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쉽을 수천 판 이상 플레이한 노련한 유저라면 승패가 기울기 전에 미리 전조가 보인다고 말한다. 빠르면 초반 아군 구축의 동선이나 라인의 조합만 보고도 5분 만에 승패를 가늠하는 경우도 많다.

슬프게도 이렇게 패배를 직감할 때면 일방적으로 밀려 지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차라리 치열하게 싸우다가 상대가 더 잘해서 패배하면 화도 덜 나는데, 열세에 몰려 뭘 하기도 전에 게임이 터지면 그것만큼 억울한 경우가 없다.

이런 끔찍한 패배는 워쉽 초창기부터 제기되었던 문제가 대부분일 정도로 유구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데, 많은 유저들이 공감할만한 패배 플래그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자.


▲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게임에서는 반드시 그 전조가 있다!



■ 패배 플래그 1. 구축함 - NO camo, NO flag, NO skill의 삼위일체 구축함

패배 플래그 중 가장 빠르게 성립되는 것은 아군 구축함의 상태다. 시작 후, 카메라를 옆으로 돌렸는데 위장과 깃발이 없으며, 심지어 체력 상태도 함장 스킬이 적용되어 있지 않은 구축함을 목격하면 탄식부터 터져 나온다.

구축함은 작은 피탐지를 내세운 정찰 임무가 중요한 함종으로 다른 함종에 비해 0.1km의 피탐지로도 민감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를 대폭 낮출 수 있는 위장과 함장 스킬 없이 참전한다면, 강제로 불리한 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위장이야 가끔 잊고 탈 수도 있다. 그나마 깃발이 몇 개 꽂혀있거나, 함장 스킬이 제대로 찍혀 있다면 참작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는 고의적인 트롤링이다. 괜히 시마카제의 17,900(함장 스킬이 적용되지 않은 체력)이 트롤러의 상징으로 유명한 게 아니다.

본인만 잘하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 있는데, 워쉽은 멘탈리티 게임이다. 시작부터 아군의 사기가 떨어지면 이길 전투도 못 이긴다. 구축함을 타는 유저라면 매칭을 돌리기 전에 위장 상태는 꼭 확인하자.


▲ 꼭 구축에게만 해당하는 일은 아니니 위장 확인은 하고 돌리자



■ 패배 플래그 2. 구축함 - 상대는 앞마당에서 어뢰 농사 짓고 사는데!

자주 보면서도 가장 골때리는 케이스다. 팀의 선봉에서 정찰대 역할을 해야 할 구축함이 엉뚱하게 후진하거나 전술적 가치가 없는 곳으로 홀로 사라질 때가 있다.

이런 행동을 하는 구축함의 심리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무작정 빈 캡으로 달리는 경우고, 또 다른 이유는 전투를 회피하고 자신이 어뢰각을 만들기 편한 곳으로 가는 것이다.

뒤에 있는 아군 입장에서는 보이는 것도 없고, 상대 구축함에게 끊임없이 스팟 당하다 키를 돌려 후퇴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면 단순히 구축함 혼자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 팀 차원에서 적에게 받는 기대 피해량이 치솟으며, 그대로 패배 플래그로 이어진다.

물론 구축함 상성에 따라 직접적인 전투를 피하기 위해 다른 라인으로 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경우 아군이 레이더 쉽이 많거나, 라인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팀을 믿지 못해 혼자 다른 곳으로 간다한들 구축함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믿음직스럽지 못하더라도 어떻게든 아군을 케어해서 서포팅하는 것이 구축함의 숙명이다. 상대 구축함을 정리하기 전까지는 되도록 라인을 지켜주자.


▲ 이 맵을 싫어하는 유저가 있다면 90%는 위의 이유 때문이다



■ 패배 플래그 3. 구축함 - 쏘면 이기는데 주포 고장났어요?

구축함이 주포를 쏘고 다니는 것은 일반적으로는 위험한 행위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상황이거나 상대가 체력이 거의 바닥난 상황에서까지 주포를 잠그어야 할 필요는 없다.

특히 일구축 1타 트리를 타는 유저가 이러한 경향이 심한데, 거듭된 상향이 이뤄진 탓에 일구축의 주포도 다른 국가에 비해 밀리지 않는 성능을 지녔다. 과거와 달리 어지간한 구축과 맞붙어도 선제공격에 성공했다면 딜교환을 유리하게 할 수 있다.

