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토캐논의 영입과 경기장에서의 첫 코칭 이후, 샌드박스 게이밍은 행복한 나날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다섯 번의 연패 후 찾아온 2승은 얼마나 달콤했을까요. '야마토캐논 효과'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본인은 꽤나 쑥스러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스포트라이트를 선수들에게 돌리고 싶기 때문이겠지만, 그 존재감이 어디 갈까요.

인벤과 인벤글로벌은 격리의 오랜 기다림 끝에 야마토캐논 감독을 샌드박스 게이밍 연습실 근처 카페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익히 알려진대로의 멀끔한 수트 차림은 아니었지만, 선수들과 보다 편하게 지낼 수 있는 복장으로 모습을 드러냈죠. 월드 챔피언십에서나 보던 감독이 한국에서 인사를 해주니 사실 좀 적응이 어려웠습니다.

야마토캐논 감독에게는 그만이 갖고 있는 감독으로서의 시선, 힘들어했던 샌드박스 게이밍에 대해 그가 보았던 잠재력, LCK의 상황에 대한 질문 등을 던졌습니다. 과연 그는 '명언 제조기' 다운 멋진 답을 들려줬을까요? 다른 감독도 아닌, 야마토캐논이라 할 수 있던 도전, 경험, 시선에 대한 답변들. 인터뷰와 함께 살펴보시죠.




격리가 끝난 한국에서의 첫 주말. 잘 보냈나?

좋았다. 모든게 다 빠르게 흘러가서 격리 기간이 제대로 기억나지도 않는다. 할 일이 너무 많았고, 바로 일에 뛰어들어 집중했다. 항상 바빴고, 시간은 너무 빨랐다. 하지만 바쁜건 언제나 좋다.


외국인 코치로서, 통역사와 일하는 데에는 문제 없는가? 통역 양이 보통이 아닐 듯 한데…

내가 한국말을 많이 못 하지만, 선수들의 버릇들을 하나씩 배우고 있다.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는데, 통역사가 워낙 일을 잘해줘서 슬슬 일이 쉬워지는 단계다. 그래도 아직은 많이 어렵다.


언어 능력이 아주 뛰어나지 않은가. 혹시 한국말도 배우고 있나?


조금씩 배우고 있다. 게임 안에서 쓰는 단어들과, ‘의사소통’, ‘집중’ 같은 중요한 단어들을 매일 배우고 있다. 선수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수 있는 단어들을 하나씩 배우고있다.


온라인 피드백과 면대면 피드백을 했을때의 차이점은 무엇이었나?

까다로운 부분이 많다. 통역사가 아무리 번역을 잘 해준다 해도, 가끔은 이해를 못 하고 집중력을 잃는 선수들이 있다. 직접 면대면으로 피드백을 할때는 보디 랭귀지로, 혹은 눈을 쳐다보며 집중을 요구할 수 있다. 지금 이 인터뷰를 하면서도 내가 손으로 많은 표현을 하고 있지 않는가? 이런 전달력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격리 중엔 선수들에게 정확한 전달이 잘 되지 않아서 매우 힘들었다.


첫 승리 신고 후, 팀원들의 모습은 좀 어때 보였나?

숙소로 복귀하고,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승리 후 선수들의 자신감이 올라간 모습이 보였다. 이번 첫 승리가 내가 선수들에게 그들의 잠재력에 대해 했던 모든 말들의 증거가 되길 바라고, 선수들은 이제 ‘뭉치면 강하다’ 라는 것을 더 알았으면 한다.


주로 어떤 것들을 선수들에게 가르치고 있나?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좋다.

샌드박스 게이밍 선수들 각각의 피지컬도 뛰어나고,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계속 경기를 지게 되면 그것을 쉽게 잊게 되며, 연습도 비효율적으로 변한다. 격리가 끝나고 숙소에 합류했을 때, 지난 패배들은 모두 잊어버리고 다시 시작하자고 말했다. 패배에서 배운 좋은 점들만 쏙 빼가고, 다른 모든 부정적인 것들은 버리고 ‘리셋 버튼’을 누르자고 했다.

선수들에게 본인들의 원동력, 본인들만의 스토리, 장점들을 다시 생각해보라고 했고, 우리가 하나로 뭉쳐서 게임을 하면 그만큼 게임이 쉬워질 것이라고 많이 얘기해줬다. 한 몸으로 게임하는 것을 연습했고, 밴픽도 상대 팀 조합을 전체적으로 카운터 칠 수 있도록 구성하는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


야마토캐논에 대해 더 알고 싶어하는 팬들이 많다. 어떻게 e스포츠 씬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나?

