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이어졌던 2015 LoL 올스타전이 마무리됐다. 한국과 중국, 북미와 유럽, 대만과 와일드카드 지역을 대표하는 총 30명의 선수들이 참여해 팬들과 소통했다. 이벤트전과 지역 간 자존심 대결이 잘 버무러진 대회 성격답게 올스타전 내내 다양한 명장면이 연출됐다.

여섯 개의 지역 대표팀이 자웅을 겨룬 경기에서는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만큼 명장면이 속출했다. 선수 개인 능력이 돋보인 장면도 있었고, 팀원들 간의 호흡이 두드러진 한타 장면도 있었다. 또한, 라이엇 게임즈에서 준비한 다양한 이벤트 경기에서는 재미있는 모습이 자주 연출되어 팬들의 웃음을 유발했다.

선수들의 진지한 모습과 예능감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었던 4일 간의 올스타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들을 한데 모아봤다.


■ '후니' 허승훈의 잭스가 돋보였던 1일 차

2015 EU LCS를 제패한 탑 라이너를 꼽자면 단연 '후니' 허승훈이다. 당시 프나틱 소속 탑 라이너로 활동하며 경쟁팀의 멘탈을 무너뜨렸던 장본인. 최근 북미의 임모탈스로 이적한다는 발표가 있었을 때 유럽 팬들이 아쉬움을 표현했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유럽 지역 대표로 선발된 허승훈은 자신의 이적을 아쉬워하는 팬들을 위해 명장면을 연출하기로 작정한 모양이었다. 1일 차에 열린 올스타전의 개막전 유럽 대표와 북미 대표의 대결에서 허승훈은 잭스로 묘기에 가까운 '4인 스턴'을 작렬해 팀 승리를 이끌었다. 박수 짝짝짝.



■ 정글 퀸과 술통 그 자체. 2일 차를 지배하다

2일 차에는 '원거리 딜러 모드'가 펼쳐졌다. 말 그대로 원거리 딜러형 챔피언만 선택할 수 있는 게임 모드. 이 경기에 출전한 '프레이' 김종인은 소환사 주문 '강타'를 들고 퀸을 선택했다. 아무리 '원거리 딜러 모드'에 최근 OP로 떠오른 퀸이 더해졌다고 해도 퀸 정글이라니. 모두가 미심쩍어 했다.

하지만 김종인이 누구던가. 이현우 해설위원이 '게임 이해도가 정말 뛰어난 선수'라고 평가한 선수가 아닌가. 정글 퀸과 함께 김종인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경기를 주도했다. 상대 팀원들은 김종인의 퀸의 캐리력에 다리를 후들거렸다. 이제 솔로랭크에서 정글 퀸이 자주 보이겠군. 후우...



그런가 하면, 한국과 중국의 자존심이 걸린 지역 대항전에서는 한국 대표가 승리를 차지했다. 1일 차 Pick 10 모드에서 챔피언 구성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무너졌던 한국 대표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중국의 반격이 몇 차례 매섭게 들어오긴 했지만, 한국 대표는 흔들리지 않았다.

모든 선수가 빼어난 활약을 보인 가운데, 가장 돋보인 것은 '스코어' 고동빈이었다. 술통 그 자체라고 불릴 만큼, 엄청난 그라가스 숙련도를 보이고 있는 고동빈이 중국의 마지막 반격을 무력화했다. '몸통 박치기-점멸-술통 폭발'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이어졌고, '우지'와 '클리어러브'는 한국 대표팀 쪽으로 배달됐다. 경기는 그대로 한국 대표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 돌아온 '서문갓'의 화끈한 펜타킬! 3일 차 하이라이트

