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경찰서는 17일 살인 혐의로 백 모 씨(30·광주시 북구·무직)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백 씨는 10일 오후 9시10분께 부산 해운대구 김 모 씨(30·여)의 집 아파트 계단서 외출하는 김 씨의 배 등을 흉기로 9군데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온라인 사이트인 디씨인사이드 정치, 사회 갤러리(정사갤)에 활발하게 활동을 해왔다. 특히 김 씨는 논리 정연한 글을 많이 올려 회원 사이에서 ‘여신’으로 불려왔다.

 

3년 전부터 이 사이트에서 활동해온 이들은 진보적인 성향의 글을 함께 올리며 가깝게 지내왔다. 그러던 중 지난해 초 백 씨가 김 씨의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글을 올리며 관계가 틀어졌다. 김씨는 경찰에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으며 이에 백씨는 지난해 4월 해운대경찰서 게시판에 사과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들의 갈등은 김씨가 3∼4개월 전부터 갑자기 보수성향의 글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심화됐고 결국 살인으로 이어졌다.

백 씨는 주로 고(故)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지지하는 글을 올렸고 김 씨는 이를 반박하는 글로 첨예하게 맞섰다.

 

이 과정에서 서로 사생활을 언급하거나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주고받는 등 싸움을 벌였다.

이 때문에 화가 난 백씨는 모 채팅 사이트를 통해 김 씨의 얼굴과 주거지를 알아낸 뒤 흉기 2개를 구입해 지난 5일 광주에서 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향했다.

백씨는 5일간 부산 연제구의 한 모텔에 머물면서 김 씨의 집 근처를 3∼4차례 답사·잠복했고 채팅 사이트를 통해 동선을 파악한 뒤 범행 당일 집을 나서는 김씨를 살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