우리 가족 모두가 게임하는 것을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나도 어릴 때부터 게임하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본능적으로 경쟁하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어떤 것이든 처음에 잘 못했던 것이라면 나중에 더 잘하게 되고 싶은 욕심이 컸다.

'워크래프트 3'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천상계 구간에서 플레이하던 시점에서 LoL을 접하게 됐다. 처음에는 엄청 못 했고, 아까 말했듯이 그만큼 더 잘하고 싶은 욕망이 커졌다. 열심히 연습했더니 친구들 사이에서 LoL을 가장 잘 하게 됐고, 그렇게 첫 팀을 만들게 됐다.

2010년의 어느 날, 대한항공 스타리그 결승을 격납고에서 멋있게 치러내는 모습을 영상으로 접했고, 나는 이스포츠가 크게 성장할 것임을 직감했다. 그 영상을 보고나서 이스포츠는 내 인생이 될 것이라고 직감했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이스포츠 활동을 이어 나갔다.


팀 내 언어 문제가 당연히 있을 것이고, 그리고 전 팀이었던 바이탈리티가 성적이 높지 않았기에 야마토캐논의 영입을 불안해하는 팬들도 많았다. 그저 보여주기용 영입이 아닌지, 변화가 절실한 샌드박스의 발악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는 팬들도 있었고 말이다. 이러한 것들을 본인도 의식했나?

솔직히, 나쁜 반응들에 대해서는 신경 안 쓴다. 바이탈리티를 예로 들면, 2018년도에 비해 2019년도에는 성공적이지 못했던 게 분명하다. 많은 사람들은 결과만 두고 평가를 한다. 그래서 이 말이 우스꽝스럽게 들릴지는 모르지만, 나는 2019년도에 이룬 모든 것에 만족한다. 그 당시 미드라이너, ‘지주케’가 건강이 심하게 안 좋아 연습도 제대로 못 했지만, 플레이오프도 두 번이나 갔다.

내가 ‘모글리’의 팀 적응을 제대로 못 도와준 것이 큰 실수 중 하나다. '지주케'와 ‘카보챠드’에게 자유를 준 반면, 다른 환경에서 자라 온 '모글리'는 그 중간에 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했다. 아프리카 프릭스에서의 경기력을 똑같이 가져오려고 했지만, 아프리카가 '모글리'를 위해 해줬던 배려를 나는 못 해줬던 것 같다.

▲ 팀 바이탈리티와 함께 부트캠프를 왔던 당시의 모습

그리고 바이탈리티 시절 바텀 라인 선수들에 대해서도 실수가 있었다. 그 두 선수와 계약할 시점에, 스페인 자국 리그에서 결승전 후 긴 휴식기간으로 인한 폼 하락에 대해 계산을 잘못했다. 그 긴 휴식기간 동안 '지주케'는 한국에서 부트캠프를 하고 돌아왔는데, 폼은 올랐지만 사실상 탈진 상태였다. 그러한 이유들로 선수들의 기량이 완전 뒤죽박죽이었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더 관리를 잘했어야 하는데 못한 것이 아쉽다.

2019년에 들어가면서는 우리의 실력이 생각보다 훨씬 낮았고, 다시 아래부터 시작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만의 스타일을 찾았고, 경기도 여러 차례 이기면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롤드컵에 진출했던 팀이 그 다음 정규시즌에서 6위를 기록했다는 결과가 실패로 보일 수도 있지만, 팀이 쏟아 부은 노력, 그리고 개인적으로 배운 것들을 생각해보면 가장 자랑스러운 한 해였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내가 팀 바이탈리티를 이끌면서 증명했듯, 샌드박스 게이밍에서도 증명할 것이다.


유럽식 코칭 방식과 한국식 코칭 방식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을까? 유럽의 어떤 방식들이 한국 선수들에게도 먹히고, 어떤 것들은 안 먹힐까?

재밌는 건, 내가 아무리 유럽 코치였어도 다른 유럽 코치들의 방식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샌박에 합류하면서 유럽식 코칭 방식을 LCK에 적용시켜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모글리'와 ‘호로’와 함께하며, 그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보았다. 각각의 의견과 느낀 점을 편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만 그들의 장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것이 팀 바이탈리티가 성공할 수 있던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다. '지주케'가 하고 싶은 챔피언을 쓰게 해줬다. 그 당시에는 '지주케'만 에코를 사용했다. ‘아틸라’도 그렇다. 아무도 드레이븐을 쓰지 않을 때 그만이 사용했고, ‘우지’도 꺾을 수 있었다. 샌드박스 게이밍 선수들 같은 경우엔, 문화적인 벽 때문에 이 부분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인지하고 있다. 그 벽을 부수려고 노력 중이다.


