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작년 6월... 

어떤 덱이 방밀전사를 못 이겨도, 덱은 덱이었다.
어떤 덱이 위니흑마를 못 이겨도, 덱은 덱이었다.
어떤 덱이 거인흑마를 못 이겨도, 덱은 덱이었다.

하지만 어떤 덱이 주문도적을 못 이기면, 그건 덱이 아니었다.
그냥 쓰레기지.





그렇기 때문에 전사는 코르크론을 넣었다.
그렇기 때문에 주술사는 둠해머를 넣었다.
그렇기 때문에 야수냥꾼은 사자를 뺄 수밖에 없었다.

모두, 주문도적에게 일방적으로 지지 않기 위해서.




메타의 중심이란건 그런 거다. 
꼭 그 덱이 랭크에서 승률이 가장 높은 덱이 아닐 수 있다.
꼭 그 덱이 대회에서 우승하리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자신뿐만이 아닌, 다른 덱의 방향성까지 결정해 버리는 단 하나의 덱.

그게 지금 무엇인지는 우리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1.

메타는 연속적입니다.
기계법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바로 전 시즌의 메타부터, 연속적으로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냥꾼과 노루죠.


모두 잘 아시다시피, 장의사를 사용한 냥꾼과 쌍군야포 드루이드는 바로 직전 시즌의 메타의 중심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탑티어 둘간의 상성은, 놀랍게도 냥꾼>>>>>>>>> 드루이드였습니다.






네 정말입니다. 냥꾼>>>>>>>>>>드루에요.
그런데 왜 드루가 탑티어 중 하나였나? 
다른 덱들을, 진짜, 모조리, 전부 씹어먹을만큼 덱 파워가 강했기 때문이죠.








....

한동안은 정말로 이랬습니다. 대략 1월 말까지는요.
1월 22일 벌어진 인벤 인비 1을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네 선수 모두가 드루이드를 들고 왔습니다. 
반면 법사의 형태는 메디브 법사/볼링트론 기법/탈진법사로 매우 다양했죠. 







그리고... 1월 말, 장의사(=냥꾼)가 너프당했습니다.






모두가 노루원탑을 예상했습니다.
그나마의 억제기였던 다크나이트 냥꾼이 사망하자 이제 노루의 시대다! 라고 생각한 거죠.

하지만 냥꾼이 억제하고 있던건 노루뿐만이 아니었던 겁니다.
더욱더 강력한 노루 억제기가 있었던 거죠.






2. 

1월까지 일반적으로 쓰이던 기계법사의 스탠다드에는 마나지룡이 들어갔습니다. 더 낮은 코스트의 어그로 덱(=냥꾼)을 상대하기 위해서, 법사 스스로도 1코 하수인을 기용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 시기의 기계법사는 노루가 충분히 상대할 만 했습니다.)



그리고 코렌토는 장의사 너프 직후, 기다렸다는 듯이 마나지룡 대신 과학자와 거울상을 쓰는 기계법사를 돌려서 가볍게 서버 1위를 달성합니다.

코렌토가 널리 퍼트린 기계법사+거울상의 조합은, 드루이드를 너무나도 효과적으로 카운터칠 수 있었습니다.
안그래도 4코 위주 어그로인 드루이드가 더 가벼운 어그로덱인 기법에게 상성상으로 약간 밀리는데, 거울상은 화룡정점이었죠. 2코이하, 나아가 3코까지도 배제해 버린 기존의 램프드루는 거울상에게 너무나도 취약했습니다.


(여담이지만 법사 비밀 = 당연히 거울상인거 다 예측하면서도 프로게이머들이 거울상만 죽어라 넣는 건, 그럼에도 그게 더 좋았기 때문입니다. 랭에 노루만 보이는데 왜 마법차단 따위를 넣나요.)





드루이드에게 할 만한 카운터 직업은 기계법사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1티어 성기사도 한몫했죠.
성기사는 드루이드를 특출나게 잘 잡는 건 아니지만, 병참장교의 등장 때문에 영능이 획기적으로 상향되어 덱 파워가 무척 올라갔습니다. 
기름도적의 등장 이전까지 성기사 무상성 원탑설도 나돌았으니까요.





너무나도 압도적인 상성의 기계법사(와 성기사 등) 때문에, 노루는 더이상 이전의 형태를 유지할 수 없었습니다.
스스로의 덱 파워를 떨어뜨려 가면서 간좀과 정배맨을 투입하고, 자군을 빼는 등 몸부림쳤죠.


노루 모스트 유저로서 단언컨대, 모든 컨트롤 덱을 통틀어, 쌍군야포 드루이드의 덱 파워는 최고입니다.
아무리 쌍군이 말리니 어쩌니 해도, vs어그로덱 만 아니라면 무조건 쌍군이 좋아요.
그렇기 때문에 6월 슽고수의 쌍군야포 드루 창조 이후로 근 반년동안 변치않고 드루=쌍군야포였던 거고요.


냥꾼천하때도 쌍군을 포기하지 않던 드루이드가, 아이덴티티를 버립니다.
찰떡궁합인 망령을 포기하고서라도 tc130과 간좀을 넣습니다.




인벤 인비2에서는 이러한 노루의 변화가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네 선수 모두가 쌍군을 포기하고, 간좀을 넣어옵니다.
사실상 어그로덱인 드루이드에 간좀은 결코 어울리지 않는 카드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기계법사 때문이죠.
아이덴티티를 버려가면서까지 초반 필드의 안정성을 추구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처참한 노루 전적이 말해주죠.
기계법사 OP.







