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2017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이번 지스타2017에서 아이덴티티 엔터테인먼트(이하 아이덴티티)가 주최한 WEGL(World Esports Game and League)의 본선 무대가 펼쳐져 많은 e스포츠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아이덴티티는 WEGL을 무사히 마무리함으로써 WCG 2013을 끝으로 명맥이 끊긴 다 종목 e스포츠 리그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을 조심스럽게 쏘아 올렸다.

아이덴티티가 WEGL을 마치는 데 있어서 안팎으로 부단히 노력한 인물이 있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아이덴티티 신규사업본부 과장 신예지다. 리그 기획 단계부터 참여한 신예지 과장은 WEGL의 메인 진행자로서 9개의 종목의 진행을 맡았다. 7년 방송 경력의 소유자답게 그녀는 안정적인 진행으로 e스포츠 팬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인벤은 WEGL에서 뜨거운 열정을 보여준 신예지 과장과 만나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직접 만나본 신예지 과장에게서 남다른 모험심이 느껴졌다. 그녀는 안정적인 미래가 보장된 공중파 방송국 기상 캐스터 자리를 포기하고 몸소 e스포츠계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도전을 물색하고 있다.

e스포츠 새내기로서 이제 발걸음을 내디뎠을 뿐이지만, 게임과 e스포츠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가진 그녀라면 충분히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베테랑' 방송인이자 e스포츠 '뉴비'인 신예지 과장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다. 인터뷰를 읽는다면 다소 낯설 수도 있는 그녀가 누군지,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Q. 반갑습니다. 독자분들에게 자기소개와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아이덴티티 엔터테이먼트에서 방송인으로 활약하고 있는 신예지입니다.


Q. 지난 11월에 성황리에 마무리된 지스타 2017에서 다방면으로 좋은 활약을 보여주셨는데, 행사를 무사히 마친 소감이 궁금하네요.

기상 캐스터로 일했을 땐,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난 적은 없었는데, 이번 지스타에서는 나흘 동안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어요. 열기가 너무 뜨거워서 놀랐어요. 그리고 굉장히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는데, 굉장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지스타의 12개 종목 중에서 제가 9개의 종목에 들어갔거든요. 하스스톤, 오버워치, 스타크래프트, CS:GO, 마인크래프트, 철권, 코스프레 콘테스트, NBA 2k18, 인디 게임 대회까지 했는데, 정말 재밌었어요.


Q. 다양한 종목을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준비는 어떻게 하셨나요?

대회를 준비하는 동안 잠을 거의 못 자면서 준비했어요.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해서 저녁마다 공부를 미친 듯이 했죠. 그런데도 모든 종목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어렵더라고요. 걱정이 많이 돼서 선수들에게 부탁해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철권의 '세인트' 최진우 선수와 스타크래프트의 이영호 선수가 친절하게 잘 알려줬어요.



Q. 지스타 기간 동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WEGL 하스스톤 인터뷰에서 실수했던 것이 기억나요. 하스스톤 인터뷰 현장에서 '파벨' 선수가 '오렌지' 선수에 대한 질문에 "'오렌지' 선수가 정말 좋은 선수지만, 우승하는 것은 나다"라고 대답하면서 하면서 혼자 웃음이 터지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어요. 사실, 저는 그때 현장이 너무 시끄러워서 옆에서 하는 말이 거의 안 들렸어요. 게다가 바로 다음 인터뷰가 있는데, 인터뷰가 너무 길어져서 마음이 급한 상황이었어요. 그렇게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통역을 거치지 않고 바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 버리는 실수를 했어요. 인터뷰가 끝나고 제가 실수했다는 것을 깨닫고 바로 채팅방에 들어가서 시청자들에게 사과했어요. 저의 채팅을 보고 몇몇 시청자들께서 "다음에는 실수하지 마세요"라며 사과를 받아주셨어요.


Q. 본격적으로 신예지씨에 대한 질문을 드릴게요. 현재 아이덴티티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리그 기획, 영상 콘텐츠 제작, 방송 진행 등, 시작부터 끝까지 방송과 관련된 일은 모두 참여하고 있습니다.


Q. 아이덴티티가 e스포츠 산업를 신성장 동력이라고 평가하고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고 밝혔는데요. 아이덴티티의 신규사업부 과장으로서 e스포츠를 어떻게 보고 있나요?

회사에서 e스포츠를 신사업이라고 생각하고 많이 밀어주고 있어요. 저도 당연히 e스포츠를 신성장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도 갈수록 커지고 있잖아요. 이번 지스타에서 WEGL 리그 흥행으로 잘 보여준 것처럼 수익 창출 측면에서도 e스포츠는 가치가 높다고 생각해요.



