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의 패배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크게는 르블랑픽과 우르곳픽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물론 두 챔프는 현 메타를 대표하는 챔프들이지만 EDG가 두 챔프의 맹점을 노린 밴픽을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SKT의 조합에서 라인클리어가 가능한 챔프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보통은 포킹/카이팅 챔프들 중에 라인클리어가 좋은 챔프가 많은데, 현 메타에서는 난전을 너무나도 중요시한 나머지 카이팅/포킹챔프들이 사장되었습니다. 르블랑과 우르곳은 그 난전에 좋은 챔프들입니다.

 

예전 철거메타가 나오던 당시에는 라인클리어 챔프를 기용하면서 스노우볼을 막고, 타워가 밀리더라도 라인프리징으로 성장차이를 벌려서 용한타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했죠.

특히 미드에서는 라인클리어가 매우 뛰어난 챔프를 두면서 버티고, 1차 타워를 지키며 시야주도권을 밀리지 않는게 핵심입니다. 이를 통해 철거메타를 카운터쳤습니다.
흔히 말하는 '수면메타'였는데, 이 중심에 있었던게 직스, 오리아나, 시비르, 케이틀린, 룰루 등입니다.
난전을 회피하고, 난전이 벌어지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하고, 라인클리어가 좋죠.
그 당시 조합에서는 라인클리어 챔프가 필수요소였습니다. 특히 미드에서요.

현 메타에서는 이 라인클리어 챔프들 중에서 소규모 교전에서도 뛰어나고 발이 빠른  시비르와 룰루만이 살아남았습니다.(직스나 오리아나는 종종 등장하긴 합니다만)

 

해설에서 '르블랑이 무조건 좋은 픽은 아니다'라고 MSI에서 계속 언급하는데, 르블랑을 픽하면 안되는 상황이 두가지입니다.
첫번째가 상대방이 CC 기반의 덩치챔프일때. 두번째가 라인클리어가 부족할때.
5경기에서 픽 순서가 우르곳선픽->마오카이/알리스타픽이었는데, 일단 이까지만 보더라도 EDG가 덩치를 둘이나 가져간대다가 원딜은 시비르라는 것이 명확합니다. 

아군 원딜이 우르곳이기에 라인클리어가 부족한데, 상대방은 스펠쉴드가 있고 라인클리어가 좋은 시비르를 가져갈수있습니다. 마오카이/알리 탱라인이 너무나도 단단하구요.

르블랑을 픽하면 안되는 두가지 조건에 전부 해당됩니다. 그렇기에 페이커는 룰루를 픽창에서 끝까지 고민했습니다.

룰루는 라인클리어가 좋고 상대라이너보다 발빠르게 움직인다는 점에서 주도권 잡기가 용이합니다.

그러나 보통 SKT가 룰루조합을 사용할때를 보면, 룰루를 선픽하고 이후에 시비르나 루시안을 기용했습니다.
룰루 선픽 이후에 시비르나 루시안을 픽하는 상황이었다면 원딜의 후반캐리가 보장되고 라인클리어도 보장이 됩니다.
그런데 5경기는 우르곳 선픽이후에 룰루를 픽하게 되는 상황이죠. 여지껏 SKT가 룰루를 쓴 경기들과 다르게 어중간합니다. 스킬딜 위주인 우르곳이 룰루와 궁합이 맞질 않습니다. 룰루조합을 쓸거면 우르곳이 아니라 룰루를 선픽했어야 했죠.

 

우르곳 선픽 상황에서는 보통 아지르나 카시를 픽하는게 맞습니다. SKT가 그동안 라인클리어나 복합적인 상황을 고려해서 아지르와 카시를 주력으로 썼습니다.

그런데 카시오페아는 밴상황이고, 아지르가 남는데, 마오카이/알리스타를 가져간 상황이니 아지르를 픽하기에는 위험하다고 판단한듯 합니다.

해외팀이 그동안 너무나도 공격적으로 난전플레이를 해왔고, 마오카이를 비롯한 탱커들을 무작정 밀어넣는 전술에는 아지르가 위험하다고 생각했던 걸로 보입니다. 결승 5경기 시점에서 전력노출이 많이 된 아지르를 픽하기에는 자신감이 없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MSI 내내 꺼내지 않았던 르블랑을 픽합니다. 이도저도 아닌 조합을 짜느니, 차라리 극교전 위주로 가자고 계획한거고 변수측면에 있어서는 나올만했습니다. 전승챔프이기도 했구요. 

EDG는 라인클리어가 굉장히 뛰어난 모르가나를 픽하고 철거메타를 사용하면서 SKT의 조합을 집요하게 공략합니다.

아마 미드에서 룰루나 아지르를 사용했다면 미드의 라인클리어는 밀리지 않았겠지만, 나머지 4명이 철거메타를 막지는 못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두번째 패배요인인데, SKT는 미드를 제외한 나머지 4챔프들도 라인클리어가 좋지 않았죠.

르블랑 픽도 문제였지만 현 메타에서 라인클리어 챔프가 부족하다는 맹점을 정확히 노렸기에 EDG가 철거메타를 사용했습니다. 사실상 르블랑 픽보다 이 점이 더 큰 문제였던거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철거만 하는 메타가 아니라, 2탱커로 다이브 압박을 주고, 난전을 유도하면서 타워를 철거합니다.

철거메타를 통해 1차 타워를 공략당하면 시야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이 점은 곧 한국팀의 약점인 난전으로 이어집니다.

이블린 픽은 이러한 난전에 최적화되있기도 합니다.

 

우르곳은 라인클리어가 느릴 뿐만이 아니라, 생존기가 존재하지 않고 발이 느립니다.

라인전이 강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5경기에서 EDG는 4명이 지속적으로 다이브, 타워철거에 힘을 쓰면서 우르곳이 라인전으로 볼수있는 이득을 무효화했습니다. 그동안 우르곳은 MSI 내내 너무나도 수동적인 모습만 보여줬죠. 시비르가 우르곳보다 범용성이 높은 챔프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우르곳이 무조건 선픽할만큼 좋은 챔프가 아니라는 점을 잘 보여준 경기 같습니다.

결과론적인 얘기긴 합니다만, 우르곳선픽이 아니라 룰루/시비르/마오카이 중 하나를 고려해야했습니다.

 

 

피지컬에서도, 픽밴에서도 완벽하게 중국에게 밀렸다고 생각이 됩니다.
애초에 난전메타 자체가 IEM에서 중국에게 당한 이후 시작됐는데, 중국이 그 난전메타의 약점이 무엇인지 자신들 손으로 보여줬다고 생각이 되네요.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경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