가장 안타깝게 죽는 경우가 체력이 한참 우위에 있는데도, 끝까지 주포를 쏘지 않고 도망가려다 터지는 것이다. 본인이 시마카제를 타더라도 선제 공격만 제대로 들어가면 충분히 승기를 가져올 수 있으니 쏠 때는 확실히 쏴야한다.

이는 대공포도 마찬가지인데, 어차피 들킨 상황에서 상대가 자신의 머리 위에 전투기를 깔아놓고 간다면, 대공포를 쏴주자. 쏘나 안쏘나 별 차이 없다고 할지라도, 근처에 있는 아군은 다르게 느낄 것이다.


▲ 상향이 많이 된 탓에 제대로 맞붙어도 충분히 딜교환이 가능하다



■ 패배 플래그 4. 순양함 - 잘 모르겠으면 제발 고폭 쏴주세요

순양함들을 관찰하다 보면 '아, 이래서 아군 라인이 밀렸구나' 싶은 장면이 여러 개 있다. 그 중 인상 깊은 것이 바로 쏴야 할 탄종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다.

저격 포지션을 잡는 것까지는 이해한다 쳐도 관통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철갑탄을 고수하는 유저가 있는데, 당연히 전부 도탄이거나 잘 맞아봤자 상부 구조물에 과관통 대미지를 입힐 뿐이다.

이는 독일 순양함을 타는 초보들에게서 많이 볼 수 있는데, 독일은 철갑탄의 피해량이 높을 뿐 경량탄이기 때문에 원거리 관통력은 매우 나쁘다. 즉, 독일 순양함이라 할지라도 어지간한 상황에서는 그냥 고폭탄을 장전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철갑탄을 드는 경우는 자신이 관통력과 상대배의 장갑 구조를 파악하고 있으며, 충분히 거리를 좁혔을 때 시도하는 것이다. 그마저도 상대가 각을 줄 것 같아 도탄된다면 그냥 고폭탄을 사용하자.


▲ 멀리서 철갑을 꺼낼때는 적어도 자신의 관통 수치와 상대의 장갑 두께를 알아두자


▲ 헤드온 전함을 상대로 14km 거리에서 철갑이라...



■ 패배 플래그 5. 순양함 - 로마에 갔으면 로마법에 따라야 한다

순양함은 강화 장치와 함장 스킬의 선택에 따라 여러 타입으로 운영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신이 플레이하는 서버의 성향에 따라 맞춤 세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북미 서버의 경우 대다수의 유저가 전진 포지션을 잡기 때문에 누가 빨리 앞선부터 녹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그렇기에 DPM을 올릴 수 있는 재장전 강화 장치 위주로 세팅하는 것이 유리하다.

반면 멀리서 헤드온 싸움을 걸거나, 후퇴각을 준 채 카이팅하는 아시아 서버에서는 도망가는 상대를 견제하거나 일방적인 타격이 가능하도록 사거리 세팅이 유리하다.

즉, 쉽게 말해 아시아 서버 유저라면 상대를 멀리서 견제하여 캡에서 밀어낸 뒤, 점령 점수로 승패가 갈리는 싸움을 주로 하고, 북미 서버는 서로 꽝! 하고 맞붙어 어느 팀이 빠른 속도로 녹이는지의 속도전이 주가 된다는 것이다.

물론 본인의 스타일이 확고하다면 손에 맞는 세팅을 하는 것이 좋겠으나, 어느 정도는 서버마다의 스타일에 맞춰 자신도 운용법을 바꿀 줄 알아야 한다.


▲ 아시아는 순양함으로 사거리 세팅을 하는쪽이 운용이 쉽다



■ 패배 플래그 6. 전함 - 저격만 하는 자에게 순양함을 잡을 자격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초장거리 저격만 하는 아군 전함들이 다수 존재하면 역시 패배 플래그로 이어진다. 특히 아시아 서버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전함과 전함 간의 교전이라면 상당히 먼 거리라도 얼추 맞출 수 있기 때문에 효율을 떠나서 납득은 할 수 있다.

가장 나쁜 케이스는 선회력이나 가감속이 좋은 순양함을 상대로 제대로 맞추지도 못하고 질질 끌려다니는 것이다. 순양함 입장에서 전부 보고 피하거나 각을 줘서 피해를 줄일 수 있지만, 덩치가 크고 둔한 전함은 순양함이 쏘는 탄을 피할 수 없다.

멀리서 저격만 하는 전함은 사거리 세팅이나 조타 세팅을 한 순양함 입장에서 가장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인 것이다.

