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두 아이의 아빠 입니다. 디아블로를 하면서 이틀 동안 잠을 자지 않고, 플레티넘 한번 찍어 보겠다고 부모님 안부 묻는 것도 참아 가며 게임에 몰두하던 때가 10년 전 일이네요. 

월급쟁이에서 벗어나서 내 사업을 하겠다고 10년에 가까운 시간을 고군분투하고 좋아하던 게임도 다 내려놓고 회사에서 먹고 자면서 직원들 80명 생계를 책임지는 기업까지 키워냈습니다. 일만 하면서 살다 보니 취미 생활도 많이 사라진거 같네요. 2년 전까지만 해도 잘 나가던 사업도 최근에는 버티는 것에 집중하면서 하루하루 힘겹게 보내고 있어요. 이 과정에서 삶의 유일한 낙이 T1을 응원하는 일 이었습니다. 

1승 7패를 할 때에도 한 경기도 놓치지 않고 계속 응원해왔습니다. 기적같은 지난 우승이 그렇게 시간이 흘러도 지금도 너무 좋습니다. 어제부터 오늘 경기 볼 생각에 기다려집니다. 연예인들 좋아해 본 적이 없어서 이런 마음이 40대에 생길 줄은 몰랐는데, 아내와 함께 온갖 T1 선수들 굿즈를 사 모았네요. T1 온라인 스토어는 물론이고 오프라인으로 이번에 T1 팩토리도 방문해서 한가득 사고, 심지어 이번에 조폐공사에서 나온 한정 T1 순금 주화까지 구매했어요. 아내도 나날이 페이커가 잘생겨 보인다고 말하는데, 부부가 모두 T1의 팬이라 눈치볼거 없이 덕질을 하는거 같습니다.

징동전 준결승도 아내와 함께 소리를 지르며 기뻐하면서 응원을 하였고 결승도 같이 직관을 가서 다시 없을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요즘 제가 일이 많이 힘들었는데, 이날 페이커의 우승을 보면서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진 페이커도 저렇게 긴 기간을 계속 해서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며 도전했는데, 나도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해야겠다"

. 누군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은 스포츠가 될 수 있겠다고 한 아시안 게임의 인터뷰처럼 T1의, 경기와 페이커의 서사는 제게 큰 영감을 줍니다.

그깟 스포츠 하나에 뭘 그렇게 과몰입 하냐고 비웃을 수 있겠지만, 요즘은 제 삶의 가장 큰 즐거움이 t1의 소식을 듣고 경기를 기다리는 일 같습니다. 모두가 재계약이 된 소식도 그렇게 기쁘더라구요. 

결승전에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도 있었는데, 페이커가 계속 도전을 이어가서 제 아이들과도 함께 응원을 갔으면 좋겠습니다. T1 팩토리에 방문했더니 선수에게 전달 된다며 편지를 쓰는 것이 있어서 열심히 편지도 썼는데,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마음이 꼭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연말을 맞이한 망곰 만화라는 짤에서 본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네요.

"내년에도...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그래서 말인데, 앞으로도 잘 해낼 수 있다고 최고라고 말해 줄 수 있어?"
....
"아니야. 그냥 잘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다시 도전하면 된다고 말해줄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