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상 위버의 모티브가 석가모니임. 구세의 방도를 찾기 위해 자신이 가진 특권과 부를 버리고 세상을 떠도는 구도자가 위버의 근본적인 컨셉이라고. 범성애자라는 성적 지향도 (사람들은 pc니 뭐니 하지만) 설정상으로 세상을 사랑하고, 상처입은 세계를 치유하고자 한다는 성향의 일환이고.

내가 보기에, 사실 이 친구는 탈론은 물론 오버워치와도 다른 부류임. 오버워치는 태생부터 옴닉과 분란 조장 세력들과의 투쟁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이어서, 그 멤버들도 '악의 배제를 위한 싸움'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음. 열성적 평화주의자인 메르시도 전투를 거부하고 생체 기술의 악용을 우려할지언정 오버워치 자체를 부정하진 않았음.

그런데 위버는 적이 없음. 굳이 따지면 비슈카르이지만, 위버는 비슈카르를 무력이나 다른 방식으로 전복시킬 대상으로 보지 않음. 적어도 소설 등에서 그런 생각을 내비치진 않은 걸로 알고 있음. 모이라는 위버의 사상에 반대되는 인물이지만, 그런 모이라에 대한 위버의 어조는
증오가 아닌 동정과 연민, 올바른 길로 돌아오라는 훈계에 가까움.

라이프위버에게 이 세상에 모든 것은 가치있는 존재이고 상처입은 모든 이들은 치유되어야 하지. 그런 위버에게 싸움을 말하는 것 자체가 사실은 어색한 일이야. 딜러는 당연히 안 되고 탱커도 딱히 어울리지 않아. 그나마 어울리는 게 힐러인데, 그렇다고 유저들이 원하는 전투적인 지원가는 절대로 아니야. (물론 피해의 근원을 제거해서 아군을 돕는 모 스님도 있기는 해! 근데 그건 넘어가자)

위버의 콘셉트가 뭐냐고? 그거 죽을 때 떨어지는 힐팩인데? 농담이 아니라 위버를 구상할 때 핵심이 연꽃 모양의 식물이었고, 설정상 그 연꽃이 위버의 능력의 근원임. 위버가 죽으면 힐팩이 나오는 건 죽을 때조차 조금의 생명이라도 더 치유하겠다는 위버의 집념어린 자비고.
하지만 어림없지. 오버워치는 PVP 게임이랍니다. 그래서 작별의 선물 바로 사라지고, 부족했던 힐량이랑 생존능력을 올려서 결과적으로 지금의 유사메르시 캐릭터로 정립된 거임.

가시 딜량이 의외로 쎄니까 중거리에서 힐하면서 견제하는 컨셉의 영웅 아니냐고? 메르시 딱총도 맞아보면 의외로 아파. 상향받아서 딜이 올라가긴 했는데 그건 사실 콘셉트랑 안 맞는 패치임. 위버의 생존능력을 올리려다 그렇게 된 거지, 사실 블자 생각대로라면 게임하는 내내 가시 쏠 일 없음.

그게 무슨 영웅이냐고? 위로 가서, 내 글을 처음부터 다시 읽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