즉, 전함으로 순양함을 이기고 싶다면 저격이 아니라 자신의 피탐지 거리까지 주포를 잠근채 최대한 접근할 줄 알아야 한다. 괜히 20km대에서 쏴놓고는 상대가 왜 저렇게 잘피하냐면서, 핵의심으로 신고를 누르기보다 상대가 피할 수 없는 거리를 만들어 보자.


▲ 사실 서로 의식한 채로 쏘는 저격전은 전함이라도 피할 수 있다



■ 패배 플래그 7. 전함 - 한 방 맞고 안죽어요. 좀 나와서 싸워요!

기본적으로 안 맞고 때리는게 좋지만, 지나치게 몸을 사리는 플레이는 아군 패배에 일조하게 된다. 맞는 것이 대체 왜 유리한건지 모르는 유저들이 많은데, 자신을 쏘는 상대를 스팟하는 것도 팀 플레이의 일환이다.

가장 답답한 경우가 스팟을 구축에게만 일임하고, 섬 뒤에만 옹기종기 있거나, 아예 초장거리에서 대기만 하는 아군이다.

구축함이 혼자서 적들을 탐지할 수 있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레이더 사거리도 신경 써야 하고, 상대 구축함과의 꼬리잡기 게임도 계속해야 한다. 목숨 걸고 정찰을 강행해봤자 당장 자신을 도와줄 아군이 없는데, 헛된 죽음을 맞이하려는 구축함은 없을 것이다.

즉, 구축이 어느 선까지 전진하면 적군 정보를 가져올 수 없는 순간이 오는데, 여기서 전함의 탱킹이 필요한 것이다.

적어도 아군 구축함에게 몰리는 어그로를 근처에서 받아줄 수 있는 위치까지는 전진해주자. 어차피 전함은 대부분 자신의 피탐지 거리까지는 각만 잘 준다면 아무리 맞더라도 큰 피해는 받지 않는다. 요점은 자신의 피탐지 근처까지 전진해서 어그로 핑퐁을 해주는 것이다.

무작정 섬뒤에서 감나무의 감이 떨어지기까지 입벌리고 기다리는 것보다, 탱킹으로 적의 위치를 찾아주는 것이 팀 기여도는 훨씬 높다.


▲ 상대가 안보이면 쏘게 만들어서 찾으면 될 일이다



■ 패배 플래그 8. 항모 - 제발 구축함 좀 잡아주세요

초보 항모들에게서 볼 수 있는 상황으로 적 구축함을 찾거나 아군 구축함을 도울 생각이 전혀 없는 경우다. 이는 대부분 경험이 없어서 구축함을 찾을 줄 모르거나, 맞추기가 어렵다고 다른 함종부터 상대하는 것이다.

상대가 동선을 완전히 꼬면서 잘 숨어다니면 모를까, 이미 위치가 밝혀진 상황인데 신경 쓰지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패배 플래그가 성립된다.

항모가 있는 판에 상대 구축의 발마저 풀리면 아군에게는 그야말로 지옥이 펼쳐진다는 것을 명심하자. 적어도 어뢰가 날아오는 방향을 목격했다면 해당 방향으로 함재기를 날리는 액션이라도 취하자.


▲ 항모님 이상한 곳에 함재기 날릴 상황이 아닙니다!



■ 패배 플래그 9. 항모 - 뭣이 중헌디? 도대체가 뭣이 중허냐고?

항모가 함재기 편대를 무엇을 뽑는지, 그리고 어디로 날려보내는지만 봐도 패배 플래그가 성립되는 경우도 있다.

시작하자마자 아군의 입에서 아군에게 답답함을 선사하는 행위로는 아직 맵에 밝혀지지 않은 적군이 많은데, 첫 편대부터 냅다 눈앞의 전함에게 조공하는 것이다.

추가로 마치 자신이 수상함인듯 아군과 교전 중인 함만 골라 때리는 것도 패배 플래그가 착실하게 쌓이는 행위다. 항모가 막타를 넣으려는 행위는 아군이 놓친 상대가 아니라면 함재기 낭비에 가깝다.

항모가 우선시해야 하는 것은 아군이 때리고 있는 것을 같이 때리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구축함을 찾거나, 좋은 포지션에 자리 잡은 적군을 밀어내는 것이다.

자신의 보이지 않는 상대를 찾아 정보를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빛을 발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지형을 무시하고, 빠른 속도로 강행 정찰을 해도 리스크가 없다는 함종임을 잊지 말자.


▲ 잘하는 항모를 보면 저렇게 섬 뒤의 요지를 차지하고 있는 함선을 가만두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