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X는 스토브 리그 동안 가장 거대한 변화의 바람을 맞은 팀이다. 변화를 통해 전력이 강화된 팀도, 약화된 팀도 있지만 DRX는 명백히 후자다. 어느 정도 예고된 리빌딩이었지만 실상은 더 심각했다. '표식' 홍창현을 제외한 모든 주전 선수가 교체됐는데, 그중 무려 세 명이 신인이다. 탑을 맡은 '킹겐' 황성훈은 어느 정도의 경력이 있긴 하나 한 팀을 이끌 정도의 베테랑까지는 아니다.

이보다 결정적인 것은 DRX의 상징이자 정체성인 '씨맥' 김대호 감독이 선수들과 한동안 함께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챌린저스 시절의 그리핀부터 2020년의 DRX까지 김대호 감독이 맡은 팀은 빛나는 성장과 우수한 성적을 동시에 달성했다. 지도한 선수들의 재능이 뛰어난 이유도 있지만, 그의 코칭 능력이 경기력 향상에 큰 기여를 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제 DRX는 완전히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한다. 김대호 감독이라는 길잡이는 잃었지만, 그의 빈자리를 '쏭' 김상수 감독이 채우며 당장의 급한 불은 끈 상황. 험난한 가시밭길로 예상되는 DRX의 2021 LCK 스프링 스플릿 여정은 과연 어떤 과정과 결말을 맞이할까.

지금의 DRX를 향한 가장 큰 관심사는 신인 라이너들이 LCK 무대에서 선보일 기량이다. 세 선수가 2020 KeSPA컵에서 보인 기량은 결코 우수하다고 할 수 없다. 라인전부터 완전히 박살난 경우는 없었으나 운영 및 본격 교전 단계부터 경험과 호흡 부족이 확연히 드러났다. 라인 관리나 시야 장악, 오브젝트 컨트롤 등 세세한 부분에서 생기는 약간의 누수가 반대로 구르는 스노우볼이 되어 돌아왔다.

기억해야 할 점은 그들이 LCK 주전 데뷔를 앞둔 01, 02, 03년생의 신인이란 사실이다. 2019, 2020 KeSPA컵을 제외하면 '솔카' 송수형의 LCK 기록은 단 3세트뿐이고, '바오' 정현우와 '베카' 손민우는 LCK 출전 기록이 전혀 없는 생신인이다. 그러나 '솔카'는 2020 LCK 스프링 스플릿서 무난하게 활약하며 2승을 견인한 바 있고, '바오'-'베카'는 2019년 8월 연습생 시절부터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다. 세 선수의 잠재력은 미지수고, 지금까지 보여준 것보다 앞으로 보여줄 것이 훨씬 많기에 끊임없이 발전하는 경기력을 기대해볼 수 있겠다.


다른 하나는 '표식'이 경기를 풀어갈 방식이다. 전 팀원이었던 '쵸비'와 '데프트-케리아'는 특별한 정글 케어를 받지 않고도 단단한 라인전이 가능했다. 이에 '표식'은 극초반 플레이 메이킹 대신 안전한 정글 사냥을 지향했고, 적당히 성장을 마친 후엔 압도적인 피지컬을 앞세워 적들을 손쉽게 제압했다.

그러나 지금의 DRX에서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승리를 따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각 LCK 팀에 속한 노련한 베테랑들은 신인 사냥에 주저 없이 나설 것이고, 이를 봐주지 않는다면 그들은 끝내 뚫리고 말 것이다. 이에 플레이 스타일에 최소한의 변화가 필요해 보이며, 피지컬과 영리한 동선 구성 등 그가 가진 고유의 장점들을 어떻게 살릴지가 관건이다.

DRX에게 주어진 한 가지 기회는 2021 LCK 스프링 스플릿의 첫 상대가 아프리카 프릭스라는 것이다. 지난 2020 KeSPA컵에서 이미 한 번 꺾어본 팀이기에 자신감에 꽉 찬 상태로 경기에 임할 수 있을 것이다. 팀의 새 출발을 만약 승리로 시작한다면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고 한층 빠르게 성장할 수 있겠다.


■ 2021 LCK 스프링 스플릿 정규 시즌 1라운드, DRX 경기 일정

1월 14일 VS 아프리카 프릭스
1월 16일 VS 한화생명e스포츠
1월 20일 VS 농심 레드포스
1월 22일 VS 리브 샌드박스
1월 28일 VS kt 롤스터
1월 30일 VS 프레딧 브리온
2월 3일 VS 젠지
2월 7일 VS 담원 기아
2월 19일 VS T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