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들을 보며 깊게 생각하던 내용이 있는데...

오늘 경기를 통해 어느정도 정리된게 있어서... 비록 롤알못이지만 전달해보려 합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 망원 렌즈의 함정
무지막지한 사정거리와 영구 지속이라는 메리트를 가진 망원렌즈는, 시즌6 초창기 최고의 장신구로 각광받았습니다.
쿨타임 너프가 있긴 했으나 여전히 많은 유저들이 애용하는 장신구이기도 하구요.

다만 치명적인 약점이 두가지 있습니다. 뭐 별 대단한건 아니고 1. 시야가 좁다  2. 와드의 위치를 적이 안다  입니다.

이 두가지가 적절히 배합되면 굉장히 큰 스노우볼이 완성되기도 하는데요.. 적절한 사례가 있어서 가져왔습니다.

오늘 진행된 ROX vs SKT 2세트입니다.


텍스트로만 하려니 직관성이 너무 떨어지네요.

간단한 이미지로 설명할께요.. 아 귀찮아........... 왜 시작했지..




ROX가 미드 푸쉬 이후 웨이브와 함께 바텀을 다같이 공략한 타이밍입니다.

* Point : '와드의 한계'
2016시즌 패치로 인해 기본 장신구 외에 일반 와드는 정글러 또는 서포터만 사용하는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때문에 '상대 정글러와 서포터의 동선'만 체크하면, 어느쪽에 와드가 '없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전장 자체를 미드와 바텀 중심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실제로 SKT의 레드 지역에는 와드가 없습니다.
이런 전술은 사실 기본중의 기본이긴 합니다. 대부분의 팀들이 잘 이해하고 있기도 하고요.



이후 정비하는 선수들. 양 팀의 움직임을 조금 더 디테일하게 볼까요? 
SKT : 피오라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바텀을 주고, 그라가스를 필두로 ROX의 바론 장악을 막기 위해 전진합니다. 
ROX : 역시나 정비를 선택합니다. 헌데 움직임이 조금 특이합니다... 그게 뭘까요?

Point : "속도전"
ROX를 대표하는 키워드가 '합류'라고 합니다. 여기에 조금 살을 붙인다면 속도전이라고 표현하고 싶은데, 이는 '상대보다 빠르다'는 개념입니다
선수 vs 선수. 즉 사람끼리 하는 경기이기에 빠르다는 것은 상대가 뭘 할지 이미 알고 있다는 것과 일맥 상통합니다.
상대의 의도. 그걸 시도하는데 까지 걸리는 시간. 이걸 꿰뚫어 본다면 완벽하게 카운터를 칠 수 있는거죠.

자 그러면 ROX의 입장이 되어 SKT를 읽어봅시다. 위에 말씀드린 SKT의 '분배'는 정석중의 정석입니다. 피오라 바텀. 바론쪽으로 전진 시도.
근데 탑을 보세요. 웨이브가 뭉쳤습니다. SKT가 받아 먹을 라인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쿠로가 유독 빠르게 귀환한게 보입니다. 그리고 이 쿠로는....


미니맵이라 잘 안느껴지시겠지만, 실제로 쿠로는 저기 도착하기까지 왜곡을 두번이나 쓰면서 이동했습니다.
뱅의 위치가 보이시나요? 탑 웨이브를 먹어야하죠. 먹어야 하는데 바로 가긴 무섭고 마침 작골 형제도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작골을 먹으러 이동하는데.. 코앞에 망원 렌즈가 있었습니다.(이걸 놓친건 뱅의 실수가 맞습니다)



뱅은 작골을 치기 시작했고, 뱅의 파밍을 안전지대로 만들기 위해 울프와 블랭크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저 부쉬 와드가 있으니 우선 ROX의 블루쪽부터 시야 장악을 해주고 있습니다..
근데 문제는 뭐냐!!! 저렇게 붙어서 가면 쿠로 위치는 감지가 안됩니다. 시야 범위가 일반 와드보다 작기 때문에요..