LCK에 오기 전에 많은 연구를 했을 것이고, 다른 감독들의 스타일도 상세히 파악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LCK 내에선 어떤 감독이 인상적이었나?

한국 감독과 코치들 중 존경하는 분들이 수 없이 많다. 김대호 감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모글리'가 김대호 감독에 대해 얘기를 해준 적이 있다. 선수로서도 충분히 잘 했고, 1대1 토너먼트(쏠전)에서 우승도 했고, 챌린저스 코리아의 무명 팀을 스타성 넘쳐나는 팀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김정수 감독도 그가 몸을 담았던 모든 팀의 탑 라이너들을 스타 플레이어로 만들었다. 배울점이 많은 감독들이다. 인게임 내용으로도 눈여겨 본 감독과 코치들이 몇몇 있지만, 너무 다 말하고 싶지는 않다(웃음).


샌드박스 게이밍은 전성기 시절에 탄탄하고 안정감 있는 팀으로 평가받았다. 최근엔 메타가 맞지 않아 샌드박스 게이밍이 부진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현재 메타는 완전 열려 있는 메타라고 분석한다. 어느 특정 플레이스타일에 몰두하게 되면, 약점들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지금은 유연성이 중요하다고 본다. 한 라인을 중심으로만 플레이하게 되면, 밴픽에서 꼬일 가능성이 크다. 어떤 플레이스타일이 됐던, 현재는 옵션이 너무 많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적응을 못하는 팀은 성공하지 못할 것 이다. 그러므로 샌드박스 게이밍에서 내 역할은 선수들이 모든 상황에 적응할 수 있게 이끌고 나아가는 것이다.


많이 들어봤을지도 모르는 질문이겠다. 샌드박스 게이밍에 오게 된 중요한 이유로 '잠재력'을 믿었기 때문이라 하더라. 하지만 샌드박스 게이밍은 올해 스프링 시즌부터 사실상 절망에 가까운 성적을 보였다. 야마토캐논은 정확히 어떤 포텐셜을 보았던 걸까?

롤드컵까지 바라보던 팀이 급작스럽게 부진을 겪는 것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 가끔은 답이 너무 간단하지만, 어쩔 때는 어려운 숙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명확한 것 중 하나는, 선수들은 다 증명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나는 퍼즐 조각만 맞추면 된다고 생각했다. 선수들의 네임 벨류만 따져도 다들 엄청난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고 믿고있다. 팀에 합류하기 전에는 팀에 대한 다양한 평가들 때문에 살짝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첫 스크림 이후로 그 의심들이 싹 사라졌다. 결국에는 장점을 부각시키면서 약점을 팀워크로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샌드박스 게이밍 선수들과의 인터뷰에서는 ‘선수들이 각각의 플레이를 했고, 팀으론 잘 움직이지 못했다’고 자체적인 판단을 내리더라. 감독으로서도 그 점을 인지했는지, 정확히 진단한 것이 맞는지, 그리고 그 부분은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당연히 인지하고 있었다. 피드백을 하며 항상 요구했던 것이 게임 내에서 집중해서 생각하는 것이었다. 탑 라인에서 어떤 플레이가 만들어지면 다른 라인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이 있으니 항상 집중하고, 각자의 할 일을 잘 파악하고 실행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솔로 랭크와 팀 게임에서 중요한 차이점 중 하나가 이 부분이고, 연습 중이다.


팀원들 역시 야마토캐논에 대해 끊임없는 신뢰를 보내고 있는 것 같더라. 야마토캐논은 현재 선수들에 대해 각각 어떻게 생각하나?


물론 모든 선수들에 대한 생각을 인터뷰에 말하고는 싶지만, 우선 팀 다이나믹스전 출전 로스터의 선수들에 대해서만 먼저 말하고자 한다.

‘서밋’은 항상 기분이 좋고, 그 부분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 솔로 랭크에서 제이스로 18데스를 한다 해도 서로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선수다. 연습이 우리가 원하는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해도, '서밋'이 항상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줘서 매우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온플릭’은 항상 침착하고, 배려가 많은 선수다. 근데 게임에만 들어가면 항상 상대와 싸우고 싶어한다. 그 선수의 이러한 이면을 볼 때 신기하다.

