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하반기는 유달리 추웠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저런 일이 겹쳐서 굉장히 어수선했습니다만,
그래도 이렇게 글로나마 또 담당인 치하야의 생일을 축하하려고 합니다

사실 오늘 하루 내내 뭔가 다른 방식을 시도해보려고 했습니다.
그림도 그려보려고 했고 롤링페이퍼 같은 것도 해보려고 했고,
또 72문 72답을 해보려고도 했는데,
손이 안 받쳐주거나 화이트보드랑 비슷해지거나
막상 질문이 정리가 안 된다거나 하는 이유로 관뒀습니다.
그래서 결국 늘 하던대로 장황한 글을 쓰게 되었어요



치하야의 생일을 맞아서
치하야의 스토리 중에서도 가장 백미라고 꼽을 만한,
애니메이션 20화의 그 장면을 오랜만에 다시 봤습니다.
지금 다시 봐도 참 감동적이고 눈물도 나더라구요.
어디 가서 말하기 참 남 부끄러운 일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상하게 볼 때마다 비슷한 느낌을 받게 돼요.

물론 노래도 좋고 그 라이브 장면 전체도 참 좋지만,
사실 제일 감정적으로 벅차오르는 부분은
치하야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클라이맥스가 아니라
하루카가 조용히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어쩌면 그토록 그 장면을 잊지 못하게 만들어준 사람도 사실
치하야가 아닌 하루카라고 할 수 있어서 좀 아이러니하지만...

그 장면은 하루카와 다른 아이돌들의 입을 빌려
그토록 고고하고 남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던 치하야가,
악재에 부딪히자 남들로부터 더더욱 도망치며 멀어졌던 치하야가
다른 아이돌들에게, 그리고 프로듀서들에게는
결코 버릴 수 없고 결코 포기할 수도 없는 한 명의 소중한 아이돌임을
가장 잘 보여준 장면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달 전 밀리시타에 수록되었던 치하야의 두 번째 개인 커뮤 「파랑새」 는
극장에서 단 한 번도 부른 적 없었던, '고고한 시절의 치하야'의 노래를
어쩌다가 지금 와서 부르게 되었는지를 다룬 내용이었죠.

덜렁대는 하루카와 연신 감사해하는 아리사,
치하야가 귀여워 죽겠다는 리오와 짓궂은 아즈사씨,
이 네 사람 틈에서 자기도 모르게 웃음짓는 치하야를 보고
스태프가 "행복해 보인다"고 말했죠.

그러자 치하야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노래하려고 합니다.
고고했을 적의 그 노래를... 지금의 제가."
그 대사를 들었을 때, 비록 직접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약속」을 부르던 그 장면이 저절로 떠오르더라구요.

「약속」을 부르기 전까지의, 본인 표현처럼
'고고함' 그 자체였던 치하야를 상징하던 노래인 「파랑새」가
밀리시타 시점에서 다시 등장한다고 들었을 때, 반가움과 동시에
'대체 커뮤가 어떻게 나올까'라는 궁금증도 들었더랬습니다.
"더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파랑새」의 메시지에는
치하야의 과거에 대한 미련 같은 것들이 많이 담겨 있다고 느껴졌는데,
'과거'에 대한 언급을 거의 하지 않았던 밀리시타에서
그것이 처음으로 조명된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Just be myself!!」가 수록되었을 때와 비슷하게
오히려 현재의 변한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강조하면서
'지금의' 키사라기 치하야를 팬들이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었기에
역설적으로 '과거의' 「파랑새」를 골랐다는 말을 하면서
제 궁금증과는 조금 달랐지만 그래도 치하야다웠던 답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됨으로써 「파랑새」 커뮤는
SONG FOR YOU 「Just be myself!!」 카드의 각성 전 일러스트나,
해당 카드와 함께 나온 4컷만화의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과거에 대한 언급'을 다루진 않고 끝났지만,
바로 그래서 '지금의' 치하야가 어떤 치하야인지를 새삼스레 접하고,
'나도 그래도 치하야를 어느 정도는 오래 봐왔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격세지감 같은 것이 느껴지게 해서 참 좋았습니다.



저한테는 정말 미스터리지만, 아무리 기억을 떠올리려 해봐도
도대체 어쩌다가 치하야를 알게 되었는지 모르겠어요.
치하야의 노래를 듣고 목소리에 꽂혔다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그 전까지는 아이마스의 'ㅇ'도 모르던 제가 무슨 경로로
치하야의 노래를 접하게 되었는지는 몇 번이고 돌이켜봐도
마치 줄리아의 본명처럼 오리무중입니다.
딱히 운명을 믿지는 않지만, 소위 '운명적'인 것이 있다면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네요.

그래도 일단 처음 들었을 때부터 알아듣지는 못해도
정말 노래가 좋다는 것만은 확실했습니다.

올해로 5번째 맞는 치하야 생일 같은데,
매년 제가 봐도 참 질리지도 않는다 싶을 만큼
생일 때마다 치하야의 노래에 대한 칭찬을 키보드가 마르고 닳도록
하찮은 문장력으로 열심히 적어 놨더라구요.

그렇지만 예나 지금이나 치하야의 노래들은 정말 뭘 들어도
헤어나올 수 없을 만큼 제게는 좋은 노래들입니다.
아이마스의 시작부터 활동해온 치하야이니만큼
노래를 부른 세월이 벌써 십몇 년이나 되었고,
초창기 노래들과 지금 노래를 들어보면 분위기가 다르다는 게
확연히 느껴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반할 것 같은 목소리예요.

