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게임 발색은 이 정도...



허크 한 1년 남짓 재밌게 했습니다. 작년 9월엔 해적 상의에 빠져서 진리화 띄운다고 6천번 가까이 돌리구...
(http://www.inven.co.kr/board/powerbbs.php?come_idx=2087&my=post&l=87077)
인장패치 후에 많이 저렴해지고 매혹해서 진리화 띄우고 포민트 칠하구...
(http://www.inven.co.kr/board/powerbbs.php?come_idx=3487&my=post&l=59522)

항상 허크로는 해적 레더를 못 입는 게 한이었는데...
결국 그거 입히려고, 해레더 하나만을 보고 리시타를 80레벨 달성했네요.
이벤트로 받은 삡으로 11일 걸렸어요.
물론 원조 캐릭터답게 컨셉도 비교적 확실하고, 타격감도 좋아서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

진리화로 씨름하면서 염색 스트레스가 심했던 마당에 아예 편하게 원화 채색으로 가보자! 해서 셀데르님 스케치 색상을 그대로 가져올까 싶었어요.
그래서 해적은 저 색이고, 블랙펄(구 해적 레더)는 그리브즈 메인이 광택이 심한 천 질감이라 네이비를 바르면 몹시 싼티가 풀풀(...)나는 관계로 역시 블랙을 선택했어요. 헬름 상의 건틀릿 부츠는 질감이 괜찮았는데 그리브즈 하나만 다른 색 바르기도 어색하고...해서 결국은 원화랑은 많이 엇나간 색칠이 되어버렸네요.

두 옷 모두 디자인도, 색상도 제 맘에는 쏙 드네요. 자잘한 부분까지 앰플 칠하느라 지출이 크지만 아깝지 않아요 ㅎㅎ
이거 하나만 보고 키워온 만큼 허탈감이 클 줄 알았는데, 이제 편하게 놓을 수 있다는 생각에 밀려오는 후련함도 크네요.



내년에 고등학생이 되어요. 2012년 10월, 그러니까 초6 후반기 즈음에 시작해서 13년도부터 본격적으로 플레이했네요.
공부해야지, 공부해야지 하면서도 자제력이 약한 편이어서 고등학교 들어간다고 칼같이 접을 수 있을까 많이 걱정했는데 딱 이쯤 되니까 질리게 되네요. 1년 남짓 해온 모바일 게임도 그렇구...

2년 3개월 남짓 바뀌고 덮이고 팔리고 하던 장비를 떠나보내고 블랙펄 착용 및 염색이라는 마지막 목표를 세우니, 캐릭터명 옆의 그 허여멀건한 숫자가 점점 색이 차오르는 걸 보고 있자니 감회가 새롭더군요. 끽해야 3년 전이지만 초등학생 시절 신기해하던 그 스킬, 그 기믹 하나하나가 그 시절을 되뇌이듯이 고스란히 느껴지던 데에 놀랐네요. 어쩜 그렇게 똑같은 부분에서 신기해하고, 똑같은 부분에서 실수하고 그러는지...

중학생 신분에 안 좋은 컴퓨터 붙잡고, 90레벨제는 못 될지언정 15강 무기도 구매해봤고, 룩질도 정말 원없이 해 봤네요. 막귀로 구매했던 15강 무기를 팔지 못해 아쉽지만, '3년 후에 고등학교 졸업하고 현질해서 컴백해야지' 하는 막연한 기대에 작은 보탬이나마 되어 주려나요. 그게 아니라면 아이템 하나에 초등학생 후반기~중학생 시절을 함께한 추억이 배여, 훗날 게임하던 때의 회상에 잠기는 토템이 되어 주지는 않을지요.

저번 키트 조작 사건으로 크게 실망했던 때도 있었고, 기껏 해놓은 해적 리화작 발색에 시무룩했던 해프닝도 있고...했었네요. 그래도 만렙 찍고 스펙업에만 몰두하다가 초심자 입장에서 새로이 보고, 마지막 세운 목표도 달성해보니 찝찝함이나 큰 후회 없이 '참 잘 만든 게임이다' 하는 밝은 시선으로, 또 후련한 마음으로 떠날 수 있게 된 것 같네요.

미래...라고 하기에는 좀 거창할지 모르겠지만 그에 대한 투자로, 자발적인 결정으로 떠날 수 있어 큰 기쁨이네요.
특별한 외압 없이 스스로가 내린 결정이라는 제게는 크나큰 의미가 있어, 여태 게임 덕에 말아먹은 성적, 게임 생각에 마음대로 안 따라주는 공부...등 우울한 문제를 잠시나마 놓아둬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건방진 생각에 잠겨 보네요.

중학교 시절동안 좋은 소일거리가 되어줬던 게임, 한때는 정도가 심해져 공부가 소일거리로 주객전도되었던 기억마저 있지만...지금이라도 마음 다잡아야지, 하는 굳은 다짐으로 쓴웃음을 삼키며 스스로를 토닥여 보네요.

당분간은 가끔 스샷이라도 찍으러 접속하겠지만, 여태 한 고민을 헛짓거리로 만들 수는 없으니 조만간 떠나게 되겠네요.
연합고사랑, 고등학교 수학 교육과정이랑...해 볼 생각이네요. 수능 치는 것도 아닌 놈이 너무 분위기를 잡았나요, 하하...

제법 오래 해 온 게임을 떠나자니 다소 감정적인 면에 치우쳤는데 기분 나쁘신 분은 없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