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하다 보면 좀처럼 오르지 않는 승률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유저들이 많이 보인다. 최근에도 생존율에 대한 문제나 티어, 승률에 따른 상관관계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글이 올라오면서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기자 역시 초창기부터 플레이한 유저로서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6천 판이 가까워지는 현재는 평범하게 1인분을 할 수 있는 56% 정도의 승률이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초창기에는 승률이 42~47%를 오고 가는 명백한 언랭크, 일명 떡볶이 신세였다.

확실한 것은 초보 시절에는 미련하게도 에임에 대한 고민'만' 많았다. 잘하는 사람의 영상을 봐도 '저 사람이 왜 저곳으로 움직이지?'에 대한 생각보다는, 단순히 '저 사람은 뭔데 저렇게 잘 쏘지?'만 보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승률을 올리는 것은 에임이 아니라 운영과 정보가 결정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잘하는 유저의 동선과 타이밍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기는 힘들 수 있으나, 적어도 한 두가지 포인트만 놓치지 않고 가더라도 분명 본인의 승률 그래프는 급상승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 쏘는 것보다 자리를 잘 잡는 것이 좋은 플레이다!



피탐지와 상대 동선 예측
레이더쉽이 있다면 주포 사거리를 기준으로 캡 근처에 대기하라

기자가 구축함을 하면서 가장 눈이 번쩍 뜨였던 순간은 피탐지에 대한 개념을 파악했을 때다. 구축을 타기 어려워하는 유저들을 보면 본인의 피탐지만 신경 쓰는 경우가 많은데, 정작 상대하는 다른 구축함이나 함종의 피탐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가장 흔한 '끔살' 루트가 무작정 캡으로 들어가다가 헤드온 상태에서 상대와 마주치게 되고, 그대로 당황해서 키를 꺾다가 옆구리가 터져서 죽는 패턴일 것이다. 하지만 상대의 피탐지를 파악하고 있다면 캡 근처에서 어디까지 진출해도 되는지를 가늠할 수 있게 된다.

즉, 상대가 보일 때쯤 슬슬 선회를 시작하여 뱃머리를 돌려놓고, 언제라도 도망갈 수 있도록 진입하는 것이 몸에 베야 된다. 이렇게 엉덩이로 밀면서 캡을 진입할 경우 상대 구축함 혹은 레이더에 걸리더라도 바로 엔진부스터를 킨 채 안전거리까지 탈출하기가 용이하다.


▲ 피탐지 거리를 예상하여 미리 배를 튼 자와 그렇지 못한 자


▲ 결과적으로 딜교환에서 압도적인 이득을 챙길 수 있었다



두 번째는 레이더쉽의 주요 잠복 위치와 사거리 파악이다. 게임을 하다가 가장 안타까운 것이 상대 진영에 레이더쉽이 떡하니 놓여 있는데, 아무 생각 없이 캡으로 달려가는 구축함이다.

미국 9~10km, 영국 10km, 소련 12km, 구축 7.5km 이 4가지만 외워도 생존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저티어에서는 함선마다 레이더 범위가 다른 경우(애틀랜타&벨파스트 8.5km)도 있으나, 대개는 9~12km를 가지고 있다.

좀 더 노련한 구축함 유저라면 레이더쉽의 항해 속도까지 외워서 어느 거리에서 선회를 시작해야 안전하게 빠져나올지 계산하기도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레이더쉽은 동선을 일정하게 그리는 경우가 많다. 위치 예상이 어렵다면 자신이 레이더쉽이라 생각해보고 구축함을 잡고 싶다면 게임 시작 후, 어떤 동선으로 움직일지를 시뮬레이션 하자. 아니라면 4레벨 함장 스킬인 정밀 탐지를 찍어 동선을 예상해도 좋을 것이다.


▲ 레이더쉽 or 구축함은 항상 서로의 입장에서 동선을 고민해보는 것이 좋다


▲ 경험이 쌓이면 서로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주포 사거리와 위치 선점에 대한 학습
일방적으로 때릴 수 있는 거리를 파악해라!

순양함을 탈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거리 감각이다. 정확하게는 '상대'가 보유한 탄의 탄속과 유효 사거리를 익혀야 한다.

이는 자신이 어느 거리에서 쏘면 안전한지 파악하는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상대는 나를 쏘지 못하는데 나는 일방적으로 쏠 수 있다면 안 쏠 이유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능숙하지 못한 유저들은 유효 사거리에 대한 공부가 부족하여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못한 채 라인전을 어렵게 풀어나가게 된다.

특히 초보들이 하는 가장 큰 실수가 상대가 쏘는 탄에 대한 두려움에 아무것도 안하고 구경만 할 때다. 순양함은 DPS가 가장 높은 함종인데 쏴야 할 때 쏘지 못하는 것은 팀으로서 큰 손해다.

하지만 유효 사거리를 알게 된다면 이 거리에서는 내가 무조건 딜 교환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므로, 이겨야 할 전투는 이기고 질 전투는 미리 회피할 수 있게 된다.


