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 회의장의 분위기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검은 마법사와의 전쟁 후, 피해 복구와 물자 지원 문제로 시그너스와 지그하르트의 논쟁이 오갔다.

피해 복구는 염원의 불꽃을 매개로 한 시간 역행 마법과 생명 치유 마법의 혼합 마법이였다.

까다로운 마법이니만큼, 고 레벨의 마법사가 많이 필요하기에 인력이 부족했지만 확실히 빠르고 편리한 방법이였다.

문제는 그 마법을 어디서 부터 쓰느냐는 것이였다.

피해가 크고 경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요충지 부터 복구하자는 의견이 대세였고, 그에 따라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고 문화적, 경제적으로 고립되어 있던 에델슈타인은 우선순위가 밀려날 수 밖에 없었다.



레지스탕스 쪽의 의견은 이러했다.

보상도 없는 전쟁에서 가장 큰 희생자를 냈으니 그에 따른 보상으로 에델슈타인의 복구를 우선시 해주는 것이 옳다.

항상 전장의 앞에 서서 싸워왔고, 블랙윙과의 싸움을 통해 모두가 베테랑이 된 레지스탕스 쪽의 공이 크다고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였다.

물론, 시그너스 측의 의견도 일리는 있으나 복구가 모두 완료되기 까지 걸리는 시간은 복구 순서가 별다른 영향이 없으므로 공을 우선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였다.

또한, 오랜 싸움에 지쳐있었던 것도 고려해야 하고 누구보다 용감히 싸운 그들을 먼저 생각해주지 않는다면, 또 다시 이러한 일이 발생했을 때 어느 누가 앞서 싸우겠냐는 말이였다.



시그너스 측의 의견은 이러했다.

지그하르트의 의견에는 이견이 없으나, 단순히 그런 감정만으로 큰 일을 처리할 수는 없다는 것이였다.

분명 복구 속도의 차이는 별 다른 영향은 없겠지만, 복구 순서에 따라서 경제적 사회적 활성화의 속도가 현저하게 달라진 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였다.

레지스탕스의 숭고한 희생은 모두가 기억할 것이고 그에 따른 보상으로 기념비를 세우고 에델슈타인의 경제력이 다른 대륙의 수준에 준 할때 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임을 약속한다고 했다.

이러한 점들을 충분히 공지하고 설득한다면 힘든 일을 함께 이겨내온 전사들이 반드시 이해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였다.



"그러기엔 우리들은 이미 너무 지쳤어."

지그하르트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고작 그런 몇 마디 말로 설득하기엔 우리는 여유가 없어. 사람들이 뜻 대로 될것 같아? 끝까지 온실 속에서 자란 티를 내는군."

"지그하르트!  더 이상의 언행은 삼가주세요. 여제의 앞입니다!"

나인하트가 소리치자 지그하르트는 미간을 한껏 찌푸렸다.

"너희들의 황제지 우리의 황제가 아니야! 블랙윙에게 그 고통을 받을 때 너희의 잘난 황제는 뭘 했지? 에델슈타인의, 레지스탕스의 지도자는 나다! 내가 그곳의 왕이야! 말해! 시그너스. 왜 우리는 전쟁 중에도 계속 최전선에 섰어야 했는지! 왜 그렇게 많은 희생을 치뤄야 했는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입닥쳐!"

그녀는 시그너스의 말을 잘랐다.

"너도 사람인지라 전쟁 후의 일을 생각안할 수 없었겠지. 그렇게 은근히 레지스탕스의 숫자를 줄여 우리의 세력을 약화시키고 검은 마법사라는 공통의 적이 사라진 세계를 손쉽게 통치하고 싶었겠지!"

"나는 메이플 대륙만이 아니라 이 세계의 왕으로써 살고 있습니다! 그런 생각은 추호도 한 적이 없어요!"

그때 지그하르트의 통신기가 울렸다.

"지그, 불꽃을 확보했다. 고향으로 돌아가자."

지그하르트는 통신을 듣자마자 옷을 챙겨입었다.

"불꽃이라고? 설명을 해라. 지그하르트."

미하엘이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너희가 독점하고 있던 염원의 불꽃이지 뭐겠어."

어느새 그녀는 채찍을 손에 쥐고있었다.

"보내주세요. 미하엘."

"여제님, 안됩니다."

"명령입니다."

미하엘은 시그너스의 말을 듣고 한 발 물러서 길을 터 주었다.

"너의 진심이 어떻든, 나의 생각이 어떻든. 나는 모두의 뜻에 따라줄 수 밖에 없어. 황제라면 이해해줘."

그녀는 홀로 연합 회의장을 나갔고 뚜벅거리는 발소리만이 침묵을 울렸다.

"어째서 막으신 겁니까."

나인하트가 여제에게 말을 건냈다.

"지금 지그하르트의 신병을 구속하면 그녀의 말대로 우리가 그들을 견제하고 있었다는 것이 기정 사실이 됩니다. 실제 사실과는 관계 없이요. 싸움은 막아야 합니다."

"우리는 염원의 불꽃이 필요하고, 대의는 우리에게 있어요. 싸움을 건 것은 저들이고 분쟁은 막을 수 없을 겁니다."

"싸움은 싸움일뿐. 대의가 의미가 있던 적이 있던가요. 대의라면 그들에게도 있습니다. 그녀의 말도 틀린 건 하나도 없어요."

나인하트는 잠시간의 침묵 후 다시 말을 했다.

"준비를 하겠습니다."

"지금의 선택으로 싸움을 막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길어지는 것은 막은 겁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싸워왔는지 잊지마세요, 나인하트. 그리고 기사단장님들."



다음 날, 기사단에는 지상명령이 떨어졌다.



'레지스탕스가 모두의 의견을 무시하고 염원의 불꽃을 탈취했다.

따라서, 기사단의 전 기사들은 염원의 불꽃을 탈환할 준비를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