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오브 워쉽에서 일본 전함 트리는 대부분 티어가 준수한 성능을 자랑하며 전함의 기초를 배울 수 있어 초보들부터 고수까지 폭넓게 인기가 많은 트리다.

하지만 이러한 일본 전함 트리에도 아픈 손가락은 있다. 바로 9티어 전함 이즈모다. 한창 일본 전함 트리가 잘나갔을때조차 콩고부터 나가토까지 이어지는 5~7티어 명품 라인에 8티어 아마기와 9티어 이즈모는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

아마기는 암말기라는 멸칭이 있었고, 이즈모는 괴상한 주포배치와 함께 초기 있었던 버그덕에 순양함보다 못한 종잇장장갑으로 많은 유저를 충격과 공포에 빠뜨린 적이 있어 지금도 기피 대상이다.

하지만 아마기는 이미 수차례의 상향 패치를 받아 8티어 명품 고속 전함으로 탈바꿈한지 오래고 이즈모 역시 장갑 버그 수정과 최근 피탐지 및 장갑 수치 상승 패치를 받고 드디어 날아올랐다.

다만 아직까지 공방에서는 과거 악평이 자자했던 시절의 이미지가 너무 강한탓에 여전히 멸종 상태인데, 기자 역시 최근 상향이 이뤄지기 전에는 매일 10탑방에서 불판 위의 불고기마냥 불타다 죽는것이 일상이라 자주 타는 함선은 아니었다.


▲ 야마토를 타기 전 최종 관문이라 불리던 이즈모



이즈모의 함생역전! 그 유구한 역사를 찾아서
최악의 9티어에서 최상급으로 올라서기까지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듯 워쉽에서의 최고 인기 함선을 꼽는다면 야마토가 손꼽힐 것이다. 하지만 야마토를 타기 위해서는 당연히 이전 티어의 함선을 올려야하는데, 그 직전에 있는 이즈모는 야마토를 하루라도 빨리 타고 싶어하는 유저들의 애간장을 녹이도 불태워버리는 암덩이 그 자체였다.

이즈모가 여태껏 이미지가 최악인 점은 오픈 베타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장갑이 버그로 인해 카탈로그에 나온 수치가 아닌 고작 150mm 중순(?)급의 장갑이 적용되어 있어 많은 유저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 큰 덩치가 고작 순양함만한 장갑을 가지고 있었으니, 동티어 아이오와나 몬타나, 야마토에게 그야말로 맛있는 식사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이 시기에는 기자에게 이즈모가 없어서 직접 체험해보진 못했지만, 당시에 순양함과 1:1을 벌이다 이즈모가 옆구리가 터지는걸 종종 목도한 적 있다.


▲ 과거 이미지 탓에 지금도 공방에서 이즈모 구경하기란 쉽지 않다



이를 포함하여 사람들이 여지껏 기억하고 있는 이즈모의 최대 단점은 크게 3가지를 들 수 있다.

첫 번째는 어이없을 수준의 빈약한 장갑과 시타델 구조다. 빈약한 장갑의 경우 상기한대로 초기 버그덕분에 도저히 9티어급이라고 믿을 수 없는 장갑을 지녔고, 한참 후에 버그를 수정하기 했으나 이미 이즈모는 워쉽 최악의 지뢰함으로 악명을 떨친 후였다.

장갑이 제대로 돌아왔더라도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는데, 주포가 몰려있는 덕에 시타델이 이상하게 잘 터진다는 것은 둘째치고 전신이 32mm 장갑으로 구성되어 있어 고폭탄에 두들겨 맞으면 정신이 혼미해졌다.


▲ 안그래도 못생겨서 구타를 유발하는데 심지어 장갑마저 얇았다



두 번째는 이건 지금도 고쳐지지 않은 단점인데, 역행 배치된 3번 주포탑이다. 물론 포각이 꽤 넓기 때문에 무리해서 옆으로 틀 필요는 없지만, 한창 아마기에서 10문을 펑펑 쏘다가 갑자기 9문으로 줄어든대다 역행 배치 구조로 제대로 9문을 사격하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주포 회전속도가 초월적으로 빠르긴하지만 역행 배치된 구조라 실제로는 반대편을 쏘려면 야마토 저리 가라할 정도의 주포 회전속도를 보인다. 실전에서는 헤드온 상태로 주로 싸우기 때문에 3번 포탑을 제대로 활용할 구석은 많지 않다고 봐야한다.


▲ 포각 자체가 나쁜건 아니지만 반대편을 쏠려면 회전하는데 한세월이다


▲ 한창 쏘다가도 반대편에 적이 나타나기라도 하면 3번 주포는 그대로 봉인이다



그리고 전방 집중 배치에 이은 단점인 바로 후퇴 시 이렇게 무력하기 짝이 없을 수가 없다. 당연하지만 주포가 전방에만 배치되어 있어 뒷통수에서 적이 나타나면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다. 넬슨이나 덩케르크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이들은 추격해오는 적을 뿌리칠 수 있거나 혹은 이즈모에 비해 광속의 선회 반경과 조타 속도를 보유하고 있다.

이즈모는 아마기에 비해 느려진 속도와 태평양만큼 넓은 피탐탓(패치전 19.26km)에 대응사격을 하다 그대로 불타 죽거나 적이 놓아주기만을 바랄 수 밖에 없는 배였다.


