들은 모두 마나 관련 버프를 받았고 승률이 크게 상승했다. 이 때문에 유저들은 챔피언을 가리지 않고 여신의 눈물 계열 아이템을 실험해보는 추세다. 수혜를 입은 챔피언 중에 애쉬가 대중적이다. 애쉬는 최근 마나무네(무라마나)와 제국의 명령이라는 독특한 아이템 빌드로 사랑받고 있다. 10.25 패치에서는 마나무네의 추가 대미지를 물리 대미지에만 적용되게끔 수정된다. 이게 또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킬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