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중 2학년때, 담임선생님은 여자 수학선생님이었다. 신경질이 많았던 분이다. 수업이 모두 끝나고 종례시간을 기다리며 내 짝과 나는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그날 가정 시간에 배운 뜨개질이었다. 뜨개질에 정신이 팔려있을 때, 갑자기 내 옆에서 "짝"하는 소리가 났다.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눈이 새빨갛게 충혈된 담임선생님이 뜨개질을 하는 내 짝의 뒷목을 후려 갈긴 것이다. 그래도 분이 덜 풀렸는지, 담임 선생님은 내 짝을 교탁까지 질질 끌고 나가 머리채를 잡아 당기고 양빰을 번갈아 갈겼다. 30분 이상 맞은 것 같다. 가정시간도 아닌데 뜨개질을 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내 짝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난 새파랐게 겁에 질렸다.

 

 그날 난 맞지 않았다. 내 짝만 맞았다. 왜? 우리 집은 형편이 괜찮았고, 내  짝은 찢어지게 가난했기 때문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이던 당시 '분식장려 운동'의 일환으로 점심시간에 빵을 주었는데, 나는 빵값을 냈고 내 짝은 내지 못했다.

 

 그날 이후 난 상당 기간 몸져 누었다. 학교 가기 싫었다. 매맞은 내 짝을 차마 볼 수 었었다. 반 친구들로 부터 가난한 OOO는 맞고, 엄마가 가끔 학교 오시는 ***는 맞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을까봐 두려웠다. 우리 담임 선생님은 '촌지 받으면 즉각적으로 효과가 나는 것'으로 악명 높았던 선생님이었다. 어린 학생들도 모두 알 정도였다. 그 선생님의 이름은 이*자 선생님. 난 그 이름을 평생 잊지 못한다.   

 

#2. 외동딸을 키우면서 난 딸아이의 학교에 가지 않았다. 바쁘다는 것이 이유였지만, 솔찍히 얘기하면 촌지 고민을 하기 싫어서였다. 내 딸은 서울시 구로구 개봉동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왔다. 서울에서는 가난한 변두리 지역이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많았다. 그 동네에선 상대적으로 우리집 형편이 괜찮았다.

 

 혹여 내가 '내 아이를 위한다는 유혹'에 못이겨 촌지라도 주게 되면,내 딸은 특별 대접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대신 다른 가난한 학생들이 차별 받았을 것이다. 그게 싫었다. 내가 특별히 잘 나거나 의식이 투철한 학부모여서가 아니다. 빈부에 격차에 따른 차별은 내 딸에게도 '독'이 된다. 내 여중시절처럼. 과장인가? 아니다. 여전히 교육현장의 현실이다.물론 전부 다는 아니겠지만.

 

[오세훈 서울시장 (출처=연합뉴스)]

 

#3. 오세훈 서울시장은 26만여장의 불법 서명부가 발견됐음에도 불구하고 전면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강행하고 있다. 한나라당 지적대로  "오세훈 시장이 생각하는 것은 1년에 3천억원만 무상급식비로 쓰자는 것이고 민주당 시의원들의 주장은 1년에 4천억원을 쓰자는 정도의 차이"라는데도. 일년에 1천억원 차이때문에 200억 남짓 들어가는 주민투표를 하자는 것이다. 나라가 무너진다며. 나경원 최고위원은 성전(聖戰)이라며.

 

#4. 아이들 부모의 '가난'과 '무능'을 입증해야만 밥한끼 주는 선별방식의 무상급식- 무상급식 대상자나 유상급식 대상자 모두가 상처 받는다. '유무상' 구별은 곧 차별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미 무상급식 주민투표 논란으로 일선 학교가 '정치 선전장'으로 변했다. 맙소사. 이 죄를 다 어찌할 것인가?

 

차별없는 무상급식은 학생 인권의 첫출발점이다. 그리고 국가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의무교육을 시킬 책무가 있다. 무상급식은 의무교육의 일환이다. 단지 가난한 부모를 둔 이유로 공짜(무상급식)로 빵을 먹은 내 짝은 이*자 선생님께 매를 맞은 그날 이후 학교에 잘 나오지 않았다. 결국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세월이 지나 50대가 된 지금도, 나는 어쩌다 내짝을 생각하면 죄를 지은 기분이다. 그러나 그건 '사회가 지은 죄'다. 지독하게 가난하게 자랐다는 오 시장. 그는 이미 어린 시절을 잊었는가? 내가 아는 오 시장은 정치 초년병 시절에는 이러진 않았다. 대권(大權)병이 들면서 든 오 시장은 무섭게 변했다.

 

최근 그를 만났다는 한 정치인의 말 "오시장, 못 말립니다. 마음이 이미 콩밭에 가 있어요. 2기 민선시장 시작때부터입니다. 수준 떨어지는 시의원들과는 함께 정치 못해 먹겠다는 것이지요". 이 말을 해준 정치인은 지난 서울시장 선거때 오 시장 캠프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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