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은 이제 접어서 안 하지만... 롤 세계관은 마음에 들어서 레오룬도 하고 몰락왕도 했고 이후 나올 에코겜과 누누겜도 할 예정인 나로서는 당연히 사일러스 주역의 마력척결관도 했고 간간히 하다가 올클함.

일단 감상 요약함

1. 가격에 비해 컨텐츠 더럽게 적음.

2. 난이도는 너무 쉬워서 문제.

3. 롤 세계관을 표현하는 건 이상적.

4. 게임으로써 주제의식을 일관되게 표현함


1. 가성비

올클에 15시간임... 사실 조금 컨텐츠가 남긴 했다. 텍스트 전부 줍는 거랑 은빛날개 전부 찾는 거. 문제는 이거 진짜 재미없는데다가, 나는 대충 해서 그렇지 조금 신경 써서 한 사람이면 첫플에 진짜로 올클이 가능할 거다.

근데 이게 디럭스면 4만원인데, 솔직히 dlc 컨텐츠 ㅈ도 의미 없었다. 아니 난 내가 dlc 사서 뭐가 바뀐지도 몰랐어. 그냥 본판만 사셈.


2. 난이도.

게임 내에서 적의 피해량과 체력, 그리고 사일러스의 체력과 공격력을 조절할 수 있는데... 일단 가장 어려운 난이도로 하면 사일러스는 바뀌는 게 없지만 적 피해량과 체력은 최대치로 올라간다.

근데 그래도 너무 쉬워. 일단 게임 자체가 억까 요소라고 할지, 그런 게 아예 없이 적의 패턴을 전부 반응해서 피할 수 있는데다가 적의 패턴도 전반적으로 느릿느릿해서 롤로 치면 피지컬 골드 정도면 가장 어려운 난이도를 무난히 깨고, 다이아 이상의 반속을 지녔으면 그냥 첫플에 노데스로도 깰 듯?

이게 좋다고 볼 수도 있는데, 더 심각한 건 게임이 하면서 점점 쉬워진다. 내 컨트롤이 올라가는 것보다도 사일러스 스펙을 도중에 업글할 수 있는데 이 업글의 폭이 너무 높아서 어떻게 게임을 할수록 적이 약해지는 느낌이 든다. 내가 강해지는 만큼 적도 적절히 세져야 하는데 솔직히 초반에 컨 익숙하지 않았을 때 만난 보스는 트라이를 5~6번 이상 했는데 최종보스는 2트만에 잡았다. 좀 너무 쉽지 않냐?


3. 롤 세계관

세계관 보려고 산 게임인데 이건 아주 충실하다. 롤 챔피언들의 각 관계를 표현하는 방식이 멋짐.

특히 롤에서 사일러스 말고도 모르가나가 사슬을 쓰는 챔피언인데, 그 둘을 엮어서 심지어 최종전까지 그 방향으로 엮은 건 대단히 멋졌다. 내가 각종 매체에서 본 롤 세계관 설정과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매력적으로 보이게 성공한 것 같다.

이하 등장하는 각 챔피언 감상

사일러스: 복수귀에서 진정한 혁명가로. 마법에 대한 차별은 철폐했지만 이제는 왕좌를 끌어내리려는 뭐랄까... 아나키스트라고 할지 공산혁명가 같은 사람이 됐다. 이후 프렐요드로 가서 동맹 찾는 것 역시 본 스토리 흐름과 동일. 좀 웃긴 게, 사일러스가 너무 강하게 나오는 것 같다. 사일러스는 가렌 잡고 이후에 자르반 잡고 자르반+쉬바나 잡고 쉬바나 용폼+자르반 서폿을 하루만에 다 해서 다 이긴다. 도대체 15년 간 감방에 쳐박힌 애보다도 약하면 그럼 데마시아 챔피언은 무슨 의미가 있죠?