정말 거의 치하야 한 사람만 보고 시작한 밀리시타라서
처음에는 다른 아이돌들에게는 그렇게 관심이 없던 적도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다른 아이돌들의 다양한 노래들도 접하게 되었네요.
본인의 노래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돌들의 노래도 들으며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힐링도 받고 위로도 받고 감동도 받고 웃음도 받게 해주었던 점도
참 고맙고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게임이 제법 오래 되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솔직히 밀리시타를 하면서도 불만도 꽤나 가졌고
지금도 그렇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치하야 하나 보려고 시작한 게임을 이렇게까지 하는 걸 보면
참 치하야도 그렇게 밀리시타도 그렇고 정이 들긴 한 것 같아요.

1주년 이벤트 때 어설프게 치하야 순위권에 도전해 보려다가
제대로 참교육당하면서 '다시는 이런 이벤트 안 했으면 좋겠다!'며
괜히 분하게 여겼던 기억도 나고,
역시 어설픈 쥬얼 재고로 치하야의 첫 기간한정 SSR을 따려다가
치하야는커녕 SSR 하나도 구경 못할 뻔하다가
겨우 광복절에 미키 1차 뽑으며 무쓰알만 면한 채로 충격받아서
밀리시타 때려치려다가 만 기억도 납니다.

TC 때 치하야의 배역을 밀어주려고 나름대로 홍보했던 기억과
정작 이벤트 때는 또 어설프게 달리다가 in5000과 친애도 10만으로
만족하면서 어나더가 풀리기를 기약하던 때도 다시금 떠오르고,
와신상담한다는 각오로 쥬얼을 모으던 치하야 2차 복각 때나
때마침 2주년 직후 무료연 기간 동안 나왔던 치하야 3차 출시 때
SSR 뽑았다고 그렇게 만족하던 때도 떠오르네요.

이후에도 뭐 워낙 많아서 다 적으려면 한참을 써야겠지만,
참 미련도 많이 가졌고 아쉬움도 많이 느꼈음에도
치하야를 담당하는 것이 그 이상으로 좋았지 싶습니다.
결국 게임이고 덕질일 뿐인데 뭘 그렇게까지 받아들이나 하고
스스로도 많이 생각하긴 합니다만,
단순 게임이고 덕질이라기에는 치하야 노래가 너무 좋은걸요.



'72문 72답을 해볼까?'라고 생각이 떠올랐지만,
그게 제대로 안 될 것 같다고 느꼈던 또 다른 이유는
뭘 물어봐도 뭔가 하나를 딱 꼽기 어렵다는 점이었습니다.

가령 '치하야의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이나
'밀리시타 일러스트 중 제일 좋아하는 것은?',
'가장 기억에 남는 치하야의 대사는?' 등등
어떤 질문을 접하더라도 명확하게 들기가 난감하더라구요.

그도 그럴 것이 노래의 경우에는
어떨 때는 「파랑새」가 좋고 어떨 땐 「choco fondue」가 좋고
그런 식이라서 뭔가 하나를 꼽기가 정말 아까웠고,
일러스트나 대사 등등도 비슷한 것이 많아서
이도저도 아닌 재미없는(이것도 물론 재미는 없지만요) 결과물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왕 생각난 것, 언젠가는 한 번쯤 해보고 싶어지네요.



올해도 벌써 2달이 지나가는 시점입니다만,
그래도 아이마스 관련해서 뭔가 소망 같은 것을 꼽자면
일단은 크게 2가지 정도가 떠오르네요.

일단 첫 번째는 포푸마스 치하야 개인의상 어나더를 좀 따왔으면 좋겠어요.
어찌된 것이 다른 애들은 많게는 4~5벌까지 가져오는데
치하야는 맨날 노말만 나오고 SR이 나오는 꼴을 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포푸마스 1주년을 기념하는 투어DX의 주연으로 선발되어
귀여운 모션을 가진 스킬과 함께 SSR을 받았고,
항상 회로를 태우던 카에데씨와의 조합도 깨알같이 이루어지는 등
밀리의 크리스마스 주인공에 이은 경사(?)를 맞은 것은 담당으로서
정말 만족스럽지만 말이죠.

그리고 두 번째는 새 컴퓨터를 맞춰서 스탈릿 시즌을 꼭 해보고 싶습니다.
나온다는 말 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게임이 재미있을지부터 반신반의하기도 했고,
샤니마스도 저랑 그렇게까지 잘 맞는 게임이 아니었는지라 더 그랬지만
의외로 재밌다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조금 마음이 동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웬걸, 몇 년 된 랩탑으로는 어림도 없더군요.
그렇다고 스탈릿 하나 하자고 멀쩡한 컴퓨터를 바꿀 수는 없고 말이죠.

올해는 저도 치하야도 조금 더 잘되기를 바라는 소망입니다.



치하야의 크리스마스 페스 의상은 정말 따뜻해보이는 옷이라서,
지금처럼 추운 때에 더 보기 좋고 만족스러운 옷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옷이 주는 온기처럼, 올해의 치하야는
본가든 밀리든 포푸든 상관없이 더욱 따뜻하고 더욱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올해의" 치하야로 거듭나기를 다시금 바래봅니다.



치하야 생일 올해도 정말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