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을 맨 처음 시작한 시즌2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롤 챔피언 밸런스가 이렇게까지 망가진 적은 크게 없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된 이유가 뭘까 고민해봤는데, 최종적으로는 롤 초기의 범용적인 특성과 아이템이 사라진 데다 챔피언의 수가 많아지게 된 게 그 이유 같다.

롤 특성상 챔피언의 수는 많아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챔피언이 많아질 수록, 리메이크가 일어날 수록 밸런스 조절은 힘든게 당연하므로 제외하고, 지금 불균형의 핵심은 범용적인 특성과 아이템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과거 룬+특성 시기에는 룬, 특성과 아이템이 모두 범용적이었다는 특성이 있다. 여기서 범용적이라는 것은, 누가 쓰더라도 그 효과가 직관적이며 가급적 챔피언 별로 특성별 효율이 너무 크지 않은 효과를 주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연구에 따라 챔피언 자체의 스펙을 어느정도 보정하는 것이 가능했다.

1차 시기 (시즌2 ~ 2015년)

예를 들어 시즌 2 이후 2015년까지 이어진 룬/특성 시기에는 룬과 특성으로 주어지는 효과가 공격력/주문력 증가, 피해량 증가, 방관/마관 증가와 같이 아이템으로 대체할 수 있는 스펙(하위 트리)과 광역피해 감소, 추가방/마방 증가, 주변 챔피언 수에 따라 방/마방 증가와 같이 아이템으로 대체할 수 없는, 효과가 유니크하지만 엄청나게 차이가 크게 나지는 않는 스펙(상위 효과)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러한 특성들은 시즌 2~3 시기에는 대부분이 전자와 같은, 아이템으로 대체할 수 있는 스펙으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시즌이 지나가며 아이템으로 대체할 수 없는 스펙(상위 효과의 강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총 특성 30포인트 중 최종 트리를 타고 나머지 포인트를 보조에 찍는 21/9/0을 타는 것이 기본이었지만 상황이나 상대에 따라 룬, 아이템 등을 조합하여 15/15/0, 30/0/0, 18/12/0, 15/5/10 등의 변태 트리로도 게임하는 것이 가능했다.

2차 시기 (2016년~2017년)
이러한 상위 효과의 강화는 2016년 들어 천둥군주, 바람술사, 착취로 까지 발전했고, 이와 같은 최종 트리를 찍지 않으면 효율이 나지 않아 최소한 한 트리의 최종 효과를 찍는 것이 강제되었으며 이에 따라 이른바 이 효과를 잘 이용할 수 있는 챔피언과 아닌 챔피언의 차이가 극화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 때까지는 룬 시스템과 아이템으로 이를 어느정도까지는 보정할 수 있었으나(물론 이것도 어느정도 챔피언을 타기는 했지만) 본격적으로 특성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며 결국에는 이 특성들을 제대로 활용하기 힘든 챔피언의 몰락이 이어졌다.

3차 시기 (2018년~2020년)
2018년 룬 시스템의 삭제로 특성이 통합되며 하나의 상위트리와 다른 하나의 보조트리가 강제되었다. 특성을 잘 이용할 수 있는 챔피언과 그렇지 않은 챔피언의 차이가 극화되었으며 룬 시스템으로 어느정도 부족한 스텟을 보충하거나 강점을 살릴 수 있었던 이전과는 달리 챔피언의 초기 스텟과 시작템, 특성으로만 게임을 해야 하는 시기가 되어 이 세 가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챔피언은 나락으로, 세 가지가 잘 맞는 챔피언은 천상으로 올라갔다. 그래도 챔피언의 숙련도와 팀워크에 따라 성장한 챔피언은 아이템 조합에 따라 어느 정도 극복은 가능했다.

4차 시기 (2021년~현재)
2021년 프리 시즌 이후로 아이템 개편이 이루어져 신화템 1개가 강제되고 아이템의 급이 나뉘어지며 아이템의 자유로운 조합이 힘들어졌다. 연구를 통해 여러가지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각 챔피언 별로 쓸만한 특성은 정해져 있으며 아이템의 숫자와 급이 나누어지며 시도할 수 있는 조합 자체가 감소하였다. 

종합해서 살펴보면,

1차 시기 : 룬 / 특성 / 아이템의 자유로운 조합으로 챔피언 성능 다양화(약점 보완 및 강점 보강이 가능)
2차 시기 : 1차 시기 대비 특성의 자유도가 감소하여 챔피언 성능 다양성 약화(약점 보완 및 강점 보강 약화)
3차 시기 : 2차 시기 대비 룬 시스템의 삭제로 챔피언 성능 다양성 약화(약점 보완 및 강점 보강 어려움)
4차 시기 : 3차 시기 대비 아이템 조합 자유도가 감소하여 챔피언 성능 극복 어려움

이게 문제가 되는 이유는 롤의 다양한 챔피언은 크게 초반형(초반에 크지 못하면 중후반 활약이 어려움), 중반형(초반만 잘 넘기면 중반에 활약하나 후반에는 영향이 크지 않음), 후반형(초중반에 어려우나 후반 영향이 큼)으로 나뉘는데, 특성과 아이템 빨을 잘 받고 챔피언 자체의 스펙이 좋은 경우 이를 무시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챔피언을 활용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승리를 위해서는 고르는 챔피언과 특성이 거의 강제된다.

현재 탑 5티어를 달리고 있는 블라디는 대표적인 후반형 챔피언이다. 좋은 초반형 챔피언이나 중후반용이라도 돌진기를 가진 챔피언이 상대가 되면 파밍 자체가 힘들며 초반의 부진이 중반 교전의 부진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흔하다. 그렇다고 최후반에 가서 엄청난 활약을 펼치기도 쉽지는 않다. 반면 탑 1티어를 달리고 있는 탐켄치는 선픽을 하더라도 라인전 자체는 무난하게 풀어갈 수 있고 중후반 교전도 활약이 어렵지 않다. 블라디 같은 챔피언이 20분 전 5킬을 먹어도 게임이 터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반면 카밀이나 피오라 같은 챔피언이 20분 전에 5킬을 먹으면 보통 그 게임은 터진다.

현재 라인별 티어가 그렇다. 각 라인별 1티어에는 특성과 아이템 빨을 잘 받고 챔피언 자체의 스펙이 좋아 초중후반을 모두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거나 초반의 강점을 살리거나 상대를 압도하게 된다면 그대로 중후반이 오기 전에 게임을 끝낼 수 있는 챔피언이 포진되어 있고 2~3티어까지는 그래도 초중반에 상대방을 압도하거나 후반까지 버티는 경우 활약이 가능한 챔피언이 포진되어 있으나 4티어 이후부터는 상대방을 압도해도 상대방 챔피언이나 조합에 따라 활약이 힘들거나 초중반을 버텨도 후반에 활약이 어려운 챔피언들로 구성되어 있다. 롤은 팀 게임이지만 아무리 조합을 잘 짠다 해도 각 라인별 5티어로 각 라인별 1티어 챔피언과 붙는다면 동랭크에서는 이기기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요약 : 기존 시즌에는 챔피언 자체의 강점과 약점을 범용성 있는 룬, 특성, 아이템 조합으로 어느정도 보완이 가능했으나 룬 시스템의 삭제, 특성의 상위 효과 강화, 아이템 조합의 감소로 챔피언 자체의 스펙을 보완하는 플레이가 힘들어져 현재의 불균형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챔피언 자체의 스펙을 보완하는 플레이가 힘든 한, 앞으로도 현재의 불균형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