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 투기장 최고수 중 하나로 꼽히는 Kripparrian의 새 비디오입니다.
본 글은 위 비디오를 상당 부분 참조했음을 밝힙니다.

<통계>

크립은 heartharena의 스폰서이기도 한데요, 그래서인지 heartharena에서 제공하는 흥미로운 통계들을 볼 수 있습니다.
선공 후공 관련 통계는 그 중 하나입니다.

팩트만 가지고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고대신 출시 이후 500만개의 투기장 게임을 분석한 결과 직업별 선후공 승률은 아래와 같습니다.




보시다시피 전 직업 다 합쳤을때 선후공 승률이 9%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이건 솔직히 말도 안되는 수준입니다.
게임이 오버워치 승자결정전마냥 동전던지기로 결정되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흑마의 경우 11.7% 가량의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차이가 납니다. 반면 전사는 가장 적은 차이가 납니다.

언제부터 이렇게 심각했던 것일까요? 아예 각 확장팩 시기별로 선후공별 승률을 정리해 놓은 통계가 있습니다.



동영상 캡처라 좀 작은데, 보시다시피 고대놈 시기까지는 놀랍게도 오히려 밸런스가 점점 좋아지고 있었습니다. 
이 밸런스는 검은바위 산에서 약간 위태로운 조짐을 보입니다. 그러나 4.9% 정도면 봐줄만 합니다.
그러나 대 마상시합에 이르러서는 순식간에 차이가 8.1%까지 벌어집니다. 
이 차이는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고 가장 최근 출시된 고대 신 확장팩까지 꾸준히 벌어지게 됩니다.

<승률 차이 분석>

왜 선후공의 차이가 벌어지는 것일까?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 1234

1234는 등급전이든 투기장이든 예외가 아닙니다.
1234라 하면 다른게 아니고 마나에 맞춰 그 코스트 하수인을 쭉쭉 내는 것입니다.

크립은 선공이 1234를 내는 데에 성공하면 그 게임은 90% 이긴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1234가 뭐가 좋은가? 1234를 내는 자는 주도권을 계속 잡습니다.

주도권을 쥔 자에게는 모든 것을 결정할 권리가 있습니다.
내가 선공을 잡고 1234를 내면
상대방은 뭘 내든 내는 족족 정리당함과 동시에 내 하수인이 있는 필드를 맞이하게 됩니다.

이런 필드가 상대방에게 안 좋은 이유는 게임을 해봤다면 모를 수 없습니다.
굳이 설명하자면 나에게 모든 선택권이 있기 때문에
나는 버프를 걸고 교환을 하던, 명치를 한턴 먼저치던, 그냥 평범하게 하수인 바꿔주고 새거 내서 주도권을 유지하던 다 해도 됩니다.
상대방에게는 이 모든 것이 손해로 이어집니다.

그럼 옛날에는 왜 선후공 차이가 그렇게 안났나?
그것은 옛날에는 상대적으로 1234를 극복하기 수월했기 때문입니다.
그 중 하나가 주문의 존재였습니다.

* 주문 비중의 감소

투기장에서 주문 비중은 점점 감소하고 있습니다. 30하수인 덱도 흔합니다.

블리자드는 갈수록 하수인 카드 위주의 확장팩을 찍어내고 있습니다. 
게다가 검은바위 산 언저리부터 가장 최근 확장팩에 대한 카드 출현률 버프가 생겼습니다.
따라서 안그래도 많은 하수인이 더욱 자주 나오고, 쓸만한 주문을 뽑을 확률은 적어졌습니다.

투기장에서 쓸만한 주문이 무엇인지 생각해 봅시다. 광역기와 강력한 단일 타겟 제거기를 주로 탐냅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이런 주문은 전부 오리지날 팩에 있습니다.

그래서 쓸만한 주문이 없으면 대체 어떻게 되느냐? 밀리는 상황을 복구하기 힘들어집니다.
주문 카드는 아래와 같은 특성을 가집니다.

1. 주문은 상황을 타는 대신 압도적인 가성비를 자랑한다.
2. 즉발이므로 능동적이고 상대가 예측 못하는 변수를 만든다. 하수인은 나가서 서있으므로 수동적이다.
3. 상대방이 알아서 쫄게 만든다. (기둥각, 신성화각)

이 특성으로 인해 과거 투기장에서는 주문 카드와 이어지는 질 좋은 플레이로
템포를 따라잡고 카드차이를 벌려 힘이 빠진 상대를 압박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주문 카드가 없어져 버린 것입니다.
이젠 후공이 주도권을 빼앗는 행위 자체가 어렵습니다.

고블린 대 노움은 전 확장팩을 통틀어 가장 강력한 하수인이 나온 시기이기도 했지만,
그와 별개로 강력한 주문들이 나온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화염포, 검은 폭탄, 벨렌의 선택, 파지직, 파괴 공작 등.
덕분에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우수한 선후공 밸런스가 유지되었습니다.

