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기사는 기획 시리즈로 자신의 직업이 가진 애환을 이야기해보자는 취지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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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직업은 이미지를 갖는다.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직업의 이미지는 다르지만
넓은 시각에서 본다면 대체로 비슷한 모습을 유지하기 마련이다.


개인차가 존재하겠지만 예를 들어 수호성은 탱커, 파티의 리더, 약한 딜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고
살성은 딜러, 은신, 상태이상, 공 500 등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란 뜻이다.


그렇다면 정령성의 이미지를 이야기 하려면 어떤 것을 이야기 하면 될 것인가.
이 역시 개인차가 존재하겠지만 대체로 이 3가지를 꼽지 않을까 생각된다.


굴리기, 택시, 솔플성


같은 정령성이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정령성의 슬픔,
그들이 소리높여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 어찌보면, 가장 한이 많은 직업일지도.. ]






내 친구는 불의 정령



흔히 정령성을 두고 솔플성이라는 농담을 한다.
파티 플레이를 하는 시간보다 솔로 플레이를 하는 시간이 많다는 점을 비꼬는 농담이다.
사실 정령성이 이런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대체로 파티가 결성될 때는 아이템이나 경험치 획득을 목적으로 던전 혹은 정예 지역 플레이를 하는 경우로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파티는 아이템 분쟁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방어구 클래스 당 1명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같은 로브 클래스인 마도성과 정령성은 자주 비교대상이 된다.


이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역시 메즈 스킬.
몬스터를 잡는 사냥시에 정령성의 메즈 스킬들은 마도성에 비해,
재사용 시간이나 지속시간 면에서 활용 가능 폭이 적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정령성의 입지가 좁아졌고 현재는 그 인식이 널리 퍼진 것이다.


[ 정령성이라면 한 번 쯤 경험해본다는 슬픔 ※ 출처 : 아이온 인벤 정령성 게시판]




심지어 주력 데미지 스킬의 구조가 즉시 데미지를 입히는 다이렉트 형식이 아닌,
시간을 두고 차츰 차츰 데미지를 주는 도트 형식이기 때문에 파티에서의 활약도 크게 눈에 띄지 않는 편이다.
데미지가 약한 것은 아니지만 시각적인 효과에서 타 직업에 비해 부족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


살성이 5단계 문양 각인 후 폭발로 연결 시키는 시간 동안
정령성이 어느 정도의 데미지를 줄 수 있는지 구체적인 비교를 떠나서
같은 양의 데미지를 준다고 가정을 해도 한 번에 데미지가 보이는 것과
차츰 차츰 깍여 나가는 것의 느낌은 분명히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솔로 플레이에 익숙해진 것이 정령성인 셈이다.
그런 이유로 정령성들은 자신들만 이해할 수 있는 농담을 하기도 한다.


[ (주) 어디까지나 농담입니다. ※ 출처 : 공식 홈페이지 정령성 게시판 쪙령님 ]




[ 공식 홈페이지 디오브란도님의 카툰, 누명성 만화의 일부. 정령성의 삶이란 외로운 야생의 삶이다!? ]



▶ 원문 : 디오브란도의 누명성 일기 7화 보러 가기(클릭!!)




정령성 좀 키워보셨나보군요!



사실 직접 해보지 않고서는 타 직업의 스킬에 대해 이해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 이해의 대상이 비인기 직업군이라면 그 난이도는 더더욱 증가한다.
파티 플레이를 하면서 자주 보는 스킬들조차 본인의 직업이 아니고서는
자세히 알기 어려우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다.


예를 들어 호법성이 파티에 잘 들어간다고 하여
'철벽의 주문과 차단의 주문의 재사용 대기 시간을 더하면 몇 분?' 이라고
사람들에게 묻는다면 타 직업군의 정답률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는 정령성에게도 적용되어 간혹 웃지 못할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지난 화요일 공식 홈페이지 정령성 게시판에 한 정령성 유저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다.


[ 공식 홈페이지 정령성 게시판 반소은님의 글, 170개에 달하는 덧글이 달렸다 ]




찬트라 드레드기온을 간 정령성에게 호법성이 신속의 주문을 사용해주고서는
제대로 활약하지 못한다며 빈정거렸다는 것이다.