‘페이트’는 항상 평온하다. 아무리 게임을 하며 다른 선수들이 흥분해도, '페이트'만큼은 항상 평온한 목소리로 게임을 한다. 볼 때마다 놀랍다. 자유 시간에도 언제나 리플레이와 게임 영상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 매우 기특하다. 인게임 지식도 매우 뛰어나서, 인게임에서도 올바른 오더를 내릴 것이란 신뢰가 있다.

‘루트’는 평소에는 말이 많지 않지만, 피드백을 나눌 때엔 영양가 넘치는 말만 한다. 그래서 나는 '루트'에게 ‘너가 하는 말은 다 너무 좋아서, 더 적극적으로 말하면 우리가 더 이길 것 같아!’ 라고 항상 말한다(웃음).

'고릴라'는 항상 남을 배려하고 잘 챙겨준다. 심지어 나까지 챙겨준다. 팀에서 큰 형이고, 진심으로 팀에 있는 모든 이들을 좋아하는 것이 보인다. 얼마 전에 내가 배고프다고 말했는데, 갑자기 10분 동안 사라지더니 삼각 김밥과 라면을 사 오더라. 어떤 상황이 됐든, 항상 남을 케어해주는 그 모습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삼각 김밥과 라면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한국에서 음식은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가?

한국 음식 엄청 좋다. 샌드박스 게이밍의 주방장이 음식을 너무 잘 해주신다. 그리고 배달 음식도 최고다. (새벽 두 시에 주문하는 치킨이 가장 맛있지 않나?) 물론이다. 새로운 메뉴를 주문할때마다 내가 선수들에게, ‘굳이 다른 메뉴를 주문하는 도박을 할 이유가 있는가?’ 라고 물어보는데, 새로 주문해보는 메뉴마다 다 너무 맛있다.

최근에 양념 게장을 처음으로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었다. 낯설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나라는 한국 뿐인 것 같다. 모든 한국 음식이 맛있을 것이라는 무한한 신뢰를 가지게 되었다.



‘야마토 매직’ 이라는 표현이 칭찬은 맞지만, 선수들의 활약을 가리는 뉘앙스가 있어서 본인도 안 좋아 할 것 같다. 본인은 스포트라이트를 선수들이 받길 원하지 않나.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 하는가?


결과적으로 선수들이 잘 되는 모습만 보여지길 원한다. 내가 샌드박스 게이밍의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 모두를 책임지고 있고, 같이 일하기 너무 좋은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다들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적응을 너무 잘 하고 있다. 이 ‘야마토 매직’ 이라는 표현은 재밌고 ‘밈’스럽지만, 나는 너무 뛰어난 팀에 숟가락만 얹은 것이고, 우리 선수들에게 모든 공로가 갔으면 한다. 선수들에게 나는 당연한 소리들만 반복해서 하고 있고, 옆에서 보조해주는 역할일 뿐이다.


야마토캐논의 첫 인상이 좋았던 덕에, LCK에서도 이젠 적극적으로 외국인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는 여론도 생기고 있다. 그간 LCK는 꽤나 폐쇄적이었으니 말이다. 본인이 그러한 시작이 된다는 것에 기대감이 드나? .

개인적으로 그런 목적은 당연히 없다(웃음). 한국 선수들은 군기가 바짝 서 있고, 과거에는 가장 군기가 가장 바짝 서있는 팀이 가장 잘 하는 팀이었다. 그래서 LCK 팀들이 과거에 항상 최상위권에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선수들에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솔직히 외국 선수들이 LCK로 오지는 않을 것 같다. 개인 기량으로만 따지면 한국 선수들이 매우 뛰어나므로, 군기를 좀 빼고 자기 주장을 더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필요도 있다. 실수하는 건 괜찮다. 그로부터 배우고 발전할 수 있다면 말이다.

앞서 말한 것의 좋은 예는 DRX다. 팀이 ‘쵸비’에게 조이와 같은 정석 픽을 요구했다 해도, 모르가나 같은 틀에 벗어나는 픽을 하면서도 좋은 결과를 가지고 왔다는 것을 높이 평가했다. 그리고 나도 '쵸비'를 다시 보게되는 계기가 됐다. LCK의 상위권 팀들이 슬슬 이렇게 방식을 바꾸고 있어서, 다시 세계의 정상에 오르는 건 시간 문제로 보인다.