Q. 한국경제TV 아나운서, KBS 기상 캐스터라는 이력이 화제가 됐습니다. 모험을 감수하면서까지 e스포츠 판에 뛰어든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재미없는 것을 싫어해요. 미대에 다니다가 아나운서에 도전한 것도 그렇고요. 항상 재밌는 것을 찾아다니는 습성이 있어요. KBS에서 기상 캐스터로 5년 동안 일했는데, 같은 일을 반복하니까 재미가 없어졌어요. 그렇게 다음 진로에 대해서 고민을 했습니다. 새로운 분야에서 '온리원'이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e스포츠에 발을 들이게 됐습니다.


Q. KBS를 떠나 게임과 관련된 일을 한다고 했을 때, 주위의 반대가 적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주위에서 반대가 굉장히 심했어요. "왜 굳이 새로운 것을 하려고 하냐", "미친 거 아니냐" 등등 포함해서. 특히 부모님의 반대가 가장 심했어요. 아직도 저희 부모님은 반신반의하세요. 예전부터 제가 게임을 하는 것을 싫어하셨는데, 이제는 직업이 돼서 더 빠져들게 됐으니까요. 빠지면 파고드는 스타일이라서 가끔 밥도 안 먹고 게임을 할 때가 있는데, "네가 게임 회사에 간 건 좋지만, 맨날 게임을 하는 게 맞나 싶다"라고 하세요. 게임이 일이라는 것을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하시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꿋꿋하게 게임을 하면서 나중에 결과를 지켜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웃음).


Q. 처음 e스포츠와 관련된 일을 시작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요? 새로운 도전이기에 고충이나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아요.

가장 처음에 들었던 생각은 "또 처음부터 시작이구나"였어요. 방송국에서 7년 동안 일하면서 그곳의 환경에 익숙해져 있었으니까요. 적지 않은 나이에 새로운 분야에 들어와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큰 꿈을 가지고 왔는데, 처음에는 마음먹은 대로 잘 안 돼서 좌절도 했어요. 확실히 취미로 게임을 즐기는 것과 일로 게임을 하는 것은 많이 다르더라고요. 예전에는 일반 유저로서 부담 없이 '즐겜'을 했다면, 지금은 스트리밍도 하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조심스럽습니다. 지금은 '제로 베이스'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하고 배운다는 마음가짐으로 일을 하고 있어요. 질책이나 비판에 대해서는 모두 애정 어린 비판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보완해 나갈 생각입니다.



Q. e스포츠에서 '온리원'이 되고 싶다고 하셨는데, 자신만의 장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방송 진행뿐만 아니라 리그 기획부터 콘텐츠 제작까지 혼자서 다양한 것을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지스타 WEGL에서 보여드렸던 것처럼 다양하게 써먹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할까요(웃음). 지금은 혼자서 모든 것을 만드는 1인 미디어의 시대잖아요. 그에 걸맞게 저도 혼자서 창작할 수 있는 1인 크리에이터라는 점이 다른 진행자들과 다른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게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 같습니다. 게임과 친해진 계기가 있었나요?

어렸을 때부터 남동생과 PC방에 자주 다니면서 게임과 친해졌습니다.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놀았던 어린 시절 기억이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그리고 중학교 때 '조선협객전'이라는 게임을 하면서 결정적으로 게임에 빠지게 됐어요. 새벽에 '조선협객전'을 같이 했던 '사이버 남친'이 있었거든요. 그 '사이버 남친'과 새벽 사냥을 자주 했었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분과 서로 편지도 주고받았지만, 실제로 만나지는 않았습니다(웃음).


Q. e스포츠 여성 진행자들 대부분 특별한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좋아하는 별명이나 불리고 싶은 별명이 있나요?

평소에 개인 방송을 자주 하는데, 팬분들께서 가끔 '예지 이모'라고 부르거나 LoL 클럽명을 따서 '지존예지'라고 불러주세요. 그런데, 제가 그렇게 나이가 많지 않거든요(웃음). 별명은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좋은 별명이 있으면 붙여주셨으면 좋겠어요.



Q.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다양한 종목에서 많은 방송을 하고 싶어요. 제가 방송 욕심이 많거든요(웃음). 그리고, 리그 진행도 성공적으로 잘 진행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Q. 앞으로 e스포츠 팬들의 기억 속에 어떤 사람으로 남고 싶나요?

팬들에게 쉽고 편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편하게 서로 대화하면서 같이 게임도 하고 싶어요. 이번 지스타에서 팬미팅을 했었는데, 찾아오신 팬들에게 제가 직접 구입한 선물도 드렸는데, 정말 좋아하시더라고요. 팬분들이 개인 방송에서 "부산까지 너무 멀어서 안 간다"며 장난스럽게 겁을 주셨는데, 지스타에 많은 분들이 와주셨어요. 와준 팬들에게 너무 감사해요.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주세요.

이제 e스포츠에 온 지 6개월밖에 안 된 '뉴비'니까 너그럽고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좌충우돌하면서 열정을 다해서 열심히 할 테니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