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 페이지 영상 보면서 '성능은 좋아졌어도 재미가 없어서 탱을 안 한다'라는 말을 듣고 생각이 들어서 쓰는 글임. 이건 개인적인 소감일 뿐이니 그 사람이랑 엮지는 말 것.

난 옵치 2 8시즌까지만 해도 탱커가 딜러보다 진짜로 재미있어서 탱커 위주로 했어. 부담이 클 때가 없는 건 아니었어도 그걸 이겨내면 엄청난 쾌감이 돌아왔고, 여차하면 내가 캐리할 수 있다, 이 구간에서는 탱커 캐리 된다 이런 의식이 있었거든. 괜히 어중간하게 본 게 있어서 딜힐 돌릴 때 아군 탱커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배로 받아서 더 그랬던 것도 같음.
근데 9시즌부터였나. 탱커를 골드까지 올려놓고는 다른 포지션도 브론즈는 탈출시키려고 딜러를 많이 돌리기 시작했어. (힐러는 이미 브론즈 탈출했음) 트레가 '물'이라는 소리가 나오던 때이기도 하고, 섭딜을 해주면 자리싸움에 도움이 많이 된다는 걸 알았으니까 트레, 에코 위주로 많이 했어.
딜러는 탱커에 비해 피지컬을 많이 요구했어. 좋은 에임 자체를 요구한다기보다는, 탱커가 상대적으로 그림을 크게크게 그린다면, 매 순간의 '작은 그림'에 집중하고, 그러면서도 그 집중력을 오래 끌고가야 한다는 느낌이었어. 그래서 처음에는 뇌절도 많이 했는데, 적응을 하니까 캐리력이 생기고, 무엇보다... 재미가 있더라.
어떤 재미냐고? 내가 캐리한다, 나 돋보인다, 내가 이 게임의 주인공이다라는 재미. 그리고 압도적인 말초적 쾌감. 앞의 부분은 탱커를 하면서도 있었지만 실제 킬로그로 나오는 것과 아닌 건 차원이 달랐지. 그리고 팀원한테서 우리 트레/에코 잘한다, 캐리 고맙다 같은 칭찬을 탱커때보다 유독 많이 받는 것도 같았어. 후자는 말할 것도 없어. 상대가 날 안 보고 있을때 슥 다가가서 헤드 한탄창 박고 역행써서 돌아오면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어.
탱커도 계속하고 있기는 한데... 이젠 진짜로 애착이 간다기보다는 주 포지션이 되어버려서 반쯤 의무감에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번 판 좀 힘들었다. 오늘은 티어 이 정도까지 올렸으니 됐다. 두세 판 정도 더 하고 트레하러 가야지... 이런 생각이 자꾸 드네, 하...