'단일 챔피언 모드'가 3일 차에 열렸다. 어떤 챔피언이 등장해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것인지 기대를 모았던 상황. 열 명의 선수들은 블리츠크랭크를 선택했고, 팬들은 환호했다. 과연 어떤 장면이 연출될 것인지에 대해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대화를 나누며 즐거워 하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10명의 블리츠크랭크는 너나 할 것 없이 1레벨 싸움을 위해 맵 중앙에 모여들었다. 이리 저리 손을 뻗으며 상대에게 구애를 했고, 그 결과 여러 명의 블리츠크랭크가 여기 저기 끌려 다니는 명장면(?)이 연출됐다. 개인적으로 승패를 떠나 경기를 지켜보는 내내 크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3일 차의 진정한 주인공은 영원한 서문갓, '웨스트도어'였다. 지난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시즌5에서 SKT T1에게 패배한 직후 은퇴를 선언했던 '웨스트도어'는 이번 올스타전에 '토이즈'를 대신해 '강제 복귀'했다. 그의 경기를 다시 보게 된 팬들은 아낌없는 환호로 그를 반겼다.

이러한 팬들의 응원에 보답하기 위함이었을까. '웨스트도어'는 3일 차에 열린 대만 대표와 와일드카드 대표의 대결에서 카사딘으로 펜타킬을 기록했다. 경기 초반 '키라'에게 라인전을 밀리며 고전하던 모습을 사라지고, 암살자 챔피언 고수의 면모가 유감없이 발휘됐다. 그의 멋드러진 경기력을 지켜본 팬들은 "돌아와요 서문갓"을 외치며 그의 은퇴에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 '꿀잼'과 '멋짐' 공존했던 대단원의 막! 4일 차 하이라이트

1:1 매치와 지역 간 대결, 최종 우승팀이 모두 결정된 4일 차였던 만큼, 다양한 명장면이 연출됐다. 총 20명이 경기를 벌인 Tandem 모드는 선수들의 컨트롤 미스와 예상 밖의 피지컬이 모두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카사'와 '베베'의 이즈리얼은 우왕좌왕하기 바빴고, '레클리스'와 '렉스'가 선택한 루시안은 마치 한 명이 조종하는 것과 같은 움직임을 보여 현장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그리고 '스코어' 고동빈과 '프레이' 김종인의 우디르는 쉽게 강력했다.



즐거웠던 Tandem 모드가 끝나고, 1:1 매치 4강이 진행됐다. '더블리프트'와 '프로겐'이 결승 진출을 위해 대결을 벌였다. 여기서 그들의 길고 긴 이야기가 시작됐다. '프로겐'의 '눈덩이'가 두 세트 연속 버그로 인해 오작동한 것. 올라프는 의도치 않게 상대 우물까지 날아가 허무하게 회색 화면을 봤다. '프로겐'은 황당해했고, '더블리프트'는 두 세트 모두 함박웃음을 지어 보이며 재경기 제의를 수락했다.



시간을 흘러 어느덧 올스타전 마지막 경기만이 남았다. 한국 대표와 유럽 대표가 벌인 지역 간 대결의 결승전. 경기는 한국 대표의 일방적인 승리 구도였다. 모든 라인에서 우위를 점했고, 스노우볼도 빨랐으며, 한타 집중력도 유럽 대표보다 훨씬 좋았다. 하지만 한국 대표는 예상치 못했던 변수에 시간을 많이 빼앗겼다.

그 변수는 다름아닌 '어메이징'의 리 신이었다. 한동안 반어법과 같이 쓰였던 '어메이징'이라는 표현의 창시자 '어메이징'이 달라졌다. 그의 리 신은 더 이상 상대를 방생하던 리 신이 아니었다. 날카로운 이동경로와 궁극기 활용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승패에 큰 영향은 없었지만, 확실히 좋은 모습이었다.



그래도 여전히 한국 대표의 우승 시나리오는 예정대로 흘러갔다. '페이커' 이상혁과 '매드라이프' 홍민기는 자신들의 트레이드 마크인 제드와 블리츠크랭크로 2세트에 임했다. 그리고 유럽 대표의 거친 추격을 무력화하고 다시 한 번 세계 최강임을 입증했다. 한국 대표가 선보인 화려한 한타에 전 세계 팬들은 다시 한 번 환호했고, 그렇게 올스타전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