▲ 사거리와 탄속을 이용하여 일방적인 딜교환이 가능한 함선이 바로 베네치아(하향 예정)다


▲ 쏴야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구분하게 되면 자연스레 순양함 승률은 상승한다



두 번째는 위치 선정이다. 참고로 유효 사거리를 파악하고 원거리 카이팅을 주력으로 하는 순양함이 아닌, 미국이나 영국같은 국가는 캡 근처에 어떻게 자리를 잡는지가 관건이다.

진영별로 중요한 거점이 반드시 한두 개가 존재하는데, 이 경우 본인이 좀 얻어 맞더라도 과감하게 자리를 잡아줘야 한다. 적극적인 딜링 참여도는 떨어지더라도 상대가 캡에 진입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거나, 시간을 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알박기를 잘못 시전하면 세상 허무하게 죽는 경우도 많지만, 대개는 팀이 승리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발판이 될 수 있다. 아시아 서버의 경우 극단적인 팀 구성이 이뤄진다면 섬 뒤에 있는 미순양이 캡 근처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도 게임을 캐리하는 모습도 종종 볼 정도니, 자리 잡기의 효용성에 대해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 자리 잘 잡은 클블 한대가 라인전을 평정하는 모습이다


▲ 연막 가진 순양함들이 고평가를 받는 이유도 위치 선정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잘 쏘는 전함보다 잘 맞는 전함이 승률이 높다
항상 수리킷을 모조리 쓴다는 마인드로 임해보자

전함으로 게임을 가장 쉽게 이기는 방법은 억지로 몸 비틀면서 싸워가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50을 때리면 나는 100을 때려 넣는 것이다. 쉽게 말해 똑같은 주포로 딜교환을 하더라도 상대의 딜량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흡수하는지가 관건이다.

이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장갑에 대한 이해도다. 자신이 몰고 있는 전함의 갑판 두께가 몇 미리인지, 그리고 자신은 몇 인치까지 버텨낼 수 있는지를 파악해야 승률이 오른다. 다소 어려울 수 있으나, 이것만큼은 전함을 타기 위해서 반드시 공부해야 한다.

초보 전함들이 가장 안타까운 것이 상대가 나를 겨눈다고 뱃머리를 돌려 달아날 때다. 하지만 본인의 장갑 두께와 상대 구경을 정확하게 파악한 유저라면, 저구경포가 쏘는 것은 얼마든지 무시하고 탱킹에 나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화재딜이나 자잘한 고폭탄은 어차피 수리반을 돌리면 대부분 복구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별다른 피해를 입지도 않으면서, 라인을 쭉쭉 밀고 나가 아군이 자리 잡기 좋게 만들거나 혹은 숨어 있는 상대가 포를 쏘게끔 유도하여 아군이 모조리 잡아먹을 수 있게 된다.

즉, 잘하는 유저와 못하는 유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딜링 능력이 아니라 탱킹 능력이 얼마나 뛰어나느냐에서 갈리는 셈이다.


▲ 자신을 쪼갤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크렘린의 위풍당당한 전진


▲ 너희들 내 장갑 못뚫잖아? 나 못막잖아? 3명 상대로 거리낌 없는 전진



여기서 추가로 더 들어간다면 탱킹을 하기 위해 최적화된 위치가 어디인지를 파악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맞으면서 전진해도 되는 것은 상대가 스몰렌스크나 구축함 등 씨알도 안 먹히는 소구경포인 경우고, 대부분은 헤드온을 하면서도 최소한의 타겟에게만 각을 주도록 지형 지물을 이용해야 한다.

섬을 끼고 자리를 잘 잡으면 그만큼 라인을 전진시킬 수 있고, 아군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해당 장소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상대가 움직이기 불편하게 만든다면, 그게 바로 성공한 탱킹이자 전함이다.


▲ 전함의 가장 큰 덕목은 탱킹을 통해 아군 라인을 잡아주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평균딜이 높다고 실력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본인이 딜을 많이 넣은판은 그만큼 아군 중 누군가가 탱킹을 잘해줬다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때리거나 일방적으로 맞는 판이라면 딜량이 잘 나올 수가 없다. 본인의 전함 승률이 낮다면 자신이 판당 받는 평균 피해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먼저 살펴보자.

만약 기대 피해량이 낮다면 멀리서 저격만 했거나, 혹은 제대로 탱킹을 못하고 순삭되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니 개선할 필요가 있다.

잘 모르겠다면 우선 드레드노트(적군 4척 이상으로부터 운용 중인 군함 내구도의 120% 이상 피해를 입은 상태로 전투에서 생존)나 내화 업적을 따는 것을 목표로 삼아보자. 주포 명중률이 낮아도 효과적인 탱킹만 할 줄 알면 전함의 승률은 오르게 되어 있다.


▲ 참고로 기자의 경우 항상 수리킷을 전부 쓴다는 마음가짐으로 전함을 운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