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대통령의 수뢰혐의 증거 존재여부를 놓고 노무현씨를 옹호하려는 세력과 노무현씨 수사를 담당했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지낸 이인규씨 간에 파행적인 설전이 전개되고 있다.

설전은 노무현씨 밑에서 청와대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씨가 최근 발간한 자신의 책에서 검찰이 노씨에게 돈을 주었다는 태광실업회장 박연차씨의 진술 말고는 아무 증거도 없이 노씨를 수뢰혐의로 소환 조사했다고 주장한 데서 발단했다.
이러한 문재인씨의 주장이 언론매체를 통해 알려지자 대검찰청 중수부장으로서 노씨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씨가 노씨를 소환 조사해야 할 만큼 충분한 증거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이인규씨는 일부 신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증거 없이 어떻게 전직 대통령을 소환 조사할 수 있었겠는가”, “15시간에 걸친 조사가 전부 영상으로 녹화돼 있는데 마음 같아서는 다큐멘터리를 틀 듯 다 틀었으면 좋겠다”, “무수한 증거가 수사기록에 남아있으니 (문이사장 측이) 그렇게 자신이 있으면 수사기록을 공개하면 될 것이다” 는 등의 말을 했다.

이인규씨의 발언이 보도되자마자 노무현 옹호세력들이 벌떼같이 달려들어 이인규씨를 매도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이씨를 ‘역사에 죄를 지은 사람’으로 매도하면서, “이인규씨의 무례함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수사비화를 들먹이며 고인을 또 한 번 욕보이고 있다”, “역사적 심판의 그날까지 자중하라”, “함부로 얘기하지 말라” 는 등의 내용이 들어있는 성명을 발표했다.
노씨를 숭배하는 사람들의 정당인 국민참여당은 이인규씨를 향해 “더 이상 본질을 호도하지 말라”고 욱박질렀다. 노씨 밑에서 청와대홍보비서관을 지낸 양정철씨는 “국민제보를 받아서 이인규씨의 인생을 타큐멘터리로 만들어볼까”라고 협박했다.

이인규씨는 검찰이 증거도 없이 노씨를 소환조사했다는 문재인씨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는데, 노무현 옹호세력은 이인규씨의 발언 내용의 진실 여부를 따지지 않고, 이인규씨의 태도를 비난하면서 이씨에게 ‘입 닥쳐’라고 욱박지르고 있다. 이인규씨는 단지 문재인씨의 주장이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말을 했을 뿐인데, 왜 노무현옹호세력은 전체가 흥분하여 이씨를 욕하고 나선 것인지 이성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노무현옹호세력은 이씨를 욕하고 이씨에게 ‘입 닥쳐’라고 협박할 것이 아니라, 문씨의 주장과 이씨의 주장 가운데 어느 쪽이 옳은지 판가름하기 위해 노씨에 대한 수사기록을 숨김없이 공개하라고 검찰에 요구했어야 옳다.

노무현옹호세력이 그런 타당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이인규씨에게 한꺼번에 달려들어 감정적인 욕설을 퍼붓고 ‘입 닥쳐’라고 압력을 가하는 것은 무자비한 언어폭력이다. 문재인씨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말을 했을 뿐인 이인규씨에게 노무현옹호세력 전체가 달려들어 언어폭력을 가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조현오 경찰청장의 ‘노무현 차명계좌 발언’이 생각난다.

조현오씨는 경찰청장으로 승진하기 전인 지난해 3월 경찰관들을 상대로 실시한 강연에서 ‘노무현씨가 자살한 것은 검찰수사에서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며, 정치권에서 노씨 수사에 관한 특검을 실시하려 하니까 노씨의 부인 권양숙씨가 민주당에 얘기해서 특검을 못하게 막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조현오씨는 최근 자신의 발언이 허위사실 유포인지 여부를 수사 중인 검찰에 제출한 서면 진술서에서 “경찰관들을 상대로 강연했을 때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서 차명계좌가 발견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 발언은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이인규씨와 조현오씨의 발언 및 그들의 발언에 대한 노무현 옹호세력의 반응을 보면, 이인규씨의 주장대로 수사기록이 공개되면 노씨의 수뢰혐의를 입증하는 증거들이 많이 나올까 봐 노무현옹호세력이 이인규씨에게 그 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키라고 협박하는 것 같은 느낌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인규씨를 비롯한 노무현 수뢰혐의 사건 수사 관련자들이 침묵을 지키면 노씨의 수뢰혐의 여부에 대한 논란이 사라지고, 그리되면 자연히 노씨에 대한 수사기록이 공개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인규씨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검찰이 많은 증거를 확보한 다음 노씨를 소환 조사했었다고 주장하면서, “진실은 숨길 수 없고,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씨의 진실에 관한 말은 범죄수사를 오래 해온 검사답지 않은 틀린 말이다. 진실은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누군가가 그것을 캐내려는 적극적이며 끈질긴 노력을 전개하지 않으면 밝혀지지 않는 것이 진실이다.
노무현 옹호세력들은 이인규씨가 잘 못 알고 있는 진실의 그러한 속성을 정확히 알고서 이인규씨에게 ‘입 닥쳐’라고 협박한 것이나 아닌지 의심스럽다.

<2011. 6.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