▶ 원문 : 공식 홈페이지 정령성 게시판 반소은님의 글 보러 가기(클릭!!)



호법성의 스킬인 신속의 주문은 주문 시전 속도를 50% 단축하는 효과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 스킬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몇몇 스킬이 있는데
정령성의 메즈 스킬들은 대체로 영향을 받지 못한다.
위의 사건은 그런 사실을 모른 호법성의 실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호법성의 입장에서는 정령성의 스킬을 잘 몰랐기에 할 수도 있는 실수이지만
정령성의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고서는 오히려 화를 내니
황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 본문에 공식 홈페이지 유저 정령대장님이 남긴 덧글 ]




기사 작성을 위해 자료를 모으던 와중에 인터뷰를 진행한 한 정령성 유저는 이런 경험도 있다고 했다.


거의 불의 신전이 막바지였을 때였는데 아직 크로메데 무기를 못 먹었었죠.


솔직히 터놓고 말해서 정령이 파티가 잘 되는 직업이 아니잖아요.
당시에는 도우미 시스템도 없던 시절이라 고렙 도움 받기도 어려웠죠.
그때까지 갔던 불의 신전 횟수가 10번이 안됐던거 같아요.
그런데 슬슬 포기하려던 차에 운 좋게 파티가 됐어요.


기분 좋게 파티에 들어가서 열심히 했었어요. 탱커님이 레벨이 좀 낮은 편이라
몸빵이나 어글이 한 번씩 문제가 되긴 했지만 비교적 무난한 진행이었죠.


그렇게 시푸스 앞까지 가서 석상들을 하나씩 경우에서 석상을 잡고 있는데 저멀리 로탄이
오는 것이 보였어요. 이미 2마리를 맞으면서 잡고 있었던 상황이라, 여기에 로탄까지 합류하면
무리가 있을 것 같더군요. 그래서 로탄이 적절한 거리에 왔을 때 바로 속박! 을 걸었죠.
파티에 마도성도 없어서 나름 뿌듯했는데..


근데 상황이 정리된 뒤 탱커님이 '와, 치유님 속박 덕분에 살았네요 ㅎㅎ'이러시는 거에요.
그 치유분이 정말 정말 속박을 거셨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그 때의 벙찐 기분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네요.






PvP 절대 지존 정령성?



이렇게 정령성의 한탄을 하고 있자면 타 직업군이 하는 말이 있다.


'대신 정령성은 PvP에서 최강이잖아요'


이 말은 들은 정령성들은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를 보인다.
하지만 이내 그러한 인식이 너무 과도하게 자리 잡고 있다고 덧붙인다.
마치 정령성이 캐스팅을 시작하면 한 파티가 전멸할 것처럼 이야기하는 유저들이 있다는 것이다.


확실히, 소위 즉변이라고 부르는 저주 스킬을 필두로 한 3단 메즈 콤보는
정령성을 강력하게 해주는 것들이긴 하지만 그렇기에 요즘과 같이
다수 대 다수 전쟁이 주를 이루는 상황에서 정령성은 종종 1순위 타겟이 되곤 한다.


아군이 튼실한 벽이 되어 정령성을 지켜주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그 기본 전제가 불가능하다면 정령성도 별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말이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어요.
찬트라 드레드기온을 갔는데 검성이 저한테 이렇게 말하는거에요.

'정령님이 굴려주시면 바로 들어갈게요'

뭔가 황당하더군요. 판금이 뛰어들어서 시간을 벌어줘야 굴리기도 하고 그러는데 말이죠.
'님이 뛰어 들어서 넉백시켜 주세요. 그럼 제가 굴리는 것은 물론 다 잡아드릴테니까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괜히 분위기만 나빠질 것 같아서 원하는대로 먼저 뛰어 들었죠.


어찌 어찌 굴리고 나서 파티원들을 찾았는데 한참 뒤에 있더군요. 대체 어쩌라는건지..


