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U를 구매하는데 알아야 할 정보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정보가 많아지고 선택지가 늘어나는 건 합리적인 구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장점이 있지만, 그와 반대로 방대한 정보 탓에 구매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질려버리는 경우도 발생한다.


인텔 9세대를 보아도 다양한 정보가 있다. i5, i7, i9는 무엇이고 9900, 8400에 K, F, KS 등 구매자를 위해 제공하는 정보가 참 많다. 조립 PC에 대해 어느 정도 숙달된 사용자라면 금방 이 정보를 파악하고 이용할 수 있겠지만 처음 CPU를 구매하려는 구매자라면 결국 인기순으로 정렬을 해 본인에게 맞는 가격대로 구매하는 사람이 대다수일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는 본인에게 맞는 적절한 CPU를 구매하기 어렵다. 많은 정보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CPU의 종류가 다양해진 만큼,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속속들이 파악하여 합리적인 구매를 해야 한다. 이번 기사에서는 인텔 CPU에 대해 차근차근 알아보고, 많은 정보의 정체와 그 정보를 파악한 후에 어떤 CPU가 본인에게 적합한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CPU 공정 과정을 알면 CPU를 알 수 있다




CPU를 처음 접하면 생소한 단어들이 먼저 눈에 보인다. 코어, 쓰레드, nm, 클럭 등 다양하고 생소한 단어가 많다. 어릴 적 수학을 포기한 학생을 일컫는 수포자처럼, CPU를 포기한 씨포자가 될 것만 같다. 하지만 CPU의 제조 과정을 간단하게나마 파악한다면 생소한 단어들의 윤곽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CPU는 모래를 녹인 후 굳혀 만든 실리콘이 원재료다. 굳은 실리콘을 얇게 잘라 웨이퍼(기판) 상태를 만들고, 렌즈를 이용하여 층층이 공정에 들어간다. 이때 한 층에는 웬만한 도시보다 큰 설계도를 축소해 담는다. nm, 즉 나노미터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서 나온다. 9세대의 경우 14nm의 공정으로 CPU를 제작하는데, 나노미터 단위가 작을수록 더 세밀한 공정이 가능하다. 동일 크기의 CPU에 더 많은 걸 담아낼 수 있으니 작은 나노미터의 공정일수록 코어의 증가 등 성능 향상으로 이어진다.


공정을 끝낸 다이는 패키징에 들어간다. 패키징을 하고나면 우리가 아는 CPU의 모습이 된다. 이렇게 제작된 CPU는 성능 테스트를 받게 되는데, 테스트 결과에 따라 코어의 수가 결정되고 등급이 매겨진다.



코어와 쓰레드는 쉽게 말해 관문과 도로의 개념이다. CPU는 PC의 두뇌고, CPU에 작업을 명령해 들어오는 작업을 관문(코어)에서 길로 안내해준다. 만약 1코어 1스레드의 CPU라면, 하나의 관문이 하나의 도로를 이용해 계속하여 작업을 수행한다는 뜻이다. 이 경우 작업량이 늘면 교통량이 늘어난 것마냥 교통체증(병목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만일 2코어 4스레드의 CPU라면 두 개의 관문이 각각 두 개의 도로를 할당받은 것이다. 이 경우 네 개의 도로를 이용하니 작업을 처리하는 게 훨씬 수월하다. 인텔에서는 이렇게 하나의 코어에 두 개의 쓰레드를 할당해주는 걸 하이퍼 스레딩이라고 부른다.


코어와 스레드는 다다익선이지만 그렇다고 일반 사무용 PC를 원하는 사용자가 과도한 수준의 CPU를 구매할 필요는 없다. PC 구매 시 가장 좋은 PC는 내 사용환경에 적합한 PC다.




CPU 네이밍을 이해하면 CPU도 이해가 된다



처음 인텔 CPU의 이름을 본다면 뭐가 뭔지 모를 수 있다. 생각보다 긴 네이밍에 자신도 모르게 주춤하게 된다. 하지만 차근차근 살펴보다 보면 인텔 네이밍이 간단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우선 예시로 든 i9-9900K 모델은 차례대로 인텔 코어(브랜드명) i9(등급) 9(세대)900(SKU)K(오버클럭 가능)한 CPU란 뜻이다. i7-9700KF라면 i코어 7등급 9세대 700 SKU넘버를 가진 배수락 해제가 되며(K) 내장 그래픽 코어가 없는(F) CPU라는 뜻이 된다.
 
인텔 CPU는 크게 셀러론 / 펜티엄 / 코어 시리즈 / 제온으로 모델이 나뉘며 그중 코어 시리즈는 인텔의 주력 데스크톱 CPU 모델이기에 세부 등급으로 나뉜다.


