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창단된 쿼드로는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팬들에게 꽤나 익숙한 팀이다. 종종 폭발력 있는 경기력과 존재감을 뽐내며 PKL의 감초 역할을 했지만, 매 경기 따르는 기복과 페이즈 후반으로 갈수록 흔들리는 호흡에 국제 대회와는 늘 인연이 멀었다. 그러나 2020년을 앞두고 대규모 리빌딩을 마친 끝에 펍지주식회사의 올해 첫 공식 국제 대회인 PUBG 글로벌 시리즈(이하 PGS): 베를린 진출에 성공했다.

쿼드로가 PGS: 베를린의 한국 대표로 선발되기까진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대표 선발전 그룹 스테이지를 7위로 마무리해 30점 이상의 차이를 극복해야 하는 상황, T1의 역대급 부진과 브이알루 기블리의 T1 저격, 쿼드로의 극적 치킨이 겹치며 발생한 일이다. 그 속에서 쿼드로의 창단 멤버 '여욱' 윤여욱은 본인의 손으로 5라운드-8라운드 우승을 일궈내며 베를린행의 일등공신이 됐다.

'우기'에서 '브라보'로, 이후 '여욱'까지. 닉네임은 바뀌었지만 자리는 그대로였다. 2년 반만에 달성한 첫 국제 대회 진출의 기쁨도 잠시, '여욱'은 프로게이머로서의 마지막 해를 성공적으로 끝내기 위해 또다시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Q. PGS: 베를린 진출 소감이 궁금하다.

말할 수 없이 기쁘다. 신인 선수가 둘이나 있기 때문에 처음엔 베를린행을 생각도 안 했다. 이번에 연습하고 다음 대회에서 잘하자는 생각이었는데, 단기성 전략을 짜고 실행한 게 잘 통한 것 같다.


Q. 2019 PKL 페이즈 1~3에선 모두 초반에 잘하다가 후반에 무너졌다. 반대로 이번엔 후반 역전에 성공했는데, 이유가 뭐라고 보나.

대회 기간이 짧았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원래 여섯 번째 경기까진 잘 한다(웃음). 예전에는 사공이 많아 의견이 갈렸다면, 지금은 '렌바'-'디락스' 선수가 오더가 맞든 틀리든 잘 따라줘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Q. 마지막 라운드 종료 후 최종 4위인 것이 발표됐을 때 매우 짜릿했을 것 같다.

사실 발표 직후엔 무덤덤했다. 너무 뜻밖이라 실감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는 게 맞나?'라며 현실 부정을 했다.


Q. 2020년을 앞둔 리빌딩에서 혼자 쿼드로에 잔류했다. 이유가 궁금하다.

나도 원래 잔류하는 게 아니라 코치 생활을 잠깐 하고 입대하려 했다. 그런데 선수 구성 과정에서 한 명이 빠졌고, 내가 그냥 선수로 남게 됐다.


Q. 새로운 팀원들과의 생활이나 호흡이나 어떤가.

일단 일상생활 면에서 잘 맞는다. 다들 성격도 좋고, 장난도 잘 친다. 이런 게 인게임 부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줘서 좋게 보고 있다.


Q. 이번 선발전을 대비해 특훈했다고 밝혔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준비했나.

2시-7시-11시 스크림을 모두 소화하고, 이후로도 개인 연습 및 준비를 했다. 경기 전날에는 모든 안전 구역에 대해 프리뷰를 하며 단기성 대회에 어울리는 전략을 짰다. 비록 전멸하더라도 싸움에 제대로 부딪히는 것이다. 5라운드 중 3라운드에서 터지더라도 2라운드에서 고득점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경기를 치렀다.


Q. 선발전 그룹 스테이지를 7위로 마무리했다. 상위 팀들과 점수 차이가 꽤 컸는데 최종 4위 안에 들 수 있을 거라 봤나

일단 목표는 4위였는데, 파이널 1일 차에 T1이 4점을 챙긴 것이 엄청난 동기 부여가 됐다. 가능성이 확실히 커졌기 때문에 더 열심히 했다.


Q. 파이널 5라운드 'NN'과의 마지막 1:1 대결에서 어떤 생각을 했나.

거기서 지면 '디락스' 선수가 3명을 눕혀준 게 무의미해지니 무조건 이겨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나무를 둔 심리전 싸움인 상황이었는데, 오른쪽으로 소리를 들려주고 왼쪽을 긁어서 이길 수 있었다. 게임할 땐 몰랐는데 끝나고 나니 손이 떨리더라.


Q. 9라운드에서 브이알루 기블리가 T1을 저격했다는 걸 알았을 때 어땠나.

그때 우린 능선에 엎드려 있었다. 팀원들이 킬 로그를 보더니 박수를 쳤다(웃음).


Q. 10라운드에서도 T1과 오피지지 스포츠가 먼저 탈락했다. 그때 PGS: 베를린 진출을 확신했을 것 같은데.

T1의 킬 로그는 모두 체크했는데, 오피지지의 킬 로그를 놓쳤었다. 그래서 경기 중 마냥 좋아하지 않고 계속 긴장하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최대한 버티며 점수를 확보했는데, 끝나고 보니 오피지지도 전멸한 게 맞아서 다행이었다.


Q. 이번 선발전에서 브이알루 기블리와 그리핀의 독주가 돋보였다. 두 팀의 강점이 무엇이라 보나.

그리핀은 교전이 정말 강하고, 브이알루 기블리는 교전과 운영 둘 다 잘한다. 우리 팀은 아직까진 운영에 치중되어 있다.


Q. 커리어 첫 국제 대회 출전이다. 기대가 되나, 긴장이 되나.

기대가 크다. 현실적으로 2020년을 선수 생활 마지막 해로 보고 있는데 초반부터 잘 풀려서 기쁘다. PGS: 베를린이 연기된 상황인데, 개막할 때까지 팀원들과 더 열심히 연습하겠다.


Q. 전 동료 '민성'도 그리핀 소속으로 PGS: 베를린에 출전한다.

그렇지 않아도 선발전을 마치고 통화를 했다. 같이 국제 대회에 가게 돼서 기쁘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Q. 20일부터 한중 친선전이 시작된다. 경기에 임하는 각오는?

이번 한중전은 성적보다 경험을 중요시하려 한다. 특히 전역하고 다시 합류한 '모릭스' 선수의 실전 감각을 키우기 위해 선수 구성을 바꿔가며 경기를 치를 생각이다.


Q. 의대를 휴학 중인 거로 알고 있는데, 언제쯤 학업에 복귀할 생각인지.

학업 복귀는 없다. 작년에 학업과 프로게이머 생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는데, 앞으로도 쭉 e스포츠 쪽에서 일하고 싶어 등록금을 내지 않았다. 교수님한테 전화가 오긴 했지만 아마 자동 제적 처리가 됐을 거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국가 대표로 PGS: 베를린에 출전하게 됐는데, 거기서 못하면 망신이지 않나. 우리 팀, 우리나라의 명예에 먹칠을 하지 않도록 정말 열심히 연습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앞으로 꾸준히 성적을 내서 팬분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고, 쿼드로와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사진 제공 : 쿼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