저 부쉬 와드가 시야을 확보했다는 가정 하에, 코르키에게 남은 유일한 위험 요소는 라인 암살입니다. 
그렇기에 뱅은 순간 망원렌즈를 탑의 부쉬에 사용합니다.(윗 이미지에 없던 와드가 하나 생긴게 보이시죠?)
하지만 이미 쿠로는 뱅을 기다리고 있었고.. 살아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결국 전체 흐름은 아래와 같습니다.

미드를 거쳐 바텀을 밀었음 -> SKT는 위쪽에 와드를 박을 수 없음 -> 피오라 키워야되니 바텀 배치는 뻔함
->근데 바텀이 뭉쳐 가고 있으니 코르키가 갈 것임-> 여기까지 계산하고 나머지는 흩어져서 레드 챙기기, 미드 밀어두기 등을 하는 사이
쿠로는 빠른 귀환, 왜곡까지 사용하며 깊숙이 들어가서 코르키를 기다림-> 결국 암살 성공

이런 일련의 과정이 SKT가 체감하는 속도와 ROX가 내고 있는 속도의 차이를 만든 거죠.

결국 - ROX의 속도전에 대한 설계는 소름이 돋고, 망원렌즈 시야의 함정이 큰 변수가 되었다.  가 되겠네요.


- 불리한 팀은 무얼 해야 하는가?
그러면 위의 두번째 약점인 와드 위치를 적이 안다는 것은... 유리한 쪽과 불리한 쪽으로 나눠서 설명하겠습니다.


어제 CJ vs Longzhu 2세트입니다. 롱주가 불리한 상황에서 설계를 하려는데 CJ의 대응이 좋습니다. 왜냐면 지금 보시는 그라가스 앞에
CJ가 미리 박아둔 와드가 있기 때문입니다. 

역으로 CJ는 이런 설계가 가능하죠.

이런 경우 
- 무리하게 트라이하다가 대처하는 적에게 맞고 게임이 더 터짐
- 간만 보고 시간/병력 투입 낭비하느라 상대가 다른 라인에서 계속 이득을 더 봄
위와 같이 악순환이 되죠.

물론 당시 그라가스는 8레벨로, 탐지렌즈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했습니만, '불리한쪽에게 더 급한건 탐지렌즈다.' 라고 정리하고 싶습니다.
망원렌즈가 가진 능력도 훌륭하기는 하나, 1.한번 지워지면 쿨이 무지막지하고  2.상대에게 보이는 와드이기 때문에 쓰는 위치들이 뻔하다는
단점이 너무 크리티컬합니다.

불리한쪽에서(무조건 방어해야하는게 아니라 뭔가 설계를 통해 극복해야 하는 입장) 시도를 하는 상황에서는, 깊게 박는 망원렌즈 보다도
본인들이 병력을 투자하고 지나가는 동선에는 적의 와드가 없다는걸 확실하게 파악하는게 필요합니다.

그게 아닌 상황에서는 '우리의 설계'가 '적이 다 보고 있는' 설계가 되어 역으로 게임이 펑펑터지게 됩니다.

고로 유리한 팀 보다는 불리한 팀 쪽에서 - 핑와를 라이너들도 적극적으로 사고, 탐지 렌즈 갯수를 늘려야한다. 를 명심해야 합니다.
좋은 와드 위치는 곧 뻔한 와드 위치고.. 이게 함정카드가 된다는건 이전 시즌에서도 정립된 이론입니다.
하지만 와드 자체가 더욱 귀해진 현 시즌에서는 이걸 더 전략적으로 이용해야 합니다.



'아 설계 좋았는데 아깝게 졌다 운이 없네.' '와 상대가 이걸 반응하네 운 좋네.' 가 아니죠. 다 알고 있다는 겁니다.

어느정도 정형화된 장신구 사용... 게임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 적절한 장신구를 선택하는게 필요하다는 이야기로 글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글이 유난히 난잡하네요... 죄송합니다.


이런 좀 깊은? 이야기 챌코에서 다루고는 합니다. 챌린저스 코리아도 많이 시청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