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북미와 함께 유독 국제 대회와 인연이 없는 지역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G2 e스포츠(이하 G2)는 자국 리그에서는 무려 세 시즌 연속 매치 무패로 우승하는 대기록을 달성했지만, 국제 무대에선 늘 아쉬운 경기력을 보여주며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2016 스프링 시즌을 재패하고 출전한 2016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이하 MSI)에선 2승 8패로 5위(총 6팀)에 머물렀고, 2016 섬머 시즌을 우승하고 출전한 2016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선 조별 예선에 참가한 16개 팀 중 가장 먼저 탈락을 확정하기도 했다.

때문에 이번 2017 MSI에 대한 기대감도 크지 않았다. 더군다나 와일드카드급 팀인 기가바이트 마린즈가 하위 라운드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오히려 G2가 최약팀으로 분류됐고, 북미와 꼴찌 다툼을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1일 차 경기에 나선 G2는 중상위권으로 분류됐던 대만의 플래시 울브즈를 격파했다. 그 중심에는 '즈벤'이 있었다. '유체원'다운 경기력이 드디어 국제 무대서 빛을 발한 것이다.

플래시 울브즈와의 경기에서 G2는 탑에 노틸러스, 정글에 아이번을 배치하고 '즈벤'에게 케이틀린을 쥐어줬다. 라이즈라는 보험이 있긴 했지만, 케이틀린의 캐리력이 중요시 되는 조합이었다. 게다가 플래시 울브즈에는 그라가스, 렝가, 르블랑 등 케이틀린을 위협하는 챔피언이 다수 포진돼 있어 '즈벤'이 느끼는 압박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즈벤'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 그 이상을 해냈다. 전투마다 꾸준한 대미지 딜링을 넣은 것은 물론 주요 오브젝트를 앞두고 아군이 잘려 위기에 놓였을 때에는 날랜 카이팅으로 상대를 제거하며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도 했다. 한 치의 실수 없이 매순간 침착한 플레이를 펼친 '즈벤'은 노데스, 킬 관여율 100%를 기록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G2의 최대 단점인 불안정함이 침착한 '즈벤'의 플레이로 많이 상쇄된 양상이었다. '즈벤'은 패배를 맛봤던 SKT T1과의 개막 경기에서도 노데스에 킬 관여율 100%, 팀 내 딜량 1등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 시각으로 12일 새벽 열리는 2일 차 경기에서 만나게 될 팀은 중국의 WE와 동남아시아의 기가바이트 마린즈다. 두 팀 모두 1일 차 1승 1패로 같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순위 경쟁 상대로, '국제 무대 상위 라운드 진출'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선 반드시 잡아야 하는 팀이다. 과연 G2 e스포츠가 컨디션 좋은 '즈벤'을 앞세워 유럽 리그 우승팀에 걸맞는 경기력으로 골목대장이란 오명을 씻어낼 수 있을지 관심있게 지켜보자.


■ 2017 MSI 그룹 스테이지 2일 차 일정

1경기 SKT T1 vs TSM (12일 새벽 3시)
2경기 기가바이트 마린즈 vs 플래시 울브즈
3경기 G2 Esports vs 팀 WE
4경기 플래시 울브즈 vs TSM
5경기 기가바이트 마린즈 vs G2 Esports
6경기 팀 WE vs SKT T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