[ 무슨 '피카츄, 몸통박치기!' 도 아니고... ※ 출처 : 네이버 이미지 검색 ]




정령성이 강한 클래스인 것은 맞지만 모든 것이 가능한 클래스는 아니라고 그들은 말한다.
하지만 다른 직업군은 평소 플레이시엔 신경도 잘 안쓰는 정령에게 유독 PvP에서는 많은 것을 요구 한다고 한다.
특히 요즘에는 그런 경향이 심해져서 정령들끼리는 이런 이야기도 한다고 했다.


'이기면 내 탓, 지면 정령탓'


정령성을 플레이하는 그들의 입장에선 아무래도 씁슬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택시 = 정령성? 정령성≠택시



정령성을 속되게 부르는 말 중에 택시라는 말이 있다.
타 직업을 소환할 수 있는 스킬을 사용하여 유저들을 소환해주고 일정 키나를 받는데서 유래된 말이다.
사용하지 않은 스킬을 사용하고 상대방은 그로 인해 시간을 아끼고 정령성은 키나를 버는 윈윈(Win-Win)구조.
서로의 이해가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다보니 이 현상 자체에 대해서는 양 측다 이해하는 편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로 인해 사람들이 정령성에 대해 그릇된 편견을 갖게 된다는 것이 그들의 불만이다.
현재 아이온에서 거론되고 있는 모든 택시가 정령성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정령성이 택시는 아니라는 것.


상당히 많은 유저들이 이를 착각하고 아무 정령성에게나 택시 요청을 한다는 것이다.
현실에서 택시를 잡듯이 '택시, 택시'라고 부르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거부하면 마치 현실에서 승차거부를 당한 것처럼 화를 내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 ※ 출처 : 공식 홈페이지 정령성 게시판 ]




적지 않은 정령성이 택시라는 용어에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고
그러한 주제로 몇 번 토론장 및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의견이 오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별다른 배려 없이 정령성을 택시라고 부르는 데에 주저함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 게임을 하다보면 끊임없이 소환 요청이 들어온다.
평소엔 인사 한 마디 없던 사람들이 이때는 말할 수 없을만큼 친절하게 인사를 건내온다는 것.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마음 한 켠이 불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 공식 홈페이지 정령성 게시판 바이올릿님의 글 ]









기사를 작성하면서 인터뷰를 진행한 한 정령성의 유저는 진짜 필요한 것은 인식의 전환이라고 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그의 말을 끝으로 기사를 마친다.



택시라는 소리가 듣고 싶지 않아 서버 게시판에 글을 남기고 일정 시간 동안 무료 소환을
해주고 있다. 고맙다고 인사해오는 유저들을 보면 흐뭇하기도 한다.
근데 가끔은 그게 모두 부질 없다는 생각도 든다.


공짜로 소환해준 사람이 던전을 가기 위한 파티를 모집하고 있었다.
평소 정령성이 가도 문제가 없다고 인식이 되어진 던전이라 부담없이 파티 신청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신청을 해도 별다른 반응이 오질 않았다. 심지어 거절조차도.
너무 황당하고 화가 났지만 소환해줬으니 파티에 껴달라고 말하는 것도 모양이 우스워 참았다.


자리를 비웠나? 혹은 바쁜 일 중인가? 하고 나름의 납득을 해보려고도 노력했다.
그렇게 한참 분을 삯히고 있는데 귓속말로 답장이 왔다. 'ㅈㅅ'이란 두 글자만 말이다.
그 글을 보자마자 그 유저를 차단시켜버렸다.
그렇게 지금 내 차단 목록에는 적지 않은 인원이 올라가 있다.


솔직히 지금의 정령성이 바뀌길 원하진 않는다.
물론 좋아지면 좋겠지만 지금도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
하지만, 유저들이 갖고 있는 정령성에 대한 인식은 꼭 바뀌었으면 한다.




※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정령성들이 말한 자신들의 애환, 공감이 되시나요?
  '공감이 되신다면 어떻게 바뀌면 좋을지, 안되신다면 왜 안되는지' 여러분의 의견을 들려주세요!




Inven Roii
(Roii@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