3. 

하지만, 랭크를 노루의 영향을 제외하고 기계법사 원탑 메타로 해석하려는 시도는 실패했습니다.
악마 흑마법사의 등장과 고전이 그것을 단적으로 말해주죠.


Ek0p 흑마로 대표되는 악마 흑마법사는 한때 붐이 일었습니다. 
오랫만에 보는 신선한 덱이어서도 있지만, 기계법사에 매우 강하다는 측면 때문에요.

이캅흑마의 덱 메커니즘은, vs 어그로 한정 탈진법사와 매우 닮아 있습니다.
막고, 막고, 막다가 패 다 떨어지면 이기는 거죠.
분명 이 전략은 뒷심이 부족한 덱들, 콕 찝어 기계법사 상대로는 매우 효과적입니다.
만일 기계법사가 정말로 압도적인 원탑이라면, 이캅흑마는 랭크에서도 아주 유행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죠.


다른 컨트롤 덱들, 예컨대 드루나 거흑을 상대할 때 이캅흑마는 뚜렷한 한계를 보여줍니다.
마치 주문도적을 하드카운터하는 명치전사가 그렇듯이요.
하나만 카운터하는 덱은 대회에서는 몰라도, 랭에서는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기계법사, 성기사, 도적, 드루이드.

2월초 환경에서 가장 강한 것은 기계법사지만, 이 환경은 드루이드 때문에 형성되었습니다.
전 원탑 드루를 이길 수 있는 덱들이, 환경의 탑티어가 되었습니다.

노루를 기가막히게 잘 잡아먹는 기계법사+거울상
노루에게 유리하고 기본 덱 파워가 강력한 성기사
노루와 할만하고 성기사에게 매우 강한 도적
그리고 야칸 노루.



이제는 정말로 
노루 야캐요......





4. 


그렇다면 현재와, 앞으로의 메타는?
이전의 드루의 역할을 기법이 담당할 것입니다. 메타의 중심으로서요.
오해하지 마세요. 기법이 제일 세다는 뜻이 아닙니다.
모든 덱이 기계법사를 의식하고 짜여질 것이란 뜻이죠.


14년 6월의 덱들이 주문도적을 이길 수 있게 짜여진 것처럼,
15년 2월 초의 덱들이 드루이드를 이길 수 있게 짜여진 것처럼.
지금의 덱들은 기계법사를 이길 수 있게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지금 기계법사를 돌리면 근근히 승률 50%밖에 나오지 않을 겁니다.
가장 강해서, 모두의 견제를 받고 있기 때문이죠.
써 메타는 흐르고 있습니다.









바로 냥크나이트의 재등장입니다.





5.

이캅흑마는 덱 파워의 부족 때문에 실패했지만, 냥꾼은 다릅니다.
장의사가 관짝으로 들어갔지만, 모든 환경이 지금 냥꾼을 위해 돌아가고 있습니다.
예전의 그 장의사 냥꾼에서 장의사만 빠진, 바로 그 냥꾼 말이죠.


애초에 기계법사가 크게 흥하지 못했던 이유는 바로 저코 어그로 냥꾼 때문이었고, 
바로 그 기계법사가 메타의 중심입니다.
장의사 너프는 심리적으로 어마어마하게 크게 작용했지만, 그래서 멀쩡하던 탑티어 덱을 한순간에 멸종시켰지만,
실질적인 덱 파워에는 그렇게까지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는 거죠.
왜 이걸 좀 더 빨리 알아채지 못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최근 시작된 냥꾼의 바람이 폭풍이 되어 랭을 지배할지,
아니면 잠깐의 열풍으로 끝날지는 아직은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미 메타는 재편성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메타는 연속적입니다.
동시에 매우 복합적입니다.
단순히 어떤 덱이 다른 덱을 카운터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단순히 싸고 만들기 쉽다고 해서 대세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아무리 효과적으로 카운터쳐도 기본적인 덱 파워가 떨어지면 주류가 되지 못한다는 것은 악마흑마가 보여주었습니다.
아무리 싸고 만들기 쉬워도 강하지 않다면 결국 선택받지 못한다는것은 위니흑마가 지금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싸고, 랭에 카운터덱이 넘쳐도, 근본적인 덱 파워가 무지막지하다면 결국 탑티어라는 것은 1월의 드루이드가 여지없이 보여주었죠.


냥꾼의 대 약진을 기대해봅니다.







3줄요약

메타는 어느 한 중심덱을 기준으로 편성된다.
하지만 그 중심덱이 반드시 가장 강한 덱은 아닐 수 있다. 메타는 연속적이기 때문.
1월말-2월초, 메타는 드루이드를 중심으로, 드루이드를 이길 수 있는 덱으로 형성됨. 기법/성기사/도적이 바로 그것들.
현재는 기법을 중심으로 재편성되고 있다. 냥크나이트!






멋진 짤 소스를 제공해주신 노루야캐요 만화 원작자님께 감사드립니다!!

글을 재미있게 읽어 주셨다면 제 예전 글도 한번 읽어주세요.
제가 냥꾼성애자라고 생각하셨다면 정말 오해입니다.
저는 냥꾼이 싫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