Intel Core는 브랜드명을 의미한다. 그 후 알파벳 i와 숫자는 i코어의 등급을 의미한다. i3, i5, i7, i9로 나뉘며 고기 등급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도축 후 마블링에 따라 등급이 나뉘는 고기처럼, CPU 제작 후 테스트 결과에 따라 등급이 분류된다. 숫자가 높을수록 성능이 좋고 가격이 높다.


네 자릿수의 숫자 중 천의 자리는 세대 명을 의미한다. 9900은 9세대, 8400은 8세대라는 뜻이다. 그 후 나머지 세 자리의 숫자는 제품 식별 코드인 SKU를 의미한다.




마지막에 붙은 알파벳은 옵션을 의미한다. 이 중 주로 볼 요소는 K, F, S 정도가 있다. K는 배수락 해제 버전을 의미한다. CPU의 클럭은 베이스 클럭*배수인데, 만일 100MHz의 베이스 클럭에 20배수를 적용하면 200MHz로의 클럭으로, 240배수를 적용하면 240MHz의 클럭으로 사용되는 셈이다. 배수락 해제를 통해 오버클럭이 가능하니 오버클럭을 요구하는 구매자라면 K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


F는 내장 그래픽 코어를 미포함한 제품이란 뜻으로, 별도 그래픽 카드를 필수로 장착해야 사용할 수 있는 제품군이다. F 시리즈는 Non-F 시리즈 CPU보다 가격이 저렴하므로 내장 그래픽을 사용하지 않는 사용자에게 적합하다.


만일 CPU가 KF라면, 배수락 해제가 된 내장 그래픽 코어 미포함 CPU라는 의미다. 추가로 S 시리즈는 노말 CPU에서 성능을 저하해 전력과 온도를 낮춘 제품이라는 의미였으나, 하스웰 모델 이후부터의 S 시리즈는 Special하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i9-9900KS (커피레이크-R)의 경우, 순정 상태에서 올 코어 터보 부스트 5.0GHz의 성능을 가지고 있는 한정판으로 출시되었다.


이렇듯 인텔 네이밍은 알고 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사실 표에 나와 있는 다양한 알파벳은 실제로 구매할 때에 큰 상관이 없는 종류가 많다. 실질적으로 K : 배수락 해제-오버클럭 가능, F : 내장 그래픽 코어 미포함-별도 그래픽 카드 필수 정도만 알고 있어도 충분하다. 특히 F 시리즈의 경우는 꼭 숙지해야 한다. F의 의미를 모른 채 산다면 그래픽 카드 없는 PC가 완성될 수도 있다.


여담으로 카비레이크, 커피레이크 같은 명칭은 코드네임이다. 인텔에서는 CPU에 주로 지명을 붙이고 있다.




나는 어떤 9세대 CPU를 사용하면 좋을까?




이렇듯 CPU는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읽으면 어떤 CPU인지 확인할 수 있다. 이제는 나에게 맞는 CPU를 찾을 차례다. 인텔 9세대 데스크톱 CPU는 전 세대에 비해 최대 코어 수가 8코어로 확장되었으며 i9 기준 16스레드까지 지원한다. 그 이하의 라인업은 하이퍼스레딩을 제외하는 대신 물리 코어 수를 증가시켰다. 이 외에도 와이파이6, 옵테인 지원 확장, F 모델이 추가되었다는 특징이 있다.


9세대도 마찬가지로 네이밍을 이해하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i3, i5, i7 등의 등급만 보더라도 성능의 차이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뒤에 붙어 있는 F, K, KS 등으로 어떤 유형의 CPU인지를 알 수 있다. 이 자리에서는 등급으로 분류된 i3-9100F부터 i9-9900KS까지의 인텔 9세대 CPU를 용도에 맞추어 살펴보고자 한다.



등급별로 따져보자면, 사무용 PC는 i3 등급이 적합하다. 저렴한 가격 대비 성능이 좋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단순 사무작업 및 음악 감상, 웹서핑, 동영상 시청에는 i3-9100F로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다. 낮은 사양을 요구하는 CPU일수록 내장 그래픽이 탑재된 제품을 추천하지만, 인텔 i3-9100의 경우 i3-9100과 i3-9100F의 가격 차이가 크기에 i3-9100F를 구매하는 게 더 낫다.


i3-9100F가 사무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는 건 또 아니다. 4코어 4스레드를 탑재해 외장 그래픽카드에 따라 디아블로3, 오버워치 등의 게임은 물론 고사양 게임도 옵션을 타협한다면 진행할 수 있다. 또한 i3-9100F는 라이트한 그래픽 작업까지도 가능한 제품군이다.