▲ 아무런 상관은 없으나, 부포마저 쌍방향 역행 배치라는 괴상한 설계구조를 지녔다



마지막으로 전암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느릿한 기동력이다. 타 국가에 비해 한단계 느린 27노트의 속도에 선회 반경은 890m이며, 조타 시간은 26초, C선체를 올리더라도 20초에 달한다. 전티어 아마기의 2배 느린 속도라 할 수 있다.

어뢰 방호 수치도 전티어 아마기(45%)보다 폭삭 주저앉은 28%로 가뜩이나 돌아가지 않는 선체에 다가오는 어뢰를 보고 회피 기동하기도 어렵다는 점이 시너지를 일으킨다. 이는 어차피 도망가면서 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머리를 내세우고 전진과 후퇴를 강제하게 된다.

미국 9티어인 아이오와는 33노트, 묵직한 이미지가 있는 독전함마저도 30노트를 찍는 시점에서 그들보다 느리고 조타 시간마저 최악인 이즈모는 모는 이로 하여금 답답함을 유발한다.


▲ 다음 티어인 야마토보다도 조타가 훨씬 느리다.



또, 여담이지만 기본 선체와 함교의 모양이 영 못생겨서 외모에서마저 불호가 강하다는 점도 재미있다. 돌하르방 혹은 모아이 석상을 닮은 못생긴 함교가 휑한 갑판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구타를 유발하게 만든다.

참 이미지가 중요한게 외모에서마저 평가절하를 당하니 그야말로 불쌍하기 그지없는 함생이라 할 수 있다.


▲ 고증이 이래서 외모 성형을 할 수 없다는것이 비참하다



장갑 개선! 피탐지 개선! 새로 태어난 이즈모
이제는 외모 빼고 다 가진 함생

이래저래 악평이 자자하며 최근까지도 이즈모는 그냥저냥 탈 수는 있지만 과연 9티어에서 경쟁력이 있냐고 물어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0.7.7 업데이트 이후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가히 새로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 전함에게 있어 생존력과 직결되는 피탐지가 19.26km에서 17.19로 2km 넘게 줄어들었고, 갑판 장갑이 32mm에서 야마토와 동일한 57mm로 대폭 상승했다.

피탐지의 경우 은신 세팅을 마치면 12.9km(!)까지 줄어들게 되었다. 미전함이나 영전함과 비교해도 크게 밀릴것이 없는 수준까지 도달한 것이다.

특히 피탐지가 큰 소순양이나 독순양에게도 이제 먼저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는일은 줄어들었다 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하지 않은 이즈모의 단점으로 아마기와 마찬가지로 티어 대비 짧은 사거리를 지녔다는 점인데, 상향 이전에는 피탐 거리와 사거리가 거의 비슷해서 플레이에 어려움이 많았다면 이제는 확정탄을 낼 수 있는 사거리까지 스스로 판단해서 움직일 수 있게 된 셈이다.


▲ 그 태평양같이 느껴지던 배가 이제 피탐 관리를 할 수 있는 수준까지 내려왔다



두 번째로 갑판부 장갑의 상향 역시 매우 크다. 기존에는 고폭 신관을 찍은 배라면 관대하게 관통을 허하던 전신 32mm에서 갑판에 한해 야마토와 마찬가지로 57mm 장갑을 달게 됐다.

여전히 정면의 선수 부분이나 널찍한 선미 부분은 신나게 뚫리지만, 배 중앙 부분 타격에 한해서는 중순양의 203mm 포마저 저항한다.

실제 몰아보면 생존력에 있어 전보다 월등히 올라간 것이 체감되며, 헤드온 상태에서 급작스레 옆을 습격당해도 큰 피해를 받지 않고 물러날 수 있게 됐다.

타국가와 비교해도 본래 튼튼했던 내구도와 시너지를 일으켜 흡사 야마토인척 탱킹을 구사할 수 있게 바뀌었다. 헤드온 싸움만큼은 유사 야마토라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좋아진 셈이다.


▲ 관대한 넓이의 선미 장갑은 어쩔수 없지만 그래도 고폭에 저항력이 생겼다



이는 객관적으로 통계 사이트 등의 승률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9티어 최하의 승률은 여전하나 0.7.7 업데이트 이후 차츰 올라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전적수가 워낙 많은만큼 단기간에 승률이 오르지는 않으나 반대로 말하자면 미세하게나마 오르고 있다는 것이 이즈모가 많이 좋아졌음을 암시하는건지도 모르겠다.


▲ 최하위의 승률은 여전하나 모든면에서 차츰 상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자 역시 이즈모는 자경으로 바로 풀업하고, 간간히 타주는 정도로만 그치고 있었고 타더라도 몸이 불탄 기억밖에 없어 꺼려지던 함선이었으나, 최근에는 무사시와 함께 일전함에 대한 즐거움을 알려주는 배로 탈바꿈 했다.

개인적으로 대공포 배치나 함교 등 외모에서는 불만이 있으나, 이제는 더이상 자경으로 프리 패스가 최우선인 기뢰에서 스톡만 탈출해주면 몰만한 배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혹시 지금 늦게라도 야마토를 위해 달리는 유저가 있다면, 이즈모를 냅다 거르지 말고 헤드온 운영의 정수를 배운다는 기분으로 몰아보길 바란다. 어떻게 보면 야마토보다 더 당신의 손에 맞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 그렇다 못생긴 외모만 제외하면 경쟁력이 생겼다! 외모만 극복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