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위치 선정과 폭발적인 대미지.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팀의 화력을 담당하는 포지션인 원딜에게 중요한 두 가지 덕목입니다. 원딜이 한 번이라도 위치를 잘못 잡아 먼저 끊기기라도 하는 날에는 팀원들의 원망어린 시선을 마음껏 누리게 되곤 하죠. 그러면서도 상대를 빠르게 잡지 못하면 "키워봤자 헛수고"라는 핀잔을 듣기도 합니다. 그만큼 어려운 것이 바로 원딜입니다.

하나만 잘하기도 힘든 요즘 메타 속에서 분명한 선택과 집중을 보여주는 선수가 있습니다. 폭발적인 대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안정적인 위치 선정을 과감하게 포기했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선수에 대한 평가가 안 좋은 건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라고 보는 게 정확할 정도입니다.

이 선수가 누군지 눈치채셨나요? 네, 맞습니다. 바로 나진 e엠파이어의 '오뀨' 오규민 선수입니다. 가끔 보면 탱커인지 원딜인지 헷갈릴 정도의 플레이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오규민 선수를 직접 만나보시죠.



Q. 팬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나진 e엠파이어의 원딜로 활동 중인 '오뀨' 오규민이라고 합니다.


Q. 스프링 시즌이 진행 중인데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숙소에서 대회 준비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봇 듀오가 총 네 명이다 보니, 연습 일정이 그리 힘들진 않은 것 같아요. 주로 랭크게임 위주로 연습을 진행하고 있어요.


Q. 리그 오브 레전드를 처음 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한데요?

중학생 시절에 친구가 처음 권해서 시작했어요. 저는 그때 워크래프트3 유즈맵이었던 '파오캐'만 했었거든요. 그래서 리그 오브 레전드를 처음 할 때도 소환사 레벨 30까지 3:3 모드만 했었어요. 아무래도 5:5 모드보다는 '파오캐'랑 비슷해서 더 재미있더라고요. 3:3 모드를 즐기는 분들의 수가 매우 적기 때문에 맨날 게임상에서 만나던 분들만 만났죠(웃음). 정말 나중에 5:5 모드를 시작했어요. 무슨 자신감이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처음부터 솔로랭크 게임을 즐겼던 기억이 나요.


Q. 나진 e엠파이어에 합류했을 때 각오가 남달랐을 것 같아요.

제가 나진 소드에 합류했을 때는 이제 막 리빌딩을 마친 팀이었기 때문에 완전 신생팀 같았아요. 그뿐만 아니라 제가 그 당시 나진 소드에 가장 먼저 합류했거든요. 아무래도 걱정이 앞섰던 게 사실이에요.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팀에서 프로 생활을 했던 선수들이 모이더라고요. 그때부터 안심되기 시작했어요. 지금이야 팀도 안정화됐고 더 좋죠.


Q. 나진 e엠파이어가 하나의 팀으로 합쳐진 후, 오규민 선수가 출전했을 때 패배한 적이 거의 없던데요?

프리시즌은 말 그대로 프리시즌이기 때문에 연승을 거둬도 기분이 엄청 좋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정규시즌이 아니라는 점이 아쉬웠죠. 그 후에 스프링 시즌 들어서 SKT T1과 만나기 전까지도 계속 승리를 거뒀죠. 그때는 정말 기분 좋았어요. 사실 제가 잘해서라기보다는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카인' (장)누리 형이 잘해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Q. 팬들 사이에서는 나진 e엠파이어의 봇 듀오 조합에 대해 말이 많아요. 어떻게 생각하나요?

사실 이게 정말 예민한 문제인 것 같아요. '제파' (이)재민이 형이랑 '퓨어' (김)진선이 형이 출전했을 때 승률이 그리 높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두 명이 절대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들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제가 동생이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요. 봇 듀오는 서로의 호흡이 정말 중요하잖아요. 아직 (이)재민이 형이랑 (김)진선이 형이 호흡을 맞춘 지 얼마 안 됐다는 게 큰 것 같아요.