게임을 주로 하는 PC라면 i5 이상 등급으로 넘어가야 한다. i5는 주로 게임 환경에서 사용되며 피시방에서도 i5-9500F를 사용하는 걸 자주 볼 수 있다. i5-9500F는 6코어 6스레드를 가지고 있으며 기본속도는 3.0GHz, 터보부스트 시 4.4GHz까지 가동할 수 있어 높은 가성비를 자랑하는 라인업이다. 6코어 구성으로 현 게임 시장에서 사용하기 적합하며 사무용에서부터 일반 게이밍용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사용 가능한 CPU다.



더욱 나은 게임 환경을 즐기고 싶다면 i7-9700KF가 있다. 8코어 8스레드, 부스트 클럭 4.9GHz를 갖춘 i7-9700KF는 i5-9500F보다 높은 성능을 지니고 있다. i7-9700KF 같은 경우는 8코어를 이용하여 사진, 동영상 작업을 할 때 인코딩, 디코딩 등의 렌더링에 유리하며 오버클럭킹을 통한 성능 강화도 가능하다. 또한, i7-9700 모델군은 외장 그래픽 카드를 사용할 여지가 많기에 가격 대비 i7-9700KF가 적합하다.

 

등급이 높을수록 부드러운 게임 환경을 즐길 수 있겠지만 자신이 어떤 게임을 하느냐에 따라 CPU 구매 요령도 달라진다. F 시리즈의 가격대가 낮아지고 있어 주로 F 시리즈의 CPU를 추천하지만, i9-9900K를 방송용으로 사용할 때는 i9-9900KF가 아닌 i9-9900K도 추천할 수 있다.


이 경우 i9-9900K의 내장 그래픽 퀵싱크를 활용해 방송환경을 구성할 수 있다. 그 외에도 i9-9900K는 8코어 16쓰레드, 최대 5GHz의 동작 속도로 높은 사양의 게임 및 고화질의 영상작업도 수월하게 만들어 준다.




i9-9900KS는 9세대 라인업에서 가장 좋은 성능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베이스클럭 상태에서 4.0GHz, 부스트클럭 상태에서 올코어 5.0GHz가 가능한 점이 i9-9900KS의 특징이다. 9세대 라인업 중 최상의 성능을 자랑하는 만큼 게임은 물론이고 영상 작업까지 수월하게 이용할 수 있다. 영상 작업의 경우 편집 시 초 단위로 봐야 하는 프리뷰와 다양한 영상을 펼쳐 놓고 보는 경우가 많고 영상을 렌더링할 시에도 CPU 점유율을 많이 차지하기 때문에 고성능의 CPU일수록 빠르고 편하게 영상 편집을 진행할 수 있다.




CPU, 알면 알수록 합리적인 구매를 할 수 있다





구매 예산이 무한정이라면 가격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이 최고가의 CPU를 마음껏 구매하면 된다. 하지만 우리의 예산은 한정적이고 합리적인 구매는 현재 상황에 맞는 제품을 찾아내 구매하는 것이다. 나에게 맞는 CPU를 찾아야 한다. 지금 내가 CPU를 사는 목적은 무엇인지, 내가 가용할 수 있는 비용은 얼마인지를 종합적으로 따져보고 구매해야 한다.


그래서 근래 들어 주목을 받는 게 F 시리즈다. 출시 당시에는 F 시리즈가 Non-F 시리즈와 비슷한 가격대로 형성되어 있었다. 내장 그래픽 코어도 없이 Non-F 시리즈와 같은 가격으로 시장에 나온 F 시리즈는 구매자들에게 외면받기 충분했다. 하지만 F 시리즈의 가격이 Non-F 시리즈보다 낮아졌고, 대다수의 게임용 PC와 작업용 PC에는 외장 그래픽 카드를 장착해야하니 F 시리즈가 반등할 수 있게 되었다.


F 시리즈라고 해서 모두 다 좋은 건 아니다. 내장 그래픽 코어가 없으니 무조건 외장 그래픽 카드를 구매해야 하는데, 게임, 작업용 PC가 아닌 사무용 PC을 사용 시 외장 그래픽 카드를 구매하기에는 비용이 아깝다. 이럴 때는 Non-F 시리즈 쪽으로 방향을 선회해야 하지만 i3-9100F의 경우 i3-9100와 가격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i3-9100F와 i3-9100에서 발생하는 차익보다 저렴한 비용의 외장 그래픽 카드를 구매한다면 합리적인 구매안이 된다. 이렇듯 CPU는 본인의 상황과 목적, 취향을 맞춰 구매해야 한다.

 


인텔 9세대 CPU는 등급 별로 나뉜만큼 CPU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이 된다면 구매하기 쉽다. CPU를 구매하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하지만 결론은 항상 같다. 편한 PC 환경을 조성하여 편안하게 PC를 사용하고 싶다는 점.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나에게 맞는 CPU를 알기 위해서는 내 PC의 목적과 PC에 투자할 수 있는 비용에 더하여 CPU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