가렌: 일단 원래 설정도 그랬지만 데마시아에서 가장 강한 전사라는 취급은 동일. 솔직히 "사일러스! 이 사악한 마법사!"라고 하면서 덤벼드는데 본인은 허공에서 검을 수십 개 생성해서 떨구는 걸 보곤 좀 어이가 털렸다. 데마시아의 정의(궁)는 마법이 아니야??? 원리가 뭐임??? 아무튼 결정타(Q)가 돌진기인 것도 보고 웃겼다. 시발 ㅋㅋㅋ 심지어 쿨 1초마다 씀 ㅋㅋㅋ

럭스: 작중 공식적인 언급으로는 사일러스가 두렵다고 했던가? 어쨌든 엄청나게 강력한 마법사. 마법이 철폐된 이후로는 데마시아 모든 마법사를 총괄하는 위치로 가게 되는데, 신분도 있지만 강하기 때문인 듯, 이전에 공식 코믹스에서 나온 설정인 자르반과의 약혼을 가렌이 추진하는 걸 극혐한다는 설정은 남아 있음. 사일러스와 커플링이 그냥 확실하고... 만화나 소설이었으면 5권 뒤쯤엔 키스하고 있을 것.

자르반 4세: 좀 팔랑귀에 유약하게 나오는데, 캐릭터성 자체는 훌륭했던 것 같음. 결국 성장했기 때문.

쉬바나: 자르반 4세의 연인으로 나옴. 그냥 공식으로 박혔음. 이게 한국에서 롤 만화 그리는 유명한 사람이 자르반 쉬바나 커플링을 미는데, 밀고 자시고 공식으로 둘이 동거하는 연인이었다고 박힌데다가 그 작가가 미는 동인설정하고 아예 반대라서 좀 웃겼다. 

모르가나: 대단히 의미 있는 캐릭터로 나옴. 원래 설정도 그렇지만 묘사상으로도 초월자 분위기를 펼치는데, 자기가 나서면 케일도 나서고, 케일이 데마시아를 혼자서 다 갈아버릴 게 분명하니까 안 나선다는 설정으로 타곤 성위들이 최강급이라는 걸 보여줌. 이건 레오룬에서도 일관적인 묘사였지.


4. 주제의식

생각보다도 잘 써서 놀랐다. 마력척결관은 마법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인종차별 내지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작중 나오는 사일러스, 럭스, 가렌, 자르반, 쉬바나, 악역들까지. 모두 그러한 주제의 메타포로 작용한다. 마법이라는 강력한 초능력이 끼어들어서 오히려 좀 원래 묘사하는 것과 어긋난 느낌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잘했음. 진보적(미국 민주당 스타일)인 스탠스와 더불어 보수적(미국 공화당 스타일)인 이상점도 보여줬고.

특히 이게 대단히 영리하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데마시아 챔피언들이 롤 초창기 때 나와서 롤의 현재 기조와는 달리 챔피언 인종이 백인+서양 계열이다. 말하자면 PC해보이지 않는 거지. 물론 이건 데마시아가 서양을 모티프로 한 국가라서 인종이 골고루 나오면 더 이상하긴 해.

그런데 작중 나오는 마법사를 차별하는 모든 악역(데마시아 지도부, 마력척결관)들이 진짜 누가봐도 서구적인 백인의 외모로 그려져서 그러한 편향이 대단히 훌륭하게 작용했다고 해야하나?

거꾸로 데마시아에 반역하는 주인공의 일행에는 백인은 백인이더라도 인종적 특징이 아일랜드라든가, 뭐 그런 비주류 계통으로도 가고 흑인 등도 많이 있었다.(동양인은 안 나왔는데, 생각해보면 데마시아에 아이오니아 사람이 있을 수는 없으니 세계관 측면에서는 잘 된 셈)

아. 그런데... 이건 언급해야겠는데, 조역 인물 중 하나로 게이가 나온다. 그것도 꽤 중요한 인물로 자기 남편 찾으려고 하는 사람인데. 이거 좀 짬처리 PC 같은 느낌이 든다. 왜냐면 남편 언급을 대단히 많이 할 뿐더러, 캐릭터 소개에서도 '남편'이라고 강조하고 있고. 무엇보다 이 캐릭터 흑인이거든...

5. 총평

재미는 있었다. 난 특히 PC에 거부감이 없고 오히려 그러한 시도를 잘했다는 측면에서 고평가하고 싶음.

다만 돈 아까워. 롤 세계관에 흥미 없다면 굳이 사진 마셈. 몰락왕은 롤 세계관 몰라도 재밌는 게임이었다면 이건 롤 팬심 없이는 못 살 게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