Q. 말씀하신 것처럼 팀에 원딜이 두 명 있는데요. 이에 대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프리시즌부터 계속 돌아가면서 경기에 출전했었죠. 어떤 분들은 너무 경쟁 모드로 가는 것이 아니냐고 걱정해주시는데, 제 생각은 달라요. 저랑 (이)재민이 형의 플레이 성향이 달라서 팀 차원에서 봤을 때 전략적인 장점이 많죠. 물론 감독님과 코치님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잘 모르겠지만, 제 생각으로는 장점이 크다고 봐요.

▲ '오뀨' 오규민(좌)과 '제파' 이재민(우)


Q. 실제로 원딜 두 명끼리 좋은 시너지가 발생하나요?

스타일이 달라서 배우는 점이 많아요. (이)재민이 형은 안정적으로 CS를 먹고 한타에서 기량을 발휘하는 스타일이고, 저는 스플릿 푸쉬 위주의 공격적인 운영을 좋아하거든요. 두 스타일 모두 장단점이 있게 마련이죠. 그래서 서로에게 배울 점이 많은 것 같아요. 실제로 서로 연습하다가 궁금한 게 있으면 스스럼없이 물어봐요. '꿀 챔피언'에 대한 것도 공유하고요.


Q. 말씀하신 것처럼 공격적인 플레이로 유명해요. 그런 스타일의 장단점을 밝히자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제 장점을 스스로 말하려니 쑥스럽네요(웃음). 저는 우리 팀 서포터와 정글러를 최대한 활용해서 라인전을 주도하는 스타일이에요. 라인전이 끝나면 팀원들을 믿고 스플릿 운영으로 상대를 흔드는 걸 워낙 좋아하죠. 단점도 많아요. 가끔 미니맵 상황을 놓치는 경우가 있어요. 한 번 말리면 멘탈이 약해서 쉽게 무너지기도 하고요.


Q. 사실 원딜이라는 포지션이 공격적으로 운영하기 쉽지 않은 포지션 아닌가요?

3:3 모드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네요. 그때 당시에 제가 탑 챔피언들만 플레이를 했었거든요. 특히, 트린다미어를 즐겨 했어요. 그때 습관이 지금도 남아있는 것 같아요. 스플릿 푸쉬도 좋아하고 상대 챔피언이랑 1:1 대결을 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이렇게 보니 재미로 즐겼던 3:3 모드가 저한테 많은 영향을 끼쳤네요(웃음).


Q. 아까 대화 중에 '꿀 챔피언' 이야기가 나왔어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짝 공개해줄 수 있나요?

팀 전략상의 비밀이기 때문에 많은 것을 알려드릴 수는 없어요. 그래도 하나 정도는 알려드려도 될 것 같네요. 요즘 케넨 원딜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솔로랭크에서 몇 번 해봤는데 승률이 나쁘지 않더라고요. 조만간 대회에서도 꺼낼 수 있는 날이 오기만 기다리고 있어요. 다른 챔피언들도 정말 많으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 이... 이 놈 말입니까?


Q. 이름을 날렸던 원딜 선수들이 해외로 많이 진출했어요. 국내 최고의 원딜 자리가 탐날 것 같은데요?

많은 분들이 '최고의 원딜은 누구인가'에 대해 관심을 가져 주시더라고요. 그 후보에 저도 가끔 언급된다는 말을 듣고 기뻤던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저는 개인적인 타이틀이나 명예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요. 우리 나진 e엠파이어가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되면, 그런 개인적인 타이틀은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반대로 제가 아무리 최고의 원딜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팀이 패배하면 별로 의미가 없잖아요. 물론, 저도 그런 소리를 듣고 팀 성적도 좋으면 최고죠(웃음).


Q. 어느덧 인터뷰를 마칠 시간이 됐네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릴게요.

이번 시즌 예상보다 패배를 많이 했네요. 항상 신경 써주시는 대표님과 감독님 그리고 코치님에게 죄송한 마음이 앞서요. 지금부터라도 많이 이기는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현장에 항상 팬분들이 응원을 와주시는데, 그분들에게 정말 재미있는 경기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