* 강력한 홀수 마나 하수인

옛날 홀수 마나 하수인은 별 볼일 없었습니다. 3마나가 대표적입니다.
3마나라 하면 3/3 스탯이 표준적이었고 4/3 검귀 하나 내봐야 3/2 랩터에 교환당했기 때문에
차라리 2마나를 뽑는게 낫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거미전차 임프두목 원숭이 등 정신나간 3마나 하수인들이 즐비합니다.
3마나가 별일없던 시절 예전 선공은 1224 식의 플레이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당연히 1234와 플레이의 질이 다릅니다.

* 격려 하수인

크립은 격려 하수인이 선공이 유리한 메타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흥미로운 분석을 합니다.

단순히 생각하면 이렇습니다.
모든 투기장 덱은 후반 뒷심이 필요합니다. 이는 베타 때부터 변하지 않은 불변의 진리입니다.
옛날에는 뒷심이 필요하면 무엇을 뽑았냐. 돌주먹 오우거를 뽑았습니다.
요즘에는 뒷심이 필요하면 무엇을 뽑냐. 멀록 기사를 뽑습니다.

멀록 기사는 사실상 6코스트 카드이지만, 여차하면 4코스트에 나갈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스탯은 구리지만 필드 잡고 나가면 겜 터집니다)
이러한 종류의 격려 하수인의 추가로 인해,
기존에 비해 뒷심과 마나 커브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행위가 훨씬 쉬워졌다는 것입니다.


<직업별 분석>

주문과 같은 툴을 그나마 다양하게 갖고 있는 직업이 법사입니다. 당연히 선후공 승률차가 적습니다.

전사의 경우 이글도끼 하나면 선공이고 후공이고 하수인을 뿌셔버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승률차가 적습니다.
무기라는 좋은 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템포를 복구하기 용이합니다.
물론 못 뽑으면 구리니까 승률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닙니다.

사제도 비슷한 맥락에서 승률차가 적습니다. 대신 그냥 구립니다.

도적의 경우 기습요원 등으로 필드를 복구하기 용이합니다만
기본적으로 무기 자체가 체력을 깎아먹기도 하고 혼절 같은 건 밀릴 때 쓸모가 없어서
필드를 잡고 있을 때 좀 더 좋습니다.
후공 승률도 최고 수준이긴 하지만 선공 승률은 말이 안되는 수준입니다.

흑마는 다른 직업보다 덱을 약간 가볍게 잡고 초반 필드를 먹은 뒤
영능에서 나오는 지치지 않는 힘으로 밀어붙이는 덱을 많이 합니다.
(가끔 힐봇 광역기 많이잡고 리노흑마마냥 운영하는 덱 있는데 정말 드뭅니다;;)
그렇기에 승률차가 어마어마합니다.

성기사. 필드에 살고 필드에 죽는 덱입니다.
왕축 용문 여명회 파수병 이런거 필드가 없으면 써보지도 못합니다.
역시 선후공 승률차 어마어마합니다.

주술사 드루이드 등 기타 직업의 경우 평범하게 필드 위주로 플레이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역시 어느정도의 승률차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1. 초반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덱 구성 단계에서부터 초반에 힘을 실어야 합니다.
첫 두 턴을 쉬면 게임이 끝장나기 때문에 2코스트는 안정적으로 많이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1코스트 하수인 또한 상당히 중요합니다.
1코 2/1은 영능에 따일지언정 다음 당신의 2코플레이가 필드주도권을 잡게 해줄 것입니다.
선공 1코 헌신적인 영웅이나 해적단원같은건 동전도 그냥 빼줍니다.

그게 2/1 대신 간식용 좀비라면 어떨까요? 간좀은 1턴에 잡히면 이기는 승리의 부적과도 같은 카드입니다.
간좀을 뽑기 위해 당신 옆에 있는 진은검을 눈물을 머금고 버려야 할지도 모릅니다.

2. 멀리건은 과감하게

이젠 안좋게 시작하면 복구가 안됩니다.
때로는 초반카드를 찾기 위해 카드를 다 갈아버리는 판단도 필요합니다.
충분한 저코 하수인을 덱에 확보했다면 과감한 멀리건과 1234의 성공률이 높아집니다.

3. 달리자

전에 비해 주문 카드의 비중이 미미해졌습니다.
그 말은 본인이 주도권을 잡고 있을 때 주문과 쉐도우복싱할 필요가 줄었다는 것입니다.
1승 0패 하고 있는데 상대방의 불기둥을 고민하기보다는 과감한 판단을 해서 게임을 승리로 이끌어 봅시다.

4. 동전을 잘 쓰자

그나마 있는 동전 소중히 써야 합니다.
손에 244랑 동전을 들고 있는데 첫턴에 동전 2코스트를 쓰고 두턴을 낭비하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아야 합니다.
후공은 목숨걸고 템포를 따라잡아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 글이 투기장 유저들의 투기장에 대한 이해도를 조금이라도 높이길 바라며
다른 게시판이 아닌 팁게에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