한국은 이제 앞서가는 팀에서 쫓아가는 팀으로 위상이 바뀌었다고 평가받는다. 본인이 '쫓아가는 것만을 목표로' 했다고 생각했던 예전의 LEC처럼 말이다. 시간이 지나며 유럽 팀들도 본인들만의 개성을 찾아가며 국제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는데, 쫓아가는 입장이 된 LCK 역시 그러한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나?

이미 LCK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본다. 김대호 감독과 김정수 감독처럼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고, 이미 실행해야 할 부분들은 충분히 잘 실행하고 있다. 어떠한 정해진 틀에 더 이상 선수들을 가둬두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LEC 팀들이 선수들이 자신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잘 지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C9을 제외한 북미 지역처럼, 이제는 어떤 한 지역을 똑같이 카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번 섬머 시즌 LEC의 MAD 라이온스가 대표적인 예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게임을 접근하는 방향이 아주 색다르다. 팀 바이탈리티, 미스핏츠, G2 이스포츠, 그리고 프나틱도 대표적인 예가 된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에 맞춰 전략을 세우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은 게임을 하며 예상 못한 시나리오들을 즉흥적으로 풀어야 할 때가 많은데, 이런 때 감독과 코치는 선수들이 생각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이게 다음 단계라고 생각한다.



섬머 시즌 동안 샌드박스 게이밍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나 방향이 있다면? 그리고 결국 샌드박스를 어떤 팀으로 만들고 싶은가?


나는 항상 최대한 이룰 수 있는 만큼을 이루고 싶다. 그래서 이번 섬머 시즌 목표는 LCK 우승이다.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목표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굳이 목표를 낮게 잡을 이유가 있을까 싶다. 그렇게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나, 끝에 찾아올 결과에 대해 크게 신경을 안쓰고 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낼 것이고, 오로지 이길 수 있는 방향으로 선수들을 인도할 것이다. 목표는 높게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샌드박스 게이밍을 ‘물’ 같은 팀으로 만들고 싶다. 이소룡이 표현한 물처럼, 유동적이고, 어떤 상황에서도 적응을 잘 할 수 있는 팀이 됐으면 한다. 모든 순간마다 집중하고, 모든 문제들을 오픈 마인드로 접근하려고 한다.


드래곤볼이나 주먹 이야기로 시작해 벌써부터 팀원들 사이에서 '명언 제조기'라는 별명을 얻었다. 본인은 이렇게 영감을 주는 명언을 팀원들과 나누는 것을 좋아하나? 그리고 본인이 좋아하는 명언은?

지난 기자실 인터뷰에서, ‘성장은 불편한 과정이다’ 라는 표현을 썼다. 사실 그 표현은 어떤 쇼에서 등장한 노래 가사 중 한 부분이다. 그 부분이 나한테 큰 영향을 준 것 같다. 이런 말들이 사람들에게 다양하게 각인되고, 큰 영향을 끼칠 때도 있다. 물리적인 힘보다는 글과 말 한 마디가 더 강할 때가 있다.

‘When you conquer the enemy within, no enemy outside can do you no harm.’ 라는 명언을 가장 좋아한다.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본인에 대해서 나쁘게 말한다 해도, 그 말들이 본인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거는 스스로에게 달린 것이다. 본인 스스로가 삶에 만족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선수들이 그렇게 점차 하나가 되면 그 때서야 비로소 드래곤볼이 다 한 자리에 모이는 것 아니겠는가. 야마토캐논은 용신에게 무슨 소원을 빌고 싶나?

솔직히 말하자면, 소원을 빌기가 두렵다. 시련도 인생을 가치있게 만드는 것 아닌가. 그래도 굳이 빌자면… 좀 단순한 소원을 빌까 한다. 돈이나, 모든 이들을 행복하게 만든다던가(웃음).


감독으로서, 야마토캐논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유산을 남기고 싶다. 특히 서구권에서는, 내가 감독으로서 선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많은 이들에게 기억에 남는 감독이 되고 싶다. 이스포츠 씬에서는 감독 일을 오랫동안 했다고 보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다. 20년, 30년 후에도 계속 이 일을 하고 싶다. 꾸준히 성장하는 시장과 관련해 일하는 것은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너무 고맙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샌드박스 게이밍을 응원해 주시는 모든 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선수들, 코칭 스태프, 그리고 모든 관계자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고, 점차 분위기가 좋은 쪽으로 바뀌고 있어서 매우 기쁩니다. 저는 선수들의 잠재력을 매우 높이 평가하고 있고 많은 것들을 이룰 것이라고 신뢰하고 있으니, 모든 칭찬과 응원은 선수들에게 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