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명경기를 좋아하고 커뮤니티 눈팅을 주로 하는 사람입니다. 명경기에 보통은 강팀들이 있기에 강팀충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강팀이었던 기간이 가장 오래된 팀이 또 T1이기에 T1 경기를 많이 보았고, 이걸로 팬이냐고 한다면 뭐 또 아니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저는 강팀과 선수들 응원하는 입장입니다. 왜냐면 강팀끼리의 경기는 명경기가 자주 나오기 때문입니다. 젠딮전은 진짜 행복하게 봤는데, 어제 경기는 너무나도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러다가 인터뷰 내용으로 이야기들이 많길래 저도 몇 글자 적어봅니다.(라면서 장문쓰기) 


공평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가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다 라는 의미라고 하네요.

즉, 우선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립을 지켜야 하는 존재가 있음을 상정하고 있으며, 그 존재에 의해 중립적인 평가를 받는다는 의미로 이해해볼 수 있겠네요. 다만 이 인터뷰 발언은 기회제공에 대한 공평을 언급하고 있기에, 결국은 기회를 제공해주는 중립적인 존재로부터 기회제공을 동등하게 받았냐, 그렇지 않았냐 라고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럼 기회를 제공해주는 입장은..LCK 라고 상정한다면, 공평하다는 것은 LCK가 각 팀들에게 스크림 및 솔랭의 환경을 동일하게 제공함을 의미하며, 불공평한 것은 LCK가 동일하게 환경을 제공하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그럼 여기서 문제는 불공평했다라는 말을 하려면 LCK가 동일하게 스크림 및 솔랭 환경을 제공하지 않았다. 라는 의미인데, LCK가 'T1은 다른팀 솔랭하는 거보다 적게하고, 스크림도 적게해라' 일 경우는 불공평한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디도스의 공격으로 인해 연습환경이 동일해지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공평이라는 단어는 적절치 않은것 같기도 합니다. LCK가 T1의 디도스만 안막아주고(혹은 덜 막아주고), 나머지 팀들은 더 잘막아줬다면 이것은 불공평입니다. 그런데 그런 상황은 아니다보니 T1이 다른팀에 비해 디도스 공격으로 피해를 많이 본 것은 맞지만 공평이라는 표현이 맞을까에 대해서는 애매하다고 보입니다.


불공평하다라는 것이 맞게 적용이 되려면 디도스 공격의 주동자에게 불공평하다 라는 표현을 쓸 경우에 맞는 사용법이긴 합니다. 

 

아래는 페이커 선수의 이러한 인터뷰에 대한 개인적인 추측입니다.


항상 경기 후 인터뷰를 보면 대부분 선수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할 것만 잘하면 된다" 라는 표현인데요, 아마도 이런 표현들을 보면 경기에서 이기는 것은 "우리가 할 것만 잘하면" 부가적으로 따라온다는 기본 인식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결국 우리 할 것만 잘하면 된다라는 것은 선수들이 자신들이 준비한 밴픽에 맞는 인게임 전략들을 얼마나 잘 소화했는가를 의미하며, 이는 수 많은 솔랭 및 스크림을 통해 완성된다고 보여집니다.


즉, 경기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자신들의 전략 전술 준비에 대한 노력 여하의 결과이며, 이긴 경기는 자신들의 준비가 더 잘되었음을 의미하고, 진 경기는 자신들의 준비가 더 미흡했음을 의미합니다. 타 커뮤니티에서 '상대에 대한 리스펙'이 없다는 언급들은 이 부분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프로들의 마인드가 '우리가 할 것을 못했기 때문에 진 것이지 너희팀이 잘했기 때문은 아니야'라는 의미로도 이해되는 부분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리스펙'은 상대가 나보다 뛰어났다는 것을 존중하는 의미입니다. 프로선수들 입장에서는 나보다 상대가 단순히 잘하고 뛰어나다라는 걸 인정하는 것은 개개인에 따라 인식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은퇴한 선수들의 방송에서도 '이 선수는 못이길 것 같더라' 해서 은퇴했다는 이야기들을 종종하는 것 보면 팬들이 기대하는 '리스펙'이 프로들에게는 상승심과 경쟁욕구에 직결되어 있는 부분이기에 마냥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리스펙을 하는 선수들도 있고, 하지 않는 선수들도 있겠지만 이는 개개인 선수들의 마인드셋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리스펙이라는 것은 서로가 가진 모든 능력을 발휘해서 겨룬 뒤에 이루어집니다. 적어도 어제의 경기는 명경기를 기대하며 봤던 제 눈에도 명경기는 아니었고, 실력 차는 확연했습니다. 한화는 T1이라는 강팀을 상대하기 위해 준비를 잘해왔지만 T1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T1이 원래 약팀이면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겠지만 강팀인 것은 대부분이 알기에 어제 경기는 더 실망스러웠을 겁니다. 이는 선수들 스스로가 강팀이라는 자부심이 더 강했을텐니, 패배의 원인은 스스로의 부족한 실력에서 찾고자 했을 겁니다. 원래 강팀의 경기력이 안나왔다, 그리고 앞서 말한 '우리 할 것만 잘하면 되는데 못했다' 라는 부분 때문일 것입니다. 경기력이 안나왔고 본인들이 못했으니 지는게 당연하다, 그러니 상대에 대한 리스펙을 하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즉, 리스펙은 나도 잘했는데 상대가 더 잘했다라는 상황이 나와야 가능하다라는 측면이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경기력 저하의 원인이 선수 및 선수단의 게으름, 부진, 나태가 아니라 연습시간의 부족임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우리도 다른 팀 처럼 연습시간이 동일했으면 우리의 전략을 잘 갈고 닦아서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을텐데... 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즉, 연습시간이 동일하지 않았다. 우리도 똑같이 연습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라는 아쉬움의 표현이 '불공평' 발언으로 나온게 아닌가 싶습니다. 타 팀의 승리에 대한 불만에 근원한 것이 아닌 부족한 연습시간과 이로 인해 완성하지 못했던 본인들의 기량을 탓하는 의미라고 보여집니다. 물론 앞서 언급한대로 원론적으로 들어갈 경우 단어 사용이 적절치 않았던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어제 T1단장 방송으로 디도스 공격이 심각한 것은 알겠는데... 선수들 연습환경 조성이 어떻게 안되는건가 싶네요. 디도스 못막으면 폼은 안올라올텐데 무슨 패자전 더블엘리니 미라클런이니 하는건가 싶은 생각이 드네요. 어제 경기력이 2일만에 회복이 되려나.. 디도스라도 없으면 그럴수도 있겠지만 디도스가 여전한데..? 


이상 명경기를 기대했는데 실망한 강팀충이 몇 글자 끄적여봤습니다... 내 인생의 몇 안되는 즐거움 중 하나를 뺏아간 디도스 ㅅ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